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밑져야 본전인 후보, 잘해야 본전인 후보

발행일 2014-04-18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스펙 좋은 후보는 현실 안주 위험공약 좋아봤자 지키지 않으면 ‘뻥’ 진정성·실천력 지닌 후보 나와야”





이경우

언론인

“스펙이 좋은 후보? 일류대학 나오고 화려한 경력에 주변 환경까지 금상첨화인 후보. 그런 후보가 과연 몸을 던져 일할까? 부자 몸조심한다고 가만있으면 본전인데 모험을 할까. 찬성만큼이나 반대 세력이 끊이지 않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무리해 가면서 일을 벌일 가능성이 있을까?” 선배는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대구는 언제 지역총생산 만년 꼴찌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낼 지도자를 선택하는 행운을 대구 시민에게 줄까. 지역 패권 새누리당의 최종후보를 결정하는 주말 경선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선배는 스펙 좋은 후보는 현실에 안주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맨땅 정신의 후보가 더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잃을 게 없는 그로서는 밑져야 본전 아닌가. 그런 후보에게서 대구 발전을 위한 무모할 정도의 도전과 모험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후보에게 힘을 발휘할 기회를 줄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누가 믿고 밀어주어야 하는데, 중앙의 정치권이 알아주고 중앙정부의 예산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인데 말이다.

역시 정책선거가 돼야 한다고 내가 말했다. 누가 정책 중요한 거 모르나. 그런데 공약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지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공약(空約) 아닌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대표가 주장했다가 물러난 기초선거 공천만 해도 그렇다.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은 이 문제를 갖고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국민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완전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을 때 이렇게 물어봤다. 아무리 공약이 좋으면 뭐하나.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데. 역대 대통령이 공약을 모두 지켰으면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진작 4만 달러를 넘어서고 복지와 민생은 그야말로 활짝 피어나 양극화 문제는 옛날 얘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때 박 후보는 자신을 믿어달라고 그랬다. “내가 소신의 정치인이잖아” 그러나 박 대통령도 많은 공약을 뒤로 미루거나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을 내놓았다가 실패했다.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이란 목표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이전 공약을 내놓았다가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고 지금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정권 탄생의 부담인 소위 DJP 연합 대가로 내각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뻥’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이럴진대 대구시장 후보의 공약을 따지는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공약이나 스펙 보다는 무모하게 도전하고 모험을 두려워 않는 진정성과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 대구시장 후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시민과 대구를 위해서 온몸을 던져 일 할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의 새누리당 행태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상향식 공천이라 해놓고는 공천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기 생각과 자기와의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다 “지금 나와 있는 후보 누구라도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 중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역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 참으로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소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의 미래나 유권자인 대구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중세 프랑스의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는 선언의 21세기 한국판 버전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이긴다는 오만한 발상은 대구시민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를 위한, 대구시민을 위한 후보가 되어야 한다. 대구시민을 위한 후보가 아닌, 특정 세력이나 집단을 위한 후보를 선택한다면 대구시민들은 결정을 달리 할 수 있다. 대구를 위해 몸을 던질 후보가 나오길 바란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한판 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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