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사진(증명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 사진은 지면과 온라인신문에 게시됩니다. [2017.02.06]

죽을 때까지 / 김영승

나는 이미/ 倒立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발길로 툭툭 치면/ 옆으로도 그러고 있다// 아직/ 추워서 그런 것이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 기다리겠다 공부하겠다/ 하지 말고/ 그것도 좋지만/ 죽을 때까지는 일단 죽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밖에 생각은 다/ 雜念인데// 생각은/ 잘 때나 하는 것/ 무슨 심사숙고며/ 天思 만려인가// 생각은 잘 때나/ 죽을 때/ 잠깐 하면 된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나// 다들 뭔가를/ 窮理... [2018.01.16]

자갈치 시장 / 이혜화

자갈치 시장은 진창에서 노는 질퍽한 삶을 먹고요/ 꼼지락 꼼장어를 먹고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삶이 꿈틀대는 우럭의 몸통을 먹고요/ 몸 보시로 머리통만 남아도 눈웃음치는 돼지머리를 먹고요// 고래고기 질긴 심줄도 먹고요/ 안락동 아지매 청춘을 먹고요/ 하늘가는 길을 안내하며 살겠다고 기어서 기어서/ 노래를 밀고 다니는 저 살겠다고를 먹고요/ 먹어도 배고픈 탁한 바닷물/ 자갈치는 횟집의 육자배기를 먹고요// 지저분해서 너무 아름다운 자갈치는 부... [2018.01.15]

안부 /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 [2018.01.14]

날궂이/김혜수

아직도 노모는 나무라실 때/ 대체 뭐가 되려고 그 모양이니 그런다/ 아직 될 것이 남아 있다니 꿈같고 기뻐서/ 나 아직 할 것이 남아 있다니/ 눈물겹고 기뻐서// 내리는 비를 피하고 있는 처마 밑/ 누군가 날씨가 어째 호되게 꾸중 들은 날 같냐/ 하니까 누군가/ 엄마한테 흠씬 매 맞고 싶은 날이야 그런다/ 자신보다 더 젊은 엄마 사진을 꺼내며/ 꾸지람 속으로 - 시집 『이상한 야유회』(창비, 2010) ...................... [2018.01.11]

구두 / 송찬호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 [2018.01.10]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시집『웃음의 힘』(지혜, 2012) ............................................................................................................. 한해를 날고뛰었던 사람이나 태평하게 팔자걸음을 걸었거... [2018.01.09]

꽃이름 외우듯이 / 이해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이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 [2018.01.08]

김광석 벽화 거리에서 / 강미옥

골목골목 바람이 새어 나온다/ 죽지 않는 그가 벽화 속에서 환히 웃는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 젊은 이등병의 열차에서/ 눈물로 덜컹거린다// 술보다 더 깊이 취하게 하는 목소리/ 그 어떤 무게도 무릎을 꿇린다/ 세월만큼 표정도 미소도 녹아 내린다// 어떤 악기가 저 목소리를 흉내 낼까/ 어떤 악기가 저 슬픔을 길어 올릴까// 골목마다 숨어 있던 그가/ 벽화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비 오면 그 숨결 더욱 가깝고/ 바람 불면 그 발자국 귀에 감긴... [2018.01.07]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 …전기가 …나가도 …좋았다 …우리는 …//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 [2018.01.04]

긍정적인 밥 /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