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맹사성의 일화’ Ⅱ

발행일 2018-11-07 20:03: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임금주도성장 베낀 소득주도성장 성장·고용 없는 ‘세금 퍼주기’ 분배오만한 권력, 결코 성공할 수 없어



맹사성(1360∼1438)은 황희, 윤회와 함께 세종 대에 뛰어난 재상이고 청백리였다. 세종이 대왕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인재를 바로 쓸 줄 아는 지도자의 안목과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그만큼 ‘인사가 만사’임을 증명하는 본보기다.

맹사성은 바깥출입을 할 때에는 늘 소를 타고 다녀 그가 재상인 줄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혜로우면서도 청렴하고 결백한 맹사성의 성품은 요즘 시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또한 오만(傲慢)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와 관련된 맹사성의 일화다.

어느 날 좌의정 맹사성이 고향인 온양에 어른들을 뵈러 간다는 소식이 안성과 진위의 현감 귀에 들어갔다. 온양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거쳐야 하는데 현감들은 잘 보이려고 하인들을 시켜 길을 닦아 놓고 통행을 금지시켰는데, 해가 질 무렵 한 노인이 갈댓잎 도롱이를 입고 소를 타고 길을 지나자 하인들과 시비가 붙었다.

하인들은 정승이 지나갈 길을 왜 가느냐고 하자, 노인은 만들어 놓은 길인데 왜 지나가지 못하느냐 대꾸하였다. 그러자 하인들이 노인을 소에서 끌어 내려 현감 앞에 내동댕이쳤고, 현감의 지시로 노인이 고개를 들자 현감은 기절초풍 도망을 쳤다. 그 노인이 고불 맹사성이었다.

그러면 맹사성은 처음부터 겸손하고 청렴하게 살았을까? 아니다. 맹사성도 역시 사람인지라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오만 그 자체였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는 깨달음을 준 무명 선사와 같은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만나고, 부딪치고 반성하면서 성숙해져 갔고 비로소 오만함을 고쳤다.

개인의 오만함은 자기 인격만 손상되지만 국정을 다스리는 소위 실세관리들의 오만은 나라를 망가트림은 주지의 교훈이다. 오만 중에서도 정책의 오만이 가장 위험하다. 한 예가 ‘임금주도성장’에서 베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그게 그거다. 이는 소득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단순한 논리다.

그러나 글로벌경제에선 턱도 없는 소리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임금이 올라 제품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자리엔 외국제품이 발 빠르게 차지하게 되고, 일자리는 줄고 소비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오른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어 절규하는 소상공인들, 일자리에 부은 54조 원과 최악의 고용지표, 국민 67.2%의 반대(쿠키뉴스) 등이 산 증거다.

분배! 좋다. 그러나 성장과 고용 없는 ‘세금 퍼주기’ 분배정책은 반드시 공멸하는데도 연말에서 이젠 내년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봐야 정신을 차릴지 곳곳에서 난리다.

오죽했으면 현 정부의 ‘J 노믹스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대통령)마저 이 정책의 변화를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였을까. 맥킨지글로벌연구소 웨츨 소장도 ‘한국정부가 생산성은 낮은데 소득을 높이려고 공공부문 일자리에만 마구 퍼붓다 보면 금방 재정이 고갈’되고, 한국경제는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서 경제사령탑을 지낸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문제가 있는 이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국가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며, 이는 소신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소치”라고 일갈했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갈 모양이다. 국정폭주는 오만의 극치다.

밀려오는 먹구름이 두렵다. 노조에 포획, 무리한 공무원증원, 과속복지, 통계조작, 포퓰리즘은 망한 국가의 5종 세트였다. 여기엔 반드시 자기 정책만 옳다고 고집하는 오만이 숨어 있고, 갈 데까지 가서 터진다. 그땐 이미 늦고 파멸 후다.

‘새로운 성장모델’로 바꾸지 않으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된다는 충고를 끝내 외면하는 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풍랑예보와 암반에도 항로를 고집하면 남는 건 침몰뿐이며, 굳건한 안보와 탄탄한 경제기반 없는 평화와 통일도 마찬가지다. 오만한 권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 자식들의 내일이 심히 걱정된다.이상섭연변과학기술대 겸직교수전 경북도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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