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위기는 이어지고

발행일 2017-02-2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닥다리 표현 ‘울지말아요, 박근혜’



지난 2016년 미얀마에 760억 원 규모의 K타운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소위 최순실씨가 빼먹으려고 노렸다는 사업이다. K타운사업에 미온적인 미얀마대사까지도 다른 사람으로 급작스레 바꾼 것을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과 몇 개월 뒤인 그해 9월 이 사업은 흔히들 힘없는 기구로 알려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반대 하나로 무산됐다는 사실이다.

또 이상한 것은 언론의 보도태도다. 최씨가 해외에까지 설치고 있다는 것만 보도하고 해설할 뿐, 무산된 것에 대한 해설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태극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최씨의 힘이 외교부 쪽은 전혀 미치지 못했고 따라서 적어도 최씨가 국정 전반에 걸쳐 농단을 부렸다는 추정은 틀렸다는 것이다. 또 하나 대통령이 최씨와 경제공동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보도상황에서 특히 종편 좌담회 등에서는 이 수익사업을 통해 대통령의 노후까지 고려한 최씨의 의도가 아니었는지 모른다는 등의 촛불 쪽에 유리한 ‘3류 소설’ 등만 보도되었다. 언론의 편파성의 문제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결국 국정농단에 관련된 정보는 태극기 즉 보수ㆍ우파에는 불리한 정보만, 촛불 즉 진보ㆍ좌파에는 유리한 정보만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보수의 위기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커지고 있는 지금이다.

또 이렇게 되는 원인도 보수ㆍ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하다. 흔히들 철학 부족 등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보수ㆍ우파의 아이디어와 용기 부족 때문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선전전이나 여론전에서 진보ㆍ좌파에 밀려도 너무 밀리고 있다. 좌우균형이 좋은 건데….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지난 청문회 때 전 청와대 김영한 민정비서관의 비망록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언급으로 보이는 ‘세월호 시신인양X, 정부책임ㆍ부담’이라는 대목에 대한 해석문제가 불거졌다.

상식적으로 보면 ‘시신인양X’는 ‘시신을 인양 못 하면’으로 해석한다. 왜냐하면 동양적 가치관에서 감히 ‘시신인양 하지 말라’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의원은 ‘시신을 인양 말라’로 해석하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악담까지 퍼부었다. 당시 분위기로 보면 틀린 말이다.

그런데도 이미 짜인 ‘나쁜 보수’라는 프레임 때문인지 상당수 젊은이들은 야당의원의 이 말에 동조하고 있다. 프레임에 걸린 확증편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놀라운 것은 비서실장의 태도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로 끝났을 뿐 ‘시신을 인양하지 못하면’이라는 뜻이었다는 해명은 끝내 하지 않았다. 자기 몸만 사리려 한 때문인 것 같다. 결국 국민에게 나쁜 보수의 이미지만 남겼다.

그뿐 아니다. 며칠 전 ‘태극기’진영에서 광고를 냈다. 그 주요 타이틀이 ‘울지 말아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였다. 그렇지 않아도 구닥다리 보수라는 이미지가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에서 봉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울지 말아요’라니.

하긴 지난해 4.13총선 당시 있었던 소위 친박들의 ‘대통령께서 아마도 밤잠을 못 이루시지 않겠나’는 충성메시지도 역효과를 냈다.

민주주의 나라의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심기 관리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 ‘과연 탄핵감인가’ ‘위헌적이진 않다’는 등 법리나 논리로 논쟁해야지 감성에 호소하거나 충성경쟁을 하는 식의 행태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의미에서 선전전이나 여론전에서 보수는 백전백패하고 있다. 그나마도 얼마 전 전 변협회장 등 용기 있는 원로법조인 9명의 논리투쟁 참여로 그나마 조금 전세를 만회한 것이 고작이다.

며칠 전 홍준표 경남지사가 ‘보수의 위기가 아닌 박근혜의 위기’라는 시국판단은 왠지 어색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정당이 너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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