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은 가능할까

발행일 2018-11-04 20:06: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책실험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며칠 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운동권들이 흔히 말하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내용이었다. 보수ㆍ우파인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나 경제성장 대통령 박정희와는 분명 다른 세상이었다. ‘박정희 죽이기’도 여기서 출발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의 저자는 제이슨 델 간디오다. 그는 다른 세상을 위해 수사학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대로 다른 세상을 추구했던 소위 진보ㆍ좌파 대통령의 수사학을 보면 그들이 꿈꾼 다른 세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 같이 떠오르는 나라’가 꿈이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내고,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돼야 하며,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들어서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는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이 원칙이 충실히 지켜진 것 같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는 평등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좌파의 이념을 잘 지킨 것이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추진하기로 선언한 것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진보ㆍ좌파의 신념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여론조사상으로는 지지를 받고 있다. 50%대 후반의 지지를. 그러나 전문가나 여론주도층의 지지는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나 하면 친문파로 알려진 경희대 이경전 교수마저 최저임금인상 등 문재인경제정책(J노믹스)을 보고 실망했다며 ‘하야’와 ‘불복종운동’을 운운할 만큼 반대의사를 표했으며 현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은 글로벌 경쟁에서는 독약이다’는 극언을 하고 있을 정도다.

또 김 부위원장은 “기업이 병들어 있는데 건강하다고 가정하고 정책을 펴면 기업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성장률도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가 우리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지난 9월 중 우리 경제는 생산은 19개월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고 투자는 3개월 연속으로 뒷걸음질하고, 고용률은 위험선인 60%에 접근해 있다. 물론 소비도 감소했고, 증권시장은 세계주요국 증시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여 조짐이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증시가 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는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회의는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 등에 매달리며 화급한 성장정책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이 위기의 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거나 ‘세계가 우리에게 찬탄을 보낸다’며 만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기업이 병들었는데 건강하다고 가정하고 정책을 …’ 하던 김 부위원장의 지적대로인지 모르겠다.

우리 경제 위기론에 대해 가장 심한 예측을 하는 경우는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의 퍼펙트 스톰론이다. 김광두 부위원장도 신 교수의 주장을 인용할 만큼 그의 논리는 인상적이다. 수출과 경상수지 그리고 국제금리와 국제자본시장의 동요 등 3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가장 완벽한 경제위기라는 뜻이다. 아직 오지는 않았으나 올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의 논리다.

경질설이 나도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제를 소위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의 주장은 한국경제를 더욱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시장에만 맡기라 한 경제학자는 없다. 한마디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이렇게 덮어씌우는 자세는 바른 것은 아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멀쩡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이라는 황교안 전 총리의 지적이 맞는지 ‘다른 세상’을 위한 것인지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장 실장은 연말 아니면 내년 중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나타난다고 했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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