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문경시의 중립

발행일 2017-04-13 19:36:3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형규

사회2부


요즈음 문경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문경관광개발(주)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중립을 선언한 문경시가 문경관광개발(주) 대표이사 공모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경관광개발은 지난 2003년 2만 명이 넘는 문경시민이 주주로 참여해 81억3천만 원의 자본금을 모아 설립한 전국 최초의 순수 시민주 회사로, 문경시는 10억 원의 증자 형식으로 참여해 최대 주주가 됐다.

최근 대표이사를 새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별다른 과실이 없는 현재 대표를 유임시키자는 이견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문경관광개발(주) 문제에 대해 문경시는 중립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왜 대다수 시민은 이 같은 시의 입장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일까. 대부분 시민들은 문경시의 선택이 형평성을 떠난 ‘면피용 중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정관에 의해 운영된다. 곧 정관이 헌법인 셈이다. 문경관광개발의 정관에는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에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문경관광개발의 대표이사 영입을 공모제로 하려 한다면 정관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정관 개정은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경시는 지난달 열린 문경관광개발 주주총회가 열릴 시점부터 공기업처럼 공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시는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전 대표이사의 이사 승인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입버릇처럼 해온 ‘중립’이라는 주장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문경관광개발의 12% 지분을 갖고 두 명의 이사 몫을 지닌 문경시는 주총 뒤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아 이사회가 무산되는데 한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대다수 시민은 이 같은 문경시의 행보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기성’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문경관광개발 주주총회가 끝난 상황에서 대표이사 공모제를 운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시가 주장하는 대표이사 공모는 절차상 안건을 상정해서 주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빨라도 형식적으로는 1년을 기약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이사회가 정확히 반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주총을 연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대다수 시민들은 문경시가 중립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기 보다는 편가름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사회를 끌어안고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문경시는 시청 내부 게시판이나 일부 관변단체 회의 등에서 느닷없이 공모제의 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양분된 지역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문경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김형규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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