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여교수, 자서전 속편 발간

발행일 2014-07-29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주 모량리에서 베른하르트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순 교수가 펴낸 자서전.


“제게는 살아서 돌아갈 고향이 없습니다”

김연순(86ㆍ여) 전 동아대 교수가 ‘내겐 돌아갈 고향이 없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에 이어 속편을 발간했다.

함경북도 부령 출신인 김연순 교수는 6ㆍ25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서울로 내려왔다. 그는 서울에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로 건너가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의 ‘억척’은 자녀교육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에 있던 세 아이를 독일로 유학시켜 공부하게 했다. 아이들이 독일에서 의사와 예술가로 성장한 뒤 김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동아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퇴직 후에는 경주 모량리에 거처를 정해 오스트리아 출신이자 독일의 대문장가로 알려진 ‘베른하르트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베른하르트 문학관은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장 박목월 생가와 인접해 모량리를 문향의 고장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는 베른하르트 학회를 구성하고 문학도들과 토론회 시간을 가지며 경주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웃의 목월 시인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시와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기도 한다.

김연순 교수는 자서전 출판 당시 “나는 소설가도 수필가도 아니다. 이것이 내가 쓴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되는 셈”이라며 속편을 고사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왼손으로 어렵게 쓴 속편을 펴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반정부 불온사상자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독일로 망명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화위복”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겐 돌아갈 고향이 없어. 있어도 갈 수 없으니 그러면 어때. 나는 모량리 내 집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으니….” 그는 결국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최근 고국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고향이 있는 나라에 묻힐 것”이라며.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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