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는 버려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버려라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아테네 최고의 영웅인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악당이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덩치가 크고 힘도 셌다고 하는데 직업은 여인숙 주인 또는 노상 강도로 알려져 있다.그가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은 하룻밤 묶어갈 방을 찾는 손님이든 잡혀 온 나그네든 상관없이 엽기적인 살해 행각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의 집에 발을 들인 자에게 몸에 맞지 않는 침대를 제공하여, 만약 침대 길이보다 신체가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짧으면 그만큼 늘려서 죽였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는 무리한 획일화를 비판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즉,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원칙과 기준에 타 개인이나 집단을 억지로 맞추도록 하거나, 무리하게 특정 제도나 주의, 방침 등에 순응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타 개인이나 집단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곧 아집이자 독단을 넘어 가히 횡포라 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인식은 자칫하면 우리 모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혀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책 당국의 주장대로 지금의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갈 만큼의 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경기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이는데 좋아질 것이라고만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하지만 우리 실물경제의 현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우선, 광공업 생산과 출하가 줄고, 소비도 당장 생활에 필요한 준내구재나 비구내재를 제외하면 침체가 분명하다. 여기에 수출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투자도 줄곧 전년보다 축소되고 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정책효과를 제외하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국내 일자리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현 경기 상황과 향후 경기 향방을 보여주는 경기지수가 올해 들어 계속 기준치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뿐만 아니다. OECD와 IMF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낮춰온 것은 물론 이 두 곳 이외의 주요 대외 민간 전망기관 조차도 1%대 성장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한마디로 우리 정책 당국의 말대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기대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우리 정책 당국의 자신감 넘치는 마냐냐(manana)경제관이 일시적으로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올 수는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쪽은 대부분이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으냐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닥쳐오는 데도 너무 지나친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지금처럼 지표 하나하나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는 초기에는 몰랐다가 현상이 드러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무각통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다시말해 한쪽은 위기 혹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고 그 반대편은 위기가 아니라고 하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의 경제 행동에 관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그런데도 우리 정책 당국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비관론이 지나치다고 만 한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비난이 앞서다 보니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점점 좁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모두가 섬긴다는 국민 개개인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경제에 그렇게 좋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형성하기도 어렵다.어느 쪽이든 만에 하나라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오늘 하룻저녁을 편안히 쉬게 해 줄 우리 모두의 침대가 프로크루스테스의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면 말이다.

청와대, 경제상황 “위기도, 디플레이션도 아니다”...경제위기론 ‘일축’

청와대가 13일 수출부진과 물가하락세 등 최근 경제동향에 대해 ‘나쁘다’는 인식을 심으면 실제로 경제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며 경제위기에 대한 언급 차단에 나섰다.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0.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이날 청와대 이호승 경제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나쁜 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나쁘다는 인식을 심으면 결국 그렇게 실현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선방하고 있다”며 최근 나타난 경제관련 부정적 지표들은 경기 사이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이 수석은 마이너스세로 돌아선 소비자물가를 두고 “큰 변동성을 주는 농상품을 빼면 근원물가는 0.6%, 관리물가는 1.2%, 국민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1.8%”라며 “우리나라에 깔려있는 구조적인 물가(상승률)는 1% 초반에 있다고 봐야 객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이것을 갖고 이미 디플레이션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구조적 위험에 미리 충분히 대응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라고 이해하지만, 덜컥 ‘한국경제는 디플레에 진입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면 매우 심하다. 특히 경제전문가라면 그런 태도는 위험해 보인다”고 꼬집었다.국제기구와 신용평가사에서 수정치를 하향 발표하고 있는 경제성잘률에 대해서도 이 수석은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을 비교하면 지난 17년 한국은 3.2% 성장해 어느 국가보다도 높았다”며 “오는 2020년 성장 전망치도 한국이 2.3%로 미국(2.0%)을 앞섰다. 경제는 실력대로 성장하는 것으로 단기적인 경기 둔화를 이유로 위기라고 평가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이 수석은 우리 경제의 둔화 요인으로 그동안 상승세를 보여왔던 반도체 가격의 하락과 건설경기 둔화를 꼽았다.그는 “반도체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떨어졌는데 반도체 산업이 전체 경기에 미치는 비중을 생각했을 때, 5~6% 정도의 경기 감소를 이끌고 있는 셈”이라며 “건설 경기 역시 지난해부터 성장 기여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