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언론으로 만들어진 편파여론

발행일 2017-03-06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기자정신은 불필요한 장식품인가편파여론 횡행은 민주주의 비극



요즘 우리 언론계는 ‘언론의 亂(란)’이란 책도 나왔고 언론매체마다 ‘최순실게이트 중간점검’이라는 제목으로 허위, 과장, 왜곡 보도 실상을 분석하면서 자성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가짜뉴스(fake news)로 시끌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일까. 이에 따라 감성이 진실보다 더 영향을 끼친다는 소위 탈진실(post truth)현상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는 자유로울까?

지난 3ㆍ1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정말 필자가 언론인 것이 부끄러웠다. 일부 종편이 뉴스해설에서 ‘태극기’보도는 성조기를 든 수십 명의 행진 사진을 쓰고, ‘촛불’은 수많은 사람이 모인 사진을 쓴 편파성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상황은 이랬다. 이날의 태극기집회는 주최 측 추산으로 대한민국 건국 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의 대성황이었다.

당시 필자도 서울시청광장에 있었다. 그러나 촛불시위의 경우는 저녁때 내린 보슬비 때문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는 누구도 부인 못 할 ‘편파언론’의 증거다. 묘하게도 가짜보도는 아니면서 이렇게 편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론을 쫓는 포퓰리즘이다. 진실을 찾는 기자정신은 어디 갔나? 편파는 또 있다.

지난 1월7일 집회부터 태극기의 참가자 수가 촛불을 능가하자 촛불 측은 참가자 수에 대해 발표를 하지 말도록 경찰에 요청했다.

이미 권력화한 촛불의 요청을 거절할 경찰이 대한민국에는 없으리라. 하긴 경쟁 유발에 따른 부작용 해소라는 명분도 있고.

그러나 언론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찾아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페르미추정법 등 갖가지 과학적 방법이 있다. 촛불 측이 많을 때는 그대로 두다가 태극기 측이 많아지니 ‘경쟁이 어떠니’ 하며 명분을 찾나. 참으로 치졸하다.

다음은 가짜뉴스다. 특검은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의붓아들과 친아들을 내세워 부정축재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자 최태민의 집으로 현금과 황금 그리고 채권이 들어와 5평의 방을 가득 채웠다고 했다. 그러자 패널 중 한 명이 규모가 1조 원이라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박 대통령 서거한 1979년 그해 우리나라 화폐발행액이 1조8천억 원이고 넒은 의미의 통화(M2)가 9조8천억 원이었다. 아무리 한 개인이 부정축재를 많이 한다고 해도 화폐발행고의 50% 이상을, 그리고 M2의 10% 이상을 가질 수는 없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의붓아들로부터 재산상황을 들었던, 당시 같은 당의 정두언씨는 ‘그렇게 많은 재산은 아니었다’고 부인해도 출연자들의 소설의 금액은 불어만 갔다.

그뿐 아니다. 최순실씨는 독일 등에 나가 있는 해외재산만 10조 원으로, 재계순위는 20위권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독일검찰은 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야당들은 ‘창조경제의 실체가 밝혀졌다. 창조경제는 최씨의 재산축적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구호’라고까지 했다. 물론 독일검찰은 부인했다. 대통령마저 부정축재자라는 이미지를 덮어썼다.

다음은 과장보도다. 어느 신문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최순실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최씨의 사무실에서는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정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가 사업보고서를 올리면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으로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 이쯤이면 어느 곳이 청와대인가 헷갈린다. 한 재단의 사무총장이 어떻게 어마어마한 국가업무 전반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주한 외신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은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중집회는 소통의 수단이지 법과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으로까지 가지 않는다고.

정부, 입법, 사법기관이 대중 정서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을 본 듯하다. 그것도 사태가 진정된 뒤 나온 민심이 아닌 거짓이나 과장 등으로 만들어진 편파와 가짜여론에 의해. 이는 민주주의 비극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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