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미안하다 김완

발행일 2018-07-12 19:56: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시리아 난민 세 살 박이 아일란 쿠르디에게/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령들에게/ 지구상에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거리의 맨바닥에 누운 사람들/ 그 사이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발에게 미안하다/ 오스트리아의 냉동차 안에서 집단으로 숨진/ 난민들의 주검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리 숙여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인데/ 그들의 희망은 살아남는 것 살아서 버티는 것/ 실낱같은 기다릴 희망이 생기는 것/ (중략)// 아기는 터키 해변에 엎드린 채 숨져 있다/ 전쟁과, 폭력과, 절망과, 극한의 슬픔을 안고/ 남겨진 자의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을 증거하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품고 고요히 누워 있다/ 세 살 난 난민 아기 아일란 쿠르디에게/ 이 엄청난 절망과 고통 앞에서/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 시집『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천년의시작, 2018)

‘시리아 난민 세 살 박이 아일란 쿠르디에게’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령들에게’ ‘지구상에 고통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세계적 ‘절망과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 미안하다’가 고작이었는데, 모처럼 태국으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후야 후야 후야!”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다국적 구조팀과 함께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과 코치 13명을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가 이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애초 여러 악조건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생사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지만, 극적으로 무사 귀환하자 안도와 기쁨을 나타내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외신들은 전 세계가 기적의 생존에 안도하고 기쁨을 나타내는 것은 이 이야기 속에 ‘악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수잔 무어는 “태국 소년 구조작업은 용감함과 전문성, 그리고 사랑의 승리”라며 “우리가 목격한 이 놀라운 장면은 국제적인 협력과 조직화된 이타심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최고의 잠수부들과 각지의 의료진 그리고 각국의 장비가 투입되어 어찌 보면 굉장히 작은 희망의 끈이었음에도 ‘사랑은 허리 숙여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란 마음으로 의기를 투합하였다. 인류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희망은 살아남는 것 살아서 버티는 것’임을 입증해주었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서 한마음이 되어 꼭 살리고 싶다는 마음, ‘실낱같은 기다릴 희망’으로 최대치의 인류애가 발휘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진정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드러나는 극적인 순간을 우리 모두가 목격하였다. 각국 정상들의 환희와 축하의 메시지도 쏟아졌다. 전 세계에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한 이 기적 뒤에는 에까뽄 코치가 소년들에게 가르친 ‘특별한 행동’이 있었다. 우리가 이처럼 이타적이고 위대한 사랑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새삼 놀랍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령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시금 화가 치밀고 미안하고 부끄럽다. 태국이란 나라를 이번에 다시 보았다는 여론도 많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세계를 울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떠올리며, 그 침묵의 항변이 천둥처럼 울려 퍼져 태국 동굴 소년 무사귀환이란 위대한 인류애의 승리가 쟁취 되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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