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정공법이 그래도 낫다

발행일 2017-06-26 20:11:2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소득격차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경제위기 다급해도 기본을 다지고우물서 숭늉 찾는 조급함 극복해야”



최근 소득주도성장이 경제계의 화두다.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고 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으로 포스트케인지안의 임금주도성장이 그 뿌리다.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군인봉급 인상, 기초노령연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 명절기간 고속도로 무료화, 무선전화 요금 인하 등 현 정부가 새로이 내놓은 정책들이 소득증대 특히 저소득층 실질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보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기조라 해도 대과는 없을 것이다. 성장률을 밑도는 임금상승률이 내수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림으로써 소득증가, 소비진작, 성장률 제고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와 일본의 아베도 동일한 맥락에서 양적완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내수진작책을 써서 단기적으로 재미를 봤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보완적인 정책으로 실시한다면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 순기능이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가의 기본정책으로 올인한다면 많은 한계점을 노출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의 경제구조와 인구 5천만의 작은 내수규모를 갖고 있어 내수 진작만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어렵다. 수출비중이 7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소득증가로 인한 소비진작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고 하나의 독립경제 단위를 구성하기엔 내수규모가 너무 작다. 임금은 가계소득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비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글로벌 개방경제 하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수출기업과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무려 1,360여 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소득이 증가한다고 바로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힘들다. 노동생산성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와 달리 정부주도의 인위적 소득증가는 소비성향이 1보다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증가, 소비진작, 성장률 향상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소득증가에 의한 성장견인 효율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가상승률 2%,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대략 소득을 10% 정도 올려야 한다고 한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자칫하면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경제정책을 거시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불완전하다. 나라마다 독특한 경제구조를 갖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에 대한 디테일한 미시적 접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정책이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에서 실패할 수 있다. 어떤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투입산출 시스템으로 가정한다면 투입이 같다고 모든 국가에서 산출이 다 같을 수 없다. 각 나라의 인력, 기술수준, 부존자원 그리고 토지자원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산함수의 효율성도 당연히 다른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생산함수의 효율성이 높고 내수도 큰 나라와 경제구조가 취약한 작은 나라를 같은 생산함수를 가정하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부터 착실히 다져가야 한다. 부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산업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미래산업 발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워야 한다. 문화ㆍ예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육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ㆍ예술은 의심할 바 없는 미래의 블루오션이다. 효율적인 생산함수를 만든 연후에 거시정책이다.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는 성장의 결과로 창출되는 자연적 현상이고 소득증가는 노동생산성 향상에 따르는 과실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필요에 의한 것이라야 지속 가능하다.

소득격차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급할수록 기본을 다지고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다급하더라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조급함을 극복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연동하여 섬세하고 복잡하다. 부드럽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만으로 경제를 잘 끌고 갈 수 없다. 검증된 정공법이 그래도 믿을 수 있다. 실험에 들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소중하다.오철환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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