차가워진 겨울 날씨, 연말 분위기가 고조되는 거리를 걷다 보면,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17년이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세월이 빠르다고 해야 할지 나 자신이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진료실에서 앉아있으면서도 이것을 느낄 수 있는데, 비록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새로운 환자들이 눈에 뜨일 만큼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료실로 들어서는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자주 듣는 말을 순서대로 몇 가지 나열하자면, ‘예쁘게 해 주세요’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해 주세요’ 그다음은 ‘오래가게 해 주세요’ 등이다. 이 말 속에는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민과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 챌 수 있는 열쇠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딸과 함께 쌍꺼풀 상담을 하러 온 모녀 사이에도 쌍꺼풀의 모양이나 높이 등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의사인 내가 해야 할 일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얼굴 이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혹시 환자가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을 막연히 쓰게 되는데,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은 각자의 모습에서 어떤 것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 무엇이지 확인하고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것이 ‘오래가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앞의 예쁘고 자연스러움과는 반대될 수밖에 없는 요구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일단 수술 후 안정된 상태가 되고 나면 앞으로 이 모습이 오래도록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것은 앞으로 진행될 노화를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좀 더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하고, 그 결과는 효과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것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을 환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2017년을 기억하는 날짜도 며칠 남지 않았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가 지나가면 나에게는 어떻게 기억될지 새삼 궁금하다. 2018년에는 좀 더 나은 통찰력을 가지고 나를 찾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기대를 충분히 보답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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