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안내

안녕하세요?지역민을 위한 반듯한 언론 대구일보에서는 독자여러분의 기고문을 받고 있습니다.이메일 opinion@idaegu.com로 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실때는 반드시 이름, 소속, 연락처를 기재바랍니다. [2017.02.06]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 안도현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중략)/ 아아, 부디 편히 가시라는 말, 지금은 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 [2017.05.22]

부를 수밖에 없는 노래 / 김왕노

노래를 하련다. 그늘 같은 노래는 오후의 이마를 식히고 이파리 같은 노래가 파닥여 갈채가 되는 노래를 하련다.(중략) 금남로에 다시 그 날이 오고 가버린 이름이 꽃잎으로 분분이 휘날린다. 이루지 못한 민주화의 꿈 이루지 못한 금남로의 꿈이 고립된 채 짓밟히고 총성이 다슬기처럼 귀에 박혀 처절하게 관에 누운 그날의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그 때가 그래도 잉걸불의 가슴이었고 가장 조국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노래하던 날이었으니 늦었지만 그 노래... [2017.05.21]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 [2017.05.18]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살던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2017.05.17]

패배메시지 / 박노해

나는 안다/ 이 패배는 뭔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걸/ 패배로 위축되거나 자포자기하길 바란 게 아니라는 걸/ 한쪽이 무너졌다고 반대쪽으로 외눈 이동하거나/ 나는 안 무너졌다고 그대로 머리 밀고 나가거나/ 여전히 부정과 비판만 일삼기를 바란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고/ 허리 숙여 바탕 뿌리부터 하나하나 보살펴/ 오늘은 다르게 시작하기를 촉구한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이 참혹한 패배가 무얼 말하는지/ 세계를 변화시... [2017.05.17]

선생님은 / 케빈 윌리엄 허프

선생님은/ 학생들 마음에 색깔을 칠하고 생각의 길잡이가 되고/ 학생들과 함께 성취하고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길을 밝혀 젊은이들을 인도하며/ 지식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일깨웁니다/ 당신이 가르치고 미소 지을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밝아집니다/ 시인, 철학자, 왕의 탄생은 선생님과/ 그가 가르치는 지혜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생일』(비채, 2006)................................................ [2017.05.15]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시집『오래된 골목』(창작과비평사, 199... [2017.05.14]

풀잎의 기도 / 도종환

기도를 못하는 날이 길어지자/ 풀잎들이 대신 기도를 하였다/ 나대신 고해를 하는 풀잎의 허리 위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던 바람은/ 낮은 음으로 성가를 불러주었고/ 바람의 성가를 따라 부르던/ 느티나무 성가대의 화음에/ 눈을 감고 가만히 동참하였을 뿐/ 주일에도 성당에 나가지 못했다/ 나는 세속의 길과/ 구도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원수와도 하루에 몇 번씩 악수하고/ 나란히 회의장에 앉아 있는 날이... [2017.05.11]

담요 한 장 속에 /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아버지.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네.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시선집『우리나라 대표동시 100선』(지경사, 2010).................. [2017.05.10]

우리들의 대통령 / 임보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비상등을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 (중략)/ 가난한 시인들의 시집도 즐겨 읽고, 가끔은 화랑에 나가 팔리지 않은 그림도 더러 사주는/ 발명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 좋은 상품으로 나라를 기름지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서는 육자배기 한 가락쯤 신명나게 뽑아내기도 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는 양처럼 부드럽고 불의의 정상배들에겐 범처럼 무서... [2017.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