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발행일 2017-10-30 20:51:3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황태진북부본부장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함이 느껴진다. 꽉 들어찼던 들녘도 어느 듯 텅 비어가고 바쁜 일손도 잠시나마 휴식기로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순식간이란 말을 실감케 하듯 일상도 그렇거니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것이 한 치 앞도 모르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단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각료들의 인선이 마무리되고 국가 기조 또한 가닥을 잡은 듯싶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부가 최근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를 수용했다. 그러면서 향후 계획된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모두 백지화하고 오는 2038년까지 원전 수를 현재의 24개에서 14개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 대신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고 다음 정부가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탈원전ㆍ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못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울진의 신한울원전 3ㆍ4호기와 영덕의 천지원전 건설이 백지화됐다.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1호기도 폐로의 길을 걷게 됐다.

월성1호기는 지난 2015년 30년 수명을 다해 10년 수명 연장이 허가돼 가동 중이지만 시민단체 등이 수명연장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어 계속 가동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오는 2029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0기의 운명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울진 한울 1·2호기를 비롯해 경주 월성 2~4호기, 고리 2~4호기 등이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 수명연장 불허방안을 못 박기로 해 동해안에 가동 중인 11기의 노후 원전이 수명 연장 없이 차례대로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정부와 해당 지역 간 논란이 예상된다.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실행단계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태양광의 경우 소규모 발전설비 관련 보조금 지원, 풍력은 계획입지제도 등의 지원 정책을 검토 중이다. 세부적인 지원계획이 포함된 신재생 이행계획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아직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 영양군과 청송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으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영양군은 정부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일찍부터 시작해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육상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돼 있고, 아직도 진행형으로 추진 중이다. 또 다수의 태양광 사업 또한 추진되고 있어 영양군은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그 명성을 드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읍 양구리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3.45MW급 22기)의 경우 사업 자체를 둘러싼 주민갈등이 심각하다. 환경훼손과 산사태 발생 우려, 소음, 전자파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내세우며 풍력반대대책위가 사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와 건설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영양군은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정책에 부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풍력관광자원화 육성 전략을 마련해 낙후된 지역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부적인 지원계획과 제도적인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 지역갈등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 잘 살기보다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우선하고, 바라는 희망 속에 출발한 새 정부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통과 화합을 뒤로한 채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방침이 순항을 하기 위해선 소통과 대화로 협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처럼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내 2002년 월드컵에서 외치던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연호하기를 희망한다. 탈원전 시대를 맞아 국민이 하나 되고, 국가의 대계가 바로 세워져 나라다운 나라, 하나 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황태진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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