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7 깨어난 포스’ 감상기

“특유의 시각적 볼거리 남아있지만은하공화국 영웅들은 흩어지고여전히 압도적인 제국에 실망해”

2015.12.24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스타워즈를 처음 본 건 지난 1985년 TV에서 1편이 구정 특선영화로 방영될 때였다.
스타워즈는 1982년에 국내서 개봉한 레이더스의 배우 해리슨 포드 특유의 유머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알만하게 된 영화였다.
필자의 장래희망이 탐험가에서 과학자로 바뀐 것도 그때쯤인 것 같다.
스타워즈 2편 제국의 역습은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지만, 당시 청소년 잡지에 실린 스틸컷과 상세한 줄거리 덕에 내용을 잘 알 수 있었다.

당시 외래어 맞춤법 규정이 그랬는지 ‘JEDI’를 ‘제디’로 번역했기에 1987년 스타워즈 3편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될 때 ‘제다이’로 표기되는 제목을 보고 왠지 제목이 정통성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 스타워즈 1, 2, 3편이 각각 에피소드 4, 5, 6편으로 정리되고 에피소드 1, 2, 3편에 해당하는 앞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을 때는 ‘프리퀄’이란 단어를 새로 배웠다.

당시 필자는 미국에서 취직해 있던 시절로 동료와 함께 근처 극장으로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를 보러 갔다.
차 안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한국에서 온 필자가 미국 영화인 스타워즈의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머쓱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에피소드 7이 개봉하면서 ‘시퀄’이란 단어도 새로 배웠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에 대한 기대를 해리포터 세대들에게 설명하자면 마치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와 로즈 위즐리가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영화가 새로 개봉하는 것쯤 된다.
전원일기 세대라면 복길이와 영남이가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 되어 진행되는 드라마가 새로 나온 정도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그런 영화가 지난 16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기에 컴퓨터에 온갖 엑티브엑스를 대치한다는 exe파일을 깔고 컴퓨터를 몇 번이나 리부팅해가면서 그야말로 정성들여 예매하고 관람했다.

스타워즈의 유명한 첫 화면과 음악이 나올 때는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2시간15분의 관람 후에 남은 인상은 ‘실망’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 이 시리즈가 개봉되어 관람을 하고 나면 샘솟던 희망이나 희열, 카타르시스의 감동이 없었던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다음날 올라온 영화 리뷰와 평가가 호의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그 영화를 보는 시각은 필자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간간이 영화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필자처럼 실망했다는 평가는 거의 없었다.

친구에게 그 이질감에 관해 이야기를 했더니 아무래도 필자의 직업이 교수라서 감성이 80~9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주었다.
교수사회에서는 아직 젊고 진보적인 축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이미 과거의 플롯(plot)을 가진 문화만 받아들이고 싶은 구세대가 된 것일 거라는 핀잔도 들었다.

필자의 눈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저 내게는 실망스럽더라는 의견만 밝혔다.
조금 비약해서, 만약 필자가 영화관을 통째로 소유한 주인이고 그 영화를 강제로 끌어내릴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선택되어 흥행하고 있는 영화를 끌어내리고 필자가 보기에 잘 만들어진 영화만 상영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스타워즈에서 제국이 아니라 은하공화국을 우리 편으로 생각할까. 제국의 체제 아래에서는 약간의 자유만 제한받으면 우주 전체에 질서와 물질적인 풍요가 주어지며, 대다수에게는 시끄럽지 않은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우리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에 익숙해서 강요받지 않은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절대자의 “올바를 것이라고 믿어지는 의지”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스타워즈의 제국보다는 총화단결하지 못하고 시끄러우며 분란이 많아 나약하지만 자유 의지가 살아있는 은하공화국을 우리 편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면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의 각본이나 연출은 충분히 좋았고, 너무나 친절했던 원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스타워즈 시리즈 특유의 시각적 볼거리나 음악의 웅장함은 여전했다.

영화가 특별히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마도 제국을 완전히 괴멸시켰다고 생각했던 전편의 야빈전투나 엔도전투가 끝나고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은하공화국의 영웅들은 상처를 입은 채 나약하게 흩어져 있고, 끝난 줄 알았던 제국은 퍼스트오더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는 현실을 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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