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왕을 기다리며

크리스마스를 앞둔 교회는 분주하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교회마다 춤과 노래, 연극 등으로 작은 축제를 준비한다. 연극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베들레헴 작은 마을을 찾아가는 세 동박 박사의 이야기이다. 에자르드 샤퍼의 ‘네째... [2016.12.23]

가을풍경

1. 바닷가 카페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큰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뜨락까지 파도가 밀려올 것 같은, 크지도 작지도 누추하지도 화려하지도 오래되지도 새것이지도 않은 바닷가 카페 ‘꽃밭에서’.그 곳에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살고 있다. 담벼락에는 꽃이 그려져 있고 소박한... [2016.10.28]

가을을 그리다

가을이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살금살금 불어오는 낮은 바람을 따라 가만가만히 발을 내딛는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모금 마시며 걷는 걸음이 경쾌하다. 다소곳하면서도 당당하고 소박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들꽃이 선들바람을 탄다. 자연의 풍경과 하나가 되고 싶은 계절, 대... [2016.10.14]

불협화음도 때로는 아름다운 화음

사문진 나루터에 100대의 피아노가 놓였다. 대구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 온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5년째 여는 특별한 연주회다. 출연자들의 면면 또한 만만찮다. 관중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100대의 피아노가 낼 웅장한 음률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낮부터 열기가 뜨겁... [2016.10.07]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은 일본이 아니라 이란이라고 한다. 축구공처럼 생긴 지구의 판 중에서 이란판과 아랍판이 만나는 곳에 있는 그 나라는 거의 매일 지진이 일어나는 정도라고 하니 그곳 사람들에게 지진은 ... [2016.09.30]

희망 한판

노란 머리, 작지만 단단히 다져진 체구의 그녀가 상대를 매섭게 몰아붙인다. 위험한 순간순간마다 재빠른 동작과 암팡진 발길질로 위기에서 잘도 빠져나온다. 상대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여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그녀는 여자 유도 48kg의 정보경 선수. 나는 화면 속의 그... [2016.09.09]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은행나무 꽃 봤어요?”강의실에 들어오신 나무박사님의 느닷없는 질문이다.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 은행나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아도 꽃에 대한 지식은 없다. 순간 장난을 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은행나무 꽃은 본적이 없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는 사이에... [2016.09.02]

오래된 금방에서 우주를 만나다

고장난 시계를 고치러 시계방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80년대 동네마다 하나쯤은 꼭 있었던 금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시계와 금붙이를 함께 취급하는 곳인데 지날 때마다 한산해 보여 곧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지만 아직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6.08.26]

가족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마다 돌아오는 아버지의 생신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조촐한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값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 앞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먹는다. 만 원 한 장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2016.08.12]

서가 앞에서

책들을 바라보고 있다. 같은 자리에 꽂힌 채로 내내 기다린 날들에 대해 시위라도 하는 듯 활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눈을 맞추려 한다. 오랜만이야, 미안해. 책을 펼쳐들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시간이 없었다든가 바빴다는 것은 핑계이다. 책에게 마음을 내 줄 여유가 없었... [201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