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만 손해보는 세상

발행일 2014-04-21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사무직보다 못한 비겁한 선박직들





서상호

주필

우리나라에는 선박과 운명을 같이하는 해양국가인 영국의 ‘선장명예전통’은 없다.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 때 이 전통대로 처리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줬다. 선장인 에드워드 스미스의 고향 리치필드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명언과 함께. 이외도 버큰에이드호 등 구조선이 모자라 승객은 살리고 선장과 선원들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 감동의 전통은 많다.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있다. 1993년 서해페리호 사건이다. 292명의 사망자를 낸 큰 사고였는데 당시 선장 백운두씨를 비롯한 선원 7명은 모두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했다. 그런데 당시 우리는 놓친 것이 있다. 이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워 영국의 선장명예전통 같은 것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랬다면 세월호 사태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장은 구조지휘를 포기한 채 승객보다 먼저 배를 탈출하고, 선원들 역시 승객구조는 나 몰라라 한 채 배를 빠져나온 전 세계인의 비웃음과 분노를 사고 있는 일말이다.

그러나 마땅히 구조활동에 앞장서야 할 선박직은 비겁하게 내 빼 15명 전원이 살았고 반면 양대홍사무장, 안내방송하던 박지영 등 사무직은 의외로 활발히 구조활동을 펴다 불행히도 6명이나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엉터리는 이준석 선장의 구조지휘 포기이다. 이탈리아 해운명예를 더럽힌 코스티 콩코르디아호 셰티노선장보다 더 나쁘다. 왜냐면 콩코르디아호는 어른이 대부분이지만 세월호는 약 70%가 어린 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옛날 맹자는 성선설을 설명하면서 인간은 측은지심이 있어 우물가에 아기가 위험해지면 도척 같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도 아기를 구한다는 예를 들었다. 측은지심이 인간의 기본조건으로 꼽았다. 그럼 어린 청소년 300여명을 두고, 그것도 ‘밖에 나오지 말라’며 사실상 선실에 가둬 놓고 자신은 그냥 내뺐다. 측은지심이 있는 자인가 없는 자인가. 선장 등 선박직들은 이날 오전 9시 37분 탈출시도 하여 9시 50분쯤 구조됐다. 그런데 배에 남아있던 승객들에게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은 30분쯤 뒤인 10시15분에야 했다.

이번 세월호사건은 사회가치관이나 사회적 이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공보처가 일반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다. 우리나라서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항목에 무려 72.2%가 동의했다. 사회붕괴라는 아노미 현상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다행히 차츰 회복되어 2011년에는 41.5%로까지 줄었다. 비정상화가 차츰 정상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의 세월호사건에서 우리는 너무도 악마적인 현상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그대로 따른 똑똑하나 착한 학생은 죽고,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온 착하지는 않으나 똑똑한 학생은 살았다. 위기 상황의 선박 안에서의 안내방송은 바로 선장의 명령이며 질서의 기준이다. 따라서 질서를 지키면 손해를 넘어 죽음이라는 극단적 사례를 본 것이다. ‘움직이지 말라’는 엉터리 질서였지만 바다의 생리를 모르는 육지선생님들은 일단은 질서로 알고 따랐다. 특히 학생을 지도해야 할 교사는 앞장서 이 엉터리질서를 지키려했을 것이다. 교사 14명 중 2명만 구조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동시에 학생들의 희생도 더 커졌고…. 대한민국이 크게 후퇴했다.

재난대응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이렇게 운용을 잘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줬다. 구명보트나 구명사닥다리 등 구조장비가 잘 구비해 있다한들 학생들이 선실 밖으로 나와야 이들 장비를 써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리더의 결정과 이를 위한 정신상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특히 위험사회에서 배나 비행기, 기차와 같은 대량운송기구에서는 선장이나 기장, 기관사 같은 리더의 직업윤리가 중요하다.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영국의 명예전통 같은 ‘바다정신’이나 ‘공인정신’을 만들고 키워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법’의 개정도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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