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앞둔 포항 전통시장 울상

“명절 대목 앞에 코로나19가 확산돼 손님들이 시장 오기를 꺼립니다.”24일 오전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포항죽도시장.추석을 1주일 앞둔 시장 곳곳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예년 같으면 시장 일대가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날은 인근 공영주차장도 빈자리가 보였다.비대면 추석이 대세가 되면서 명절 관련 행사가 없어 한복점 거리는 손님 발길이 끊겼다.선물용 과일상자를 나르느라 분주해야 할 과일가게 골목도 썰렁한 모습이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과일값은 올랐지만 매출은 뚝 떨어졌다.과일 상인 김진보(62)씨는 “철강경기 불황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장마와 두 번의 태풍 때문에 작황까지 좋지 않아 과일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기업체 선물 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이 급감해 올해 추석 장사는 글렀다”고 한숨지었다.활어와 선어,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어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다.정부가 추석 명절 고향방문 자제를 당부하면서 제수용품 수요가 크게 줄고, 단체 손님도 실종된 지 오래다.위판장 인근 생선가게 주인 김점녀(71·여)씨는 “해마다 명절 앞에 관광버스 타고 와서 생선을 고르는 단체 손님이 최근 포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소식에 모두 끊겼다”고 울상 지었다.건어물 상점들은 그나마 택배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손님이 크게 줄기는 마찬가지다.포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다.최근 2주일 간 병원 및 요양시설의 신규 집단감염과 기존 집단감염 여파에 따른 추가 확진자 발생이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코로나19 확산 속도도 빠르게 번지는 양상이다.지난 2월부터 이번 지역감염 재확산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0일까지 7개월 간 포항지역 누적 확진자는 모두 61명이었다.하지만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는 총 83명으로 불과 2주일 만에 2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진자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포항시는 확진자가 나온 세명기독병원 8층과 휴요양병원 5층에 대해 각각 지난 19일, 21일부터 동일집단격리에 들어갔다.병원 직원과 환자, 방문자는 모두 전수조사했다.이 과정에서 세명기독병원 간호사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이번 집단감염 경로는 방역당국의 추적 조사 결과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추석 연휴를 앞두고 감염 확산에 비상이 걸린 포항시는 지난 18일 전 지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면회를 통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포항지역 요양병원 28곳, 요양시설 41곳, 대형 종합병원 5곳의 면회도 전면 금지했다.또 시청과 구청, 시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에는 불요불급한 식사모임도 최대한 자제하도록 강력 권고했다.한 포항시 간부는 “마스크를 벗고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취식을 하는 게 감염병에 취약해 최근 직원들끼리도 함께 식사하지 않는 부서가 많아졌다”고 전했다.시의 이 같은 감염병 예방책에 따라 모임이나 회식 자제 분위기로 지역 내 카페나 식당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포항시청 인근 식당 주인 추모(56·여)씨는 “지금까지 코로나가 유행해도 식당을 찾는 손님이 심하게 줄어들진 않았는데, 최근 1주일 사이 부쩍 줄어든 테이블 수를 체감한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직원 수를 줄일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 영웅들…생계 대책 호소

대구에서 지난 2~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기세로 쏟아지자 대구시의사회를 비롯한 대구지역 의료계가 생업을 뒤로 한 채 코로나 확산방지에 나섰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경영난에 대해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가 재확산될 경우, 앞으로 의사들의 ‘자발적인 봉사’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구지역 의료기관들의 운영난이 지속되자,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병원 폐업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며,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특례 지원’의 상환 구조 개정을 요청했다. 지난 3월부터 지역 일선 병원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특례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에서 선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상환 일자를 내년까지 유예해 달라는 것. 지역 의료업계는 병원 운영은 뒷전에 두고 코로나 확산방지에 투신해 사투를 벌였지만, 정작 일선 병·의원들은 환자 감소로 폐업 수준의 위기에 놓인 탓에, 현재로서는 선 지급된 비용을 상환하라는 방침을 유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13일 낮 12시50분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과 대구북구의사회 노성균 회장 등 지역 의사회 관계자들이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자 대구시청 앞에 모였다. 앞서 노 회장은 어려움에 처한 일선 병·의원들을 위해 요양급여비용 상환방식을 개정하고자 지난 12일 삭발을 하는 등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노성균 회장은 “병원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보상을 원하는 치졸한 욕심이 아니라, 병원 폐업을 막아줄 대책만 세워달라는 것 뿐”이라며 “정작 본인들의 병원이 문을 닫게 생겼는데 어느 누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피해를 무릅쓰고 자진해 나서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이번에 그 효율성이 입증된 의료 인프라를 잘 유지해야 한다”며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지원과 대책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요양급여비용은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비를 청구하면,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비다. 요양급여비용 선 지급 특례지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다음달까지 대구·경북지역에 이어 전국 의료기관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월평균 요양급여를 선 지급하고, 이후 진료를 통해 발생하는 요양급여를 상계해 올해 안에 균등 상환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는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로 몇 개월째 개점휴업에 버금가는 경영난을 겪은 터라 직원 월급조차 지급하기 힘든 상황에 올해 안에 지원금을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선 지급한 요양급여는 6개월 내 무조건 다 갚는 구조가 아니다”며 “지원받은 특례금을 균등해 상환 시작 월별 요양급여비용보다 많을 경우 그 다음달로 이월되는 형식이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모든 상환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은 현재 정부와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먹고 살아야죠” 월세에 생계 막막…자영업자들 문 열기 시작해

“월세 내기도 힘든데…먹고 살려면 문 열어야죠.”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업’을 선언했던 대구지역 자영업자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에 생계가 막막해지는데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자 영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 북구 침산동의 미용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주일간 휴업했다.하지만 휴업이 장기화되자 월세 부담이 커져 문을 열기로 했다. 미용실 원장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라 마냥 문을 닫고 집에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문을 열어도 평소 매출의 10분의 1도 안되지만,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있는 수성못 인근에 위치한 한 음식점도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휴업을 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가 누그러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홀 영업을 중단하고, 방문포장 및 배달 서비스만 제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휴업한 지 보름 정도가 지난 9일부터는 홀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음식점 대표는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사그라질 때까지 정부대책만을 기다릴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요가학원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회원들에게 휴원을 알렸지만, 최근 단축 영업을 시작했다.또 단체로 하는 요가 대신 개인요가로 바꿔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헬스장, 과일가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자영업자들도 여전히 있다. 경산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 사태에도 가게 문을 여는 게 오히려 민폐일까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헛걸음을 하고 그냥 돌아가는 단골 고객이 많아 가슴이 아프고, 또 원두를 오래두면 폐기처분해야 하니 이제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구 곳곳이 점차 활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에 시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최모(28·북구 서변동)씨는 “집에만 계속 있기가 답답해서 바람이라도 쐬려고 밖에 나가보니, 지난주까지는 영업을 하는 곳이 없어 발길을 돌렸었다”며 “이번주부터 점차 원래의 모습대로 가게가 하나 둘씩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갑다. 빨리 세상이 평소처럼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