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수필대전 ‘금오신화의 산실을 찾아서’

장려상 황영선금오신화의 산실 용장사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금오산과 고위산 사이 용장 계곡으로 흐르는 낮은 물소리가 글 읽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 길이 은적골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듯 길의 초입에 김시습이 은거하며 쓴 시가 발걸음을 붙든다.시대와의 불화를 글로 쓰며 은둔과 방랑을 선택한 그에게도 인간적인 고독은 어쩔 수 없었는지 그가 이곳에서 쓴 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용장골 골 깊으니 오는 사람 볼 수 없네가는 바람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나고비낀 바람은 들매화를 곱게 흔드네 작은 창가에 사슴 함께 잠들었으라낡은 의자엔 먼지만 재처럼 앉았는데깰 줄을 모르는구나 억새 처마 밑에서들에는 꽃들이 지고 또 피는데 (설잠 김시습)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지조를 지키며 은둔의 길을 걸어간 고독했던 옛 시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길이다. 물소리는 돌돌돌 흘러 밖으로 길을 내는데, 뭇 꽃과 봄빛을 누리지 않고 세간의 불의에 등을 돌린 채 홀로 지조를 지키려 했던 매월당의 향기를 찾아간다.경주 남산은 가는 곳마다 돌부처가 말을 건다. 이곳은 골짜기 이름조차 절골, 열반골이다. 이 길을 곧장 걸어가면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김시습이 승려가 되어 찾아든 은적골로 들어서면 바위 속에 집을 짓고 웃고 있는 부처를 만날 수가 있다. 김시습의 삶의 궤적은 신라 말 전국을 유랑하며 수많은 글을 남긴 비운의 천재 최치원을 떠올리게 한다.경주 내남 용장골로 들어서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을 놓치지 않게 설잠교가 나온다. 설잠은 김시습의 법명이다. 골짜기에서 올려다보면 산정 높이 산을 기단으로 한 용장사 3층 석탑이 아득하게 보인다. 아! 하고 탄성이 새어 나오게 만드는 산과 한 몸이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그 석탑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용장골을 벗어나 계곡을 건너 은적골로 향한다.골짜기를 따라 휘적휘적 걷노라면 집에서 한 짐 지고 나온 무겁던 상념들이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듯 생각이 맑아진다. 이 기슭 어디엔가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말하듯 깨어진 돌절구가 보인다. 숨이 살짝 가빠질 무렵 대숲에 둘러싸인 공터가 나온다. 매월당이 은거하며 우리나라 최초 소설 금오신화를 썼다는 바로 그곳이다.그가 머물던 암자도 사라지고 절도 사라진 빈터에 무슨 인연으로 와 이렇듯 서성이는 것일까? 시대와의 불화를 글로 풀어내었던 고독한 시인이자 소설가. 대숲을 둘러봐도 은적암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암자를 앉히기 위해 쌓았던 축대와 무너진 석탑들이 골짜기에 나뒹군다. 폐허에 불을 밝히듯 양지바른 한쪽에 달맞이꽃이 피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그는 이 적막함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어둠을 갈아 글을 썼으리라. 우리나라 최초의 기전체 한문 소설 금오신화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내면에 불을 밝히며 글을 쓰게 하였을까? 전국을 떠돌며 은둔의 길을 걸었던 매월당이 이곳에 6년여 머물며 금오신화를 썼으니, 방랑자도 발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이 은적골에 있었음이 분명하다.은근히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이 때론 숨 가쁘고, 좌우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길만 보며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내내 오르막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시야를 확 틔우며 쉬어가라는 듯 반석이 나오고, 먼 곳을 내다보며 살라는 듯이 하늘이 숨통을 틔워준다. 건너 고위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이 눈앞에 다가선다.은적골을 올라서면 맷돌을 쌓아 올린 듯한 삼륜대좌 위에 앉은 석조여래와 바위에 은거한 마애여래불이 나온다. 신라 고승 대현 스님이 염불을 하며 탑을 돌면, 석불도 고승을 따라 얼굴을 돌렸다고 전하는 그 여래불이다. 그러나 얼굴이 사라지고 없다. 그 옆 바위 속에 은거한 여래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남아있다.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고 손을 내밀어 위로해줄 것만 같다. 지워질 듯 희미한 바윗길을 따라 오르면 아래쪽에서 우러러보았던 삼층석탑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김시습은 경주의 유적을 돌아보며 흥망성쇠는 끝없이 반복되는 법이며, 옛일과 지금 일로 미래를 추론한다는 의미깊은 말을 남겼다. 무너진 담에 봄비가 내려 풀이 무성한 그곳에 나그네의 한이 머문다고 했으니, 매월당이 경주 용장사지로 찾아든 까닭을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눈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처럼 지조를 지키며 은둔의 세월을 소설을 쓰고 시를 지으며 견뎠다.그는 유독 매화를 사랑했다. 뜰에 매화를 심고 당호를 매월당이라고 지었으며, 글을 쓸 때도 매월당이라는 호를 사용했다. 그는 매화를 보며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연 속에 피어나는 매화에 이끌려 무심의 경지에 가 닿고 싶어 하던 그. 세한의 시절을 견디며 매화꽃 향기 같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을 집필했다.매화는 차가운 겨울을 이겨 내는 고결하고도 지조를 지키는 고독한 꽃이다. 세한은 올바른 이념이 실현되지 못하는 시대를 상징한다. 세한에 홀로 피어난 매화는 곧 지조를 지키는 고결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뜻하니, 매월당은 지조를 지키며 은둔한 고독한 자신의 모습을 매화에 투영하고 위로받았음이 분명하다.은적골에 눈이 내리면 사방은 적막강산이 되고, 찾아드는 이 하나 없는 이곳에서 불을 보며 찾아든 산짐승을 서로 측은하게 바라보며 외로움을 나눴을 은자! 전국 명산대찰을 돌며 방랑과 은둔의 길 곳곳에서 글을 써서 남겼다. 냉철한 시선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에 등을 돌린 불꽃 같은 성정의 그.탈출구를 찾듯 미친 듯이 시를 읊었고, 누군가 읽어주는 시를 들으며 울음 우는 눈물 많은 남자였다. 단종의 폐위 소식을 듣고 사흘간 통곡한 뒤 읽던 책을 모두 불사르고 불가에 입문해 승복을 입고 전국을 떠돌았던 김시습. 지조도 절개도 없이 꺾이는 변절자들을 보며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고 세상에 등을 돌리고 은둔의 길을 걸었던 그는 시인이요, 소설가요, 고독한 선각자였다.산정의 흰 눈처럼 깨끗하지만 고독했던 사람 설잠(雪岑)! 그는 이곳에서 세월의 무상함과 인생무상을 글로 쓰며 폐허가 된 자신을 수습하였는지도 모른다. 구름처럼 전국을 떠돌며 방랑을 하던 조선 시대 생육신 김시습. 그가 금오신화를 집필했던 산실 용장사지에서 차 한잔을 올린다.매화처럼 절개를 지키며 달처럼 은둔의 길을 걸어간 매월당. 그가 고뇌에 찬 얼굴로 굴갓을 눌러쓰고 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뻥 뚫린 가슴의 구멍에 손을 얹으면 대숲이 대금 소리를 낼 것 같은 적막이다. 그가 머물던 금오산 기슭 은적골에 대숲 그림자가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사슴이 와 창가에 머물다 갔다는 절터에 바람이 불고 있다.나뭇잎에 시를 써서 강물에 띄워 보낸 시는 어디쯤 가 닿았을까? 그가 불태운 수많은 시는 불씨가 되어 수많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밭둑가의 쑥대처럼 떠돌아도 세상 살아가는 길이 험하고 위태로워 꽃떨기 냄새나 맡으며 말없이 지내겠다던 그는 글 속에 할 말을 쏟아 부었는지 모른다. 거름통 같은 세상을 벗어나 글 속에 아름다운 산천을 담고, 고통에 신음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을 남겼다.그가 머물렀던 매월당은 빈 원고지처럼 남아있다. 절은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많다는 듯이 용장사지 곳곳에 깨어진 돌탑들이 뒹군다. 흩어진 탑신을 찾아 다시 일으켜 세우듯 용장사지 금오신화의 산실을 찾아 걸었다. 종교를 아우르는 사유와 빼어난 문장가였던 그가 말을 걸어오고 있다. 신화를 꿈꾸듯 금오신화를 썼던 대숲은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바람결에 사운댄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꽃은 인생의 깊이를 알려주지요…이경희 작가 초대전

“꽃은 한시적인 동시에 인생의 깊이를 알려주는 매개체죠. 또 마음의 위안이기도 하고요.” 15일~25일 대구 수성구 박물관 수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는 이경희 서양화가는 화폭에 담긴 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꽃이 아름다운과 인생의 순환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 작가의 꽃은 날 것 그대로이다. 꽃잎의 세밀한 붓터치와 가장자리에 자리한 수술은 오로지 손끝의 촉각에만 의존해 그려 나갔다. 꽃을 통해 지나온 삶을 필름처럼 반추했을 대목이다.그는 “삶 속에 얻어지는 느낌과 감동을 회화적 표현을 통해 승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자신의 인생 여정을 소개했다.대구교대를 나와 평범한 교사로 살다 그림의 표면 질감 표현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 온 이 작가는 “꿈은 미대에 입학 해 작가가 되길 원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강권으로 교육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교사로 생활했지요. 하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작가의 길로 나서 석·박사 과정은 미술을 전공했지요” 그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그의 작품에는 손때가 뭍어져 나온다. 사실적이다. 한동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수없이 덧칠하고 문질렀을 손끝의 쓰라림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그가 말하고 있는 내면세계의 깊이 때문이다.작가로서 오랜 숙련에 다져진 뛰어난 묘사력과 독창적인 조형감각은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꽃을 주제로 그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작가는 “나에게 꽃은 삶의 심연과 인생을 고뇌하는 마음 속에서 마음을 주는 ‘화폭 속 언어’로 주제인 꽃의 추구와 탐색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놓고 그 속에 미화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이유이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2019수필대전 ‘백상아제’

장려상 이윤희 포탄에 찢겨 휘어진 철골 기둥이 교각의 상판을 아리게 붙들고 있다. 여기저기 스친 탄흔들이 그날의 생채기를 풀어헤치기라도 하는 듯 허공에 노니는 햇살을 튕겨낸다. 솜구름 조각들이 푸른 강물에 빠져 흐르고 오래전 상흔을 잊고자 철교는 연두색으로 화사하게 단장했다.옛 왜관철교다. 6·25 전쟁 때 폭파되어 수많은 피난민이 희생된 애환의 전적지다.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역과 왜관역 사이의 낙동강을 가로지른다. 당시 파죽지세의 북한군 전진을 막아 승리한 이 낙동강 전투에서 국군은 북진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 연유로 ‘호국의 다리’로 부른다.오늘은 하늘이 높기만 한데 그날은 온통 포연으로 자욱했으리라. 내게 전이되는 아릿한 통증을 뿌리치지 못해 송두리째 파묻힌 이곳의 잔상들을 꺼내 보려고 보챈다. 끊겼다가 다시 이어진 다리의 철골이 바람 소리를 낸다. 그 아래로 어우렁더우렁 출렁이는 강물은 휩쓸려간 수많은 넋의 아우성을 가둔 채 말이 없다.백상아제를 생각했다. 피붙이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마을에서는 이름 대신 성씨 뒤에‘상’자를 붙여 불렀다. 농사일이 많은 옆집 일손이 되어 평생을 보냈다. 우리 집 뒤편 작은 땅뙈기에 일자형 집 한 채를 지어 기거하게 했다. 동녘이 허옇게 밝아질 때면 가장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백상이었다. 옆집 식솔이지만 우리 집 식구와도 친했다. 부침개 한 장을 부쳐도 백상을 불러 막걸리 한 사발 건넸던 일들이 떠오른다. 한여름에도 한쪽 다리는 천으로 칭칭 감고 있었다. 6·25 전쟁 때 총탄에 맞아 입은 상처였다. 진물이 배어나며 검게 변한 부위에 아버지와 할머니가 약을 발라주는 걸 자주 보았다. 어릴 때였지만 아저씨를 볼 때마다 짠했다. 가족은 이북에 두고 혼자 왔다. 전쟁포로였다. 가끔 함께 남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만나러 외지에 다녀오곤 했다. 입은 옷이라고는 물 빠진 옅은 국방색 작업복에다 정수리 부분이 눌려 후줄근한 챙모자 하나가 모두였다. 상처에 물기가 젖어들까 봐 늘 장화를 신고 다녔다.우리가 도회지로 나온 뒤에도 가끔 안부를 물어왔다. 결혼식 날, 신부대기실에 아제가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들어왔다. “아이고 윤희가 요렇게 커서 시집가는구나, 참 이쁘다. 잘살아라. 알았제.” 많은 지인이 들락거렸지만,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며 좋아하던 백상아제의 모습이 가장 오래 남는다. 아제도 북에 딸 하나 있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애잔한 마음이 일었다. 폭이 큰 웨딩드레스로 치장하고 손에 부케를 든 나는 불쌍한 백상아제의 손을 잡아 드리지도 못했다.초여름 산들바람이 내리쬐는 햇살을 흔든다. 호국의 다리를 걸으며 강을 훑어가는 바람을 마신다. 눈을 지그시 감고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다. 아제도 인민군 대열에서 이 다리를 넘으려 했을까.다리 북쪽 작은 공원에서 폭파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안내판을 마주한다. 참혹한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그리할 수밖에 없었던 군의 고뇌를 읽는다. 아물지 않는 동족상잔의 상처에 다시 통증이 아려온다. 지금 호국의 다리란 이름 앞에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또 끊어질 일을 우리가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머리가 무겁기만 하다.다리를 되돌아 건너 산기슭 언덕에 올랐다. 호국평화기념관이 우람하게 자리 잡았다. 옥상엔 하늘을 덮을 듯 장대한 태극기가 휘날린다. 그날 낙동강 전선의 승전보를 알리는 산화한 영령들의 몸짓처럼 펄럭댄다. 내부엔 전쟁의 참상이 빚어낸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슴을 울리며 지금의 살아가는 이유를 곱씹어보라고 한다. 총탄이 관통한 구멍 난 철모 앞에 멈췄다. 고개가 숙여진다. 쓰러져간 영령들 앞에 때늦은 애도를 바친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무명용사의 절규가 들린다. 선생님 손에 끌려 기념관을 한 바퀴 돌고 나온 꼬마들의 눈빛이 초롱인다. 이 언덕을 지켜낸 용사들의 대를 이을 아이들이다.눈 아래 낙동강 전망을 눈조리개로 죽 당겨 들인다. 왜관철교, 칠곡보, 양안 둔덕의 생태 공원, 관허산성 둘레길, 강변의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푸르게 이어졌다. 칠곡군이 전쟁의 모진 역사를 붙잡아두려 팔을 걷어붙였다. 이 전적지 일대에 평화 공원을 조성하여‘호국의 메카’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나치기만 했던 왜관철교의 풍경이 6월의 한가운데서야 찾아온 나의 무심함에 매질을 한다.멀리 다리를 되돌아본다. 강은 은빛 물비늘을 만들며 유유히 흘러내린다. 강물에 사라진 사람들은 말이 없다, 산자의 애틋함만 강바람을 탄다. 백상아제의 눈물을 이제야 제대로 가슴에 담는다. 본래 아군 적군이 어디 있었겠는가. 반도의 같은 사람들이 나라 만드는 생각이 달라 벌인 싸움이었다. 힘센 객군들에 휘둘린 역사의 아픔이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꿀벌나라테마공원, 2019 경북도 건축대전 최우수상

칠곡군은 15일 꿀벌나라테마공원이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북도건축사회가 주관한 ‘2019 경북도 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공공부문)’을 받았다고 밝혔다.꿀벌나라테마공원은 사업비 107억 원을 들여 칠곡군 석적읍 중지리 산 35번지 일원에 연면적 2천164㎡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전시체험관, 홍보관, 야외 체험장, 밀원수목원 등을 갖췄다.양봉특구의 강점을 활용해 자연친화적으로 건립된 칠곡 꿀벌생태체험관은 칠곡호곡평화기념관, 칠곡보, 관호산성, 각종 수변공원과 연계한 체험형 농촌관광시설로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한편 이날 최우수상을 받은 칠곡군에는 건축물에 부착하는 동판을, 설계자 종합건축사사무소 에이디디와 시공자 동양종합건설에게는 표창패가 각각 수여됐다.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제38회 대한민국영남서예대전 대상 오광석·엄재익 선정

[{IMG01}]제38회 대한민국영남서예대전에서 한문부문 오광석씨의 ‘다산 선생시’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글부문에는 엄재익씨의 ‘향수의 메아리’가 대상을 차지했다.대구경북서예가협회(이사장 정태수)는 지난 6일 작품 심사를 통해 충실한 기본기와 빼어난 창작성으로 대상에 선정됐다고 전했다.이번 대전에는 한글, 한문, 문인화, 현대서예, 캘리그래피, 서각, 사경, 민화 등 서예 각 분야에서 655점의 작품이 출품돼 392점이 입상했다.우수상은 한문 부문 박진화씨의 ‘최충 선생시’와 문인화 부문 채찬수씨의 ‘묵죽’이 선정됐고 기업체매입상은 엄대출씨의 ‘휴정대사 시’와 정구영씨의 ‘이정 선생시’가 각각 뽑혔다. 삼체상은 김정미 윤원의 조영준씨가 영광을 안았다.장년부 장원은 문인화 박팔봉씨의 ‘비파’가 뽑혔고 장년부 차상은 김영록씨의 ‘흔들리며 피는 꽃’ 박종혁씨의 ‘산중추야’가 가려졌고 장년부 차하는 구본식씨의 '봄날에' 박순태씨의 '월인천강지곡' 허광영씨의 ‘자반궁’이 선정됐다.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3시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리며 입상작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12월2일부터 6일까지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전시된다. ◆수상자◇특선 강병호, 고영환, 김경자, 김낙길, 김병형, 김성희, 김순섭, 김영선, 김영태, 김옥희, 김찬곤, 김호연, 박정웅, 박춘미, 박현순, 박홍주, 변양원, 송문숙, 신명숙, 안정인, 오계희, 우제길, 윤정수, 이금순, 이영숙, 이정기, 임용화, 조선희, 조순애, 조정희, 조철호, 조해병, 조희국, 채원철, 최완우, 한혜숙, 황미향 강나윤, 김외숙, 김용순, 김지원, 류재연, 마지영, 박정숙, 서강식, 서필숙, 송은화,오경숙, 이문석, 이문자, 정영혜, 정용린, 조정자, 최예련 권순직, 김영옥, 김정예, 김춘희, 김해숙, 박분남, 박순옥, 박영란, 백금명, 서의규, 여영희, 이강애, 이분순, 이인숙, 정낙현, 정미화, 조영희, 조춘희, 허일행, 홍정호 김낙완, 류명숙, 문성환, 박창영, 백낙권, 서덕수, 석근호, 윤인숙, 이광식, 이유근, 이정우, 지영미, 황막선 이산옥, 조수진 김선옥◇입선 강신필, 고재명, 권기확, 권순하, 권영주, 권옥영, 권철희, 권태자, 기미향, 김강연, 김경자, 김길순, 김덕남, 김도연, 김명희, 김상곤, 김수임, 김순금, 김순연, 김순일, 김영화, 김옥엽, 김용락, 김원표, 김재덕, 김정임, 김정호, 김종보, 김종훈, 김지수, 김지영, 김지우, 김태원, 김택상, 김학주, 김희숙, 남계동, 노용순, 라진숙, 류선훈, 류영숙, 류용한, 박대열, 박미선, 박민자, 박분자, 박상윤, 박수영, 박연일, 박영규, 박영희, 박이달, 박정웅, 박진옥, 백영안, 백환영, 서재하, 석종길, 송노일, 안미애, 안병원, 안재환, 안정식, 여경연, 여윤정, 여지원, 우옥현, 윤광수, 윤기수, 윤재국, 이나겸, 이만희, 이병희, 이상숙, 이연길, 이영우, 이영화, 이용수, 이재선, 이점선, 이정구, 이종언, 이진숙, 이홍선, 이희길, 장사선, 장영택, 전영순, 정광표, 정구용, 정미경, 정재권, 정지수, 정진수, 정춘자, 정혜자, 정홍기, 조명희, 조수진, 조정태, 차외만, 채영진, 천봉현, 최귀옥, 최규선, 최병기, 한방미, 허미옥, 허인수, 현만규, 홍택선, 황도복, 황영균곽순선, 구은정, 김동주, 김영선, 김예은, 김을수, 김주연, 김진완, 도정혜, 박재란, 박지민, 서영숙, 신옥자, 심순용, 위동순, 유영희, 이동건, 이미소, 이상옥, 이서현, 이은주, 이종구, 이주영, 임효진, 장순남, 정원화, 정지윤, 조연하, 채현옥, 최봉희, 한혜련, 홍성표, 황달호, 황명희, 황의철 김경자,김문식, 김옥기, 남정교, 류병수, 박은희, 박진숙, 박희자, 배말숙, 배묘근, 성진주, 손충호, 심명숙, 원상희, 이순옥, 이순희, 이승진, 이은실, 이회순, 이희선, 장인희, 정상임, 정재권, 정한순, 조성년, 조세진, 최용석, 최진욱, 추효언, 홍남일 김상수, 김상철, 유춘희, 최 영 이동자, 임두수, 장순남, 조남수, 조미진◇장년부 박팔봉 박종혁(한문), 김영록(한글) 구본식, 허광영(한문), 박순태(한글) 김경임, 김기백, 김방지, 김영태, 김용국, 김절자, 김해진, 김형길, 류동재, 류석찬, 박성근, 박치훈, 배정곤, 배춘희, 서금석, 성낙표, 손인달, 손증수, 신보연, 신효철, 우삼식, 유병철, 이상태, 이연희, 이영석, 이윤동, 이필훈, 조익목, 허덕회 고동수, 공판성, 곽융탁, 권영국, 권영창, 김원빈, 김덕환, 김병두, 김석규, 김영재, 김영환, 김완식, 김장근, 김재옥, 김종득, 김홍구, 김희준, 류시찬, 박 광, 박노하, 박도서, 박상두, 박상중, 박용환, 박인수, 배경애, 배재영, 배정수, 배한목, 손달춘, 손성학, 송원호, 송준태, 신길현, 신팔호, 심한석, 안일순, 엄한성, 오해련, 이병택, 이복순, 이상규, 이상백, 이상욱, 이용식, 이재형, 이종권, 이창근, 장상규, 정상근, 정연도, 정옥지, 정호영, 정 홍, 채윤순, 최경조, 최영학, 현영심, 홍정근, 황보승, 황윤호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사계를 만나다’

장려상 노정옥 쪽빛 바다를 따라 길이 펼쳐져 있다. 이름하여 ‘파도 소릿길’이다. 벼랑같이 일어서 달려오는 파도가 해안 끝에서 스러진다. 쉴 새 없이 밀고 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은 바다의 말없는 용틀임일까. 속내 깊이 엎드린 기억들이 꿈틀대며 일어선다.바닷길 언덕에는 온갖 여름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개망초, 나리, 메꽃, 달개비……. 함께, 때로는 각각 살아내는, 저마다 다른 색깔로 채색되는 들꽃 같은 우리네 인생.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답을 찾은 철학자처럼 잔잔한 희열에 빠져든다.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여태껏 감추어 오던 비경의 암석이다. 절리란 화산 분출로 인해 지표면에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면서 오랜 풍화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수억 년 전, 육지로 치솟은 불기둥과 몰아치는 바람, 억겁을 견뎌낸 바닷물이 빚어낸 걸작품이다.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절리는 수직기둥 또는 단일 형태이다. 그에 반해 바다에 뿌리를 내린 경주 주상절리는 다채로운 형상을 이루고 있다. 운 좋게도 나는 이곳에서 인생 사계를 발견하게 된다. 횡과 종, 사선과 곡선의 형태는 마치 인간이 겪는 다양한 삶의 의미를 품고 있었으므로.출렁다리를 건너 맨 먼저 눈에 띈 것이 부채꼴 주상절리다. 골 깊은 주름이 무지개처럼 펼치고 웃는다. 시린 세월과 한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쓸어안을 수십 폭의 주름치마인가. 하늘 궁전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대형 부채인가. 저곳에 큼직한 손잡이를 처억 매달고 부친다면 폭염도 순식간에 물러가고 태풍조차 불러오지 않을까.꽃향기가 층층이 배인 나무계단을 따라 다음 절리로 향한다. 위로 솟은 주상절리와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차례로 만난다. 얼핏 보면 위로 솟은 절리는 현대식 빌딩을 떠오르게 하지만 더 깊이 살피면 위무도 당당한 젊은 병사들의 사열대를 닮았다. 태양에 그을린 체구로 수만 년 세월을 지키며 수평선을 응시해 온 그들은 동해를 지키는 성채이다. 가까이 귀를 대면 용사들의 함성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바닷길 끝자락에서 반쯤 기울어진 주상절리와 마주쳤다. 손을 쭉 뻗으면 바로 만져질 것처럼 가깝다. 육지를 등으로 삼고 비스듬히 바다로 기울어진 절리의 한쪽 끝이 먼 수평선을 향하고 있다. 물살에 부대껴 온몸이 검추레하다. 바위는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무거운 짐을 지고 시름에 젖은 듯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벌떡 일어서려는 중년의 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쏟아지는 태양을 민낯으로 받아낸 세월 탓일까. 검게 탄 각목을 쌓아 올린 형태의 누운 절리는 잘 설계된 균형미를 자아낸다. 거친 세상을 불타는 열정 하나로 겁 없이 달려들었던 젊음의 시간들을 내려놓고 이젠 하늘을 마주한 채, 다가오는 고요를 맞이하려는 평화가 있다. 내 마음도 따라 눕는다. 파도와 바람소리만이 나직이 수런거린다.들어올 때 미처 못 보았던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다. 아이들은 까치발을 하고 뭔가를 적은 엽서를 우체통 속에 넣는다. 전자 메일과 휴대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요즘 세태이지만, 손으로 쓴 글만큼이나 가슴을 적시는 것이 있을까. 나도 어린 마음이 되어 편지를 쓴다. 오늘의 설렘과 그리움이 봉인된 이 시간은 낡음도, 늙음도 없이 언젠가 내게 배달되리라.돌이켜보면 내 삶에도 사계가 있었다. 부채꼴 시절에는 꿈을 좇는 유년기의 희망이 판타지처럼 펼쳐졌다. 한 부모를 잃기 전에는 보배로운 품안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새싹 움트는 연둣빛 봄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어릴 때 엄마 없이 자란 아이가 아닐까. 끝없이 내어주어도 도무지 아까운 줄을 모르는 절대의 사랑, 그 조건 없는 애정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나의 어린 날은 늘 춥고 외로웠다.위로 솟은 주상절리의 청년 시기는 이상과 현실의 끊임없는 충돌이었다. 남들은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메고 캠퍼스를 누빌 때, 나는 삶의 연장을 들고 한여름 뙤약볕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봉사정신을 받들고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과 마주하며 청춘을 힘겹게 펌프질해 갔다.반쯤 기울어진 절리의 형상처럼 중년의 시기는 굴곡진 일상의 연속이었다. 희비의 곡선은 언제나 맞장을 떴다. 일찍이 시어머니를 여읜 무일푼 장손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나는 남편의 사업이며 감당해야 할 집안 대소사에 마음이 항상 지뢰밭을 걸었다. 운명(運命)에서의 운(運)은 사람이 조정할 수 있지만 명(命)은 하늘의 뜻을 받는다고 했다. 그 운이라는 것을 만들고 보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얼마나 거리를 숨차게 뛰어다녔던가.이제 누운 시기인 초로에서 문학의 세계를 만났다. 문학은 알게 모르게 겉모습을 덧칠하며 전전긍긍했던 시간들을 모두 내려놓게 만들었다. 문학이 내어 준 넉넉함으로, 귀퉁이에 선 누구에게라도 따뜻한 마음 한 조각 내어주고 싶다.눈을 감는다. 인생의 사계처럼 절리의 모습이 삶의 밀물과 썰물처럼 상연된다. 때로는 의연하고 때로는 움츠린 형상이 우리네 인생 사계와 어찌 그리 닮았을까.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말이 생각난다. 구름이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데 비를 뿌리지 못하는 경우처럼, 모든 일에는 정한 때가 있다. 서 있을 때가 있으면 누울 때가 있고, 나아갈 때가 있으면 멈출 때가 있다는 것을. 세상은 변함없이 변하고 우리네 삶도 피고 지는 자연의 질서 속에 흘러간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수평선을 바라본다. 물새 떼의 울음이 파도를 몰아가는가 싶더니 바람마저 구름을 몰고 간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진다. 부채를 접듯 잡다한 상념을 접으며 적막해진 해안 길을 빠져나온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온 것처럼 자꾸만 뒤가 돌아다 보인다.어쩌면 생은 사계를 통과해야만 하는 지루한 싸움이 아닐까. 하지만 꿈을 품은 자에게 삶은 끝까지 희망, 그래 희망이리라.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달빛 전설을 거닐다’

장려상 김정화스무 해 전 직접 보았던 미라가 있을까. 안동대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그러나 흙 묻은 출토품이 뒤죽박죽 널려있고 그 옆에 미라가 평온히 잠든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 대신 얼룩진 옷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하얀 주름을 펼친 채 벽에 누워있다.유리 무덤 안 미투리가 눈에 들어왔다. 짚 대신 삼실과 머리카락을 섞어 지은 미투리였다. 뒤꿈치 두 기둥은 삼으로 휘돌아 감았고, 발목과 발가락이 닿는 끈 둘레는 한 겹 한 겹 한지로 감침질했다. 그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실보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올올이 엮는 아낙의 정성이 느껴진다. 미투리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북쪽 월영교로 향한다.비 그친 오후는 새벽 달밤처럼 고즈넉하다. 싱그러운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수면 위로 모락모락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안개는 산등성이만 남기고 물속 산 그림자를 하얗게 지운다. 흰 구름과 잿빛 구름 그리고 물안개가 피워내는 월영교를 멀리서 보니 한 편의 수묵화이다.월영교 상판은 짙은 밤색이다. 하판은 보름달 허리 자른 듯 무지개 이어 놓은 듯 아치형 곡선으로 이어졌다. 곡선과 곡선이 만나는 자리에 굵은 물기둥이 놓였다. 물기둥에 얹힌 하판의 굽은 등 위쪽 좁은 틈 사이로 비스듬한 살이 교직하여 촘촘하다. 가만히 바라보니 상판은 미투리 바닥의 머리카락 빛깔을 닮았다. 하판 사선은 머릿결처럼 보이고, 발을 감싼 삼모양 같기도 하고, 미투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듯 보인다.미투리에는 한 아낙의 애절한 사랑이 서려있다. 원이엄마는 미투리를 삼기 위해 맑은 샘물에 깨끗이 머리 감고, 참빗으로 곱게 빗어 가지런하게 잘랐다. 혼魂을 공그르고 신身을 다해 머리카락을 엮었다. 낮에는 매운 연기 마시며 탕약을 달이고, 밤이면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미투리를 삼았다.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모아 달빛이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날을 바쳤을까. 지아비가 완쾌해 신기를 간절히 바라며 미투리를 완성했다. 그러나 지아비는 일어나지 못했고 미투리는 편지에 쌓여 지아비 머리맡에 놓이고 말았다.“…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사백십이 년 긴 시간이 흘러 지아비는 미라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얼마큼 그리움이 사무쳤으면 어둠의 땅속 빛을 멈추어 놓았을까. 가슴에 품고 백골에 스민 편지, 울다 지친 그리움이 땅속 긴 침묵을 깨트렸다. 지아비가 우주의 질서를 어기지 않았더라면 미투리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올 수 없었고, 둘 사랑은 영원히 잊힐 뻔했다.예전에는 요즘처럼 머리카락에 무지개 감정을 담지 않았다. 개성을 표출하려 마음껏 멋을 부리지 않았다. 부모에게 받은 머리카락을 훼손하는 것은 불효이므로, 소중히 여겨 한 올도 함부로 훼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낙은 지아비를 위해 효도 어기고 만다. 자신의 혼 같은 머리카락을 뽑아 사백 년 동안 꿈속을 걸어도 해지지 않을 신을 엮었다. 짚은 오래가지 못하기에, 썩지 않는 희망을 영혼으로 자아 오래오래 신으라고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짰다.나는 그들의 나이보다 스무 해나 더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같은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 그들의 빛나는 사랑 앞에 내 작은 사랑은 너무나 초라해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사랑인지 의무인지 모호한 굴레에 갇혀 부랴사랴 여기까지 온 듯하다. 서로를 아낀 날보다, 흘기며 산 날만 떠올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티격태격 사는 것인지,나는 원이엄마의 아가페적 사랑 반대편에만 서 있다. 순간의 위기 앞에도 내 이기심을 앞세우고 양보할 시점에도 자존심을 꺾지 않으려 버티었다. 반려를 수없이 죄었다가 멍에로 결박하다 보니 굽이마다 흠집이 났다. 그 통증은 뾰족하게 자라 상대를 찔렀다. 상처가 나면 사랑이 필요하므로 지푸라기로라도 사랑을 엮어야 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나는 지아비를 위해 마음속으로도 양말 한 켤레도 엮어 보지 못했다.“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아낙의 애절한 한탄이 캄캄한 땅에 누운 귀에까지 파고들었다. 그 메아리가 사백 년 만에 응답했다. 시신조차 애착의 끈을 잡은 듯하다. 끝내 신어 보지는 못했지만, 편지를 꼭 품고 사랑을 얹어 외출했다. 지아비를 흔들어 깨웠던 원이엄마, 삽시간에 편지를 맺었던 첫 자리처럼 다시 태어났다. 사연 한 자 한 자가 내 심금을 울린다.지아비가 깨어난 남쪽에서 유리 무덤이 있는 곳을 향해, 월영교를 향해, 아낙은 돌비석으로 환생한다. 담장 밖을 내다보는 능소화처럼 지아비를 기다린다. 세 방위 삼각형 그리며 다시 사랑의 꼭짓점을 향해 그리움을 만진다. 혼魂을 뽑고 신身을 다해 미투리를 짠 원이엄마, 그 신, 그 사랑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은 전설이 되었다.400여 년 지나 달빛으로 승화된 사랑,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영원한 보름달이 떠 있는 곳. 물안개 피어나는 월영교를 거닐며 달빛 전설을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오늘날의 사랑에 관하여….오늘 환생해 미투리를 신고 나란히 걷는 것일까. 저만치 앞서가는 연인이 원이엄마 부부의 환영처럼 보인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지역 유통가, 가을겨울 상품 대전 등 다양한 기획전 마련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로 옷차림이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지역 유통가에서는 이번 주말 가을겨울 상품전 및 이월상품 특가대전 등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한다. 온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따뜻한 차 한 잔 모음전부터 화려한 원색 계열의 모피, 이불까지 계절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대구백화점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는 ‘가을정기 더세일’ 기간을 맞아 오는 8일까지 ‘듀퐁패밀리 대전’을 연다. 이 행사에는 에스티듀퐁·에스티듀퐁 슈즈·브로이어 등이 참여하며, 의류&슈즈 이월상품 특가와 만년필, 지갑, 벨트 등 액세서리를 균일가에 판매한다. 프라자점 컨템포러리 브랜드 ‘쟈딕앤볼테르’는 오는 8일까지 최대 70% 이월상품 특가전을 연다. 여성브랜드 ‘구호’(KUHO)는 브랜드 스페셜 프로모션으로 신규 고객에 한해 50만 원 이상 구매 시 5만 원 금액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은 4일부터 10일까지 대구백화점 본점 3층 이벤트홀에서 최대 80% 균일가 대전을 마련한다. 9층 리빙관에서는 바겐세일 기념 테팔 창고 대개방전이 13일까지 열린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식품관에서는 환절기를 맞아 쌀쌀한 날씨에 온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추워지는 계절! 따뜻한 차 한 잔’ 모음전을 진행한다. 오뚜기 쌍화차, 율무차, 생강차, 대추차, 궁중한차와 함께 돼지감자 티백, 작두콩차 티백, 복음자리 유자차, 대백 지리산 밤꿀, 도라지 배숙 등을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6일까지 화려한 컬러의 모피전과 이월 특가전을 진행한다. 과거 높은 가격대로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무채색 계통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빨강, 파랑 등 화려한 원색의 컬러를 사용한 제품들이 출시돼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기존 단순한 롱코트 형태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보온성을 가미시킨 조끼나, 모자 등의 소품 형태부터 길이가 짦은 숏코트나 하프코트를 선보인다. 3층 모피매장에서는 가을 세일을 맞아 정상가 대비 약 40~60% 할인된 ‘모피 이월특가 상품전’을 함께 진행한다. ◆대구신세계백화점대구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3일까지 7층 각 매장에서 메종 드 신세계를 진행한다. 올 가을 홈 트렌드와 함께 릴렉스 아이템, 1인 아이템, 한국의 정서를 모던하게 풀어낸 디자인 아이템, 특가상품, 할인찬스 등 특별 제안전이 마련될 예정이다. 릴렉스 아이템 제안전에서는 나뚜지 에스트로 3인 소파, 루이스폴센 판텔라 플로어 스탠드 조명, 시몬스 페넬로+월리엄 LK, 로얄코펜하겐 하우 티팟+머그 세트 등을 만날 수 있다. 행복한 싱글 라이프를 위한 1인 아이템으로는 시네빔 레이저 4K, 프리츠한센 JH97 프레드 라운지 체어, 르크루제 고메 1인 밥솥 등이 있다. 한국의 정서를 모던하게 풀어낸 디자인 아이템전에서는 광주요 단지 힐링세트, 세사 트윈폴란드 구스이불, 라메종 by 까사미아 보르도 4인 소파, 삼성전자 비스포크 김치냉장고 등이 있다. 메종 드 신세계가 살뜰하게 준비한 아이템, 트렌디한 리빙웨어도 특가에 만나 볼 수 있다. 세사 알러지케어 베개솜, 더메종 세컨드엠 코지쿠션, 다이슨 퓨어쿨 공기청정기, 포트메리온 보타닉가든 개월 접시, 광주요 미각시리즈 설빛 볼, 프로날 마모네로 양수 냄비 세트 등 할인가에 판매한다. ◆이랜드리테일대구경북권 이랜드리테일(동아백화점,NC아울렛)에서는 오는 8일까지 ‘Fall in Fall’ 스페셜 행사를 실시한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에서는 영·여성·골프의류 최대 60~70% 오프 가을·겨울 특가대전을 비롯 애니바디·오브제·잡화 특가상품전과 레노마레이디·데미안 등의 우수고객초대전이 마련된다. 또 아동 가을상품 특가 페스티벌, 잡화·캐주얼 가을상품대전 및 이랜드 온리 아동브랜드 겨울 경량패딩 대전도 열린다. 강북점에서는 아동·여성·골프의류 최대 60~80% 오프 가을상품 특가대전 등을 선보인다. 구미점은 란제리·유아동의류 최대 50~80% 오프 가을 아이템 특가대전을 개최한다. 특가대전에는 압소바·파코라반·인디고키즈·비너스 등이 참여한다. NC아울렛 엑스코점는 영·여성·아동의류 가을상품 특가대전 등을 실시한다. 동아백화점 식품관 전 매장에서는 햇사과·포도·고구마·버섯 등 ‘당도보장 산지직송전’과 오징어·전복·갈치·자반·통영멸치 ‘국내 5개 해산물전’이 열린다. 대경권리테일 모던하우스 전 매장에서는 알러지케어 스웰침구 20% 오프, 가죽소파10% 오프, 식탁 15% 오프 행사를 한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 ‘신앙의 뿌리’

동상 박순향 구순이 다 되도록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 어머니, 당신의 신앙의 진원지인 황씨부인당을 찾아 나섰다. 어머니의 두터운 믿음과 나의 내면에 시나브로 생성한 신앙의 뿌리를 캐내보리라.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헤치며 황씨부인당을 향했다. 활엽수에 매달린 빗방울이 마냥 싱그럽다. 올라가는 오붓한 길목에 가지런한 돌탑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탑들은 크고 작은 돌들을 서로 껴안았다. 오르내리는 중생들이 쌓아 올린 탑이다. 돌 하나에 소망을 얹고 돌 하나에 번뇌를 털어냈을 것이다. 하찮은 돌멩이지만, 쌓을 때마다 종교적 의식을 치르듯 심충(深衷)을 다했을 터다.오솔길 가녘엔 황씨부인당을 수호하듯 무속인의 상징물인 오색천이 나부낀다. 그 형상은 오색천을 온몸에 두른 장승같은 ‘세르게’들이 바이칼 호수, 알혼섬의 샤먼 바위를 호위하는 형국이다. 신적 존재인 황 씨 부인도 샤먼바위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음은 틀림없겠다.골짜기에서 꽹과리 징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누가 염원을 담아내는 굿판이리라. 문득 드라마에서 본 굿 장면이 떠오른다. 진하게 분장한 무당은 온몸으로 춤을 춘다. 신내림을 받았는지 느릿한 춤사위는 북소리에 편승하여 서서히 절정으로 치닫는다. 비손하는 사람의 호흡도 가파르게 올라간다. 콩죽 같은 땀이 그들을 흥건히 적시고 파김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소름이 오스스 돋아나지 않았던가. 무속인이 일월산에 몰려듦은 황씨 부인의 영향력이 클 것이다.잡목이 둘러쳐진 곳에 황씨부인당이 고즈넉이 엎드렸다. 부인당은 일월산 일자봉 정상에 있는 신당이다. 범접하지 못할 그분의 모습은 어떠할지 부인을 조심스레 올려봤다. 눈이 마주쳤다. 두렵게만 여겼던 것은 기우였다. 엷은 미소와 온화한 자태는 전형적인 한국의 여인상이다. 평소 점술·샤먼 신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가. 속 좁은 편견에 얼굴이 붉어진다.황씨부인당의 전해오는 여러 설화 가운데 하나이다. ‘조선 순조 조에 일월산 아래 황씨 성을 가진 아리따운 규수가 있었단다. 두 남자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였다. 연적(戀敵)을 이긴 신랑은 의기양양했으리라. 첫날밤이었다. 설한 바람에 문풍지가 크게 떨었다. 초야를 치르고자 호롱불을 끄는 순간, 날 선 칼날이 창호지에 어른거렸다. 신랑은 연적의 날이 자기를 노리는 줄 알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창호지에 비친 댓잎이 비수로 보였을 모양이다. 새 장가를 든 신랑은 아들딸을 생산했지만, 낳은 족족 비명횡사했다. 구천에 떠도는 황씨 부인의 원혼 탓이란다. 여인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신랑이 신부를 찾았을 때, 부인의 자태는 첫날밤 그대로였다. 열녀는 지아비를 두 번 고치지 아니한다는 성현의 말씀을 몸소 실천에 옮겼을 터. 족두리를 쓴 채 오지 않는 낭군을 기다린 신부의 속은 까맣게 탔으리. 신랑은 시신을 현재 위치에 옮기고 사당을 지어 영혼을 위로했다. 제문을 소지(燒紙)할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석고상처럼 붙박였던 부인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는 내용이다. 부인은 언젠가는 떠난 낭군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었기에 망부석 되어 그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부인이 실천한 정절·예지력(豫知力)·영험이 있었기에 신적 존재로 추앙을 받았으리.단아한 황씨 부인을 향해 두 손을 맞잡았다.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짧지 않은 인생 여정,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질곡을 여러 차례 겪지 않았던가. 부인에게 합장하는 동안 엉킨 실타래가 한 올씩 풀리고, 마음에 일었던 파문이 잔잔해짐을 느낀다. 신앙의 힘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도처에 굿당이 산재한 선녀탕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선녀탕은 거울처럼 맑았다. 기도자는 이곳에서 몸을 정갈하게 하였으리. 움푹 팬 너럭바위 한편에 양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범부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면 모두가 기도처다. 황씨부인당을 중심으로 일월산 골짜기는 초 향이 그윽하다.친정엄마도 황씨부인당을 자주 찾았다. 이곳에서 가정의 평화와 일곱 남매의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겨우 한글을 깨우쳤다. 불경이 가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었지만, 불가의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지 못했음을 익히 안다. 그저 주문처럼 외웠을 따름이다. 당신의 마음 머무는 곳이면 모두가 기도처였고, 거기에서 마음에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엄마가 치성 드린 황씨 부인 영전에서 오늘은 당신을 위해 내가 합장한다. 변죽만 올린 나의 기원과 원력(願力)을 다한 어머니의 기도 함량을 어찌 저울질 할 수 있으랴!우연인지 필연인지 시어머니 신앙도 친정엄마와 빼닮았다. 시어머니는 남편인 아들을 낳고자 민속신앙에 의지했단다. 자식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갓난 아들을 팔공산 수태골의 큰 바위에 팔았다. 바위는 소위 대모代母 격이다. 한낱 바위가 무슨 영험을 지녔겠냐만, 굳은 믿음은 시어머니 마음을 지배했을 것이다. 자식이 장가들 때까지 음력 초하루 보름이면 바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촛불을 켰다고 했다. 결혼한 뒤로는 그 일을 우리 부부가 맡았으니 물 흐르듯 믿음도 대물림을 하는 모양이다.화엄경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지 않았던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부류만 아니면 무슨 신앙인들 어떠리. 마음 중심이 중요한 것을. 하산길이다. 뭇 사람의 소망을 담은 돌탑들이 나그네를 배웅한다. 황씨 부인의 고운 눈매가 나의 정수리에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정병현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는 ‘정병현 초대전-더 이상 내가 아니다’를 오는 6일까지 멀티아트홀에서 진행한다.정병현 작가는 인간의 삶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적 구조 속에 버려지는 삶이 없음을 작가는 작품 제작과정을 삶의 여정을 비유해 수행하듯 보여준다. 결과에 중점을 두지 않는 인간의 삶들을 돌아보고 새로운 모색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작가는 한지위에 여러 색의 안료를 바르고 다시 다른 색으로 여러 번 반복해 덮은 후 바늘로 뜯어내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지독한 인내와 반복의 표현으로 삶의 소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생성과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와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내면적 표현을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작가는 “내가 갈망하는 자유로움은 보편적 삶의 환경에서 타인의 속박에 반하는 행위에 수반되는, 고통으로부터의 물리적 자유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며 “관찰자(자아)와 대상(화면)의 내면적 갈등 관계와 습관적 자기구속으로부터 저항과 분노를 동반하는 수평적인 상관관계에서 발생되는 결과물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유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은 오직 나에게서 발견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모든 행위의 바탕에 철저한 자기 착취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작가는 수행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오히려 자신을 소멸시킴으로 작품을 통해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는다.정병현 작가는 L.A., 샌디에고, 서울, 대구, 청도 등에 10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서울, 대구, 부산 등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국내외 여러 기획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문의: 053-668-1566.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맛있는 경북 농식품! 보고 즐기고 맛보고

경북 농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최신 식품트렌드를 공유하는 2019 경북농식품산업대전이 4∼6일까지 구미코에서 열린다.올해 경북식품대전은 ‘경북을 맛보다! 내일을 만나다!’는 주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주제관, 특별관, 홍보관, 그리고 23개 시·군관에서 1천여 개 농식품이 선보인다.그리고 식품산업 심포지엄, 상담회, TV홈쇼핑 등이 마련된다.주제관은 농식품수출현황과 정책을 소개하는 농식품수출관, 새로운 식품 문화를 소개하는 농식품트렌드관 등으로 꾸며진다.특별관은 9명의 식품명인과 제품을 알리는 전통식품명인관, 농업과 기업 간 상생협력을 선도하는 식품기업의 협력사례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판로확대 사례 등을 보인다.홍보관에는 농업 6차산업 홍보와 귀농·귀촌 상당, 과수통합브랜드 데일리의 우수성과 공식 경북 농특산물 쇼핑몰인 사이소가 선보인다.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의 우수 농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박람회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경북의 맛을 보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 - ‘마루길’

발바닥 굳은살을 감추며 살았다. 땅에 발붙이려고 맨바닥에 발 비비며 살다 보니 발밑에 죽은 살들만 남모르게 쌓여갔다. 혹여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안쓰러워할까 나는 어디 가서도 함부로 신발도 양말도 벗지 않았다. 각질처럼 나가떨어지지 않고 지난 세월에 말라붙어버린 살들. 매일 밤 그 죽은 살을 도려낼 때마다 마음속에 흉터가 하나씩 늘었다.바람이 꽃비를 흩어지게 하는 날에 홀로 영산암(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26호)을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봉정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암자였다. 꽃비 내리는 누각, 영산암의 출입문 우화루를 허리 숙여 통과했다. 그 짧은 문을 통과하는 동안 입가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내게 꽃비 내리는 인생이란 없을 것이다. 사업에 실패한 언니를 대신해 빚을 짊어졌다.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하루하루가 세찬 비바람 속을 걷는 나날이었다.우화루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좁은 아랫마당이 나온다. 정면에는 중간마당으로 올라가는 다듬지 않은 돌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자 굳은살 때문에 발바닥에 통증이 일었다. 두꺼운 양말에 등산용 신발을 신었는데도 죽은 살이 배겨왔다. 그 아픔이 몇 개 안 되는 돌계단을 디뎌서만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언젠가부터 내 삶의 촉감은 발이 닿는 곳마다 뾰족한 돌들이 솟아난 비포장도로를 홀로 걷는 일과 비슷해졌다. 굳은살은 점점 두꺼워졌다.중간마당에 올라서니 영산암(靈山庵)의 ㅁ자형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따라온 늦가을 바람이 여기저기 부딪히며 이곳을 소개했다. 마당 좌우에는 요사채로 쓰이는 송암당과 관심당이, 윗마당에는 주 불전인 응진전 뒤로 삼성각, 염화실 등이 가람 배치됐다. 활짝 열린 응진전 만살분합 문 안으로 불상 세 개가 보였다. 나는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실내를 둘러봤다. 16나한상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훔쳐보듯 보고 뒤돌아 서버렸다. 가진 것이 없어 매일 살을 도려내며 사는 내게는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 물어볼 것도 빌 것도 없었다. 신이 난 바람과 달리 나는 마음이 금세 시들해졌다. 발이 아팠기 때문이다. 돌아서서 윗마당에서 내려오려는 그때 특이한 건축양식, 아니 삶의 길과 마주했다.마루였다.영산암은 독특하게도 건물 3채가 마루로 이어져 있었다. 우화루의 이층대청을 중심으로 중단 좌우에 배치된 송암당과 관심당의 툇마루와 쪽마루가 수평을 이루며 연결돼 있었다. 쉽게 말해 ㅁ자형 공간배치에서 ㄷ자형 건물이 마루로 이어졌다. 그 자연스러운 이어짐은 하나의 길처럼 보였다. 아니다. 그것은 진짜로 길이었다.좁게 뻗은 골목길을 닮은 관심당의 쪽마루는 그 길 위에서 온종일 종종걸음으로 사는 우리네 일상을 떠올리게 했다. 그 마루를 보자 나는 부끄러워졌다. 길 끝에는 부처가 꽃비를 맞으며 범천왕에게 설법했다는 장소 영산회상을 표현한 우화루의 이층대청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아까 거짓말을 했다. 부처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이곳을 찾았다는 걸 말하지 못했다. 부처는 설법을 청하는 범천왕에게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였다고 했던가. 나는 쪽마루에 걸터앉아 영산회상을 바라봤다. 이내 쪽마루는 삶을 마주하는 길이 되었다. 곱게 뻗은 장마루로 만들어진 쪽마루를 손바닥으로 가만 쓸어보았다. 거짓된 삶으로 지금의 불행을 피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물음과 되물음의 시간이 고요히 지나갔다. 그 시차를 마음으로 느끼는 것, 바로 기다림이다. 그래서 쪽마루는 기다림의 길이 된다.그 길이 영산회상으로 통하고 있었다. 지금 내 삶의 길은 쪽마루를 닮아야 한다. 올곧게 뻗은 길 위에서 궂은 날씨가 멈추길 기다리면서 무릎을 세우고 똑바로 앞을 보며 걷는 것, 지금 내가 살아내야 할 삶의 모습이다. 문득 언젠가는 꽃비를 맞는 날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맞은편 송암당 툇마루를 바라봤다. 그 마루를 보자 나는 고마워졌다. 툇마루에는 기댈 수 있는 평주가 있었다. 툇마루는 힘들면 잠시 쉬었다 걷는 것도 삶의 지혜임을 알려주는 길이었다. 어느새 나는 평주에 기대 눈치 보지 않고 무거운 신발을 벗고 마루 위에 다리를 올렸다. 편히 쉬면서 나는 영산암이 내 앞에 펼쳐 보인 살길을 마주했다. 어떻게 인생길에 쪽마루만 있겠는가. 지금은 여유 없는 좁은 인생길을 걷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쉼이 있는 넉넉한 툇마루 길을 걸을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게 분명하다. 툇마루의 넉넉함은 사람을 마음에 품게 해주기 때문이다. 빚을 짊어진 이후부터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기다린다. 사람들이 나를 만나주기를. 나와 함께 걸어주기를 길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툇마루는 만남의 길이 된다.발바닥 통증이 가라앉았다. 양말을 벗을 용기가 생겼다. 두꺼운 굳은살이 박인 발이 드러났다. 조심스레 발바닥을 마루에 비벼보았다. 햇살에 달구어진 나무의 촉촉한 질감이 느껴졌다. 죽은 살이 아니었다. 굳은살은 지금 이 순간 삶을 생생히 느끼고 있는 살아있는 살이었다. 그제야 나는 영산암 마루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굳은살, 기다림, 만남, 이 모든 것은 삶의 부딪침에서 나온다. 좁은 쪽마루에서는 몸과 몸이 부딪친다. 이는 삶에 부딪힘과도 같다. 그 길에서 우리는 부딪쳐 오는 서로의 삶을 맞이하며 상대가 건너편으로 먼저 건너가길 기다린다. 자신에게 이 좁은 길을 통과할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툇마루는 어깨를 살짝살짝 부딪치며 나란히 함께 걷는 인생길이다. 그렇게 때로는 기다리면서, 때로는 함께 걸으면서 인생길을 올라가야만 대청이라는 꽃처럼 활짝 벌어진 길에 들어설 수 있다. 그 넓은 길에서는 자신의 맨발을 주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서로의 굳은살을 보며 위로와 격려의 눈물을 흘려줄 수 있다. 그렇다. 영산암 마루길은 부처의 맨발이었다. 인생이란 부처의 맨발이라는 굳은살을 신발 삼아 걷는 일이다.나는 맨발로 관심당 쪽마루 위에 올라섰다. 부처의 맨발이 포개졌다. 삶의 흉터들 위로 꽃들이 피어났다. 우화루를 향해 천천히 몇 발자국 걸어보았다. 부처가 나와 함께 걸었다. 두꺼운 굳은살을 뚫고 살아있음의 기쁨이 전해졌다. 왠지 꽃 같은 날이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일보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 - ‘불목(佛木)’

굽이쳐 흐르는 고갯길. 하늘과 맞닿은 길에는 세상사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다. 무소유의 길을 거슬러 올라 만난 절집, 그 앞에서 어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또 굽힌다.구름과 바람만 드나들 것 같은 깊은 산사. 예불을 드리듯 봄도 절 마당 가득 온기를 풀어 놓고 숨죽였다. 극락보전으로 들어선 어머니가 가까스로 꿇어앉는다.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을 봉양하는 모습이 마치 부처님 전에 타오르는 향을 연상케 한다. 진자리는 내 몫이요 마른자리는 자식들 앞길이길 바라는 당신의 기도를 부처님은 말없이 듣고만 있다.어머니가 기도하는 동안 경내를 휘둘러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외톨 나무가 눈에 와 닿는다. 푸르고 울창한 이파리도 아름드리 줄기도 가지지 못한 쇠약한 노거수는 팔백 년 된 모과나무였다. 한쪽 부분이 시멘트로 메워진 몸통은 옹이로 가득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엔 잡풀이 무성했다. 길들지 않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도덕암을 지켜온 나무가 엄숙함과 채움과 비움을 가르친다.나무는 이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불경을 귀담아들으며 몸으로 익혔을까. 한적한 산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염불 소리밖에 뭐가 더 있었으랴. 꺾이지 않고 휘늘어진 형상조차도 깨달음의 경지로 보인다. 세월이 흐를수록 풍미해지는 뭇나무에 비해 메마른 몸집은 범속을 초탈한 수행자 같다.뿌리 깊은 나무로 생을 보내는 모과나무가 경이롭다. 여느 보호수 같았으면 우람하게 서 있을 법하나 이곳의 팔백 살 먹은 나무는 열심히 살아도 표가 나지 않는 굳센 어머니 같은 나무다. 점점 윤기를 잃고 굳은살만 남은 어머니처럼 나무도 옹이투성이의 삶이었음을 보여준다.나무는 고려 광종(968년) 때 중국에 유학하러 갔던 혜거대사가 몰래 들여왔다. 약이 귀했던 첩첩산중의 수도승을 위해 먼저 이곳에다 심었다. 다행히도 뿌리를 잘 내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잘 익은 열매는 기침이 심한 승려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전설은 아스라한데 여전히 절을 지키고 선 늙은 나무를 부드러운 바람이 휘감아 돈다.기도를 끝낸 어머니가 불편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나무를 향해 정숙히 고개를 숙인다. 나무는 사계절을 견디며 성찰한 모습으로 향기 나는 열매를 내주고, 어머니는 울퉁불퉁한 자식이어도 정성을 다해 세상에 내놓았다. 인간 세상과 자연 사이에서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와 가난의 상처를 지닌 어머니가 함께 서 있다. 긴 세월 동안 어머니에게 위안이 되었을 모과나무, 팔백 년에 또 한 해를 보낸다. 고마운 일이다.아흔 고개를 바라보는 어머니, 당신에겐 은근한 향이 있었다. 썩어가면서도 제 향을 내는 모과처럼 몸이 망가져도 향내를 잃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중심을 잡아가도 은은함은 그대로였다. 돌이켜보니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게 아픈 몸보다 더 무서웠으리라. 구부정한 등을 볼 때마다 가슴에 통증이 인다.어머니가 다시 허리를 굽히고 돌아선다. 햇살과 바람, 자연의 공덕을 받아 내년에도 푸르른 자태로 우리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어머니는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앙상한 나무도 뼈와 살가죽만 남은 어머니도 처연하기는 마찬가지다.지난해 난전에서 모과 몇 개를 샀다.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거뭇한 반점이 올라왔다. 처음엔 서로 맞닿는 살갗 부분만 그렇더니 차츰 여기저기로 번졌다. 거북한 냄새가 없었고 겉모양도 괜찮아 며칠을 더 두고 보았다. 검은 얼룩이 노란 제 몸을 다 점령했다. 그런데도 고유의 향을 내뿜는 것을 보고 나를 돌아보았다.내게서는 어떤 향취가 날까. 모과 같은 냄새는 아니어도 악취만은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속다짐했다. 하지만 비우고 비워도 차오르는 욕심 때문에 사람 냄새는 얼룩지기 일쑤였다.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고자 어머니를 따라 부처님을 찾았다. 어진 눈빛이 자신의 냄새도 스스로가 만들어 낸 업이라고 일깨워준다.어머니를 부축해 도량을 나선다. 아직은 공기처럼 곁에 있는 어머니와 예순이 넘은 아들이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해마다 모과는 성스러운 신의 품에서 익어 가겠지만, 어머니는 나날이 삶을 정리하며 살아갈 것이다. 팔백 년을 살고도 가지 끝 수액을 모아, 귀한 열매를 살찌워 내놓는 나무 앞에서 숭고함을 만났다. 올가을에도 튼실한 열매로 불단 위에 보시되기를 빌고 또 빈다.칠곡 도덕암에는 오래된 모과나무 한 그루가 불목佛木이 되어 세상을 굽어본다. 자태는 동안거를 막 끝낸 고승高僧 같으나 심장은 소승少僧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천년의 수명을 더 준다 해도 뜨거운 피돌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일보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 내성행상불망비

대상 박소현골짜기 사이로 는개가 자욱하다. 소나무들은 무심히 고개를 숙이고 산새들은 몽환의 숲 속으로 숨어 버렸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날것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느린 걸음으로 산길을 오른다. 쪽지게에 한가득 짐을 지고 힘겹게 이 고개를 넘었던 그들에게 경배를 드린다.보부상 십이령길 답사하던 날, 1구간 초입에서 오래된 비석 두 개를 만났다. 몸체는 낡았으나 글씨는 양각으로 또렷하게 새겨져 세월의 더께에도 의연하다.‘내성행상접장정한조불망비(乃城行商接長鄭漢祚不忘碑)’‘내성행상반수권재만불망비(乃城行商班首權在萬不忘碑)’‘울진 내성행상불망비’다. 조선 말기, 이 십이령을 넘나들었던 보부상들은 봉화 사람 접장 정한조와 안동 사람 반수 권재만의 공덕을 기려 이 비석을 세웠다.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세운 비라니…. 그들은 얼마나 많은 보시를 했기에 비석을 세우면서까지 은공을 갚으려 했을까?문득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서 정한조가 이끄는 ‘소금장수 행수 상단’의 왁자한 발소리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했다. 노동에 지친 보부상들의 거친 숨소리, 혹한에 바닷물을 길어와 소금을 굽다 연기에 눈썹마저 타 버렸다는 소설 속 민초들. 염전에서 만든 소금을 지고 비탈진 산길을 들숨 날숨 걸어갔던 소금상단. 그들의 혹독한 삶이 1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눈앞에 펼쳐진다.십이령길은 경상북도 울진에서 봉화를 잇는 130리 고갯길이다. 울진에서 생산된 해산물들을 내륙으로 옮기는 유일한 통로였다. 보부상들은 미역이나 생선 등 해산물들을 쪽지게에 지고 이 험준한 자드락길을 걸어서 봉화 춘양장과 내성장 등으로 팔러 다녔다. 3, 4일을 꼬박 걸어야 겨우 봉화장에 도착했다. 내장까지 얼려 놓을 듯 사정없는 추위에도 등에는 진땀이 흐르는 혹독한 고통을 견디며 굽이굽이 이 열두 고개를 넘었다. 식솔들의 입에 들어갈 따뜻한 밥 한술을 위해 보잘것없는 삯전을 받으면서도 쉼 없이 걷고 또 걸었다.가도 가도 길은 좀체 줄지 않았다. 발이 짓물러 짚신을 적실 정도로 피가 흘러도 채 닦지 못한 채 갈 길을 재촉했던 보부상들. 쪽지게를 벗지도 않고 선 채로 잠시 한숨 돌릴 뿐이었다. 첩첩산중에서 산적들을 만나 물건을 다 빼앗기기도 하고 발을 헛디뎌 수십 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친 이도 부지기수였다. 얼마나 많은 보부상들이 이 길에서 스러져 갔을까? 그들이 지나갔던 골짜기마다 고달픈 삶의 곡절들이 파르르 고개를 들고 있다.민초들의 피와 땀이 땅속 깊이 눈물로 새겨진 십이령길. 저 오래 묵은 나무들의 나이테에도 보부상들의 서러운 상처들이 옹이로 남았을 것이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결코 쓰러지지 않은 거친 생존의 무늬들이.십이령길에서 오래전 기억 속의 어머니를 만났다. 새벽부터 이 마을 저 마을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생선을 팔러 다녔던 40대의 젊은 어머니를. 생선이 가득 담긴 고무 함지박은 돌덩이처럼 어머니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하시느라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던 우리 집 살림살이. 집안일밖에 몰랐던 어머니는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생선 행상을 나서야만 했다. 나와 동생을 중학교는 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어머니를 거리로 내몰았으리라.“갈치 사소~~, 오징어가 싱싱해요~~.”목이 쉬도록 외칠 수밖에 없었던 그 인고의 세월들. 밤이 되면 어머니 다리는 늘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꼭두새벽에 일어난 젊은 아낙은 매일 부뚜막에 정화수 한 사발을 떠 올리고는 두 손 모아 자식들의 안녕을 빌었다.보부상들이 무거운 짐을 진 채 위태위태 산길을 걸어갔듯 어머니는 생선을 머리에 이고 거리를 떠돌았다. 생의 긴 겨울이었다. 어머니가 종종걸음 쳤던 그 신작로에는 수없이 많은 어머니 발자국들이 화석이 되어 굳어 있을지도 모른다.가난했지만 꿈마저 남루하진 않았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던 날,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었던 그 새벽에 어머니는 내가 지원한 학교 교문에 갱엿을 철썩 붙여 놓고는 하염없이 머리를 숙였다.“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공부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기라!”그때 그 어머니의 비장한 모습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죽비처럼 각인되어 있다.내성행상불망비는 고종 27년(1890년)에 세워져 1995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10호로 지정되었다. 대부분의 비석들이 돌로 만들어졌지만 이 비석은 철로 만들었다. 보부상들은 일제시대엔 수탈을 막기 위해 비석을 땅에 묻었고, 6·25 때 역시 폭격을 피해 땅에 묻어 비석을 지켜냈다.다시 비석을 본다. 켜켜이 쌓인 보부상들의 영혼이 말을 걸어온다. 보부상들의 울타리가 되었던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 그 둘은 보부상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사발통문을 돌려 그들의 상행위를 철저히 보호했다. 산길에서 만난 행려병자나 실족한 동년배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목숨 걸고 구급했다는 보부상들. 그들에게는 송진같이 끈끈한 정과 결코 끊을 수 없는 의리가 있었다.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저들은 나와 무슨 인연의 고리로 얽혀 이 길에서 만나게 된 것일까? 겹겹이 쌓인 따뜻하고 징한 삶의 굴레가 안개처럼 온몸을 파고든다.“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소금 미역 어물 지고 내성장을 언제 가노”보부상 십이령길을 걸으며 그들이 불렀던 타령 한 자락 읊조려 본다. 마음속에는 어머니를 위한 공덕비 하나 세우고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유병완 초대전 24~29일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는 ‘유병완 초대전-수성못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24일부터 29일까지 호반갤러리에서 개최한다.이번 유병완 초대전은 수성못페스티벌 일환으로 그동안 수성못의 사계절의 변화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꾸준히 촬영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게 된다.그는 서울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로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주위 귀감이 되기도 한다.작가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관조의 시선은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단순한 재현의 표현이 아니라 작가만의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풍경으로 재해석하는 영상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동양의 윤회사상이 짙게 반영돼 있는 그의 ‘수성못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 대한 깊은 사랑과 교감이 정서적인 울림으로 변용돼 나타나고 있다.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양한 시점으로의 표현을 위해 드론까지 활용했다.그는 “수성못의 다각도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내어 지역민들이 지금껏 느끼지 못한 수성못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