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사성(1360∼1438)은 황희, 윤회와 함께 세종 대에 뛰어난 재상이고 청백리였다. 세종이 대왕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인재를 바로 쓸 줄 아는 지도자의 안목과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그만큼 ‘인사가 만사’임을 증명하는 본보기다.
맹사성은 바깥출입을 할 때에는 늘 소를 타고 다녀 그가 재상인 줄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혜로우면서도 청렴하고 결백한 맹사성의 성품은 요즘 시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또한 오만(傲慢)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와 관련된 맹사성의 일화다.
어느 날 좌의정 맹사성이 고향인 온양에 어른들을 뵈러 간다는 소식이 안성과 진위의 현감 귀에 들어갔다. 온양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거쳐야 하는데 현감들은 잘 보이려고 하인들을 시켜 길을 닦아 놓고 통행을 금지시켰는데, 해가 질 무렵 한 노인이 갈댓잎 도롱이를 입고 소를 타고 길을 지나자 하인들과 시비가 붙었다.
하인들은 정승이 지나갈 길을 왜 가느냐고 하자, 노인은 만들어 놓은 길인데 왜 지나가지 못하느냐 대꾸하였다. 그러자 하인들이 노인을 소에서 끌어 내려 현감 앞에 내동댕이쳤고, 현감의 지시로 노인이 고개를 들자 현감은 기절초풍 도망을 쳤다. 그 노인이 고불 맹사성이었다.
개인의 오만함은 자기 인격만 손상되지만 국정을 다스리는 소위 실세관리들의 오만은 나라를 망가트림은 주지의 교훈이다. 오만 중에서도 정책의 오만이 가장 위험하다. 한 예가 ‘임금주도성장’에서 베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그게 그거다. 이는 소득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단순한 논리다.
그러나 글로벌경제에선 턱도 없는 소리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임금이 올라 제품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자리엔 외국제품이 발 빠르게 차지하게 되고, 일자리는 줄고 소비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오른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어 절규하는 소상공인들, 일자리에 부은 54조 원과 최악의 고용지표, 국민 67.2%의 반대(쿠키뉴스) 등이 산 증거다.
분배! 좋다. 그러나 성장과 고용 없는 ‘세금 퍼주기’ 분배정책은 반드시 공멸하는데도 연말에서 이젠 내년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봐야 정신을 차릴지 곳곳에서 난리다.
오죽했으면 현 정부의 ‘J 노믹스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대통령)마저 이 정책의 변화를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였을까. 맥킨지글로벌연구소 웨츨 소장도 ‘한국정부가 생산성은 낮은데 소득을 높이려고 공공부문 일자리에만 마구 퍼붓다 보면 금방 재정이 고갈’되고, 한국경제는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서 경제사령탑을 지낸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문제가 있는 이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국가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며, 이는 소신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소치”라고 일갈했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갈 모양이다. 국정폭주는 오만의 극치다.
밀려오는 먹구름이 두렵다. 노조에 포획, 무리한 공무원증원, 과속복지, 통계조작, 포퓰리즘은 망한 국가의 5종 세트였다. 여기엔 반드시 자기 정책만 옳다고 고집하는 오만이 숨어 있고, 갈 데까지 가서 터진다. 그땐 이미 늦고 파멸 후다.
‘새로운 성장모델’로 바꾸지 않으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된다는 충고를 끝내 외면하는 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풍랑예보와 암반에도 항로를 고집하면 남는 건 침몰뿐이며, 굳건한 안보와 탄탄한 경제기반 없는 평화와 통일도 마찬가지다. 오만한 권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 자식들의 내일이 심히 걱정된다.이상섭연변과학기술대 겸직교수전 경북도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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