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양조장, 관광활성화 이끄나

발행일 2018-04-25 19:56:4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수제맥주 인기 날이 갈수록 높아져 국내외 양조장 유치로 도시 활성화 점차 관련법 완화로 수직 성장 중”



수제 맥주 인기가 대구 날씨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동네마다 수제 맥주 전문점이 생겨나고 4월부터는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수제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한껏 주가를 올리더니 점차 완화되고 있는 관련법과 함께 수직 성장 중이다.

실제 국내에서 수제 맥주는 지난 3년간 매해 100%의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제 맥주 양조장을 찾는 투어객들이 늘어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도 양조장과 지역 관광을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양조장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인구 7만 명의 독일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 구시가지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찾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맥주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이지만 세계의 관광객들이 밤베르크를 찾는 이유는 라우흐비어로 알려진 훈제맥주를 맛보기 위해서다. 훈연한 몰트를 사용해 맥주를 빚어 한잔 들이키면 베이컨의 훈연 향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맛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경제지에 소개된 미국 뉴욕주 미들타운에 있는 이퀼리브리엄 양조장. 양조장 문이 열리기 전인 아침부터 100여 명이 줄을 선다고 한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마셔보기 위해서다. 육류포장업체였던 이곳은 한때 도시의 골칫거리였다가 양조장이 들어선 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하루 수백 명씩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주변의 식당에도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이젠 양조산업이 지역의 대표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이 도시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다. 한옥 형태의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 넓은 주차장엔 수시로 관광버스가 드나든다. 이제는 문경시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투어프로그램을 고민할 만큼 문경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가는 코스가 됐다. 산골마을에 자리 잡은 충북 제천의 뱅크크릭브루잉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맥주재료인 홉을 재배한다. 양조장 옆 밭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홉 재배는 이제 작목반을 만들어 온 마을의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승용차가 교행하기조차 힘든 좁은 도로로 들어가야 하는 이 마을에도 전국에서 양조장 투어를 온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맥주투어객이 폭증하고 있다. 양조장 자체 투어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제주맥주는 최근 금요일부터 주말에만 주3회 운영하던 투어프로그램을 목요일까지 포함해 주 4회로 늘렸다. 지난 1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제주도편에 양조장이 소개된 후 찾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회천으로 양조장을 옮긴 맥파이에도 ‘효리네 민박’에 소개되면서 찾아드는 방문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내 맥주 제조면허 사업체가 7개인 강원도도 강릉의 커피와 마찬가지로 지역관광과 연계해서 성장가능성이 큰 콘텐츠로 수제 맥주를 꼽고 있다. 또 LG패션 자회사가 고성군에 3만3천㎡ 규모의 수제 맥주 공장을 짓고 올여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이 기업은 속초지역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을 겨냥한 수제맥주 팝(Pub)도 따로 연다. 이 지역에서 이 지역이름으로 된 맥주를 생산해 현장에서 판매하면서 관광객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청년창업기업으로 많이 알려진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사천면 미노리에서 생산한 쌀을 40% 이상 사용해 특산맥주 ‘미노리’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조장 투어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문제는 어느 정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그 계기는 수제 맥주관련 주세가 언제 지방세로 이관되느냐에 달린 듯하다. 현재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주세가 지방세로 옮겨지면 지자체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양조장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양조장은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맥주를 생산해 지역이름을 딴 브랜드로 출시하고 지자체는 투어프로그램이나 마케팅 지원을 해주면서 함께 도시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제 맥주가 미국의 죽어가는 도시를 살린다는 최근의 기사 제목에 눈길이 확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박운석파브리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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