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동물농장/조지 오웰/이정서 옮김

◇동물농장/새움/252쪽/1만1천500원번역자의 자의적 해석이 추가된 의역이 아니라, 원저자의 의도와 전체 맥락은 물론 개별 문장의 호흡까지 그대로 살린 직역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역자 이정서의 ‘동물농장’ 새 번역이 나왔다.이전의 번역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 저자가 전하려던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한 개별 문장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분석하고 최적의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고심한 역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원작의 구두점 하나까지 최대한 살려서 번역을 할 때에만 원저자의 의도를 손상치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번역자 이정서의 핵심 번역관이 그대로 투영되고 관철된 책이다.덕분에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어떤 동물의 말재주가 좋은지, 어떤 동물이 어수룩한지, 어떤 동물이 꼼수를 쓰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원문에 가장 충실한 기본 직역이야말로 진정한 번역이라는 역자의 주장이 이 책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원한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동물농장’은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필독서의 첫머리에 꼽히는 책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이변 없었다”…대검 유전자 검사에서도 석씨가 친모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과 관련, 다시 한번 석모(48)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대검 과학수사부는 숨진 여아의 친모를 밝히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벌인 결과, 숨진 여아와 석씨의 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이다.이번 검사는 석씨와 딸 김모(22)씨, 김씨의 전남편 홍모(26)씨 등 3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기존과 마찬가지로 숨진 여아와 김씨와 홍씨의 DNA는 일치하지 않았다.사건 초기, 경찰은 숨진 여아와 김씨의 DNA가 일치하지 않자 가족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혀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석씨가 계속해서 출산 사실을 부인했고 2차례 추가 검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검은 이날 유전자 검사 결과를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가버나움/공화순

내가 태어난 죄를 누구에게 물을까/자인은 태어났고 집안은 가난했다//세상이 너무 좆같아요/열두 살의 법정 고백//제 살을 파먹고 자란 새빨간 본능에/체면은 도망가고 식욕이 자라났다//부모를 고소합니다/왜냐구? 날 낳았으니까//생명은 커갈수록 맨발에 힘을 주고/말마다 벌린 입들이 길거리를 헤맨다//자꾸만 화가 납니다/자꾸 배가 고파서「시마」(2019, 창간호)공화순 시인은 경기도 화성 출생으로 201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지금도, 나는 흔들리고 있다’와 시조집 ‘모퉁이에서 놓친 분홍’이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존재론적 은유를 펼친다. 들뜨지 않는 잔잔한 목소리로 주제에 집중한다.누구든지 한두 번쯤 내가 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영화 ‘가버나움’의 주인공 소년 자인도 마찬가지다. 가버나움은 이스라엘의 갈릴리 바닷가에 있는 마을 이름이지만, 무질서하게 쌓인 물건을 뜻한다고 한다. 이 영화는 레바논에 만연한 빈곤으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라는 말은 출생의 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열두 살짜리 자인의 말이다.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시조 ‘가버나움’은 내가 태어난 죄를 누구에게 물을까, 하고 묻는다. 자인은 태어났고 집안은 가난했기에 세상이 너무 좆같아요, 라면서 열두 살 먹은 자인은 법정에서 고백한다. 그는 제 살을 파먹고 자란 새빨간 본능으로 말미암아 체면은 도망가고 식욕이 자라났다. 그래서 부모를 고소합니다, 라고 소리친다. 까닭은 단 하나다. 자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셋째 수에서 화자는 생명은 커갈수록 맨발에 힘을 주고 말마다 벌린 입들이 길거리를 헤맨다, 라고 진술한 후 자꾸만 화가 납니다, 자꾸 배가 고파서라고 끝맺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자인은 여동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법정에 서게 된다.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먼저 인간이 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함을 이 영화는 잘 말하고 있다. 육체적 쾌락이나 즐기다가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 것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자녀들은 자존감을 가지고 성장할 권한이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함부로 훼손당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만 출생하는 순간부터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이다. 시조 ‘가버나움’은 영화를 통해 떠올린 생각들을 세 수로 노래하면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오래도록 되새기게 한다.그는 또 ‘일상의 실금’에서 삶의 불안을 표출한다. 해가 지날수록 몸에도 속도가 붙어 불안한 마음으로 달아난 시간을 쫓다가 한순간 놓친 자리에 귀 한 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또한 날마다 똑같은 표정으로 찾아오는 일상들을 떠올리면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마음이 삐끗하기도 한다. 거스름 떼어내려다 실금이 가는 오후의 일이다. 이러한 섬세한 감각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라는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생각을 담는 데까지 벋는다. 우리가 잘못하는 일 중의 하나가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오늘을 살기 위해 힘쓰는 중에 이 시편을 썼을 것이다.‘일상의 실금과 더불어 시조 ‘가버나움’을 다시 읽으며 영화 ‘가버나움’의 줄거리를 생각한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지 모든 어린이들이 부모와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맑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이정환(시조 시인)

‘사람도서관’으로 지역공동체 강화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용학이네 사람책방에 사람책을 모십니다.’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자리한 용학도서관 주변에 내걸린 현수막의 내용이다. ‘용학이네 사람책방’은 용학도서관에서 운영되는 ‘사람도서관’의 이름이다. 사람도서관은 ‘사람책’으로 구성된 도서관이다. 사람이 책과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담고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신개념 도서관이다. 사람책은 종이책이나 전자책과 마찬가지다. 도서관 안에서 읽을 수도 있고, 도서관 밖으로 빌려가서 읽을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사람도서관의 기원을 찾아보면 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덴마크의 사회운동가인 로니 에버겔(Ronni Abergel)이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뮤직페스티벌에서 이벤트로 시도한 것이 시초다. 이용자가 원하는 사람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인 ‘Living Library(살아있는 도서관)’가 그것이다. 당시 덴마크의 청소년폭력방지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하던 그는 사람책을 통해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사람들 사이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허물기 위해 사람도서관을 시도했다고 한다.에버겔은 2014년 국회도서관과 희망제작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 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면 그는 친구 네 명과 함께 사람도서관을 고안했다. 목적은 일상적이지 않은 종교, 성적 취향, 인종, 직업 등을 가진 사람책을 통해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도서관은 동성애자, 무슬림, 이민자 집단 등 사회적 소수자들과 지역사회 시민들 사이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갈등을 해소해 사회통합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1993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파티에 가던 자신의 친구가 칼에 찔려 숨진 뒤 ‘스톱 더 바이올런스’란 비폭력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사소한 싸움에 휘말린 친구가 왜 그렇게 무참히 죽어야 했는지, 극단적인 범죄를 막으려면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해결책으로 고안한 것이 바로, 사람도서관이다. 갈수록 다원화되는 사회가 안고 있는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와해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시도한 것이다.용학이네 사람책방은 에버겔의 의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책이 거대 담론을 거론하기보다, 내 이웃과 소통하고 경험이나 삶의 지혜를 나누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나누고 싶은 지혜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 나이, 직업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사람책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한 달 단위로 사전에 안내되는 사람책을 만나고 싶은 주민은 누구라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30분 용학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사람책을 직접 만나지 못한 이들은 유튜브 용학도서관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콘텐츠를 통해 사람책을 만날 수 있다. 사람책 영상은 2019년부터 제공되고 있다.유명인도 아닌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듣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면 모임이 불가능한 때를 제외하고는 2018년 6월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매주 진행되고 있다. 이때까지 평범한 이웃 100여 명이 재능나눔 시민운동 차원에서 사람책으로 등장해 지역주민들과 소통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20~40명씩,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유지되는 요즘은 15명 안팎의 주민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사례는 감사장과 자그마한 기념품뿐이지만, 대부분 사람책은 이웃과 소통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용학이네 사람책방에 앞서, 용학도서관에서는 ‘청출어람 청어람’이란 사람도서관이 운영됐다. 2016년 3월부터 다섯 학기 동안 진행된 청출어람 청어람은 매주 한 차례 인근 중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및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재능나눔 사람도서관이었다. 당시 자신의 직업을 안내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자, 100여 명이 선뜻 동참했다. 매 학기 초 사람책과 직업, 일정을 인근 학교에 안내하면 학급이나 동아리 단위로 참여하기도 하고, 해당 직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도서관을 찾았다. 가끔 사람책을 지역 학교에 대출하기도 했다.사람도서관이 수년째 지속되는 힘의 근원은 대화다. 사람책이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삶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청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책으로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웃에게 풀어내는 사람도서관을 통해 지역공동체가 강화되길 소망한다.

오만한 능력주의와 한탕주의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춘래불사춘이다. 승자의 오만과 후안무치, 패자의 굴욕감과 허탈, 분노가 약동하는 대자연의 합창 소리를 덮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는 저 혼자 피었다 지고, 개나리가 만발해도 눈길을 주는 사람은 확연히 줄었다. 거리 두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출퇴근 무렵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역에 나가보라. 그들의 퀭한 눈빛과 핏기없는 표정, 축 처진 어깨를 유심히 살펴보라.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삶이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많은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에 이제 답할 기력도 없다고 말한다. 정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요즘이다.“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거임?ㅋㅋ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ㅎ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ㅉㅉ”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땅 투기 비판 여론에 대한 비문투성이의 게시글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떠 오른다. 그는 가진 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내가 누리는 것은 내 노력과 능력 덕분이다.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능력주의’를 비판한다. 이 LH 직원은 열심히 공부해 그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부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도 능력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니 무능력한 사람들의 비난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만큼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식민지와 6·25, 개발독재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람은 비슷한 처지와 환경에서 삶을 시작했다. 구성원 절대다수가 동일한 출발 선상에서 각개약진하던 시절에 능력주의는 사회를 활기차게 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부의 편중과 양극화의 심화로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 출발 지점에서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에 왜 그렇게 분노하겠는가.모든 것을 능력주의 관점에서 설명할 때 승자는 오만하고 패자는 굴욕감과 열패감 때문에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인상이 새로운 흐름’임을 강조한다. 대기업도 ‘직무 능력만 본다’는 기치 아래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지는 것일까? ‘공부 못해서 우리 회사에 못 와놓고 꼬투리 잡았다고 조리돌림 하나’라고 말하는 LH 직원은 마이클 샌델이 지적하는 ‘행운’의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수없이 많지만 내가 운이 좋아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겸손한 마음으로 뒤처진 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고,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베풀어 줄 수 있다.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폭풍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먹방’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리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성된 요리만 밥상에 차려놓고 이 음식은 정말 맛있다며 먹는 모습을 찍어 올리면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먹방에서는 식자재의 구매와 다듬기부터 요리 과정 전체를 보여주며 실패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공개한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모든 과정에 자신을 이입해 함께 성취감을 느끼거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임연선어 불여퇴이결망(臨淵羨魚 不如退而結網) ‘물가에서 물고기를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 중국 전한 시대 회남왕 유안이 편찬한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고기를 탐하기 보다는 지루함을 참고 그물을 짜는 과정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는 과정보다는 최종 결과만 보고 무조건 환호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풍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패자 부활전을 허용하지 않는 오만한 능력주의, 과정을 불문에 부치는 한탕주의와 결과중시주의, 패거리 문화와 ‘빠 정치’ 등에 대한 냉정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분열과 갈등의 치유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문제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데자뷰(deja vu). 불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를 가지는 말로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미 봤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한단다. 데자뷰의 발생 원인은 뇌가 저장된 기억의 자취를 더듬는 과정에서 기억의 착각이나 신경 세포의 혼란으로 정보 전달이 잘못되면 일어난다고 각종 사전에는 기술돼 있다.개인적으로는 데자뷰의 발생 원인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고 일상 생활 중에 가끔씩이지만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일들을 경험할 때가 있긴 하다. 이는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데 없이 ‘뭔, 데자뷰?’라는 궁금증이 들겠지만, 요즘 국내 경기 여건을 잘 살펴보면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 들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 온 경제사회적 위기에서 탈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과거 V자 위기 극복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위기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일 것이다. 전자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1998년 -5.1%까지 급락한 후 이듬해 11.5%의 급등세를 보였다. 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2009년 0.8%를 기록한 후 다음 해인 2010년에는 6.8%로 놀라운 반전을 이뤘다.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난 해와 올 해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1.0%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 해에는 3%대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경제 규모가 과거의 위기 당시에 비해 많이 커졌다는 점만 고려해봐도 V자 회복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로 딱히 부정할 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따라서 올해 우리 경제의 실적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에는 모두가 과거 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보여줬던 저력을 마치 데자뷰처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는 것이다.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문제는 수 차례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겪었던 이미 익숙해진 경험들이 이번에도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번 위기까지 우리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을 살펴보면 각각 5%대 중반, 2%대 후반을 기록해 잠재성장률과의 괴리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즉, 과거 위기는 비교적 단기간에 종료됐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도 빠르게 회복돼 중기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과연 이번에도 이런 과정이 반복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백신 보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사회적 면역 형성에는 항간에 떠돌듯이 7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우려다. 이런 우울한 예측이 현실화되면 지금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낯선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 후 수년에 걸쳐 잠재성장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매우 새로울뿐더러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지속해야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과도할 정도로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적 위기 극복 성과만큼은 스스로 자부해도 좋을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러한 성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내수부문의 회복은 다소 미흡해 보이지만, 외수부문에서만큼은 큰 저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출지향형 성장모델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도 큰 위안이 되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도 비록 낯설기는 하지만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어서 더더욱 우리 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 온 익숙하지만 낯선 문제들에 대해 마땅히 우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터무니 없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굳이 염세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구시, 2021년 중소기업 대상 수출무역보험 지원 확대

대구시가 올해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무역보험 지원을 확대한다.대구시는 미중 무역분쟁 및 자국무역 보호주의 확산,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지역 수출 중소기업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보험 지원을 늘리고 상품의 다양화를 추진한다.특히 수출 금융과 수출보험으로 무역 거래의 위험을 완화하고 국제 시장에서의 해외 시장 개척을 돕고자 뉴딜사업 산업분야 우대 지원과 보험종목별 지원율 상향 조정, 비대면 사이버 전용 다이렉트보험 지원 등을 강화한다.시는 뉴딜사업 산업분야인 자동차부품과 특수정밀기계, 바이오 등의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600만 원까지 보험료를 지원한다.단기수출보험 지원율은 90%에서 100%로 상향되고 수출계약 시점과 수출대금 회수 시점의 환율 차이로 발생하는 수출선물환 보혐료 지원도 90%에서 100%로 늘어난다.대구시는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한 사이버전용 단기수출보험, 다이렉트 플러스보험 등도 신규 지원한다.다이렉트 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 시 의무적으로 제출했던 기업 신용정보와 수출 실적, 중소기업 확인, 사업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등의 필수 서류 제출이 면제된다.대구시 김태운 일자리투자국장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힘이 되고 자본력이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이 겪을 대금 미회수 등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개미는 이리떼를 이길 수 있을까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의 자산시장, 그 중에서도 주식시장을 보면 언제 또 그랬었는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특히,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GameStop)에 대한 공매도 세력과 이에 대항한 개인투자자인 로빈 후드들과의 대결은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초래했지만, 그것이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세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더군다나 미국 자본주의 심장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뉴욕의 월가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도 단기적으로 큰 조정이 있었을 뿐 아니라 특정 종목에 대해서는 동학개미의 저항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공매도(Short Stock Selling) 관련 규제정책의 변화와 그 영향일 것으로 생각된다.잘 알다시피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해 가격이 하락하면 싼 가격에 사들여 되갚아 단기 매매차익을 꾀하는 매매형태로 투기성자본으로 분류되는 헤지펀드(주로 해외)가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공매도를 찬성하는 쪽은 주식시장의 과열 방지 및 유동성 확대를 통한 매매 활성화를 이유로 꼽지만, 반대하는 쪽은 인위적인 주가 조정이나 채무불이행 등과 같은 부작용에 의한 피해가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양쪽 모두 그럴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공매도에 대한 정책 당국의 입장이 참 애매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연방의회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등 이번 게임스탑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경제 불안정성과 각종 사회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버전 2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동학개미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공매도에 대한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여론조사 결과 공매도 반대 의견이 60%를 넘었다고 하니 정책 당국의 고민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공매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비윤리적인 경영자, 불투명한 경영, 부풀려진 기업 실적 등에도 불구하고 고평가된 주가는 공매도를 통해 정상화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물론 주식시장 등에 더 큰 폐해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순기능이 역기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일 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반대라면 공매도에 제한을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공매도의 순편익 대부분을 해외의 헤지펀드가 차지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증시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인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국부유출이라는 점에서 공매도는 너무나 불합리한 게임이다. 기업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 시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지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처럼 경영권 방어장치 없이는 공매도 등을 통해 이리떼처럼 달려드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론,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간다.연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이고, 그 때문에 완만한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눈물과 기업들의 희생으로 달성돼서는 안될 일이다. 개미와 이리떼(Wolf pack) 중 최종 승자가 누가될 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기울어진 운동장만큼은 고쳐 쓰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체력 테스트 전원 완벽 통과, 한 박자 빠른 수비하겠다”

다가오는 시즌 준비를 위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일 경산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1일 오전 10시30분께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볼파크 실내훈련장에는 선수들의 훈련 열기로 후끈했다.실내훈련장에는 1군 선수 37명과 코치 15명이 함께 투수 중심의 훈련으로 진행됐다.이날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삼성 허삼영 감독은 새 시즌에 대비한 준비과정들에 대해 설명했다.허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얘기해오던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수비와 한 박자 빠른 수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체력 테스트 결과 전원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또 그는 “지난해 타선에 변화가 많았지만 올 시즌 부상 선수만 없다면 되도록 고정 타선을 유지하겠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몇몇 선수들은 내·외야를 옮겨 뛰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특히 허 감독은 이번 시즌에 눈여겨볼 선수로 새 식구가 된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을 포함해 이원석과 오승환 등을 꼽았다.허 감독은 “피렐라가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해준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고 오재일과 이원석이 선배로서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리라 믿는다”며 “투수 쪽은 아무래도 오승환이 팀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허 감독은 올해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포부도 빼놓지 않았다.허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은 모든 선수가 갈망하고 있으며 올해는 반드시 라팍에서 가을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삼성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롯데(3월1일, 3일), NC(3월9일, 10일), KT(3월6일), LG(3월12일, 14일), SK(3월16일, 17일) 등 모두 9번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어떤 명함/ 정희경

달리는 오토바이가 명함을 휙휙 던진다//비스듬히 내리는 때 이른 진눈깨비//급전이 필요하십니까 즉시 대출 싼 이자//불 꺼진 치킨집 앞 수북한 고지서처럼//폐업 처분 가격 인하 가속력 칼금처럼//가장의 낡은 구두에 추적이는 누런 낙엽「해바라기를 두고 내렸다」(책만드는집, 2020)정희경 시인은 대구 출생으로 2010년 서정과 현실 신인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지슬리’, ‘빛들의 저녁시간’, ‘해바라기를 두고 내렸다’ 등과 시조평론집 ‘시조, 소통과 공존을 위하여’ 등이 있다. 치열한 시 정신으로 창작을 하면서 날카로운 평필로 좋은 시조 알리기에 매진 중이다. 이렇게 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파도가 몰려오듯이 들이닥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시조가 할 수 있는 일을 궁구해야 한다. 시조로 시대를 견인해야 한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정신의 위의를 세우는데 시조만한 문학 갈래가 없기 때문이다.‘어떤 명함’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달리는 오토바이가 명함을 휙휙 던지는 장면을 비근하게 본다.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일을 하는 이들이 많다. 비스듬히 내리는 때 이른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는 날이기에 을씨년스럽다. 명함은 목청껏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하십니까, 라고 물으면서 즉시 대출이고 아주 싼 이자이니 갖다 쓰라고 한다. 흡사 불 꺼진 치킨집 앞 수북한 고지서처럼, 폐업 처분 가격 인하 가속력 칼금처럼 명함은 곳곳에 날아가 박힌다. 화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가장의 낡은 구두에 추적이는 누런 낙엽이라고 의미 부여를 한다. 명함을 부지런히 뿌리며 달려가는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 것이다. 그는 낡은 구두를 신었고, 삶에 늘 쫓기며 산다. 그런 구두에 추적이는 누런 낙엽과도 같은 것이 명함이다. 명함은 분명히 그 사람에게는 목숨 줄과도 같은 것이건만….시인의 이러한 현실 직시는 소중하다. 이렇듯 시조가 시대 상황, 시대정신을 부지런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육화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 일은 시조를 쓰는 시인에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예찬하고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대의 아픔을 형상화하는 일에 결코 소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어떤 명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또 다른 작품 ‘박태기나무’를 보자. 곡진한 아픔이 배어 있다. 울 할매 어제 흘린 밥풀때기 몇 조각이 꽃대 따윈 필요 없어 나무 몸에 붙어 핀다, 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래서 아범아 밥이 참 곱제 식기 전에 마이 무라, 라고 말한다. 모두가 밥심으로 살았는데 살아서 견뎠는데 어무이 이제 이게 어무이 밥줄이라요, 라고 하면서 자식이 애를 태운다. 어머니가 링거 줄을 자꾸 뜯어버리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98호에서의 일이다. 사실 수십 년 전만해도 쌀밥이 귀했다. 보리밥이라도 실컷 먹어 봤으면 하던 시대가 1960년대였다. 홈런타자였던 김봉연 선수가 어떻게 홈런왕을 차지하게 되었는가 하고 아나운서가 물었을 때 밥의 힘이었다고 대답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 명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매는 밥을 제대로 드시지를 못한다. 해서 링거에 의지하고 있다. 그게 밥줄이나 마찬가지다.위기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늘 위태로운 일들이 있었다. 자존을 견지하며, 좋은 시조로 세상을 밝혀나가는 일에 전념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윤택해지리라 믿는다.이정환(시조 시인)

시장 심리 안정이 특단의 대책이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특단(特段)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다. 통상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게 되면 처한 상황은 제 각각이지만 청자(듣는, 혹은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긴장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꾀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특정 시장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발표는 해당 시장의 긴장감과 혼란을 초래해 종국에는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그래서, 웬만하면 정책당국은 ‘특단의 조치’ 또는 ‘특단의 대책’ 등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일부 특정 시장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놀람의 배경은 우선 그 표현이 암시하는 바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년 간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난 상황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 보더라도 다른 자산시장에 비해 부동산시장이 유독 과도하게 팽창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기에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법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우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 하락은 물론 지속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주요 리스크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그런데, 내심 불안한 마음에 뛰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한 것도 그에 못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지난 수년 간 수요억제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실패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 과오를 만회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실망감 때문도 아니다. 하물며,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 개발 등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구정 연휴 이전이라는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발표한다는 계획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이는 정책당국의 단호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심리의 불안정성을 완화 또는 해소시킬 만한 구체적인 재료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도 과연 시장이 원하는 만큼의 정책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만한 재료를 시장에 제공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물론, 정책당국의 지적처럼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인 변화와 완화적 통화금융정책과 이에 따르는 자금쏠림현상에 의한 초과수요 발생 등도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 강화, 재개발 재건축은 물론 임대주택 등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기대와는 달리 주택 공급 감소 현상을 야기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을 확대시켰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눈 앞에 보이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불안하게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잘못 된 것이 정책당국만의 탓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가혹하기 그지없는 처사이기도 하다. 막말로 아무리 정책당국인들 모두가 원하는 곳에 소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저마다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가격으로 무제한 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불안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에 나름대로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국민 개개인의 잘못(이기심) 탓으로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여하튼 지금 중요한 것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공급 부족에 있다는 것과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대응만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시장과 정책당국의 공감대가 비로소 형성됐다는 점이다.오는 설 연휴 이전에 시장의 예측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 확대책이 발표된다고 하니 그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모처럼 형성된 시장과 정책당국의 공감대가 제대로 반영돼야만 시장 심리 안정과 정책목표 달성을 가능케 할 수 있다.

홍콩 느와르와 일류(日流)의 추억, 그리고 한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류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세차다. 지난 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휩쓴 ‘기생충’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최고의 독립영화 영화제라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것에 이어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BTS(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다. 정규4집 ‘MAP OF THE SOUL’이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래미어워즈(The GRAMMYs)’만 받게 되면 ‘아메리칸 어워드(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 이어 미국의 3대 음악상을 모두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이처럼 올해도 한류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기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더군다나, 한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가 약 5조 6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내심 한류가 이대로 쭉 안정적으로 성장만 해 준다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도 크다. 문화유산이 많아 관광으로 먹고 사는 여느 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해 볼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한류는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한 때 역내에서 반짝이다가 세계화에 실패한 홍콩 느와르(noir 암흑가를 무대로 한 비정한 범죄물)나 세계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린 일류(日流 또는 J-Wave)처럼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주윤발이나 유덕화 등이 주연으로 열연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는 1980~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로 홍콩 영화계 전반이 몰락하는 가운데 어느 샌가 우리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홍콩 느와르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일류 또한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일류는 만화는 물론이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이웃집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등 게임, 키티나 도라에몽 등 캐릭터, J-pop(일본의 대중음악),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 부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고, 최근에는 한류에 밀려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 에즈라 보겔(Ezra Vogel)이 ‘Japan as No.1’이라 칭송할 정도로 막강했던 국가 경쟁력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자, 이제 우리의 한류를 생각해보자. 한류 이전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현대, 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조선 등의 산업에서 혁신적인 상품들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고, 이들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류도 한국산(Made in Korea) 상품에서 시작됐고, 탄탄한 경제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는 말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고, 개도국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경쟁력 또한 위협받고 있다. 만에 하나 우리 경제와 산업이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면 한류도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자랑에 마지 않는 한류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경제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돼야만 하는 것이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성을 주제로 한 '동방예의지색'전시 열어

“섹스가 감추고 부끄러워해야 할 대상인가요? 가장 자연스러운 본연의 행위가 아니던가요? 끌리는 느낌과 서로에게 다가가거나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렬하면서도 종종 절박한 바램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선 듯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섹스를 주제로 전시회를 마련한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이우석 회장은 전시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과 정의로 부정적으로 인식된 ‘섹스(sex)’를 재정의 하고자 마련된 전시 ‘동방예의지色(SEX)’이 대구 중구 대봉동 보나갤러리와 경북 칠곡 가산 갤러리오모크에서 열린다.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권기철 작가를 비롯해 김아영, 신상욱, 양성옥, 이우석, 허재원 등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소속 16명의 작가와 수니아 등 프랑스 작가 8명이 참여해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이번 전시는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기획전으로 예술작품을 통해 ‘섹스(SEX)’를 만나는 특별한 전시다.보나갤러리에서 만난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이우석 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섹스가 목적지향적인 행위가 아니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의 경이로운 표현이라는 것을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우리는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섹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함과 즐거움으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는 대신에 오히려 억눌러 오기만 해 섹스가 왜곡되고 부끄러운 일로 치부돼 왔다”고 했다.감추고 움츠러든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당당히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이번 전시 ‘동방예의지色(SEX)’은 다음달 28일까지 이어진다.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미성년자는 관람할 수 없으며, 입장권 한 장으로 보나갤러리와 갤러리오모크 등 두 곳에서 모두 관람 가능하다. 문의: 053-422-1293.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인사가 망사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흔히 인사가 만사라 한다.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성원이 몇 명 되지 않을 땐 유능한 리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가능하고 또 효율적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전체 과업을 합리적으로 분할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다. 이는 위양한 하위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어 그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리더의 권한을 함께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업과 권한은 동전의 양면이다.조직은 권한위임 과정에서 형성되는 분임단위의 계층이다. 조직은 권한위임의 결과물이자 리더십의 도구인 셈이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조직이 잘 짜여있고 그에 맞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적재적소 배치는 인사의 종점이라 할 만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하다는 말은 적재적소 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적재적소 배치는 성과와 능력 그리고 공정성에 의해 좌우된다. 성과는 경력으로 나타나고, 능력은 전문성으로 측정된다. 공정성은 사적인 감정이 배제된 불편부당한 리더십 하에서 바로 선다.인사에서 경력과 전문성이 무시되고 사적인 인연이나 호불호가 개입되면 적재적소 인사가 실현되기 어렵다. 인재가 조직의 적재적소에 배정되지 못하면 위임받은 조직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고, 그 목적 달성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인사를 잘 하면 만사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지만 인사를 그르치면 만사가 망사가 된다. 각 조직에 속하는 직책의 직무를 분석해 그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교육·훈련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인사관리의 모든 것이다.국가조직의 인사라고 별다를 건 없다. 그 사람이 거쳐 온 경력과 전문성을 분석해 성과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다음 최종적으로 인사권자의 사적인 관계를 걷어내고 공정하고 사심 없는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직무가 요구하는 경력도 없고 전문지식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을, 단지 사적인 인연이 있거나 선거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적인 빚을 갚는다는 목적에서 인사를 감행하는 것은 공을 버리고 사를 취하는 어리석은 일이다.성인군자를 장관으로 발탁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완전무결한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평균적인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래도 눈감아줄 수 있다. 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경력이나 전문성을 문제 삼지 않을 터이다. 그 직책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춘 인사라면 설사 인사권자의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욕먹을 사람만 용케 골라내는 희한한 선구안에 혈압이 오를 뿐이다. 국민의 화를 돋우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저 보통만 해도 감지덕지할 텐데.최근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비록 다른 이유가 차고 넘치겠지만, 인사 실패에 대한 국민의 질타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원전폐기 등 정책실패도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탓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을 잘 아는 검사출신이 칼을 잡아도 될 동 말 동하다. 사법부 판사 출신에게 계속 그 임무를 맡기니 감정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잘 풀릴 리 만무하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도 마찬가지다. 비전문가 문외한이 수장을 맡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그런 부서가 잘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자잘한 외교적 실수와 외교정책의 표류, 아파트 가격 폭등과 전월세 대란, 역대 급 청년실업, 교육정책 불신, 코로나 방역 실패 등도 다 마찬가지다. 사계 전문가나 베테랑을 인정하지 않으니 아마추어 수준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실패는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스스로 자기 눈을 찌른 격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수사기관장에 수사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마치 섶을 지고 불길로 들어가는 꼴이다. 이 정도면 정말 인사가 망사다. 이런 어설픈 정부를 믿고 의지하기엔 세상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간다. 복 받을 생각만 하고 있기엔 나라사정이 너무 어지럽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살길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김병욱, “정인이 사건 계기로 정부·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 직접 맡아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망 사건을 추적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남·울릉)이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출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젯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악마를 보았다.16개월 정인이에게 이 세상 지옥 그 자체였을 것”이라며 “정인이를 죽인 것은 저 양부모뿐만이 아니다”고 했다.이어 “어린이집, 소아과 의사, 양부모의 지인이 세 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은 매번 양부모를 무혐의로 처분했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 담당 경찰들은 주의나 경고로 하나 마나 한 처분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우리 정인이를 하늘로 보낸 부역자나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공무원 늘리면서 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제대로 확충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하늘로 간 정인이의 영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특히 정인이 사망의 공범과도 같은 경찰은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하며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도 더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남의 일인 양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을 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