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아름다운 정원을 꿈꾸며

발행일 2017-01-12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당리당략과 사리사욕 때문에꽃을 심을 꽃밭 자체를황폐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너희들은 사랑스럽지만 공허해. 너희를 위해 죽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물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내 장미가 너희들과 똑같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장미는 너희들 모두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중요해. 내가 물을 주었으니까. 내가 유리 덮개를 씌워줬으니까. 내가 바람을 막아줬으니까. 불평을 할 때도 자랑을 늘어놓을 때도 심지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귀를 기울여 주었던 장미니까. 바로 내 장미거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장미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장미가 수많은 다른 장미보다 중요하고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유는 그 꽃을 자신이 선택했고, 그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선택하고 길들인 것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버트 차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한 번 선택한 것은 버리기가 아깝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이란 한 번 선택하면 끝까지 옳다고 합리화하려는 사람의 본능을 이용한 법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선택하고 나면 그것이 옳지 않다 해도 그것에 맞추어 자신을 합리화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빠져들게 된다. 특정 연예인에 빠진 청소년들은 그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잘못이 밝혀져도 계속해서 좋아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종말론을 신봉하던 사람들은 그 종교가 정한 종말일이 지나 종말이 오지 않아도 더욱 그 종교를 옹호한다. 스스로의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일관성의 법칙’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탄핵 정국을 두고 벌이는 두 촛불집회에서도 ‘일관성의 법칙’은 쉽게 확인된다. 특히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 정경유착, 권력의 직권남용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력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일관성의 법칙’에 광적으로 충실하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하는 문자 테러 등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맹목적으로 남을 비난하고 욕하며, 문자 메시지와 말로 행하는 테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세를 불리고 사람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도 그런 것에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문화,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어느 한 쪽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에게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변증법적 토론, 실체적 진실, 타협과 협상 같은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부정적인 것들만 들추어내어 불만과 불안을 생산한다. 우리 주변에는 비관과 불안의 메시지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다. 그들은 도약과 발전을 위한 분위기 쇄신에는 소극적이다. 팩트와 진실이 외면당하고 불안과 불만이 제대로 관리되고 통제되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나 꿈, 이상 같은 말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나 사회 변혁을 꿈꾸는 사람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있는 한반도는 구한말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미일중러는 전에 없이 강경한 자세로 우리를 깔보며 위협하고, 경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터널 속을 헤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대권과 정파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에 뒤따르는 절망감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갈등과 분열은 모든 생산적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장미 한 송이만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지 못한다. 내가 선택한 장미와 남이 선택한 장미, 그리고 다른 종류의 꽃들이 ‘따로 또 같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어우러질 때 정원은 정원다워진다. 여야 정치인들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 때문에 꽃을 심을 꽃밭 자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 겨울이 너무 황량하다. 그러기에 찬란한 봄날의 아름다운 정원을 더욱 간절히 소망해 보는 것이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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