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그늘

발행일 2017-09-25 19:56: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영세자영업 2년 내 절반 폐업지역 대출 증가 폭 전국 최고인건비 부담 지원 등 대책 절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돌아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도 있지만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에겐 이번 추석만큼은 이 속담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자영업자들의 위기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새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를 기점으로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는 정도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하는 자영업의 위기는 ‘공급과잉’이란 근본적 원인으로 촉발된 경쟁심화와 이에 따른 소득감소 및 부채규모 증가에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삼중고’를 맞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구ㆍ경북지역 70만 명을 비롯해 전국 580만 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및 동북지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대구와 경북지역 자영업자 수는 각각 29만2천 명과 40만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천 명, 1만1천 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생존율은 저조하다. 대구지역의 종업원 수 5명 이하 자영업 생존율은 1년차 60.5%, 2년차 48.3%만이 살아남아 2년 내 절반 넘게 폐업을 했다. 이는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2015년 기준 연간 5천만 원도 못 벌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전체 가계 빚 1천400조 원의 절반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대출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올 들어 연체율이 가팔라지면서 영세자영업자의 한계가구 진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역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22.5%로 전국 평균 9.8%, 광역시 평균 12.2%를 압도하며 2배 이상 불어난 31조3천억 원으로 전국에서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또 자영업자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증가율도 20.7%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2금융권 의존성향도 17.9%로 높다.

대구은행의 경우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이 2015년 말 0.16%에서 작년 말 0.24%로 0.08% 포인트나 증가하며 12개 시중ㆍ지방은행 중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대출수요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자들로 지역경제 상황이나 금리상승 등의 금융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높은 2금융권은 자영업자 대출비중이 높아 금리상승 시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통계를 보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14.60%로 예금은행 연 3.47%의 4.2배 수준이다. 신용협동조합(4.68%), 상호금융(3.97%), 새마을금고(3.94%)의 일반대출 금리도 은행보다 높았다.

과도한 빚 부담에 사업소득 감소, 올해 대비 16.4%나 급등한 7천53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은 자영업자의 전직 또는 폐업을 부추기는 최대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된 이후 급박하게 지원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금 지원을 비롯해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 가맹점 확대, 소상공인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보증금ㆍ임대료 인상률 상한선(기존 9%) 더 낮추기, 상가 임대차 법의 보호를 받는 상가 확대 등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다.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장이 크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부처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많아 앞으로 지원 대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장 어느 정부부처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발표 내용에 담겨 있지도 않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필요하지만 취약한 경제주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치밀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김종엽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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