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경제이론들

발행일 2017-07-30 19:43:3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그래도 고용창조가 근본이다



경제는 과학만큼 골치 아픈 학문이다. 서로 반대되는 작용인 길항(拮抗)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절약의 역설이 그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개인이 저축을 하는 것은 미덕이고 선(善)이다. 그러나 나라경제 전체로 보면 소비가 일어나지 않아 악(惡)이 된다. 사무엘슨의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이다. 케인스류의 ‘소비가 미덕’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물론 이에 반발하는 오스트리아학파도 있다. 여기선 오히려 ‘저축이 미덕’이다고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봐도 ‘합성의 오류’를 몽땅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뿐 아니다. 1980년대 말 부동산붐이 일었고 그 중 전셋값폭등은 사회적 문제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집 없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대책 중의 하나로 1989년 전세기간을 2년으로 연장했다. 그런데 1990년 들자 폭등하여 오히려 세입자만 골탕 먹은 경험도 있다. 몇 해 전 실시했던 단통법도 그렇다.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한 법인데 오히려 비싸게 구입하는 나쁜 결과를 낳았다. 선의가 악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일자리대책도 그럴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왜냐하면 경제정책상 성공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분류해 보면 대체로 고용보호형과 고용창조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배를 중시하는 라인형인 독일, 일본 등이 고용보호형이고, 성장을 중시하는 영미형인 미국 영국 등이 고용창조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용보호 쪽이 오히려 실업률은 높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고용창조 쪽은 되레 실업률이 낮다는 점이다. 고용창조란 해고 등 자유로운 구조개선을 통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자연 증설 등으로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고용보호로 기울다가 구조개선을 게을리했던 독일은 1990년대 한때 유럽의 환자로 전락했고, 평생고용을 자랑하던 일본은 ‘잃어버린 20’이란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그러다 독일은 2003년 헤르츠개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여 경제를 되살렸다. 얼마나 벅찼던지 2006년 메르켈 총리는 ‘이제 독일은 더 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고 선언까지 했다. 일본은 2012년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의 개혁으로 겨우 끝났다. 이 역시 고용보호라는 선(善)이 끝까지 선으로 남지는 못한 것이다.

반대로 일찍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한 미국은 1979년에서 1995년까지 산업구조 개선으로 4천300만 명이 해고 되었으나 때마침 불어 닥친 정보산업(IT) 물결에 힘입어 해고 인원보다 2천700만 명이 더 많은 7천여만 명이 채용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실업률은 한때 완전고용으로 평가되는 5% 이하인 4.3%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미셸 알베르가 주창한 영미형이나 라인형이나 모두 고용보호만으로 일자리창출이 부진하고, 오히려 노동시장 유연성이 있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일단은 고용보호형이자 관 주도형이다. 민주당은 아예 ‘그동안 민간부분은 일자리창출에 실패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적어도 정부가 마중물 역할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공공일자리 81만 개라는 정책이 나온 모양이다. 실패한 그리스의 모델이 생각나기는 하지만 거꾸로 가든 어떻든 성공만 하면 된다. 앞서의 지적처럼 경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급변한 패러다임의 전환 아닌지 모르겠다만.

뭐니 해도 일자리의 핵심은 민간부분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경영환경을 개선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만이라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경방의 베트남으로의 이동 등이 그렇다. 이외도 갈수록 심해지는 각종 규제와 노조의 전투력 등으로 최근 5년간 일자리 136만 개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내년엔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한 영세업자의 폐업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일자리 상실도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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