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업무추진비’로 밥 사먹고 다닌 지역 기초의원

발행일 2018-06-20 19:58: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8개 기초의회 1년 업무추진비 4억4천21만 원
사용액 99% 간담회·현안 논의 명목 밥값으로 이용
나머지 1%도 경조사·명절 선물세트 구입비로 전락



‘3천493번’

대구지역 8개 기초의회 의장 및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지난 한해 동안 카드를 사용한 횟수다. 비용은 4억4천21만여 원에 달한다.

이 돈의 출처는 ‘업무추진비’다. 업무추진비 대부분은 간담회 및 자료수집 후 식당에서 사용됐다. 즉 3천493번의 카드 사용 중 99%(3천463번)가 ‘밥값’으로 사용된 셈이다.

대구지역 기초의회 의장단 등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가 밥값으로 전락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간담회 및 현안 논의와 같은 명목으로 둔갑한 밥값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20일 대구지역 8개 구ㆍ군 기초의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 평균 예산은 5천502만여 원.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달서구의회(7천336만여 원)로 나타났다. 가장 적게 쓴 곳은 달성군의회(3천54만여 원)다.

이처럼 한 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가 ‘밥값’으로 사용된다.

밥값 지출의 명분은 의정 활동 추진을 위한 자료수집 및 의견수렴, 의정 활동 홍보 방안 의견수렴 등으로 다양했지만 결국 간담회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통해 의장 및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도 확인할 수 있다. 간담회 명목으로 사용된 밥값이 특정 식당에 집중된 것이다.

실제로 A 기초의회 의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특정 식당에서만 46번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곳에서 결제한 밥값은 938만여 원. 의장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의 절반가량을 한 식당에서 사용된 셈이다.

대구의 한 시장상인회 소속인 B 기초의회 부의장은 업무추진비 절반을 해당 시장 내 있는 식당에서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C 기초의회 의장 역시 특정 식당에서 간담회를 빈번하게 개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역 기초의회 의장ㆍ부의장ㆍ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바탕으로 선정된 8개 구ㆍ군별 맛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다소 황당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도 드러났다.

D 기초의회 의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집행공무원과의 간담회, 전문위원과 간담회로 명시됐는데 참가 인원은 2명(의장 포함)이었다. 간담회 장소는 프랜차이즈 카페다.

밥값으로 사용되지 않은 나머지 1%는 직원 경조사 및 명절 선물세트 구입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이런 상황이지만 중구ㆍ북구ㆍ달성군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기초의회는 올해 의장ㆍ부의장ㆍ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를 일제히 인상했다. 기초의회 의장의 업무추진비는 지난해보다 5.2∼17.6% 인상됐다. 덩달아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도 늘었다.

대구의 한 공무원은 “업무추진비도 엄연히 지역민의 세금인데 관행처럼 밥값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물론 간담회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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