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2017.02.06]

개싸움 / 권기호

투전꾼의 개싸움을 본 일이 있다/ 한 쪽이 비명 질러 꼬리 감으면/ 승부가 끝나는 내기였다/ 도사견은 도사견끼리 상대 시키지만/ 서로 다른 종들끼리 싸움 붙이기도 한다/ 급소 찾아 사력 다해 눈도 찢어지기도 하는데/ 절대로 상대의 생식 급소는 물지 않는다/ 고통 속 그것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건들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개들이 지닌 어떤 규범 같은 것을 보고/ 심한 혼란에 사로 잡혔다// 이건 개싸움이 아니다/ 개싸움은 개싸움다워... [2017.08.23]

반성 704 / 김영승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다/ 부엌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똥을 싸놓은 강아지들을 보면/ 낑낑낑 밍키를 보며 칭얼대는/ 네마리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나는 꼭 밍키의 남편 같다.- 시집 『반성』(민음사, 2007개정판).... [2017.08.22]

닭에 대한 예의 / 김필영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 닭대가리라고 놀리는 것을 보았다, 허나/ 닭도 필요한 만큼 이상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암탉은 알을 낳고 품어 병아리를 기르며/ 수탉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을 깨운다/ (중략)/ 만약 닭이 없다면/ 다양한 치킨요리는 식탁에서 즐길 수 없다/ 밀가루만으로는 맛좋은 빵이 진열될 수 없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백신은/ 계란흰자가 없이 어디서 추출할 것인가/ 닭털은 방한복이 되어 겨울을 따뜻하게 하고/ 뼈와 계분은 산야에... [2017.08.21]

이제 가면 / 김대중

잘있거라 내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몸은 비록 가지마는 마음은 두고 간다/ 이국땅 낯설어도 그대 위해 살리라// 이제가면 언제 올까 기약 없는 길이지만/ 반드시 돌아오리 새벽처럼 돌아오리/ 돌아와 종을 치리 자유종을 치리라// 잘있거라 내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믿음으로 굳게 뭉쳐 민주회복 이룩하자/ 사랑으로 굳게 뭉쳐 조국통일 이룩하자. - 1982년 12월 23일 미국행 출발을 앞두고 .................................. [2017.08.20]

에스컬레이터 / 최승호

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 부채가 큰 부자이거나/ 부채도 없이 가난한 사람이거나/ 천천히 혹은 빠르게 죽음에 인도되기까지/ 올라가고 또 내려오며/ 펼쳐지고 다시 접히는 계단들/ 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 모자를 쓰고 우산을 든/ 궁둥이가 큰 바지 입은 사람의 뒷모습을/ 밑에서 쳐다보거나/ 고개돌려 저 밑계단의 태아들을 굽어보거나/ 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 서두를게 하나도 없다 저승열차는/ 늦는 법이 없다, 막차... [2017.08.17]

감자의 몸 /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멩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2017.08.16]

좀팽이처럼 / 김광규

돈을 몇 푼 찾아가지고 은행을 나섰을 때 거리의 찬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았다/ 대출계 응접 코너에 앉아 있던 그 당당한 채무자의 모습/ 그의 땅을 밟지 않고는 신촌 일대를 지나갈 수 없었다/ (중략)/ 5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이 땅덩어리의 한 귀퉁이/ 1,000만 시민이 들끓고 있는 서울의 한 조각/ 금고 속에 넣을 수 없는 이 땅을 그 부동산업자가 소유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그가/ 양도하고 저당하고 매매하는 그 땅 위에서 나는 온종일 바... [2017.08.15]

갑질 / 임보

지배자는 (갑), 피지배자는 (을)/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위에서 군림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한다/ 한 항공회사의 여 부사장이 땅콩 때문에 기분이 상해/ 출발한 여객기를 회항시켜 세상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아, 너무 흥분하지 마시라/ 중역이 사원에게 부린 이런 갑질은 유도 아니다/ 제왕이나 총통이나 대통령 같은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뒤흔들며 갑질하는 꼴들을 보시라/ 기업인들 위에 군림하는 고급 관료들/ 군소업자들을 휘두르는 대기업... [2017.08.14]

전쟁광 보호구역 / 반칠환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전쟁놀음에 미쳐 진흙으로 대포를 만들고/ 도토리로 대포알을 만드는 전쟁광들이 사는 마을/ 줄줄이 새끼줄에 묶인 흙인형 포로들을/ 자동콩소총으로 쏘아 진흙밭에 빠트리면 무참히 녹아 사라지고/ 다시 그 흙으로 빚은 전투기들이/ 우타타타 해바라기씨 폭탄을 투하하고/ 민들레, 박주가리 낙하산 부대를 침투시키면 온 마을이/ 어쩔 수 없이 노랗게 꽃 피는 전쟁터/ (중략)/ 아서라, 맨발로 달려간 할미꽃... [2017.08.13]

은어 / 권달웅

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맑은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저 아득한 바다로 항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 가슴에 품었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 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 나 여기 떠나 저 투명한 낙동강으로 돌아간다면/ 원앙이 새끼쳐나가는 저 먼 ... [201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