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과잉 반응

발행일 2016-11-08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정희 대통령 관련 구미시의 대응이 어처구니 없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구미시의 각종 사업이 제동이 걸릴 처지인데 하는 일마다 잡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구미시 상모동 새마을테마공원 조성지 앞에 서 있는 박정희 대통령 동상과 기념비에 낙서가 발견됐다. 붉은색 스프레이로 새겨진 글씨는 ‘독재자’와 ‘독재’다. 이를 발견한 생가보존회 근무 공익요원이 신고하고 곧 경찰이 도착했다. 하지만 공공기물이 훼손됐다는 신고를 받고 담당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낙서들이 모두 지워진 상태였다. 생가보존회측과 이를 관리하는 구미시가 낙서를 모두 지웠다는 것이다. 공공기물을 훼손한 증거가 사라진 셈이다. 이를 문제삼자 구미시 관계자는 당시 낙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경찰에 제시 후 바로 삭제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의 훼손된 모습이 유포될 것을 우려해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시민단체로부터 박 대통령 우상화와 관련 비난을 받아 온 구미시로서는 당연한 처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기물 훼손의 직접적인 증거를 담당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지우고 증거사진 조차 곧 바로 삭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같은 날 구미시는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지역 각계 인사들로 구성한 구미시민추진위원회의 전체회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회의 일정을 3일 앞두고 급히 이뤄진 조치다. 물론, 연기 사유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구미시 담당 과장은 “주요 위원들이 해외출장 등 개인사정이 생겨 부득이하게 전체회의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5명이나 되는 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몇몇 위원때문에 연기됐다는 것이다. 회의 일정을 잡을 때 미리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당 과장의 발뺌은 수준 이하다. 지금이 뭔가를 숨길 상황인가. 이를 두고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되면서 잠시라도 주목을 피할 속셈인 모양이다.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구미시의 대처 능력을 보면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 우상화에만 매달리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에 들기 위해 각종 박 전 대통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KTX 구미역 정차와 새마을테마공원 조성 등 구미시의 주요 역점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구미시가 행정 역량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특정인에 기대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에게 박 전 대통령은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많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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