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는 물이다

발행일 2017-06-19 20:07:2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재조사과거사의 단죄보다 미래를 보자전향적이고 진취적인 자세가 우선”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이집트와 같은 수준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집트에는 지붕이 제대로 마무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철근이 지붕 위로 삐죽삐죽 제멋대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방수나 지붕 마무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생경한 풍경이다. 장래 돈을 모아 층수를 더 올릴 요량이리라. 도로 공사도 엄청 수월하다. 구배나 배수로 자체도 필요 없기 때문에 도로를 내는 일은 정말 일도 아니다. 이집트는 연 강수량 100mm 이상 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거의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집트가 농작물을 재배하고 고대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일강 덕택이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강물을 활용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였다. 말하자면 치수를 잘함으로써 부족한 강수량을 보충한 것이다. 나일강을 따라 관개수로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건설하고 유속을 최대한 떨어뜨려 강물 이용도를 극대화하였고, 주기적인 범람으로 인한 퇴적물마저 농작물 재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홍수와 가뭄이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치수에 젬병이었다. 물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데 소홀히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치수는 박정희를 기다려야 했다. 박정희는 주요 강마다 다목적댐을 대대적으로 건설함으로써 고질적으로 계속되었던 홍수와 가뭄을 괄목상대할 정도로 개선하였다. 치수사업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할 만하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박정희의 치수사업은 이명박에 의해 승계되었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이다. 이는 130여 조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단 5년 만에 완공되었다. 비록 공사과정에 지엽적인 비리나 부실이 없을 수 없겠지만 총체적으로는 홍수와 가뭄을 획기적으로 예방한 역사적인 치수사업이라 평가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그동안 큰 자연재해가 없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근 10년이 지난 것이다. 이것을 다시 조사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사의 단죄보다 미래를 향한 전향적이고 진취적인 자세가 우선이다. 4대강 사업도 영구적이지 않다. 지속적인 보완이 필연적이다. 세월이 흐르면 강바닥에 퇴적물이 다시 쌓이기 때문에 준설을 주기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댐이나 보도 강물에 깎이고 훼손되기 때문에 끊임없는 보수와 수선이 당연히 필요하다. 보수와 수선이 필요 없는 건물이나 구조물은 존재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에 보수비가 많이 든다는 불평이 반대를 위한 넋두리로 들리는 이유다.

최근 녹조 때문에 4대강 보의 물을 방류하였다. 녹조는 치수사업과 다른 차원에서 풀어야 할 별개의 과제다. 4대강 사업을 재조사하고 보를 제거하기보다 녹조를 예방하거나 활용 또는 제거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축산폐수에서 인과 질소를 처리한 후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가둬놓은 물을 녹조를 없앤다는 이유로 섣불리 흘려보낸 일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4대강 물을 끌어 쓸 수 있는 관개수로를 조속히 보강하여도 시원찮을 판에 소중한 물을 일제히 방류한 것은 그야말로 죄악이다. 강물은 그 자체 수자원이 되기도 하지만 호수나 늪 또는 토양에 물을 잡아두는 일종의 제방이기도 하다. 육지의 물은 흘러서 강으로 가고 강물은 흘러서 바다로 간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강물이 높으면 강물의 저항 내지 수압에 부딪혀서 육지의 물은 호수나 늪 또는 토양 속에 갇히게 된다. 강물을 흘려보내 강 수위가 낮아지면 주변으로 밀어내는 수압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대지가 보담은 물이 상당 부분 강으로 짜여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특별한 관개수로가 없더라도 강물이 많으면 삼투압과 유사한 현상으로 어느 정도 범위까지는 토양을 매개로 수분을 밀어 보낼 수 있다. 물길은 물로 가둬야 한다. 이에는 이, 물에는 물이다. 4대강 보의 물을 흘려보낸 것은 안 그래도 목말라 있는 토양을 행주 짜듯이 물기를 짜낸 것과 진 배 없다.오철환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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