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시대를 여는 대구

발행일 2017-04-11 19:55: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가상·증강 산업을 열어가려면지역의 관심과 산업생태계 형성적극적인 지원정책도 따라야 ”



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 지역마다 꽃을 테마로 축제를 여는 곳이 많다. 전국적으로 수백, 수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꽃구경에 나서는 이맘때가 각 지자체로서는 국내 관광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대목을 보는 셈이다. 어느 온라인 여행사에서는 올해 봄꽃 축제 시즌이 시작된 4월 첫 주 국내 숙박 예약 건수가 전월 동기 대비 약 15%, 국내항공권 예약 건수는 2천건~3천건 정도 증가했다는 자료를 내어놓았다.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에는 지난해 27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766억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봤다고 하는데 올해도 작년에 못지않은 관람객이 몰려 큰 재미를 봤을 것이다.

봄에 열리는 지역 축제 대부분은 꽃을 테마로 하고 있다. 더욱이 축제명에 ‘벚꽃’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4월이 되면 온 나라가 봄바람에 흐드러지는 벚꽃으로 몸살을 앓는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축제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기에는 고유의 축제성이나 지역성이 부족하고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꽃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결부해 문화ㆍ관광적으로 가치가 있는 축제로서의 정체성과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동안 김해에서 열린 ‘제41회 가야문화축제’는 달랐다. ‘가야 왕도의 새로운 비상(飛上)’이라는 주제로 김수로왕의 건국정신과 위업을 기리고 찬란했던 가야문화를 재조명해 김해를 국제적인 문화관광의 중심도시로 만들자는 의미가 담긴 축제였는데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유명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GO)’를 본떠 만든 ‘가야고(GO)’가 큰 관심을 끌었다. ‘가야고’는 포켓몬을 모으듯 가야문화재 보물, 유물 등을 모으는 놀이로, ‘왕도가야고’라는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가야사 누리길 탐방로를 걷다 보면 가야의 보물과 유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축제 장소 전체를 6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나서 하나의 권역을 통과할 때마다 알을 획득할 수 있게 했다. 문화재 장소 근처에 도착하면 소리와 진동으로 알려줘 보물과 유물을 쉽게 모을 수 있고 획득한 보물 수에 따라 기념품을 증정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 밖에도, ICT접목 축제홍보관과 모바일 퀴즈플랫폼, AR(증강현실) 포토존, VR(가상현실) 사이버투어 등 제4차산업 혁명의 주력 신기술을 경험하고 실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축제의 의미와 가치를 드높였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덧 4차 산업혁명의 주력 기술이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 문화예술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등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력 신산업으로 뜨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에 10년 업력을 가진 전문기업이 있어 관심을 두게 됐다. 바로 유명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GO)’를 응용한 ‘가야고(GO)’를 만들어 김해에 납품한 한울네오텍이라는 기업이다.

대구 북구에 소재한 이 기업을 지난주에 다녀왔다. 먼저 보잘 것 없이 작은 규모에 놀라고, VR, AR, 3D 분야에서 10년간 한우물을 파고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한 번 놀랐다. 이 분야가 초창기에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대부분 기업들이 2~3년 정도 된 스타트업인 현실에서 오랜 경험과 정상의 기술력을 가진 한울네오텍이 대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민으로서 반갑고도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울네오텍에 다녀온 그날, 포켓몬고가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며 성공한 것처럼 조만간 가상, 증강현실 산업의 세계적 성공기업이 대구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 아직은 국내기업이 이 분야의 기술로 수익모델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반면에 스마트폰, 3D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과 연결이 가능하고 현실세계에 가상 데이터를 끌어다 붙이는 엄청난 확장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대구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무한 상상력과 잠재력을 가진 곳이기 때문에 가상, 증강현실 산업을 열어갈 지역으로 새롭게 부상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의 관심과 산업생태계가 형성되고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따라야 한다.박상봉중소기업성장 컨설턴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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