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뭔가 이상하다

발행일 2018-10-28 19:43: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북의 주장은 ‘종전선언=미군철수’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어느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은 충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면서 강조한 ‘대북제재 완화’의 문제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대신 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북제재완화 주장은 중국이나 러시아 정도가 해온 것이지 미국의 야당마저도 비핵화 때까지는 제재유지가 대세이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공동성명에서도 제재유지였다. 오히려 인권에다 생화학무기까지 더 곁들여 제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 상황에서 왜 미국정부가 대북제재 완화를 은근히 바라는 것일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 정부는 출범할 당시는 ‘북한의 비핵화’였다. 국가안보전략지침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작성한 국정운영 5개년계획이 그렇다. 국민 여론도 대체로 ‘북한 비핵화’였다. 그러다가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로 수정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북한은 핵이 없던 김일성시대부터 전략이 한반도 비핵화였었다. 문재인 정부가 현실론을 택한 것이지만 적어도 국민에게는 왜 변경했는지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바로 대북제재완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재는 아무래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반도 비핵화에는 남한의 미국 핵우산문제에서부터 합동훈련 시의 핵자산에 이르기까지 종합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군축평화연구소 부소장의 주장도 이와 같다.

또 주한미군철수 문제도 그렇다. 평양을 다녀온 우리 대북특사의 말은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김정은이 주장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북한의 속셈이 유엔총회 제6(법률)위원회 13차 회의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북한외교관은 “유엔사 지휘체계를 고려해 보면 사실상 유엔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유엔사 지휘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과거 공산권국가들의 주도로 1975년 30차 유엔총회서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유엔사의 해체와 모든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한 결의안을 들먹이며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에 지나지 않으므로 문제가 생기면 취소하면 그만이라고 했으나 주한미군 철수 외 연계된 문제로 드러난 만큼 이제는 평화무드에만 들떠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안보문제인 것이다.

더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뉴욕 유엔대표부 국감서 “대북제재 목적은 핵과 미사일의 도발을 방지하자는 것이지 일반백성을 굶겨 죽이자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북한은 이미 비핵화를 선언했고 추가적인 핵실험도 안 하는데 제재완화도 안 해주고 인도적 지원도 안 하면서 어떻게 북한에 비핵화를 하라고 설득할 수 있나”고 했다. 워싱턴 국감서는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으로 한미연합군에 맞설 수 없으니 비대칭전력(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두둔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 것처럼 말했으나 유럽연합(EU)은 북한이 행한 그동안의 핵실험시설 파기 등은 별것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너무 북측에 편향된 시각인 것 같다.

이러한 편향된 시각은 남북고위급 회담 때 우리의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2~3분 늦게 나타나자 북측의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이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고 시작한 호통에서도 드러났다. 외교관례에 너무도 어긋난 이 사태에 대해 우리의 조 장관이 “제 시계가 잘못됐다”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왜 이리 저자세인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본을 보지 않았던가. 그동안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보고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을 상대로 등장시키곤 했었다. 이를 회담이 깨질 우려까지 감수하고 버티면서 이를 바로 잡은 일이 있다. 남북 간 비핵화 회담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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