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2017.02.06]

성주는 대한민국의 살이다 / 이창윤

/ 겨레는 핏줄이다/ 맥박은 정신이다/ 살과 핏줄과 맥박이 모여 몸을 이루듯/ 성주군과 대한민국은 운명공동체다// 대구 달서구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고장 성주/ 나는 이 나라가 아닌 외부에/ 단 한 번도 발길 찍어본 적 없는/ 1년 365일 이 땅에 발붙이고 오롯이 살아온 붙박이다/ 이 땅에 외부세력이 있다면/ 사드배치로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그들의 군사적 이익에 입을 맞추는/ 불의한 국가권력이 외부의 무리다// 성주군은 홀로 ... [2017.02.22]

기춘 아지매 / 권순진

성주군 선남면 오도리 기춘 아지매의 삶은 촛불 이전과 이후로 확실히 갈라졌다. 사드란 괴물이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기 전에는 심산 김창숙이란 인물이 이 고장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고 알 턱이 없다. 자기랑 나이는 비슷한데 얼굴은 엄청 더 예쁜 탤런트 김창숙은 안다. 이 나라에 ‘껍데기는 가라’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외치다 간 신동엽 시인도 처음 들었다. 같은 이름의 개그맨은 가끔 보아서 안다. 김소월... [2017.02.21]

미꾸라지 숙회 / 김언희

희망, 희망 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미꾸라지 숙회라는 음식을 잡숴보셨는지요/ 산청 생초 명물이죠/ 기름 둘러 달군 백철솥 속에/ 펄펄 뛰는 미꾸라지들을 집어넣고/ 솥뚜껑을 들썩이며 몸부림치고 있는 미꾸라지들 한가운데에/ 생두부 서너 모를 넣어주지요/ 그래 놓으면/ 서늘한 두부살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 미꾸라지들이/ 두부 속에 촘촘히 박힌 채/ 익어 나오죠/ 그걸 본때 있게 썰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인데요/ 말씀하시는 게, 그/... [2017.02.20]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로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 [2017.02.16]

참스승 / 목필균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시집『꽃의 결별』(오감도, 2003) ..............................................................................................................30년 전 K항공사에 근무할 때 뉴욕으로 짧은 출장을 간 ... [2017.02.15]

그 비린내 / 이규리

먹다 만 고등어 다시 데울 때/ 지독하게 비린내가 난다/ 두 번의 화형을 불만하는 고등어의 언어다/ 이렇듯 한 번 다녀갈 땐 몰랐던 속내를/ 반복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간 생선 먹는 일같이/ 마음 떠난 사람과의 입맞춤이 그렇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 없지 않지만/ 커피잔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립스틱 자국처럼/ 낯선 틈이 하나 끼어든다// 아깝다고 먹었던 건 결국 비린내였나/ 등푸른 환상이었나/ 재워줄 뜻이 없으면/ 어디서 자느냐고 묻... [2017.02.14]

못 위의 잠 / 나희덕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나는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 [2017.02.13]

겨울 강 / 이인숙

겨울 강은 흐르지 않는다/ 새끼오리의 자맥질 파문으로 생존을 알리고/ 모감주나무 밑 발자국 소리로 하루를 더하며/ 다리 밑 얼음 강이 닿아있는 검은 울음으로/ 지는 해를 배웅할 뿐/ 얼음 위 돌멩이가 녹으면서/ 검은 울음이 노래로 몸 바꾼다는 것을/ 강둑을 거슬러 돌아올 때서야 알았다/ 버들가지는 초록을 물고/ 가지 끝이 길어지고 환해질 때까지/ 까치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반갑고/ 강가 녹지 않은 눈 한 자락에/ 가슴속 푸른 그리움의 집 짓고서/... [2017.02.10]

용산성당 / 조용미

사제 김재문 미카엘의 묘/ 1954 충남 서천 출생/ 1979 사제 서품/ 1980 善終// 천주교 용산교회 사제 묘역/ 첫째 줄 오른편 맨 구석 자리에 있는 묘비석/ 단 세 줄로 요약되는/ 한 사람의 生이 드문드문/ 네모난 봉분 위에 제비꽃을 피우고 있다// 돌에 새겨진 짧은 연대기로/ 그를 알 수는 없지만/ 스물다섯에 사제복을 입고 다음해에/ 죽음을 맞이한 그의 젊음이/ 내게 이 묘역을 산책길의 맨 처음으로 만들었다// 창으로 내려다보면 커... [2017.02.09]

소요유(逍遙遊) / 신경림

전파상 옆에는 국숫집이 있고 통닭집이 있고/ 옷가게를 지나면 약방이 나오고 청과물상이 나온다/ 내가 십 년을 넘게 오간 장골목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이다, 매일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나니/ 십 년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이제야 보고/ 한 달 전에 안 보이던 것이 오늘에사 보인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달려가서, 더러는/ 옛날 떠돌던 시골 소읍과 장거리를 서성이기도 한다/ 밝은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흐려진 눈으로 새롭게 찾아내고/...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