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열을 넘어

발행일 2016-12-28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삶 속의 ‘군맹무상(群盲撫象)’빛을 맞이하려는 지혜 필요



‘공쟁자위체, 도일운여비(空諍自謂諦, 覩一云餘非)’, ‘부질없이 싸우면서 자신이 깨달았다 말하고 하나를 보고 나머지 모두가 틀렸다고 운운한다’는 의미다. ‘조정사원(祖庭事苑)’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알맹이 없는 것을 놓고 서로 다툰다는 탁상공론(卓上空論)과 비슷한 말이다.

왕이 맹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하고 생김새에 대해 물었다.

다리를 만져본 맹인이 대답했다. “코끼리는 큰 나무줄기와 같습니다.” 꼬리를 만진 사람이 말했다. “빗자루처럼 생겼습니다.” 배를 만져본 사람이 대답했다. “북과 똑같습니다.” 등을 만져본 사람이 말했다. “산등성이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만져본 맹인이 대답했다. “큰 바위 덩어리처럼 생겼습니다.”

왕이 말했다. “보지 못하는 사람들아, 부질없이 싸우면서 자신이 깨달았다고 말하고 하나를 보고 나머지 모두가 틀렸다고 말하는구나. 한 마리 코끼리로 옳고 그름을 논하며 서로 책망만 하는구나. 그대들은 코끼리의 한 부분만을 말했을 뿐이다. 코끼리는 몸집이 커서 한 부분만으로는 그 모양을 살피기 어려운 즉, 전체를 살펴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모양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맹인들이 각자 대답을 한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각자가 만져본 그대로 말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코끼리 전체의 모양을 말한 것은 아니다. 단지 한 부분만을 만져보고 그것을 전체인 양 이야기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사실 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어 총체적으로 판단하려는 식견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작은 것들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 한 그루는 잘 보는데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삶의 균형을 깨지게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작은 일에 집착하여 큰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한 가지 문제 때문에 중요한 여러 문제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명분 때문에 실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여 중요한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작은 사익 때문에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하나는 보고 둘은 보지 못한 결과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생각은 숲을 보아야지 하면서도 나무 하나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어쩌면 삶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해가 지나고 나면 이런저런 후회가 남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집단 간, 정파 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예상된다.

조기 대선도 치러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 한 그루만 보느냐, 숲 전체를 보느냐의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닭은 어둠 속에서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예지적 동물이다.

음기를 쫓아내고 양기를 북돋우며 만물과 영혼을 깨운다. 앞서 말했듯이, 정유년은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중요한 시기다.

각자의 입장과 경험에 따라 분출되는 뜨거운 에너지가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새벽닭이 상징하는 예언자적 자세로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모두에게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맞이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말하여라. 힘을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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