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사진(증명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 사진은 지면과 온라인신문에 게시됩니다. [2017.02.06]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중략)/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 [2019.01.15]

동방의 등불 /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 .............................................................................................................. 타고르는 신에게 바치는 송가인 ‘기탄잘리’ 등이 세계로 알려져 1913년 동양... [2019.01.14]

러브 어페어 / 진은영

그런 남자랑 사귀고 싶다/ 아메리카 국경을 넘다/ 사막에 쓰러진 흰 셔츠 멕시코 청년/ 너와 결혼하고 싶다/ 바그다드로 가서/ 푸른 장미/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폭탄처럼 크게 들리는 고요한 시간에/ 당신과 입맞춤하고 싶다/ 학살당한 손들이 치는/ 다정한 박수를 받으면서/ 크고 투명한 물방울 속에/ 우리는 함께 누워/ 물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은빛 물고기에게,/ 학살자의 나라에서도/ 시가 씌어지는 아름답고도 이상한 이유를. - 시집『우리... [2019.01.13]

너무 아픈 사랑 /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중략)/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2019.01.10]

나으리 / 권순진

직원들 한 귀퉁이에 모여 무언가 숙의 중이었다 그날 오후 동료직원의 모친 회갑연 참석을 앞두고 부서 명의 축의 봉투를 쓰는데 ‘祝 壽宴’이라고 해야 할지 ‘祝 壽筵’으로 써야할지를 놓고 사무실 전 직원이 나서서 웅성웅성 설왕설래하는 모습이었다 잔치 ‘宴’이 맞는지 대자리 ‘筵’이 합당한지를 두꺼운 옥편까지 뒤져가며 벌이는 저 치밀하고도 치열한 장시간의 난상토론이라니 (중략) 문학행사 정산서류를 들고 시청을 방문했을 때다 증빙을 첨부한 금액에 ‘... [2019.01.09]

대답하지 못한 질문 / 유시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2002년 뜨거웠던 여름/ 마포경찰서 뒷골목/ 퇴락한 6층 건물 옥탑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노무현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야 거기 노무현이 없다한들 어떻겠습니까/ 솔직한 말이 아니었어/ 저렴한 훈계와 눈먼 오해를 견뎌야 했던/ 그 사람의 고달픔을 위... [2019.01.08]

만일 / 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은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 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중략)/ 네가 말한 진실이 왜... [2019.01.07]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시집『오래된 골목』(창작과비평사,1... [2019.01.06]

일상의 기적 / 윤세영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 [2019.01.03]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이성선 시선집 (시와시학사, 2005) ......... [201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