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에는 충신이 그립다

발행일 2018-01-03 20:03:1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17년 사자성어 ‘파사현정’ 올곧은 충신 나오길 학수고대”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다. 개띠 해다. 그것도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 개띠라고 한다. 사주역학에 따르면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무(戊)는 오행의 흙(土)에 속하고. 개를 뜻하는 술(戌)도 사주오행에서 양(陽)과 흙(土)에 해당하며, 그래서 2018년 무술년은 오방색에 적용해 노랑(황금)개띠의 해로 풀이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올해는 개와 땅의 해로 땅의 좋은 기운이 많아 국운을 희망적으로 본다니 천만다행이다.

예로부터 개는 도둑을 잘 지키지만 짐승의 침범도 막아주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영리한 동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 특히 애완견은 가족과 같이 밥 먹고 놀고 운동하고 심지어 잠도 같이 자는 가족도 많아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을 만큼 사람에게 친숙하며 배신하지 않는 충직한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소한 개띠해인 올해만이라도 의리를 배신하지 않고 늘 국가를 위해 말없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올곧은 충신들이 많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교수신문은 2017년 사자성어를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으로 정했다. 선정 이유는 적폐청산 때문이란다. 이전 정권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했기에 ‘파사’며, 새 정권은 ‘현정’을 해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며 이를 청소하겠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방법과 어느 시기까지냐다. 자칫 앞 정권에 대한 복수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제도’위에서 국민의 공감 속에서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무상하여 아침이슬 같고 떨어지는 낙엽 같으며, 우리 정치는 하도 가혹해 마치 성난 호랑이 같다고들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살아있는 정권의 권세와 이에 추종하는 사정기관의 충실한 실력행사가 매우 혼란스럽고 씁쓸하다. 역대 정권마다 늘 그랬다. 이래서 영혼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선진국이 못된 이유인 듯 보인다.

많은 사람이 구속되었다. 도대체 검ㆍ경은 어디서 무얼 하였기에 이 나라에 무슨 적폐가 이다지도 많다는 말인가? 그저 놀랄 뿐이다. 만에 하나 적폐로 규정짓기 위해서 스스로 적폐가 되는 우(愚)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김정은이 제일 미워한다던 국방장관(前)이 포승줄에 묶였다가 풀려나는 광경을 보고는 더 하다.

죄를 두둔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한 나라를 다스리다 보면 분명히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고, 엄격한 법의 잣대로 힘껏 들이대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법으로 변할 수도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일국의 국정원장 대부분이 구속되고, 통치자들도 청와대를 나오면 검찰과 교도소로 향하는 것이 무슨 관행처럼 느껴지는 우리의 현대사가 너무나 안타깝고 비통할 뿐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한 법치국가의 이치다. 그러나 주군 덕분에 고위직에 올라 호의호식하면서, 온갖 영예를 다 누려왔던 소위 심복이란 자들의 작태를 보면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영원한 조자룡인 줄 알았는데 속았다. 앞에서는 충신하고 뒤에서는 순순히 자백했다니 기가 찬다. 누굴 믿어야 할지 참 비정한 세상이다.

자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서라면 주군이 탄핵당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 주군을 위해 목숨을 끊지는 못할망정 모든 건 잘못 모신 내 탓이라며 땅을 치며 죄를 자진하는 것이 충성스러운 신하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혼자만 살겠다고 주군의 지시로 불법을 자행했노라 털어놓는 비서들의 언행이 과연 아름다운 도리인지 되묻고 싶은 쓸쓸한 연시(年始)다. 무정한 세월은 또 그렇게 덧없이 흘러 현 정권도 몇 년 후면 청와대를 떠날 것이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 큰 실정이라도 드러나 시끄러워지면 ‘모든 건 주군 모르게 내가 소신껏 주도했노라’고 끝까지 총대 멜 충신이 과연 있을까 하는 망상에 젖어본다.

어쨌든 무술년에는 충신이 그립다. 의리 하면 생각나는 그때 그 사람,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배신의 민낯을 바라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서글픈 마음에 양재천 밤길을 걷는다. 몰아치는 칼바람보다 속이 더 시리도록 아프다이상섭경북도립대교수 행정학한국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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