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료센터

“인체유전자 수정 기술 성공한다면몸을 다시 어린시절로 되돌릴수 있어아마 사춘기도 새로 겪어야 할 걸?”

2015.08.20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8월20일 17시. 지구온난화 시기가 끝나고 찾아온 북반구의 이상저온현상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아직은 해가 남아있는 캠퍼스 내의 스포츠의료센터는 적당히 따뜻할 시간이었다.
에너지 문제에는 조금의 융통성도 없는 대학 당국이 일찌감치 2115년 올해는 8월31일까지가 공식적인 “여름”이라고 선언한 상태라 센터의 난방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서둘러, 조금 더 늦으면 얼어붙는다고” - 벌써 워밍업으로 수류타기를 서너 번 마친 엄 교수가 수영 방으로 들어오는 신 교수에게 특유의 엄살이 섞인 인사를 건넸다.

신: 그래그래, 오늘은 유전자 치료가 좀 늦어졌어.
엄: 치료? 하하, 자네가 자주 하는 유전자 성형이 아니고? 여기저기 손 볼 데가 아직 많아 보이는데?
신: 성형은 자네에게 더 필요하지. 이번에 나온 유전자성형-블록60 패키지에 지방축적조절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던데? 수영으로도 태워버리지 못하는 자네 복부 지방 제거에 효과적일 거야.
엄: 내 뱃살 걱정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자네는 어디가 고장이었나?
신: 얼마 전 정기검사에서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췌장 세포에서 발견되었어. 국소적으로는 1%에 못 미치는 비율이라 인체상담사는 몇 년 정도 지켜보자고 했지만, 올해는 뜻밖에 생긴 수입도 있고 해서 그냥 비용을 들여서 모두 교정했어.
엄: 증상도 없는데 굳이 유전자에 손을 댄 건가? 자네를 보면 내가 무척 보수적인 것 같단 말이야. 난 원래 유전자로 최대한 버티다가 어쩔 수 없는 순간에만 한정해서 유전자 교체를 하고 있어.
신: 나도 이번엔 새로운 유전자로 교체한 게 아니라 오류가 생긴 부분만 원래 유전자로 교정한 거야. 이제야 말하지만 난 배아 시절에도 DNA 편집 후에 태어났어. 건강을 위해 필요하고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몸 전체의 유전자를 바꿀 생각도 있지. 물론, 뇌세포는 빼고 말이야.
50m 수영 후 역방향 수류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수류가 멈춘 자신의 모듈 안에 여전히 멍하게 서 있는 엄 교수를 볼 수 있었다.

엄: 자네가 DNA 편집 아기란 말인가? 전혀 몰랐어. 어떤 유전자를 편집해 넣은 거야? 당시의 유명인들?
신: 요즘과 같은 개념의 DNA 편집 아기는 아니었어. 내 경우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유전체에 2030년 당시에 알려진 질병 관련 유전자를 모두 교정하고 폭력성과 우울성향, 중독성향, 충동성향을 낮추는 몇 가지 억제 유전자를 넣어준 정도야. 요즘처럼 유명인들의 유전자를 대규모로 짜깁기해서 진짜 부모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배아 유전체를 편집하는 기술은 훨씬 뒤에야 나왔지.
엄: 나도 착상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선별되긴 했지만, 우리 또래가 DNA 교정 후에 태어난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잖아?
신: 인공수정 후에 검사한 12개의 배아 모두에서 조금씩 문제가 발견되었나 봐. 어머니 나이가 많았던 편이라 배란 유도를 자꾸 할 수도 없었고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식이었으니 거금을 들여서라도 건강한 DNA로 수정된 아기를 원하셨겠지.
엄: 지금처럼 출산 후에도 문제가 있으면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는 치료 기술이 생길 거란 예상은 못 하셨겠지?
신: 아니, 그때도 인체유전자 수정 기술에 대한 전망은 있었어. 그럼에도 불확실한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당시에 실행 가능한 기술을 선택하신 거지. 지금도 사람들은 노화된 장기의 교체에 큰돈을 쓰고 있지 않나?
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몸을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리는 그 환상적인 연구가 성공하면 굳이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 교체나 유전자 치료 없이 정기적인 세포 초기화만으로도 300세, 어쩌면 그 이상을 노화 없이 살 수 있게 되는 건가? 지금처럼 건강을 위해서 힘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고?
신: 그렇진 않을 거야. 지금 기술로는 세포의 분화 수준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어. 일단 초기화가 되면 한두 살짜리 아기의 세포가 된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성인 세포로 발달할 때까지 처음 몇 년간은 아주 조심스럽게 돌봐줄 사람도 필요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할 거야. 아마 사춘기도 새로 겪어야 할 걸?
말을 마친 신 교수는 수류에 맞춰 수영을 진행했다.
맥박 160에서 최고 수류가 100m 정도 더 지속된 다음에야 서서히 물살은 느려졌다.
운동을 마치고 수영 모듈에서 일어선 85세 신 교수의 상체는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