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 내 마음의 ‘쿠션’

발행일 2019-01-03 19:46:0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고결함에 이르는 의식을 계발하라풍부한 독서로 영혼을 살찌우라날마다 겸손의 우물을 깊게 파라



한 해를 보내며 ‘미주 중앙일보’에서 원고 청탁을 해왔다. 연말 선물로 독자들의 삶에 도움을 줄 만한 서적을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나를 만든 한 권의 책’이란 명제로 감명 깊게 읽은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고 한다. 청탁을 받자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어 책장 구석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책을 끄집어내었다.

몇 년 전 권사 임직 때에 선물로 받은 많은 서적 중에서 그림이 눈에 뜨이는 표지가 있었다. 하얀 양장본의 27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겉장에는 바람에 넥타이를 휘날리는 샐러리맨이 서 있다. 그의 가슴은 출렁이는 파도 위에 돛단배가 위태롭게 흔들리는데, 허리와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바다는 깊어지고 짙은 초록의 심해에는 해초가 잔잔하게 흔들리는 평화다. 마음의 쿠션을 키우면 자유로워진다는 책 ‘쿠션’이다. 깊은 신앙심은 물론 살림도 예쁘게 꾸리는 분의 선물이라 인테리어에 관한 서적인가 했는데 저자가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신영 씨였다.

‘물질적인 쿠션이 우리 육체를 딱딱함으로부터 해방시켜 안락한 느낌을 전달하듯, 영혼의 쿠션 역시 모든 불안정한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평안함으로 감싸 안아주는 힘을 갖습니다. 삶의 중심에 쿠션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은 불쾌한 상황이든, 두려운 상황이든, 형통한 상황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나 사고를 즉흥적으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로움이란 무엇일까요? 누구의 간섭과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권리일 것입니다.’ 저자의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을 씻어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인간에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는 ‘쿠션’이 있다는 발상이 얼마나 큰 공감을 일으켰는지 2008년 비전리더쉽 출판사에서 초판 인쇄를 한 것이 2011년에는 35쇄까지 했다.

우리가 눈, 코, 혀, 귀, 피부 등의 감각기관으로 받는 자극은 운동기관을 통해 반사적 반응을 하지만 마음에 오는 자극에는 잠시 생각 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짧은 순간에 하는 결정은 마음의 쿠션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 쿠션이 두꺼울수록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이 진중한 반면 그 공간이 얇은 사람은 자극의 충격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여러 에피소드를 쉽고 간결한 문체로 엮어, 단숨에 읽어 내린 이 책의 메시지는 언제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를 깨운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내 마음을 휘저을 때는 소파 위에서 뒹구는 쿠션을 가슴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상상을 하며 혼자 웃는다. 사람이나 사건이 주는 충격에 대한 마음의 쿠션을 두껍게 키우는 일은 내가 살아가며 집중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보다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다.

오늘 마지막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벽에 걸면서 생각한다. 내 앞에 디밀어진 새해에는 또 어떤 발자국을 찍을까. 나의 반응과 선택에 의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리스, 페르시아, 이집트 등 많은 땅을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은 세 가지 유언을 남겼다. 첫째, 나의 관은 저명한 의사들이 들고 가다오. 둘째, 내가 가는 길에 나의 재산을 모두 뿌려다오. 셋째, 나의 손을 관 밖으로 내어다오. 그는 아무리 유명한 의사도 죽음 앞에서는 어떤 힘도 없다는 걸, 세상에서 얻은 재물은 세상에만 머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빈손으로 왔듯이 빈손으로 간다는 교훈을 남기고 갔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진정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명이 다하는 그즈음에 깨닫는 어리석음이 어찌 알렉산더 대왕에게만 있었으랴.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산다. 높은 포부를 가지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도,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다는 열등의식으로 사는 사람도 살아가는 방법과 생각은 다르지만 죽음에 이르면 똑같은 후회를 한다.

학창 시절, 운동장에 서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줄 세우며 ‘기준’을 외친다. 기준으로 지명받은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면 주위의 아이들은 모두 그 옆으로 모여들며 열(列)과 오(伍)를 만든다. 그것처럼 정신없이 엉키며 돌아가는 내 삶에도 ‘기준’이라는 것이 세워져 있으면 얼마나 선택이 쉬울까.

저자는 마음의 쿠션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결함에 이르는 의식을 계발하라. 풍부한 독서와 묵상으로 영혼을 살찌우라. 날마다 겸손의 우물을 깊게 파라. 호흡을 느낄 때마다 마음 쿠션을 생각하라. 부정적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기로 결심하라. 새해에는 이 다섯 가지가 기준으로 세워진, 더욱 푹신한 영혼의 쿠션으로 돼지처럼 태평한 2019년을 살리라 희망해 본다.성민희재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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