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기는 가능하나

발행일 2017-06-25 20:12: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찝찝한 수구보수 청산론신보수주의 검토해 볼만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그래도 보수의 위기가 아니고 보수세력의 위기라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다가 정권교체 이후는 바로 보수의 위기라는 주장이 많아졌다. 그것은 우선 진보ㆍ좌파 쪽의 정치지도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보수)수구정당 청산론이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년 11월쯤 당시 야당이던 더민주당의 대표가 보수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을 가리켜 부역자당이라고 했다. 부역자와는 같이 정치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역시 청산론과 같은 맥락으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의원도 ‘문재인 후보 다음에도 계속 장기집권해서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노무현정권 시절에는 국무총리 자격으로 한 국회발언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후퇴한다’고 했다. 보수정당은 공당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보수라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다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청산론보다는 낫지만 이 역시 청산론과 맥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어쩐지 찝찝하다.

정치인 외 대선결과로 나타난 국민의 보수에 대한 반응도 차갑기만 하다. 560만 표라는 역대 최대 표차의 승리가 그것을 말해준다. 비록 이번의 경우 이념대결이라기보다는 세대대결이어서 그렇기는 하다. 50대를 반반으로 나누면 세대대결의 구도는 대략 젊은층 65.6% 대 노장년층 34.4% 수준이다. 무려 31%포인트 차이다. 35% 선에서 10%포인트 정도 왔다갔다하는 이념대결의 구도보다 훨씬 보수 쪽은 불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또 그대로 이념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 외도 진보좌파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문화진지론 작전의 성공이 그것이다. 이는 바로 전교조의 이념교육이나 문화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진보좌파의 물결이 그 증거다. 거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물이 너무 크게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돼 버렸고….

그래서 경제위기와 동시에 세계 각국은 보수화로 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이 진보 좌파로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 재기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보수가 궤멸하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수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중환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살려는 의지라고 하는데 보수 정당인들에게는 ‘살려는 의지’가 없는 듯하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정치개혁이라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암적 존재라고 지탄을 받아왔던 친박이라는 존재와 그들이 벌이고 있는 분파싸움 그리고 권위주의적 행태 등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것은 그야말로 신 신고 발 긁는 격인 격화소양(隔靴搔) 식 개혁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적 시도랄 수 있는 정책대결의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했는데,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을 개룡당(개천에서 용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둥 말장난만 난무하고 있다. 언제나 모든 정당이 그러하듯 상대 당의 실수만 기다리는 구태도 여전하고….

최근 보수진영에는 신보수주의라는 새로운 논쟁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던가. 지금껏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정통보수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수주의의 길을 찾자는 것 아닌가. 물론 구미에서 통용되고 있는 논리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에 있어서는 완벽한 자유시장경제라면 신보수주의는 정치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이론이다.

물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한국 실정에 맞게 조정하는 토론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정당의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맞는 이슈가 아니겠는가. 이를 외면하고 무슨 소리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미국 신보수주의가 제국주의 지향형이라느니 영국의 신보수주의인 대처리즘이 너무 각박하다든지 하는 이의 제기는 모두 실없는 소리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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