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속 참상 울진에서 재현 안 돼야

발행일 2017-02-22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난해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원전 안전에 경각심을 높여준 작품이었다. 경주 지진 등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이 높은 가운데 개봉돼 관심을 더욱 모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영화는 원자로가 폭발했지만 컨트롤타워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대책본부에 대한 비난이 그 주제였다.

방사능 유출 공포는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주인공이 벌이는 목숨 건 사투 장면은 압권이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폭발을 피해 차량과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장면이었다. 아예 차를 내팽개치고는 허겁지겁 걸어가다가 넘어지고 깔리는 장면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모티브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 곁 주민들에게는 불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경북도의회에서 울진 출신 황이주 의원이 영화 장면의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대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울진에는 현재 원전 10기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될 예정이어서 황 의원의 지적은 타당하게 들린다.

영화 속에서 왕복 6차로가 차량과 인파로 뒤덮인 장면이 울진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원전사고 비상계획구역은 원자로에서 반경 30㎞ 이내이다. 그런 만큼 대피 때 차량 이용은 필수적이다. 울진지역 원전 사고를 가정한다면 대피로는 남쪽 국도 7호선뿐이다.

그러나 인근 거주 주민 수에 비해 도로가 너무 비좁아 만일의 사태 시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도 7호선은 방사선을 차단할 지형지물조차 없다. 대피에 한계가 있거나 아예 제역할을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울진에서 서쪽으로 난 국도 36호선과 88호선도 대피로로 고려해볼 만 하다. 하지만 영주, 봉화, 소천까지만 4차로일 뿐 울진구간은 40.2㎞가 아직 2차로라고 한다. 직선화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비상시 아무래도 너무 좁고 위험하다. 대피로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명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평해에서 백암온천, 영양을 잇는 88호선도 2차로이다. 하지만 사정은 다른 도로와 다를 바 없다. 만일의 사태 시 ‘판도라’처럼 처참한 장면이 재연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대피로 확보를 위한 선형개량은 필수적이다. 4차로 확·포장도 앞당겨야 한다.

울진과 인근 주민 6만여 명의 생명과 재산 보호는 당국의 책무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로 확보에 전 행정력이 집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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