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사진(증명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 사진은 지면과 온라인신문에 게시됩니다. [2017.02.06]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 [2018.07.19]

무심코 / 복효근

서먹하니 마주한 식탁 명이나물 한 잎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끝이 붙어 있어 또 한 잎이 따라온다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떼어준다 저도 무심코 그리했겠지 싸운 것도 잊고/ 나도 무심코 훈훈해져서 밥 먹고 영화나 한 편 볼까 말할 뻔했다 -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2017) .................................................................................. [2018.07.18]

개가 사라졌다 / 박구경

길거리에 개가 없다/ 폭풍우도 없이 초가는 사라졌고/ 어느 날부터인가/ 먼지 이는 길도/ 아버지의 삼거리 다방도 사라졌다/ 닭 울음도 사라졌다/ 먼데서 가까운데서 짖어대는 개들도 없다/ 전봇대에 다리 든 개들도 볼 수가 없고/ 처녀들 피해 가던 흘레도 이젠 없다/ 이, 처녀란 말도 사라지는구나!/ 거리에 개가 사라진 건/ 애완의 시절이 도래해서인가?/ 세련된 패션만이 남는다는 것인가?/ 세상이 버름하고 길거리가 이상하다/ 개새끼! 하고 독구를 ... [2018.07.17]

차이를 말하다 / 천양희

그날 당신은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지요 당신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고도 말했었지요 그 말 듣는 날이 얼마였는데 어떤 일이든 절대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다니요 정도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또 몇 번이나 자기를 낮추는 것과 낮게 사는 것은 다른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중략) 내 의견에 한 의견을 슬쩍 올려놓고 보아요 그래도 다른 것은 다른 것이고 내 생각 깊은 자리 한 생각... [2018.07.16]

나와 다른 나라에서 / 박용하

다르다와 틀리다는/ 틀리지 않고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이/ 흑인과 황인과 백인이 다르듯이/ (중략)/ 다르다면 뭐가 어떻게 다른가/ 구별과 차별이 다르고/ 차별을 구별하는 차이가 다르듯이/ 엄마와 아빠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갑과 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중략)/ 그럼에도 다른 것을 왜 자꾸 틀리다 말하는 걸까/ 뭔가 도사리고 있다/ 뭔가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다/ 나는 은연중 너는 나와 다른 게 아니고/ 너는 틀렸다 말하고 싶었던 게... [2018.07.15]

미안하다 미안하다 김완

시리아 난민 세 살 박이 아일란 쿠르디에게/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령들에게/ 지구상에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거리의 맨바닥에 누운 사람들/ 그 사이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발에게 미안하다/ 오스트리아의 냉동차 안에서 집단으로 숨진/ 난민들의 주검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리 숙여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인데/ 그들의 희망은 살아남는 것 살아서 버티는 것/ 실낱같은 기다릴... [2018.07.12]

마네킹 / 황영숙

저 여자의 몸은 왜 저렇게 날씬할까// 사는 게 심심해진 여자 하나가/ 마음대로 놀아난 자기의 몸집을 내려다보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사지를 발겨버릴까, 팔을 잘라버릴까,/ 모가지를 뺄까// 그래도 말없이 웃고 있는 여자// 불같은 질투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상처입은 짐승처럼 주위를 맴도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우아하게 차려입은 원피스를 벗기고/ 사지를 틀고, 팔을 비틀고/ 거만하게 눈부시던 그녀의 목을/ 사정없이 뽑아서 치워 버린다/ 이... [2018.07.11]

600원짜리 화폐는 없다 / 채천수

- 깻잎 한 단에 600원!/ - 고마 500원 하소! - 그카지 말고 고마 1,000원에 2개 가가뿌이소!// - 이렇게 팔마 안 되잖나./ - 마수해 줘 고맙구마.// 깻잎과 1,000원을 교환한 것만 아니다 지폐 한 장 안에도 산 사람과 판 사람의 흥정을 셈하는 방식이 꼬깃꼬깃 접혀 있다. - 시조집 『통점』 (학이사, 2014) ......................................................... [2018.07.10]

친절한 각도 / 마경덕

식당 앞, 저 마네킹/ 다소곳이 배꼽에 두 손을 모으고 정중하게 손님을 모신다/ 365일 환한 표정을 앞세운 식당은/ 더 많은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고 종일 허리를 굽힌다// (중략)/ 빈 허공에게도 친절한 감정노동자/ 사람이 있든 없든,/ 누가 보든 말든/ 제 일에만 열중하는 여자의 다리는/ 종일 서 있어도 부어오르지 않는다// (중략)/ 지나가는 개에게도 고개 숙이고/ 취객이 껴안아도 뿌리치지 않는 그녀/ 감정은 늘 고정이다/ 깔끔한 정장에... [2018.07.09]

서서 오줌 누고 싶다 / 이규리

여섯 살 때 내 남자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셈여림이 있고 박자가 있고 늘임표까지 있던,/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 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나의/ 서서 오줌 누기는/ 목내의를 다섯 번 적시고 난 뒤/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 누기는 몸에 ... [201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