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여 영원하라

발행일 2017-08-14 19:54:3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익 사회환원 하는 기업의 애칭경제와 정치 사이 균형감 중요착한기업이 천년기업 되길 희망”



요즘 ‘갓뚜기’가 대세다. ‘갓뚜기’는 신을 뜻하는 갓(God)와 식품회사 ‘오뚜기’의 합성어다. ‘오뚜기’는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장학재단 설립 등 선행을 많이 하였고, 회사 종업원들을 대부분 정규직화하였으며, 상속세 1,500여억 원을 성실히 납부하였다. 이러한 선행이 SNS를 통해 속속 알려지자 ‘오뚜기’의 이미지가 급속히 좋아져서 마침내 ‘갓뚜기’란 애칭을 얻게 되었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설이 이제 이 땅에서도 먹혀드는 것 같다.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오뚜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다만 너무 착해서 힘 쓰이고 마음 놓이지 않긴 하다.

기업은 비영리법인이나 공공기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사람이 밥을 먹고 살듯이 기업은 이익을 먹고산다. 이익을 못 내면 기업은 죽는다. 기업이 죽으면 종업원은 직장을 잃고 국가는 세금을 못 받는다.

기업이 살아서 세상에 공헌하는 방법은 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하여 소비자에게 계속 사랑받는 것이다. 알뜰한 경영관리는 기본 전제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고객을 만족시키고, 세금을 내며, 배당과 급여를 지급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다. 기업이 ‘착하다’는 것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적정이익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망하지 않고 영원히 존속한다는 뜻이다. ‘갓뚜기’란 애칭이 걱정스러운 것은 ‘오뚜기’가 ‘인간적으로’ 착하기 때문이다.

사회 환원을 많이 하는 기업이 적정이익을 내면서 계속 생존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일시적으로 칭찬받다가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곧 소멸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다. 호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이 험한 세상에 잘 적응하기 힘들다. 만사 절제하고 분수를 지키며 조신하게 살아가는 것이 오랫동안 잘 살아가는 비법이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오뚜기’의 착한 경영이 오래도록 지속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냉철한 기업가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

기업이 돈을 벌려고 기를 쓰는 것은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는 그 과정에서 남을 해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규를 만들어 여러 가지 규제를 한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규제를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수많은 감독관이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각자의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누구나 규범이란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도 그 테두리 내에서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한편은 상속세나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합법적으로 절세하고자 묘안을 짜내고, 다른 한편은 현장을 관찰하다가 미꾸라지를 발견하면 그물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세제를 촘촘히 정비한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세금 체계나 세율이 나라마다 다른 점을 최대한 이용한다. 조세피난처로 본사를 옮기거나 국가별 이익 규모를 조정하는 편법을 쓴다. 여러 나라가 국제 협력을 통해 글로벌기업의 부당한 세금회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피하고자 하는 자와 막고자 하는 자의 좇고 쫓기는 정글 속에서 기업은 살아간다.

원론적으로 볼 때, 생존을 위해 시도하는 각종 절세 행위를 권장하고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생존은 기업의 지상과제다. 인간에게 착한 것이 기업에게 반드시 착한 것은 아니다. 절세가 생존에 필요하다면 불법이 아닌 편법은 얄밉긴 하지만 나쁜 것과 별개다. 세상 이치가 대개 비슷하다. 생존한 연후에 비로소 베풀 수 있다는 명제가 ‘갓뚜기’라고 예외일 수 없다. 칭찬에 너무 우쭐해서 돈벌이나 절세에 소홀해선 큰코다친다. 과도한 칭찬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

‘오뚜기’가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며 오랫동안 우리 곁에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넋두리를 조금 해보았다. ‘갓뚜기’란 칭찬에 정신 줄 놓지 말고, 더욱더 분발하여 ‘천 년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치는 멀리 하면 얼어 죽고 가까이하면 타죽는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 착한 기업 오뚜기, 파이팅!오철환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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