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위기 극복 대책 있나

발행일 2018-03-21 19:50:0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학령인구 감소 지역 대학 소멸 위기 진학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져생존 위한 특화 프로그램 마련해야”



최근 나온 국가 교육통계에 따르면 현재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수가 고2는 52만2374명, 고1은 45만9935명이다. 올해 기준 대학정원은 55만5041명이다. 대학이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대학의 모집정원이 고교졸업자보다 많아진다. 현 고1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학년도에는 대학 모집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무려 9만여 명 더 적다. 대학정원에 비해 학생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경북이다. 현 고1이 진학할 2021학년도에 경북의 고교졸업생은 2만2274명인 데 비해, 대학 모집정원은 4만1806명이다. 졸업생보다 모집정원이 거의 2배 더 많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대학진학률은 70% 이하로 떨어졌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에게 대학은 가장 확실한 계층이동 통로였다. 이 세대들에겐 ‘시골에서 논 팔고 소 팔아 공부’시켜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고도성장 시기에는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이 취직을 했고, 성실하게 살면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었다. 이들은 자녀의 대학진학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대학 나와서 밥 굶겠나. 시집, 장가보내려면 대학은 나와야지”로 그들의 생각은 요약된다. 그다음 세대들도 관행과 관성에 의해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IMF구제금융을 겪고, 연이어 계속된 불황과 저성장은 부모와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했다.

“대학은 이제 가장 무서운 가정파괴범”이란 말이 나온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온 가족이 골병들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안 되니 이보다 더 잔인한 가정파괴범이 없다는 말이다. 과거의 부모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에서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성실하게 일하면 정년이 보장되고 무조건 부모보다는 잘살게 된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오늘의 부모는 자녀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렵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너희가 우리만큼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네 밥벌이 너 스스로 할 수 있고,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네 가족 스스로 부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가 오늘의 부모 심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하게 된 대학들 대부분은 고교졸업생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제 학생, 부모 모두가 대학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로 생각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학진학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대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미래 사회에서는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면서 20%의 인간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을 쓴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류는 미래의 어느 시기부터 하루 3시간씩 주 5일만 일하며,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받고, 국경이 없는 세계에서 살 수 있다. 이것은 유토피아로 여겨지나, 역사상 어느 때보다 실현이 가능해진 계획이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지, 디스토피아를 가져다 줄지는 아직 확정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4차 산업혁명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의 모든 교육방식은 1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의 방식과 똑같다. 이제 더욱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 공대 마인처 교수는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라지는 직업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위기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 지역 대학들도 생존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학이 사라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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