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TV 프로에 할 말 많다

발행일 2014-10-31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똑같은 내용의 뉴스 계속 반복하고시청자보다 출연자가 우선된 방송 TV는 지금 반성없는 방송사고 중”

이경우언론인

세월호 사건에서 TV가 현장을 생중계하는 통에 기자들의 자질과 방송국 능력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외상을 입었지만 방송을 업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엄청난 내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종합편성 TV의 일부 기자와 리포터의 자질부족, 그런 구성원들이 엮어가는 프로그램은 국민을 한참 무시하는 수준이다. 특히 리포터나 방송 해설자, 참여 패널들 제발 좀 골라 출연시켰으면 좋겠다. 명사도 아니었고 전문가라고 할 수도 없는, 또는 한물 간 인사들이 출연해 전문가라며 몇 시간씩 별로 진지하지도 않게 농반진반 프로그램을 잡담하듯 진행하고 있다.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그들의 의견이 전문가의 고견으로 탈바꿈하면 큰일이다.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이 하찮은 가십으로 전락하고 그런 의견들이 다수의 이름을 얻으면 사회의 퇴보다.

어떤 프로그램은 가족들이 총출동해서 아주 난리다. 아버지가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스튜디오에 나와 쇼를 한다. 법조계나 정치계에서 자식에게 자리를 대물림하는 음서제의 연예계 버전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프로그램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등장해서 은근히 자기들 자랑을 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들이 명절 한때 특집이 아닌 아주 고정 프로그램이란다. 그런 연예인 가족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방송국을 돌아가며 나타나고 있으니 시청자들로서는 또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진행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케이블과 종편, 지상파 방송마다 경쟁적이었다. 이건 뭐 육아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예인 가족들 신상 털기 비슷하다. 이름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라고 했다.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는 아빠 이야기다. 경쟁 공중파에서는 ‘아빠! 어디 가?’라는 육아 프로그램이 대응 편성됐다. 거기에 상업방송은 할아버지까지 등장하는 ‘오! 마이 베이비’라는 육아 프로그램이었다.

지상파 방송은 종편과는 달라야 할 것인데 그것도 그렇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요즘 시골 사람들도 텔레비전 앞에 서면 자동으로 애드립 대사가 나오는 시대다. 거기에 비하면 지상파 방송의 현장 리포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리포터의 질문 수준이나 토크 프로그램의 전문가들 발언이 너무 맥이 없다.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인가, 출연자들을 위한 방송인가 헷갈리기까지 한다.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음식을 장만하고 먹는 방송들이 나올 때면 고작 묻는 말이 “맛이 어때요?” 또는 “어땠어요?” 정도다. 그러면 나오는 대답도 “끝내줘요” “쥑여줘요” 정도다. 이 저질 신파 방송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란 말인가.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개그 프로그램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전파를 타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프로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의 연습 출연인가?

오락 프로그램을 볼라치면 프로그램마다 연출자의 미숙함을 가리기 위함인지 시청자들의 편리를 도와주기 위해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화면에 등장하는 자막은 아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장면에서 억지로 웃음을 만들거나 말풍선을 만들어 시청자들을 억지로 끌고 가려 한다. 중요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에 무분별한 자막을 내보내 시청을 방해하는 것은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로 불리던 시절로 시청자들을 되돌리려는 시도 같다. 그러나 시청자도 진화한다.

뉴스 보도에서도 인터넷이 대세라지만 전국네트워크를 가진 TV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그런 TV의 강점은 활자 매체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리얼타임과 속보성이라 할 것이다. 이 점에서도 TV는 반성해야 마땅하다. 이를 주형일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분명한 방송사고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뉴스를 저녁 시간에 내보내고 9시 뉴스에 보낸다. 그러고 이튿날 새벽 뉴스에다 7시 뉴스에 또 방송한다. 같은 팩트를 같은 기자가 보도하는데 등장하는 리포터까지, 그 사람의 현장 멘트까지 그대로이다 보니 이건 분명 사고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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