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치’를 가진 국민

“합리적이고 공익적인 정책에국민은 언제나 협조해왔다 위정자들은 이를 명심해야 ”

2016.02.04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학부 교수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주제로 잡았다.

글을 집사람에게 숙제 검사를 하듯이 보여줬더니 열심히 쓴 글이지만 사회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적만 있다고, 역시 누구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직업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해 주었다.

평소 지적을 받지 않고 살아도 되기에 제 생각만 옳은 양 한쪽으로 치닫기 좋은 직업을 가진 나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역시 집사람의 지적이다.

소재 찾기를 위해 여러 군데를 살펴보니 쏟아지는 정보와 개인의 올바른 선택에 대한 좋은 글이 역시 참 많다.
하마터면 설익은 훈장질이 될 뻔한 글을 엎어버리고는 다시 시작하였다.
나라 전체가 내리막에 접어든 것 같은 소식밖에 없는 우리나라에 희망은 무엇일까? 하고 골똘히 생각을 했다.

힌트는 집사람에게서 나왔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좋아진 것이 없냐고 했더니 요즘에는 음식점에서 담배를 못 피우니 회식을 하고 들어와도 옷에 담배 냄새가 덜 나서 좋다는 것이다.
필자는 결혼 이후 공식적으로 쭉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회식할 때 남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옷에 배는 일이 요즘은 덜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흡연 문화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심지어 연구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었다.
그러다가 기차 안에 금연석이 생기더니 금방 대중교통 전체에 흡연이 금지되었고 TV에서도 연기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음식점, 대합실, 역, 고속도로 휴게소, 일반 상가 등에서는 금연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꺼내기 전 흡연구역이라는 팻말을 먼저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변화가 20년 안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다.
흡연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변화한 나라는 없다.

정지선을 지킨 차량에게 양심냉장고를 주던 ‘이경규가 간다’ 이후 얼마나 많이 도로 교통문화가 개선되었는가? 금연구역이나 정지선지키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하여 공감이 가는 캠페인이나 행사가 있으면 효과가 단번에 나타나는 나라다.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때는 거의 같은 내용을 몇 달 이상이나 연속 진행하는 공영방송국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IMF 때에는 국채보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금 모으기 운동 캠페인에 얼마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던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합리적이고 공익적인 방향으로의 가치 전환이 빠르다.

캠페인 효과가 크다는 것은 국민 전체의 합리적 판단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최저의 문맹률을 자랑하면서 고교이수율이 98%에 이르는 경이적인 국가이다.
이렇게 사회의 전환이 빠른 것은 결국 높은 교육수준 덕분이다.

이런 정도의 교육수준과 민도를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그건 정책이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정책의 목표를 뚜렷이 보여주는 캠페인을 제대로 못 해서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정책이 공익적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수준을 탓하지 말고 그들의 정책 합리성과 선명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공익적인 방향의 국가 정책에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쏠린 우리나라에서 최근 국회의원 위상이 많이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이자 근간이다.

모두 열심히 자신들을 홍보하고 경쟁을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가 잘나서라는 자만심을 가지거나 국민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탓하지 말아야 한다.
문맹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우리나라는 기호나 표식없이 후보의 이름만으로도 투표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런 수준을 가진 국민들의 선택을 호도하거나 지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언제나 옳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