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담벼락, 엄마의 손길 가득

발행일 2014-08-28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학부모 17명 재능기부 동참3개월간 스케치부터 도색까지이달중 완공기념 사진전 열어

대구 죽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이 3개월 동안의 재능기부로 밋밋한 학교 담벼락을 동화 속 이야기가 속삭이는 것처럼 아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으로 가득채운 뒤 활짝 웃고 있다.


대구죽곡초등학교의 밋밋했던 담벼락이 새롭게 변신했다. 학부모가 함께한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덕분이다.
평소 정병재 교장은 밋밋한 벽면의 하얀 공간이 늘 아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밋밋한 담벼락을 채울 방법을 모색하던 중 미술재능기부 학부모 4명이 교장 선생님과 생각을 같이 하면서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또한 죽곡초 학부모 평생교육 미술동아리 학부모들도 동참해 총 13명의 학부모들이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이들은 지난 5월 1일부터 7월 22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교내의 벽과 기둥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렸다. 벽화그리기에 앞서 지난 4월부터 벽화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 기획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 회의를 거쳐 수많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진행했다.
5월 초부터는 이 가운데 최종 아이디어 스케치를 선택해 본격적인 시안작업에 들어가자 소식을 들은 학교 인근 한 사업체가 지역사회 교육기부를 하겠다며 벽화의 기본 밑바탕 도색 작업을 도왔다.
선풍기, 에어컨도 없는 땡볕의 무더위 속에 힘든 작업이 계속됐지만 이들의 열정에 더위쯤은 결코 장애가 되지 못했다. 먼저 연필을 잡고 무지의 담벼락에 까만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 묵혀두었던 미술학도의 꿈을 유감없이 펼쳤다. 밑그림 후에는 둘레둘레 모여 앉아 물감으로 채색하고 신나는 붓놀림을 펼쳤다.
그 결과, 학교의 담벼락에는 아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이 한가득 그려졌다. 학교 건물 내 기둥과 콘크리트 담벼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꽃밭, 바닷 속 풍경, 동화 속 주인공, 놀이동산 등을 주제로 학교 구석구석 담벼락을 가득 메웠다. 바람이 불면 넘실넘실 춤을 출 것만 같은 초록의 풀밭은 끝 모르게 펼쳐져 눈길을 끈다. 담벼락 구석구석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수줍게 피어 소담함을 자랑하고, 하늘의 구름과 오색의 풍선이 둥둥 떠다니고 있어 마치 두 손에 잡힐 듯하다. 흰 기둥에는 잠수정을 타고 여러 종류의 해양 생물과 함께 바다 탐험을 할 수 있고, 눈앞에 그려진 동화 속 친구들은 눈을 깜빡이며 말을 걸 것만 같다.
지난달 22일에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그간 진행된 벽화 작업을 완성, 재능기부 봉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동안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은 수 백장의 사진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자 학부모들은 감격스러움에 눈물을 훔치거나 영상이 끝난 뒤에도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등 서로를 격려하고 보람을 느꼈다.
한편, 학교는 학부모 재능기부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 완공을 기념해 제1회 학교사랑 사진 콘테스트도 개최하고 이달에는 강정보 디아크에서 제1회 죽곡초 학교사랑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6학년 김경민 학생은 “가족, 친구와 함께 학교의 아름다운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고, 사진 속에 담겨있는 우리 학교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으며 특히 어머니들의 재능기부로 그려진 멋진 벽화가 우리 학교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며 대구죽곡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영희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이 벽화 앞에서 옹기종이 모여서 그림을 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볼 때 3개월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며 “어머니들의 재능기부가 대구 전체 학교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병재 교장은 “학부모 들이 자녀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한 점이 무척 고맙다” 며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미뤄보고, 절로 학교에 나오고 싶어지는 명물벽화가 될 것”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김윤자 죽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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