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피해자 트라우마 국가가 관리해야

발행일 2017-11-19 20:57:4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역대급 11.15 강진이 뒤흔든 포항 현지 상황이 상상이상 처참하다. 피해지역 곳곳마다 마치 전쟁터에서 폭격이라도 맞은듯하다. 기둥이 무너지고 벽체가 갈라진 건물들은 강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역력하게 보여준다. 19일 현재 피해상황은 주민 5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건물 1천300여 채의 파손이 확인됐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 인원과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부 피해 주택은 당국에 의해 복구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아파트와 빌라 등은 재건축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입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급하게 옷가지만 챙겨나온 이재민 1천500여 명이 걱정을 자아낸다.

대부분 흥해체육관 등 임시거처 27개소에 분산 대피해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더 큰 여진 공포에 한결같이 불안한 모습들이다.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한시바삐 마련돼야 한다. 심리적 안정을 위한 대책이 있다면 무엇이든 우선 결정돼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가 걱정이다. 벌써 수일째 밤잠을 설치는 이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불안을 못 견뎌 타지에 있는 먼 친, 인척 집으로 떠나는 이들도 보인다. 평생 겪지 못했던 강력한 지진을 겪다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실제 일어난 지진보다 마음속 충격으로 갈라진 금이 더 큰 탓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진을 겪은 이들은 대형트럭만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란다. 더 심각한 증상은 방안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진동도 마치 큰 지진처럼 느낀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조차 지장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평소 땅이 흔들리는듯한 감각이상도 자주 겪는다. 제대로 잠을 못 자 피로감을 느끼기 일쑤라고 한다. 지금 포항 강진 피해 이재민 중에 이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서는 심리상담 등 지진 트라우마 치료는 필수적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완벽한 트라우마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고베 지진 이후 지진 피해가 참전군인의 전쟁 트라우마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덕분에 대지진이 휩쓴 일본 동북부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지에는 심리치료센터가 14개소나 설치됐다고 한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지진 불안치료 전문클리닉이 개설돼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지진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포항 강진의 직, 간접 피해자들에도 이러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지진 재해는 초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까지 세심하게 보살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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