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사고로 잃어버린 신체의 한 부분을 메워주는 영혼의 단짝||작고 오래된 골목길 그려
문성국 작가는 중증 장애의 한계를 창작활동으로 극복하며 일반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신체적 장애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 뿐 나의 예술 활동에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고 하는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그의 예술활동에 자양분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년 전인 2003년부터다. 어린 시절의 손재주와 감각만을 믿고 미술의 세계에 입문했다.
학창 시절 옅은 손재주로 그려낸 인물 스케치와 취미로만 여겼던 미술이 어느새 사고로 잃어버린 신체의 한 부분을 메워주는 영혼의 단짝이 돼버린다.
매일 아침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에게 감사한 일이었고, 불편한 몸이지만 생각과 감정을 종이에 표현해나갔다.
낯선 분야에 대한 설렘보다는 무지한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며 표현할 수 없는 좌절이 그를 가로막기도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겪게 된 힘들었던 부분은 신체적 한계가 아닌, 정신적 공허함이 주는 유리 장벽의 단절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마다 의사를 꿈꾸며 청년기를 보내던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에게 불어닥친 신체장애의 아픔을 떠올리며, 용기와 위안을 얻어 나갔다.
꾸준한 창작활동에 부스 개인전 7회,대구 장애인미술협회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6년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 우수작품상 수상, 2018년 한중일 장애인 미술교류전 우수작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 지난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 기획전시 ‘포용적 예술: this-able’ 초대작가로 참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으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에 도전하는 경험도 했다.
그의 작품은 도시의 작고 오래된 골목길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재개발이 임박한 주택지의 낡은 골목길이 주는 정겹고 따스한 인상을 화면에 담아 그 속에서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던 기억을 환기해준다.
그의 야경 작품은 고단했던 하루가 끝나가는 늦은 오후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오전으로 나뉜다.
매일이 기적과 같은 삶이었던 문 작가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지고 어둠 속에 파묻힌 도심 뒷골목의 을씨년스러움이 실의에 빠져 있던 과거 자기 모습과도 닮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사이 어둠을 뚫고 빛나는 화려한 불빛은 의욕과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현재의 모습으로 인식된다.
김태곤 대백갤러리 큐레이터는 “문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잊히는 풍경들을 소중하게 기록하듯 그림에 담고 있다”며 “작가의 눈에 비춰진 평화로운 골목길은 그가 평생을 써 내려갈 일기와도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53-420-8015~6.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