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든 간호사 시인

발행일 2014-10-24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계명대 동산병원 박미란 간호사
20년만에 첫 시집 ‘그때는…’출간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28년간 간호사로 지내온 여류시인이 이 가을, 깊은 슬픔을 담은 시집을 펴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계명대 동산병원 수간호사 박미란 시인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오랜 적막을 깨고 20년 만에 세상에 내 높은 첫 시집이다.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집 출간에 조바심치는 시단의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스무 해라는 견인(堅忍)의 시간은 실로 놀랍다. 그런 의미에서 박미란 시인의 첫 시집을 펼치는 것은 한 켜 한 켜 두터워진 나이테를 찬찬히 더듬어보는 것과 같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문학의 전당, 116페이지)에는 대표 시 ‘온기’, ‘조각전’을 비롯해 56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를 관통하는 시혼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슬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것은 기억의 형태로 존재하는 화석화된 슬픔도, 정신적 외상과 관련된 병리적 상황도, 거시사를 거느린 사회역사적 슬픔도 아니다.

박미란 시인의 시는 미시적 개인사 안에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하는 슬픔 속에서 상징적 표상물을 건져 올린다. 그것은 슬픔과 오랫동안 사귀어 온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애소의 응결체이자 미학적 응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박미란 시인은 현대인의 인스턴트 같은 삶을 안타까워하며, 잃어버린 옛정서와 그리움을 다시 기억하고 지나간 순간들이 현재와 어어져 영원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박미란 시인은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태어나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간호사이면서 시인인 것이 행복하다. 그 어떤 직업보다 인간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 간호직인 것 같다”며 “환자를 돌보면서 인간의 숨소리를 듣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영혼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시를 쓰는데 큰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또 “감각과 사유의 깊이가 조화되어야 인생은 비로소 풍성해진다. 이번 시집을 통해 나란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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