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베트남 사람

발행일 2018-03-19 20:35:3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베트남 강하고 잠재력 풍부한 나라 월남전 등 한국에 유린 당한 역사 있어 가난한 나라 편견 버리고 존중해야”



최근 동남아 여행지로 뜨고 있는 베트남 다낭에 갔다 왔다.

다낭은 도시 이름만 들어도 궁금했고, 어떤 곳인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1970년대에 남북 베트남이 한창 싸울 때 파병 용사로 참전했던 집안 형님 때문이다.

다낭은 형님에게 전쟁 무용담의 격전지였고, 경치가 끝내주는 도시였고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들이 사는 추억의 도시였다.

지금 다낭은 1970~80년대 우리나라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었다. 공사로 여기저기 파헤쳐진 도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건설 중인 호텔, 철거된 건물, 관광객에게 모여드는 잡상인 등이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다낭을 보니 그들의 저력이 무서워졌다.

베트남은 무척 강건하고 끈질긴 나라다.

유라시아 대륙 거의 모든 나라가 몽골의 침략에 무릎을 꿇을 때 베트남은 몽골의 침략을 물리쳤다. 중국과 프랑스의 침략에도 맞서 이겼다.

남북으로 갈려졌던 베트남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과 싸워 이겨 1975년에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으로 통합하였다.

베트남은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다.

1억 인구를 가졌다. 면적은 33만㎢로 우리나라의 3배다. 원유 매장량도 많고 천연가스, 석탄 등은 1억 명의 베트남 인구가 300년 동안 써도 될 정도로 묻혀 있다. 그 외도 쌀, 고무, 설탕, 커피 생산량은 모두 세계 2∼3위권이다.

관광버스 안에서 여행가이드가 섬뜩한 이야기를 했다. 이곳 다낭에 한국군 ‘증오비’가 세 곳에 있다는 것. 증오비에는 한국군이 베트남군을 죽이는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놓았다고 했다.

베트남에는 라이따이한이 1만 명 이상 살고 있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에 파견되었던 우리나라 군인과 베트남인 사이에 태어난 2세를 말한다. ‘라이’에는 혼혈 잡종이라는 경멸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라이따이한은 적군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이유로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고 있으며 취업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경제활동도 어려웠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어느 날 한국군이 와서 우리를 구덩이에 몰아넣어 쏴죽이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아가야”라는 자장가까지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국제경기에서든 일본에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경기에서 졌을 때는 온 나라가 흥분하며 선수와 감독을 질타한다. 왜일까?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침략과 피지배, 유린과 굴욕의 역사가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인들도 우리가 일본에 가진 감정들을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버스 창밖에 비가 내린다. 물방울이 나뭇잎 사이에 쌓여 공기를 뿌옇게 만든다. 내 마음도 비에 젖는다. 나뭇잎 위에 내리는 빗방울이 굵어진다. 밖이 캄캄해졌다.

우리는 조상을 잘 둔 덕에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잘살고 있다. 잘살게 된 후유증으로 농촌에 신붓감이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신붓감을 데리고 온다. 어쩌면 ‘사온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극히 일부이지만 외국인 신부들에 대한 편견과 멸시, 인권유린적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는 베트남 여인들도 포함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최강의 나라들과 싸워 이긴 나라, 우리보다 2배의 인구와 3배의 국토를 가진 나라, 풍부한 석유와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가 베트남인 것을 잊은 까닭이다.

화장실을 찾았다. ‘WOMEN’ 표시만 있다. 남자 표시가 없다. 헤매는 데 옆에서 페인트 일을 하던 베트남 인부가 옆문을 가리켰다. 남자용이었다. 인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는 웃으며 나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인부 뒤로 베트남인들이 함빡 웃고 있는 홍보 화보가 보였다. 그 평화로운 웃음이 영원하길 바랐다.신동환객원논설위원전 경산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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