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시계 초침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그러다 마주하는 현실들은 때론 행복감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박하고 답답하다.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각박하고 바쁜 현실 속 사랑과 희망, 행복을 느끼게 만든다. 나아가 살아가는 삶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깨닫게 한다.사랑을 담아 관심어린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소설가들의 따끈따끈한 신작 소설을 소개한다.◆다른 세계에서도이현석 지음/자음과 모음/300쪽/1만3천800원소설은 첨예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재현과 대상화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우리가 사는 사회는 삶의 다양성이 존재한다.옳고 그름을 가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라난 환경과 문화에 비춰 생각해볼 때 우리는 옳고 그름을 가르게 되고, 그것을 맞는다고 생각하고 살게 된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다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윤리적 판단 속 우리만의 윤리적 잣대를 되돌려 반추하게 만든다.표제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역시 임신중지 및 재생산권에 대한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시선을 이야기로 풀어냈다.저자의 소설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방면의 일을 관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젠더, 계급, 가족의 층위를 넘나들며 그 미세한 결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살핀다.소설집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다는 것이다.그 실감은 특히 두드러지는데 이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작가 이현석의 이력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지난 2월 첫 소설집을 출간한 이현석은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며 정교하고 치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작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인 ‘다른 세계에서도’를 통해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 소설 평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책의 저자는 다분히 이지적인 방식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있는 이 세계의 순간들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혹 속으로 이끈다.또 다채로운 소재와 방식과 구성으로 풍성하고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프랑수아 를로르 지음/열림원/304쪽/1만4천 원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꾸뻬 씨의 행복여행’ 등 꾸뻬 씨 시리즈를 통해 많은 독자로 하여금 좌절하는 삶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하게 했던 프랑수아 를로르가 이번 소설에서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책은 주인공 이누이트 울릭이 문명세계를 경험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을 담고 있다.이누이트는 이글루에서 항상 생활하며, 남자는 사냥 여성은 가정일이 배분돼있는 비교적 정형화되고 단조로운 삶을 산다.하지만 전통 부족 사회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현대 문명을 접한 이누이트 청년 울릭의 시선을 빌려 현실을 모순을 비추는 작품이다.울릭은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읽고 하루아침에 이누이트 부족 내에서 왕따가 된다.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카블루나’의 기상대가 세워지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울릭은 각박한 처지에도 살아남는다.임무를 마친 기상대가 떠나고 같은 자리에는 석유탐사기지가 들어선다.한편 카블루나의 조력으로 이누이트 마을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기상대를 드나들며 그들의 언어를 배워둔 울릭은 기념 사절로 초청을 받는다.그는 이누이트 부족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과 약혼녀 나바라나바를 되찾겠다는 욕망을 품고 타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약혼녀를 되찾기 위해 카블루나 나라에 파견된 이누이트 울릭은 북극보다 차갑고 낯선 도시에서 만난 환경과 사람에 당황하지만 사랑이라는 용기로 담담히 맞선다.소설은 전통과 현대의 대립 속에서 다양한 인물의 삶을 담담하게 서술한다.이혼과 비출산, 노인 부양 문제, 편부모 가정이 겪는 양육의 어려움, 여성 혐오와 성 갈등, 물질만능주의 등 울릭이 목격한 세계는 참담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투영한다.오늘날 우리에게는 양분된 극단을 이어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데 작가는 결국 모든 문제의 해답을 사랑에서 찾는다.작가는 울릭이 내놓은 해결책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문명사회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을 던져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든다.◆소년과 개하세 세이슈 지음/창심소/360쪽/1만5천800원애완동물은 수천 년 전부터 인간 옆에 머물러왔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자리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단순히 집과 가축을 지키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고 있는 것이다.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통을, 절대 배반하지 않고 애정을 쏟는 만큼 사랑과 충성을 보이는 동물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애견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심각한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개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그릇된 행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책에서는 개를 대상화했다.책의 6편 연작들은 동일본대지진에서 주인을 잃은 개 ‘다몬’이 친구인 소년을 찾아 5년 동안 일본 전역을 떠돌며 만난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가즈마사의 앞에 우연히 주인 잃은 개 ‘다몬’이 나타났다.치매에 걸린 그의 어머니와 병간호에 지쳐가는 누나를 위해 돈이 필요한 그에게 절도범들의 차량을 운전하는 일이 들어오는 등 각종 어려움에 처한다.하지만 가즈마사의 가족에게 잃어버렸던 웃음과 행복을 다몬이 되찾아주면서 그에게 다몬은 수호천사로 다가온다.쓰레기 더미에서 나고 자라 범죄자로 자란 미겔은 어린 시절 만난 떠돌이 개 쇼군을 만났다.쇼군은 그와 누나에게 먹을 것을 찾아주고, 위험을 알려주는 수호자로 다가온다.일본까지 건너와 범죄를 저지르는 그의 앞에 나타난 개 다몬은 쇼군의 환생처럼 보여 애정을 쏟게 된다.또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에 절망하며 하루하루 지치고 늙어가는 사에, 자신을 매춘부로 타락시키고도 돈을 뜯어내는 남자 친구를 죽여 산에 묻고 방황하는 리와 등에게도 다몬이 해결사처럼 나타난다.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고, 살아갈 의지를 잃고, 고통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다몬이 건네는 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희망을 얻게 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