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유엔연설의 문제점들

발행일 2017-09-24 19:28:4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좌파적 시각보다 국민 편에 선 용어라야



평화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UN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말이 많다. 특히 보수ㆍ우파 쪽에서 그렇다. 보수 야당들은 ‘대화와 평화구걸 타령’이라거나 제재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빗대어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빈손으로 오게 되는 무개념 뉴욕외교’라는 등의 비판이 그것이다.

연설 전날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진보성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서 ‘왕따(odd man out)’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했다.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으로 가고 있는데 문 대통령만 유독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 언론들도 대체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가는 국제사회와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등 평화강조가 타이밍 상 맞느냐 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제적 외교적 차원에서 본 문제점들이다.

국내적으로도 문제는 많다. 우선 ‘이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다’라는 말이다. 비록 41%의 촛불지지로 탄생했다 해도 나머지 59%인 보수ㆍ우파에게도 대통령인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라는 민주적 헌법적 질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정신을 이은 정부다’라는 말은 괜찮지만 ‘촛불이 만든 정부’라는 말을 다른 정치인은 몰라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인 것이다. ‘촛불’보다 국가와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민주주의는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집단지성’이니 ‘대중의 지혜’니 하면서 ‘민심이 천심’임을 강조해도 대중이미지에는 ‘집단광기’니 ‘중우(衆愚)’니 하면서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이 천심인지 아닌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촛불혁명’의 정당성 역시 마찬가지다. 또 선진국서는 대의민주주의를 대중민주주의보다 더 우위에 놓고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또한 ‘태극기’민심도 민심이다.

그다음은 6ㆍ25전쟁은 ‘내전이면서 국제전이다’는 말이다. 1970년대 브루스 커밍스 등 소위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의 주장들이 들어오면서 생겨난 논점들이다. 수정주의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통주의 역사학자들이 ‘6ㆍ25전쟁은 김일성의 불법남침’이고 ‘UN군의 합법적 개입과 중공군의 불법개입’으로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남한이 쳐들어갔다는 소위 북침설이 나오나 하면 미국이 꾀었다는 남침유도설, 그리고 남한 내의 좌익준동에 의한 내란확전설 등 다양하게 나왔다. 이들은 전쟁의 성격도 김일성의 통일전쟁(민족해방전쟁), 혁명적 민족주의세력 대 분단세력과의 싸움 등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러시아방문 때 많은 6ㆍ25동란 관련 자료를 기증받아 들어옴으로써 바른 방향으로 정리된 상태이다.

그런데 ‘내전이냐’ ‘아니냐’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다. 보수파가 중요시하는 것은 내전으로 표기하면 김일성의 남침이라는 의미는 거의 퇴색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느 정도 불법남침 이미지를 지우려 하나 하면, 김일성이 6월25일 새벽 4시30분께 ‘불법남침’한 사실도 ‘선제공격’이라고 표현한다. 스포츠 개념을 도입해 희석시키고 있다. 전쟁이 무슨 스포츠인가.

또 하나의 불만은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 추진도,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 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말은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조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문법상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대화와 평화를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이는 이 문구는 ‘흡수통일을 않는다’에서 그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보수 쪽도 국민이므로 그들의 의견도 참작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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