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낙하산 공천

낙하산 공천오철환객원논설위원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일제히 총선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다.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일본의 경제제재도 총선 프레임전쟁에 활용하려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지경이다. 어느 선거라도 그랬겠지만 내년 총선은 특히나 여야 할 것 없이 절박해 보인다. 정치가 극단적인 이념전쟁 내지 복수혈전으로 내몰린 결과다. 사활을 건 건곤일척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선거다. 예비 선량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들의 마음도 벌써 분주하다. 대구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촉빠른 언론이 분위기를 감지하고 멍석을 깐다. 대구를 텃밭으로 두고 있는 한국당에 대한 훈수가 날카롭다. 공천 실패로 인하여 총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삼연패한 점을 상기시키며 새로운 인재발굴을 통한 공천혁신과 대폭적인 물갈이를 주문한다. 지역구도 타파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응원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정의로운 역할인 것처럼 그 편향성을 당당히 드러내기도 한다. 언론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새로운 인재발굴을 통한 공천혁신은 공천의 기본요건이긴 하나 당선가능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새로운 인재를 공천하여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임기 4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의 물갈이 대상에 오르기 십상이다. 역량 있는 인재라 하더라도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가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국가와 지역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불과 4년 만에 중량감 있는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긴 기대난망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커녕 영향력 있는 당직 하나 못 한다. 보통 선수가 높은 의원이 당직이든 국회직이든 우선권을 갖는 결과다. 초선이 300분의 1만 감당해도 성공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폭 물갈이를 주창했던 여론은 간 데 없고 무능하다는 날 선 비판만 남는다. 단편적 논리가 초래한 자가당착이다. 중진 키우기와 함께 새로운 인재발굴을 고려함은 물론 당선가능성까지 챙기는 복잡한 공천 셈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선호나 당선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소수자 공천도 비현실적인 구시대 유물이다. 소수자 배려는 비례대표로 보완할 일이다. 지역구도 타파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을 지역 선거에 강요하는 주장은 유권자의 신성한 선택을 왜곡하는 장애물이다. 여야 의석 구도가 이상적으로 나오도록 유권자를 종용하는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독립적 선택의 총화가 그 무엇이든지 그 결과가 존중되어야 마땅한다. 지역의 여야 의석 구도는 선택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종속적인 것이다. 그럴듯한 외피를 두르고 있는 명분도 잘 따져보면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역 총선의 또 다른 그릇된 신화는 이른바 ‘서울TK’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서울TK를 공천하면 낙하산이라고 거세게 반발한다. 국회로 입성하려는 ‘토착TK’는 서울TK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충분히 나올법한 주장이나 지역폐쇄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다분하다. 한국당이 낙하산을 거부하는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낙하산을 반기는 경향이 있다. 낙하산 불가가 일반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회의원의 직장은 서울에 있는 국회다. ‘토착TK’도 당선되면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 둘러치나 메치나 피장파장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연고에 관계없이 전국 어떤 지역에서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출마 지역은 당선가능성에 의해 선택된다. 연고지가 될 확률이 높다. 어떤 경우라도 각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물론 최종 심판은 유권자 몫이다. 생활근거지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으로선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고교를 졸업한 사람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고, 지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직장을 따라 지역을 떠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같은 논리로 선량이 되고자 연고를 좇아 지역으로 회귀하는 사람을 거부할 수 없다.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연고가 없으면 또 어떤가. 오겠다는 사람은 모두 환영할 일이다.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클 인재수혈은 지역에서도 필연적이다. 글로벌시대에 연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서울TK가 오기도 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콤플렉스를 자인하는 꼴이다. 누구든지 한번 붙어보자는 용기 있는 자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길이다. 서울고양이든 시골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세상읽기…‘탈옥수 신창원’, 그리고 교육

‘탈옥수 신창원’, 그리고 교육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간은 학습하는 존재다. 물론 책이나 학교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삶의 현장이 학교일 수 있고 누구나 교사일 수 있다. 하늘의 달과 별, 길가의 들풀과 돌멩이로부터도 훌륭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과거 비극적인 역사와 사건과 악인들을 통해서도 귀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반면교사,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공자도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만한 이가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려 한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20년 넘게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는 한 중죄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탈옥수 신창원’이다.꼭 20년 전, 1999년 7월16일의 일이었다. 무기수로 복역하다 탈옥했던 신창원이 다시 붙잡혔다. 1997년 1월에 탈옥했으니 2년 반 동안 도망자로 살았다. 고비마다 경찰을 따돌리는 신출귀몰한 도주로 유명세를 탔다. 재투옥되고 오늘까지 20년, 그 동안에도 그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먼저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2004년의 일이었다. 복역중이던 대구교도소에서는 ‘신창원 따라하기’ 면학 열풍이 일기도 했다. 그가 처음 소년원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82년이었다. 죄목은 절도죄였다. 한 해전에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3개월 다니다 그만 두었다. 급우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서였다. 비극은 이미 그 전부터 잉태되기 시작했다. 어려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간암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어려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아버지의 훈육 태도는 결정적으로 그를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경찰에게 아들 신창원을 구속 수감시켜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린 신창원은 큰 충격에 빠졌고 돌이킬 수 없는 반항아의 길로 빠져들었다. 학교에서도 그는 정붙일 사람을 찾지 못했다. 따돌리고 괴롭히는 급우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세상에 적개심을 갖게 된 더 결정적인 계기는 선생님에게 있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주지 않은 것은 물론, 어이없는 비난으로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훗날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쓰다듬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새끼야 돈 안가져 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 참으로 슬프고 곤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부모와 학교, 선생님이 그를 범죄자로 악마로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부모와 선생님의 태도와 말 한마디는 어린 아이를 위대한 성인으로 키워낼 수도 있지만, 범죄자로 악마로도 만들 수 있다. 감옥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그는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대학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서였다. 감옥에서 만난 중범죄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상처는 사랑으로밖에 치유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얼어붙은 가슴은 사랑만이 녹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도 마음이 열려야만 전달할 수 있는 거잖아요.”날마다 범죄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정폭력, 어린이집 유아폭행, 교실 왕따, 미성년 성폭행, 학교폭력 등이 더 걱정이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동과 청소년 등 성장기 아이들이 정작 사랑은 받지 못한 채 비인격적인 멸시와 따돌림과 폭력에 노출되어 돌이킬 수 없는 탈선과 범죄의 길로 들어설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은 가정과 학교, 부모와 선생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아프리카 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요 사회의 과제라는 뜻이다. 20년 전 오늘, 탈옥수 신창원이 재검거될 때 입었던 쫄티의 알록달록한 무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미 악마로 변해버린 자신을 탄식하는 그를 떠올리며,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다시 곱씹게 된다. 교육은 ‘사랑’이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큰 교육이다.

세상읽기…성공의 열쇠

성공의 열쇠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삼복으로 접어든 계절은 한여름 더위를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하다. 대프리카의 위력이 무색한 요즈음이다. 직장인으로서는 덥지 않은 여름이 고맙기도 하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을 것 같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알곡이 잘 익고 과일의 당도도 높아진다는 시골에서 농사일 하는 분들의 주름 진 얼굴을 뵈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다. 기대하며 정성들여 심어둔 수박은 이제 조금씩 부피를 더해간다. 언제 속이 꽉 들어차 이웃들과 함께 수박 파티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병원 커피숍 주인이 한톨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전해주는 커피 찌꺼기를 흙과 골고루 섞어 수박줄기 옆에 거름으로 뿌려두며 읊는다. 잘 자라라. 잘 익어가거라. “아이쿠, 진짜 농부가 여기에 있었군~!“ 따가운 햇살이 퍼진 텃밭에 엎드려 풀을 뽑느라 열중하는 내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언제나 친근한 말씀을 건네시는 원로 선배님이 아닌가.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멈추고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선배님께서 이제 지구 한 바퀴의 거리나 되는 마라톤 풀코스 1,000회를 목표로 주말마다 달린다고 들은 듯하다. 풀코스1000회, 42.000km는 지구 한 바퀴의 거리가 아니던가. 1000회 풀코스 마라톤 완주자 1호는 바로 대구시 의사회에서 탄생했다며 자랑하시지 않았던가. 몇 해 전 대구금호강마라톤대회에서 말이다. 그 이야기를 선배님의 열변으로 듣고는 나도 한번만이라도 뛰어봐야지 생각한 적이 있다. 마음에 있으면 기회는 오게 되는 법, 여자 의사회 사업의 일환으로 핑크런 마라톤대회를 참가하게 되어 해마다 달리고 있다. 마라톤이라고 이름 짓지 못할 정도인 3km 나 때로는 5km의 거리를 신청해 달리지만 그래도 결승선에 도달해 완주 메달을 받을 때엔 정말 가슴에 커다란 파도가 치는 듯해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선배님은 이번에도 핑크런 마라톤 하느냐고 묻는다. 짧은 코스를 달린다고 하니까, 손사래를 치시며 젊은 사람이 도전을 해야지. “가장 긴 거리를 신청해! 그리고 기록을 재어!“ 하신다. 그러면서 설사 이번엔 끝까지 달리지 못하더라도 내년, 그 다음해엔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 터이니 무조건 도전하라고 하신다. 선배님이 항상 이야기하신다. 성공의 키워드는 바로 4V라. 밝고 명랑한 활기찬 힘을 활력(vitality) 과 앞날에 대한 원대한 꿈, 비전(vision)과 어떤 역경도 무릅쓰며 시도해보는 모험(venture), 그리고 활력을 겸비해야 끊임없이 나아갈 때 마침내 승리(victory)를 얻을 수 있는 법이라 강조 하신다.고통이라는 인내와 투자 없이는 즐거움이라는 열매도 따기 힘들 것이지 않겠는가.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려고 노력하며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고자 힘써야 하지 않으랴. 아직 젊은 나이라 생각하면서 세상만사를 흐르는 강물처럼 대하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선배님과 함께 있으면 없던 힘도 생긴다. 용기와 건강과 성공이 바로 손에 잡힐 듯 다가든다. 성공의 키워드는 4V, 어느 스님의 책을 탐독 하시고는 그 설법을 그대로 옮겨 놓으시는 듯한 말씀을 새긴다. 현실적인 가치를 긍정하면서 절대자의 가르침을 받들고 세속의 한복판을 걸어 나가는 삶, 선지자의 삶을 걸어가시는 선배님을 뵈면서 진정한 원로란 어찌 행동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원로 선배님은 계속해서 채찍질 하신다. “도전하라! 나아가라. 또 나아가라, 쉼 없이 나라가라”고 거듭 강조하신다. 이는 어쩌면 지금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말고 더 나아가 힘차게 도전하라고 은근히 등을 밀어대시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어깨를 쭉 펴면서 힘을 얻는다. 그래 이제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묶고서 새로운 깃발을 드높이 들고서 앞날의 비전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할 힘을 얻는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상에 서 있는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의 지향점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승리의 길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소망한다. 모든 현실의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는 정진이 바로 행복을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법하는 이도 있지 않던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깨침을 실현할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니. 지구 한 바퀴를 달려보겠다는 심정으로 달려보자. 나만을 위한 성공이 아닌 ‘나를 위해 승리하고, 남을 위해 승리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읽기…진짜 실력은 위기에서 나온다

진짜 실력은 위기에서 나온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아사하라 쇼코는 일본의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의 교주였다. “일본의 왕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겠다.”라고 했던 그는 교의를 실행하기 위해 초능력, 요가, 종말 사상 등을 앞세워 청년층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옴진리교는 주요 대학의 우등생 명단을 입수해 교주의 거짓 부양 모습과 초능력에 대한 자료 등을 제공하여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옴진리교는 1990년 ‘진리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섰으나 교주 이하 25명이 전원 낙선했다. 이를 계기로 옴진리교는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제도로 불가능하다면 살인을 통해서라도 체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1995년 출근 시간 도쿄 지하철 차량에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13명이 죽고 6천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생각이 없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정서적 공허나 세상을 향한 분노를 비현실적인 신비 사상이나 과격한 이상론 등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이비 종교 교주나 정치인은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권력을 유지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과 아베를 바라보면 옴진리교가 연상되어 섬찟하다. 극우는 군국주의 세력의 후예들이다. 군국주의가 주변국에 입힌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일본과 일본 천황을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여야 하며, 다른 민족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일본의 이익에 반하는 그 어떤 것에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무리들이다. 극우 사상을 전파하고 극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자국의 언론까지 통제한다. 이웃나라를 희생의 재물로 삼아도 좋다는 그들의 말과 행동은 살인을 통해서도 체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옴진리교와 다를 바가 없다. 극단적인 사이비 종교가 반드시 부패하듯이 극좌나 극우도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하여 결국은 불특정 다수와 이웃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오늘의 아베 정권을 보며 옴진리교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과장일 수 있다. 그만큼 현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말이다. 감정적인 분노를 가라앉히고 구체적 현실로 돌아오면 답답해진다. 일본의 제재에 우리도 동일한 방법으로 맞대응할 수 있겠지만, 수출 제재로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와 비슷한 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겐 별로 없다. 일본이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제재 수위를 높여간다면 미중 무역전쟁이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 역시 중국과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처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들만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 제재로 현재 진행 중인 한국 경제의 둔화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한일 무역 이슈의 영향으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1.8%로 낮춘다고 밝히며, 내년 경제성장률도 1.7%로 전망했다.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일 감정이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일본 여행 자제와 같은 것은 민간 차원에서 은연중에 실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떠벌리고 외쳐서 공연히 제재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출규제가 장기전으로 확전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될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도덕성과 명분을 유난히 중시하는 현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배가 전복되어봐야 그 배를 부리던 사람이 수영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알 수 있고, 말은 빠르게 달려봐야 그 마부가 얼마나 능숙한 마부인지 알 수 있다.”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국민은 현재의 무역 전쟁을 유발하게 한 당사자인 정부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비로소 능력 있는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하지 않는가. 정치가 죄 없는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일단은 중지를 모아 이 위기 국면을 타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상읽기…‘구별짓기’를 넘어 ‘담장허물기’로

‘구별짓기’를 넘어 ‘담장허물기’로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영화 ‘기생충’을 봤다.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을 갖고서다. 훌륭한 한국사회 연구 텍스트를 읽는 듯했다. 생각거리도 많았다. 여기서는 그중 두 가지만 소개해 본다. 첫째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관련된다. 영화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만 다루지 않는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문화적 계급의 문제를 영화는 포착해 그리고 있다.예컨대 부잣집 박사장네와 그 집에 기생해 살기 시작한 기택 가족은 단지 경제 계급만 다른 것이 아니다. 생활공간과 생활방식과 마시는 술도 모두 다르다. 심지어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까지 다르다는 사실에 영화는 주목한다. 운전기사 기택이 박사장을 살인하게 된 것도 자신한테서 나는 냄새가 그로부터 경멸당해서다. 흔히 문제됐던 경제적 착취나 갑질이 아닌, 냄새에서 촉발된 모멸감이 살인을 불러온 것이다. 영화는 가난한 두집 사이의 갈등과 적대까지 그려내고 있다. 반지하 집의 기택네 가족들은 완전 지하방에 숨어 사는 더 아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짓밟으려 든다. 슬픈 것은 영화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풍자와 웃음을 섞어 주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공감이 더 컸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한다. 부촌과 빈민촌,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작은 평수의 아파트는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어린 아이들도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친구를 구별해 사귄다. 생활방식, 자녀양육 방식, 취미생활 등도 모두 다르다. 하층민이 그 선을 건너 상층으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들 사이의 문화적 취향과 가치관 차이가 경제적 계급 차이를 강화하고 계급간 이동을 더 어렵게 한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 전에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잘 설명했다. 그는 계급을 가르는 것이 경제자본만이 아니라는데 주목했다. 예컨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은 사고체계, 문화적 취향, 습성 등에서도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구별짓기(distinction)’ 현상이라고 했다. 부르디외는 또 각 계급이 갖는 독특한 인지체계와 문화 코드와 취향 등을 가리켜 ‘아비투스(habitus)’라고 불렀다. ‘아비투스’는 짧은 시간에 습득되거나 체화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나아가 ‘아비투스’는 경제적 계급질서를 재생산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구별짓기’의 적나라한 실상과 ‘아비투스’의 힘을 보여 주었다. 예컨대 박사장이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에게 '선을 넘지 말 것'을 습관처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선을 지키는 것’은 박사장으로 대표되는 부유층 계급이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규범이다. 그 ‘선’은 ‘구별짓기’의 봉준호식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택이 ‘무계획이 가장 완벽한 계획’이라고 말한 것도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다 체념하는 삶에 익숙해진 하층민의 아비투스라고 할 수 있다. ‘냄새’와 ‘무계획 철학’ 등은 ‘아비투스’를 상징하는 봉준호식 해석인 셈이다. 둘째 생각거리는 이 ‘구별짓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구별짓기’와 집단간 배제와 차별은 적절하게 제어되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쪽에 속한 사람이라도 온전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핵심 가치로 삼는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구별짓기’를 넘어 ‘소통하며 함께하기’를 추구하는 것은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회의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실제로 인류 역사는 집요한 ‘구별짓기’의 과정이면서, 또한 치열한 ‘담장허물기’의 여정이기도 했다. ‘구별짓기’를 넘어선 ‘담장허물기’는 지금 우리 사회의 긴급한 숙제기도 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영화는 ‘기생’의 방식이 파국으로 귀결되었음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건강하지도 효과적이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봉준호감독의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어렵더라도 ‘기생’이 아닌 ‘상생’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선긋고’ ‘구별짓고’ ‘밀어내는’ 힘은 약화시키면서, ‘담장을 허물고’ ‘소통하며’ ‘끌어안는(포용)’ 힘은 더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함께 살아가는 ‘상생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영화 ‘기생충’이 깐느를 거쳐 와 우리 사회에 던진 고민 주제다.

세상읽기…아이를 위한 나라

아이를 위한 나라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소서가 지났다. 바람결에 작은 여름의 시작을 느낀다. 아침은 서늘한 기운이 있어 본격적인 낮 더위를 떠올리기보다 그저 상쾌하다. 녹음이 짙어가는 자연에 눈을 씻어 잠시나마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비 갠 하늘은 하얀 구름을 거느려 한결 여유롭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수은주에 눈길을 보내며 오늘 하루도 더위를 잘 이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일과를 마치면 늘 궁금하다. 커피 빛이 감도는 땅에서 앙증맞게 영글어가는 참외가, 작은 줄기에 매달려 몸피를 불려가던 수박이 얼마나 자랐을까? 하고. 발길은 절로 어둑해진 그곳으로 향하면 태양 빛에 감응하는 등불 사이로 어느새 주먹만 해진 수박이 엉덩이를 드러내며 반가운 얼굴로 웃는다. 낮 동안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가 밤이면 가끔 찾는 주인의 발소리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있었나 보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그네들을 보면 인간의 자식만 애정으로 자라는 것만이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 찌꺼기를 거름으로 준 것이 이제야 땅에 힘을 더하는지, 아무렇게 부려둔 채소 씨앗과 과일들이 저마다 자라나서 제 몫을 다해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라니. 그것을 보노라면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때 가슴 뻐근하던 그때 그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다. 출근 준비를 하며 켜 둔 영상에선 ‘아이나라’라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남자 배우가 처음으로 아이 돌보기를 해보고서 육아의 힘듦을 알리는 이야기였다. 한 방송에서 새 프로그램을 시작한 모양이다. 사정이 생겨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을 책임질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 돌보미의 현장 체험을 해보고 그 실상과 고충을 공유하여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보고자 하는 뜻이 담긴 듯하다. 요즘 인기 있는 남자 세 사람이 가사 도우미로 변신해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설정으로 농구 선수 출신의 키가 큰 남자 연예인, 개그맨, 또 단정하게 생긴 영화배우가 함께 방송에 참여하였다. 첫 돌봄 서비스를 끝까지 완수한 남자 배우는 황혼 육아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신했다. 맡은 아이는 40개월이었지만, 나의 조카처럼 붙임성이 뛰어나고 먹성이 좋아 또래보다 좋은 체격을 가졌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쉽지 않은 육아의 고충을 그대로 경험하며 허덕인다. 숨 가쁜 등원에 이어 하원까지 마치고 키즈 카페 방문하기까지 한순간도 눈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혹시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며 전력을 다하는 그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돌보느라 하루가 다르게 흰머리가 늘어가시던 친정아버지, 어머니가 떠올라 순간 가슴 먹먹하였다. 신나게 놀고 돌아온 아이 목욕을 도와주며 그는 아이와 더욱 가까워진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연 아이는 삼촌이라 부르며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육아에 남자아이의 돌보미, 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얼마나 더디게 가는 시간이었으랴. 드디어 돌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각, 아이는 작별을 거부하며 울먹인다. 그 사이 정이 담뿍 들어버린 남자 배우도 몇 번이나 애틋한 인사를 나누며 뽀뽀까지 받아 가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와 어렵사리 작별한다. 아 ~아 앙! 울음보 터뜨리는 아이를 뒤로하며 첫 번째 돌봄 서비스를 마무리하는 그 어깨를 보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뿌듯함은 오래 남을 것 같은 그 장면이 나의 뇌리에 새겨졌다. 숭고한 육아를 현실로 인해 제각각으로 해오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연예인이 육아를 직접 경험하며 녹록지만은 않은 그 어려움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한 번쯤 생각하게 할 것 같은 아이를 위한 나라‘라는 프로그램은 기대가 된다.일전에 의대 시절 은사님 자제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자그만 아이였던 그가 어느새 장성하여 학계의 동료가 되어 의논하는 자리였다. 이야기 끝에 “아버님께선 정말 자상하셨지요?” 물었다. 그의 답은 “아버지는 가부장의 대표이셨지요.” 언제나 일에 바쁜 어머니를 불러대신단다. 달려가서 옆에 서면“ 물 좀 가져달라.”고. 그 어머니는 “불러서 물 가려달라고 하시면 달려왔다가 다시 물 가지러 가야 하니, 한 번에 할 수 있게 아예 ”물!“이라고 하세요.” 그 장면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장가드는 날이 되자 은사님께서 아들을 불러 앉혀서 하신 말씀, ” 너는 나처럼 가부장으로 살면 안 된다. 요즘 가장처럼 자식에게 자상하게 해야 해. 가정적인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천만번 지당한 말씀이지 않은가. 세상 모든 아버지께 청합니다. 가부장 아닌 자상한 가장이 되어 ‘아이를 위한 나라’를 잘 만들지 않으시렵니까.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이틀째인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 모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원상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무열 기자 lmy4532@idaegu.com

세상읽기…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초등학교 동창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담당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라면 충분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고 몸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의사가 많은 요즘 현실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흔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지인들이나 친척들이 갑자기 아프거나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곤 한다.보통 사람이 병원에 가는 일은 아무래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얼마 전 TV에서 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의사가 한 이야기가 있다. ‘자신과 친한 의사 한 명을 알아두면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매스컴이나 인터넷, SNS 등에서 상업적인 의료광고가 난무하고 있는 시대다. 어떤 것이 진짜 정보이고 어떤 것이 가짜 정보인지 보통 사람들은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신과 친한 의사에게 물어보면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얼마 전 친척 한 분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 몇 년 전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이라는 병으로 심장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라는 망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발생한 담낭결석(쓸개에 돌이 생기는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수술은 잘 마쳤는데, 갑자기 심장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이 발생해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고 한다. 왜 그런지 보호자들은 답답해하고 의료사고가 난 것이 아닌지 하고 궁금해 한다.이런 경우 답은 정해져 있다. 스텐트를 이식하게 되면 그 주변에서 피가 굳어져 피딱지가 끼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피가 묽어지는 혈전방지약물을 장기간 먹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심장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이외에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다른 문제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조금씩 여러 부위에 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환자의 가족에게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답답하시겠지만 기다려 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요즘은 수명이 길어진 것도 있고, 또 젊은 사람들에게 성인병이 많아진 것도 있다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환자가 의외로 많이 있다. 그래서 몸이 한 부분만 아픈 것이 아니고 여러 부분이 동시에 아픈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아스피린 같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환자들도 부쩍 늘어났다. 심지어는 심장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있어서 장기간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수술상담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50대 이상에서 한두 가지 성인병을 가지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문제는 그것 이외에도 다양한 건강보조식품들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관절연골에 좋다는 콘드로이틴,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징코민, 홍삼, 인삼. 노니, 요즘 유명해진 크릴 오일, 정체를 알 수 없는 엑기스. 호두, 아몬드, 브라질너트같은 견과류, 너무 많이 있어서 일일이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다들 우리 몸을 이롭게 하고 혈액순환을 잘 도와준다고 들었다고 한다.사실 이런 환자들에게는 규칙적인 운동, 체중감량, 식이요법이 필수적인데 힘든 것은 하지 않고 이런 건강보조식품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것이니 편한 것만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만약 이런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혈액순환이 너무 잘 되고, 피가 굳지 않아서 수술할 때 지혈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게다가 그것이 그대로 멍으로 남아서 회복도 느리게 되고, 나중에 이 부위들이 피부 아래에서 흉살이 만들어지기라도 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약들도 있지만, 막연히 우리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건강보조식품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잘 알 수 없다.

세상읽기…행간을 읽어야 숨은 뜻이 보인다

행간을 읽어야 숨은 뜻이 보인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만남은 사는 동안 수시로 일어난다. 만남은 탐색이고 힘겨루기다. 만남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관계에는 힘의 논리와 적자생존 원리가 작동한다. 힘은 만남 가운데 항상 잠복하여 상황을 변화시킨다. 지배할 수도 있지만 종속될 수도 있다. 만남을 거듭하다가 보면 정이 들기도 한다. 휴머니즘이 인간다운 삶을 일구어 간다. 그렇다고 휴머니즘이 항상 좋은 열매만 선물하지는 않는다. 살다가 보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 찌지고 볶고 물어뜯는다.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기도 하고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은 무언가의 씨앗이다. 좋은 싹이 나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신의 뜻이다. 어쨌거나 만남은 소중하다. 그 만남 가운데 국가원수 간의 만남, 정상회담은 조금 특별하다. ‘국가는 감정이 없고, 국가원수는 그런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이라는 점에서 그 특별함이 발생한다. 그 주체가 개인이든 국가든 만남에는 냉엄한 힘의 논리가 기본으로 바닥에 깔린다. 힘은 세상사 기본 원소를 형성한다. 만남이 쌓이면 국가원수 개인 차원에선 비록 정이 생길 수 있겠지만 국가 차원에선 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자국제일주의가 휴머니즘을 대체한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 제안으로 남·북·미 DMZ 만남이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번개다. 정말 놀랄만한 이벤트임에 틀림이 없다. 이 이벤트가 단지 보기 좋은 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만남이 우리에게 장차 희망의 싹으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국가원수의 만남은 국가의 만남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원수는 개인의 속성을 초월한다. 국가원수의 만남은 정을 나누고 우의를 돈독히 하는 사적인 일이 아니고, 국가의 이익을 조율하고 절충하는 국사다. 국가원수가 개인의 정을 나누고 다지는 척해도 그건 제스처에 불과하다. 우정과 사랑은 입에 발린 말이다. 상대방의 이성을 잠재우고 자신의 의도를 숨기려는 속임수일 뿐이다. 정상회담은 결국 국익을 두고 싸우는 대결의 무대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제대로 봐야 한다.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번 남·북·미 DMZ 만남의 행간에 숨은 뜻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목적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인트 적립이다. 여기에서 북한은 미국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위험한 핵보유국으로 함부로 때리기 버거운 상대라는 숨은 뜻이 읽힌다.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카운터파트라는 함의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 공을 들인 북한 외교가 플러스알파로 작용했다. 북한 외교의 개가다. 한편, 이번 번개 만남을 통해 하노이에서 구겼던 존엄의 체면을 만회하려는 북한의 속셈이 쉽게 읽힌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도와줄 힘이 북한에게 있고 경우에 따라서 그렇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의 총선을 좌지우지할 카드를 북한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과시하기도 한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 선거판을 평정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거듭 밝혀왔지만 정작 그 숨은 뜻은 정반대로 읽힌다. 북한은 벌써 대한민국의 손아귀를 벗어난 맹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민국이 오히려 관리대상이다. 대한민국은 한 수 아래에서 주변을 얼른거리는 뜨거운 감자다. 북한은 군사력만 믿고 무례하기 그지없다.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피하긴 하지만 미국은 그나마 대놓고 무례하게 굴진 않는다. 대한민국은 그래도 일편단심 민들레다. 개인이라면 동정이라도 받을 테지만 국가엔 동정 따윈 없다. 남·북·미 DMZ 만남의 공식 성명은 당연히 없다. 숨은 뜻이 더 흥미롭다.개인 간에 번개 치는 모습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국가 간에 번개 치는 모습은 드물고 희한한 풍경이다. 국가원수가 그냥 지나는 길에 즉흥적으로 무작정 다른 나라 국가원수를 만나는 일은 정말 희귀한 사건이다. 실무적인 정밀한 협의를 거쳐 그 합의사항이 결정되면 정상의 만남을 통해 그 성과가 공식적으로 공표되는 것이 통상적 정상회담의 얼개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상태에 따라 국가원수가 공식적 만남을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그 만남 자체마저 국익을 떠나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권한남용이자 예산 횡령이다. 국가원수는 국민이 국가권력을 잠시 맡겨둔 공인이다. 즉흥적으로 언행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면 공인의 자격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세상읽기…영남권 신공항 재검토와 민주주의

영남권 신공항 재검토와 민주주의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절차상의 정당성만 확보됐다면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민주적 정책결정은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민주적 사법제도 하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것, 히틀러가 선거로 선출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모색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절차적 정당성’의 핵심은 둘이다. 첫째는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다.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다. 둘째는 그 자유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연령 성 지역 종교 피부색 등, 어떤 이유로든 자유가 차별적으로 주어진다면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다. 두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야 설령 동의하지 않는 국민에게도 결정에 승복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통한 갈등조정이고 사회통합인 것이다.2016년 6월이었다. 당시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10년 넘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정도로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이었다. 세계적 전문기업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이 하나고, 최종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섯 단체장들로부터 받아낸 것이 다른 하나였다. 불복의 명분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였다.결론은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었다. TK와 PK 모두 크게 허탈해 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정도로 가라앉은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기 때문이었다.그런데 PK 단체장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불을 붙이고 나선 것이다. TK 단체장들이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중앙정부였다. 국익과 갈등 조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국무총리실까지 PK의 주장을 덥석 받아든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수도권과 영남권이 논쟁했을 때 중앙정부가 택했던 핵심 가치는 ‘국가균형발전’이었다. 신공항을 영남의 어느 지역에 건설할 것인지 결정할 때 지난 정부가 중시했던 핵심 가치는 ‘절차적 합리성’이었다. PK 단체장들의 재검토 요구에 맞닥뜨린 현 정부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는 ‘더 촘촘한 민주주의’와 그를 통한 ‘신뢰상실의 위기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는 한번 내린 결정을 다시 거론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와 관련된다.재검증이든 재검토든, 민주적 절차를 거친 결정을 다시 거론하려면 최소한 두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절차상에 심각한 하자나 있었거나 혹은 새롭게 판단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정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는 2016년 합의에 서명했던 5개 지역 단체장들이 재검토의 불가피성에 동의해야 한다. 신공항의 성격과 역할이 변경되어 기존의 결정을 백지화하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경우라도, 5개 지역 단체장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더 촘촘하게 설계된 민주적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국무총리실이 대구 경북을 배제한 채 부산 울산 경남 단체장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검증을 약속한 것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갖추지 않은 졸속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앙정부의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실추될 것이고 지역갈등과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답은 간단하다. 설령 재검증에 들어가더라도 ‘국익과 갈등조정’의 관점에 다시 서야 한다. 중앙정부마저 이렇게 큰 국사를 총선 관리의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그 위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차와 과정을 정비해야 한다. 최소한의 요건이다.대구경북의 내부 사정은 못지않게 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분오열이다. 지역의 여와 야, 단체장과 시민단체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화도 없다. 국무총리실의 재검토 결정까지 끌어낸 PK의 일사불란한 밀어부치기와 비교하면 취약하기 그지없다. 중앙정부가 절차상 요건을 갖춰 재검증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두가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과 나라의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하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상읽기…제자 이야기

제자 이야기 신동환객원논설위원S선생님은 일행과 함께 모 협동조합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들렀다. 손님이 많았다. S선생님은 일행들에게 ‘이 곳 조합 직원으로 제자 K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고 했다. 일행은 종업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K를 만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그분은 상무님이다. 아랫마을 사무실에 계신다. 지금 바쁜 시간이다.일행은 그 일을 잊고 있다니 이곳 협동조합의 제복을 입은 이가 다가왔다. 같이 온 종업원이 그를 소개 했다. S선생님 성함을 대니까 상무님이 급히 올라오셨단다. 선생님은 그를 40여년이 만에 만나서 그런지, 생각이 가물가물해 잘 알아보지 못했다. “선생님 접니다.” 그는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아, S선생님은 그의 웃는 모습을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웃음은 수줍음을 지니고 있었다. 어릴 때의 그 웃음이다. 어릴 때 그는 늘 착하고 말이 없고 그리고 수줍게 잘 웃었다. 맞다. 너 K지? 예, 그는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큰절을 하였다. 선생님은 뜻밖 이었고, 일행도 놀랐다. 주위의 손님들도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돌아간 뒤 일행은 제자의 칭찬이 아니라 S선생님의 덕담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큰절을 올리다니,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선생님이 바르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역시 선생님은 교육자이십니다.그 후 S선생님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연찮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퇴직한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모두들 고마워하였다.옆에 있던 L선생님이 본인이 들은 이야기라며 다른 제자 이야기를 했다.P 선생님은 몇 달 전에 호텔에서 칠순 잔치를 치렀다. 손님이 꽤 많았다. 평소 선생님의 후덕하심이다.50대 초반의 감색 양복을 입은 손님이 들어 왔다. 호스트인 장남이 모르는 손님이다. 그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P선생님이 달려와 그를 반갑게 맞았다.그는 P선생님의 초등학교 제자이다. 그 제자와는 잊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갔다. 첫날밤 선생님들은 단체로 회식을 갔다. 지금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그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던 시절이기도 하였다. 경리를 맡아 있던 P 선생님은 내키지 않았다. 여행비가 가득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어찌할 수 없어서이다. P선생님은 불참하기로 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막무가내였다. 그 중 선생님 한 분이 전교 어린이 회장을 가리켰다.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하였다. P 선생님은 마지못해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선생님들이 간 뒤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어린이 회장에게 디가 왔다. 너희들 어디어디에서 왔지, 방은 춥지 않느냐, 불편한 것은 없나, 내일 아침은 무엇을 먹으면 좋겠니. 그는 어린이 회장에게 우스운 이야기도 하며 주인인척 했다. 어린이 회장도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다 그는 어린이 회장에게 여러분이 자는 방의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하니 전구를 사오라고 했다. 고액권을 주며 남는 돈은 과자를 사먹으라고 했다. 어린이 회장은 아무 의심 없이 그에게 가방을 맡기고 가게에 갔다. 그는 돈 가방을 갖고 줄행랑을 처 버렸다.어린이 회장은 울면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선생님이 왔다. 어린이 회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초지종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눈물로 범벅이 된 회장의 얼굴을 닦아주고, 살포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걱정하지 마’ 선생님은 한마디의 꾸중도, 얼굴 찡그림도 없었다. 사후 경제적인 부담도 전혀 시키지 않았다. P 선생님의 월급과 동료 선생님들의 부담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어린이 회장도 회장의 부모님도 P선생님을 무척 고맙게 생각했다. 그 때의 담임선생님이 오늘 칠순 잔치를 하는 선생님이고 어린이 회장은 오늘 남색 옷을 입고 온 신사이다. 제자는 그 후 선생님을 잊을 수 없었고, 오늘 칠순도 제자의 레이더망에 걸리어 알게 되었다. 제자는 사업에 성공하여 중견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 제자는 오늘의 경비 일체를 부담하였다. P선생님과 선생님의 가족들의 만류는 제자의 의지를 꺾지 못하였다.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한마디씩 하였다. 선생님도 대단하고 제자도 대단하다. 예부터 군자의 즐거움은 천하의 영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덕과 학식을 갖춘 사람을 군자라 한다. 아름다운 제자를 가지려면 스승은 덕과 학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상읽기…치자꽃 향기 속에

치자꽃 향기 속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며칠간의 비로 날이 상쾌하게 바뀌었다. 신선한 공기를 코끝으로 들이켜며 새바람을 느껴본다. 차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향내가 전해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빗방울을 머금고서 치자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잘 돌보아주지도 않을 길섶에서도 치자는 부지런히 꽃대를 밀어 올려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하였나 보다.꽃 댕강 꽃도 새로운 달 새바람에 살랑대고 있다. 한 해의 딱 절반이 지나갔다. 바야흐로 뜨겁게 무르익어 갈 성하가 우리 곁으로 다시 큰 걸음으로 다가설 것 같다. 요란하게 내리다가 때로는 조용하게 뿌리던 비가 어느새 산봉우리를 아스라이 감싸 안는 안개를 데려왔다. 자작자작 속삭이던 빗소리를 대신한 산안개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폭의 수묵화로 몸단장을 한 산세가 일시에 정적 속에 들었다. 가만히 내려앉은 안개 속을 잠시 걸어보다가 길 정중앙에 섰다. 지금, 이 순간 즉시 행복하기로 마음먹자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우리들의 새날을 기쁘게 맞으리라.새 깔깔이로 여름이 활짝 열렸다.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달이다. 뜨거울 날과 더불어 가슴에 열정이라는 단어를 새기며 새로운 각오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온전한 하루를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출렁이는 파도와 파란 바다를 떠올리며 다가올 휴가와 아직 못다 마무리한 지난 계획을 다시 잘 살피고 맞추어서 충만하고 알찬 하루하루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문득,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힘이 센 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나의 성공 비결입니다.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꿔보십시오. chance(기회)가 되지 않습니까? 변화 속에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 다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익어갈 무렵이면 또 새로운 인연과 알차게 엮은 결과들이 우리 곁에 흐뭇한 표정으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눈만 뜨면 달려 나가던 직장에서도 한 해의 중반이 넘어서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규칙과 규정을 정해 새 단장을 하였다.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겨서 진료를 시작하고 모든 기록을 그때그때 마무리하며 보안을 강화하여 하루를 충실히 살게 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바쁜 아침이 더 바빠지게 될 터이지만,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여름날에 모든 직원이 새 마음으로 힘차게 움직인다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더 편리하게 진찰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지인이 내게 물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아느냐? “고 말이다. 일순간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이윽고 답을 하였다. 하나는 자식을 낳아서 대대손손 핏줄을 잇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내가 남긴 기록이라며 힘을 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살면서 나이 들어 늙어 갔다는 것은 바로 그가 남긴 기록이 말해주지 않으랴. 그러니 하루하루 우리가 한 것에 대한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할 것 같다. 병원에서는 진료기록부가 정말 중요하지 않던가. 작가가 책을 한 권씩 내는 일은 영혼의 집 한 채씩을 지어 나가는 일이라고들 한다. 더위에 지쳐 까칠해진 얼굴 표정을 지을지라도 애정을 담뿍 담아 한마디 위로의 말을 글로 적어서 내가 만나는 인연에 건네주노라면 삶의 무게로 무덤덤해진 일상에도 활기를 되찾아 신나게 살아갈 힘을 얻지 않겠는가.문득 치자 향내가 묻어나는 시가 입가에 맴돈다.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은/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흘리는 것일 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모든 사람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는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렐 수 있다면/​/…중략…//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뜨거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왕성한 생명력으로 펄떡여야 할 본격적인 여름을 재촉하는 달, 7월이다. 맑고 푸른 바다의 향기, 신선하고 향기로운 산의 내음을 가끔 음미하며 늘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상읽기…교육과 국가 경쟁력

교육과 국가 경쟁력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해방 이후 우리 교육은 수월성과 평등성이란 이념이 서로 대립하고 공존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고교입시 과열로 인한 부작용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교평준화가 1974년 서울과 부산을 필두로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고교평준화는 교육조건, 학교 간 시설, 교사·학생의 질적 수준의 대등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고교평준화 제도는 중등교육이 시장원리에 따라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막고, 교육을 사유제가 아닌 공공재로 간주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고교 평준화는 현재까지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한 국가의 기술·정보 수준과 지식 축적 정도는 그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과 양에 좌우된다. 국경없이 전개되는 무한 경쟁의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과학, 기술, 예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교육의 경쟁력과 정확하게 궤를 같이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창조적 소수자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이 생겨난다. 수월성 교육은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경제 원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의 추구는 개인차의 인정과 개인차에 맞는 교육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평준화와 평등성의 이념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상산고 자사고 폐지 논란은 수월성과 평등론 충돌의 극단적인 형태이다. 상산고의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쪽은 자사고는 그동안 입시위주 교육으로 입시사관학교라는 불명예만 얻었기 때문에 근본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자사고만 폐지한다고 해서 고교 서열화를 막을 수 없다며, 하향평준화는 우리 교육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많은 사람들이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속 강화와 범죄자의 형량을 높이는 ‘범죄와의 전쟁’이 범죄 발생률을 줄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후 오히려 범죄가 증가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율을 낮추기보다는 범죄자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만 부추긴다.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과 복지정책이 동반된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자사고가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저해하고 교육 평등론의 실현을 방해하는 주적이 아니다. 자사고 폐지 논란은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고 수월성 교육에 대한 갈증만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상산고 문제의 최종 결론은 정치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지금 우리에겐 교육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6월4일에 치른 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평가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5만2천여 명이 줄었다. 충남 충북 대전 강원 부산 경북 지역은 당장 올해부터 고3 학생보다 신입생 모집 정원이 더 많다. 내년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여 그 영향은 전국으로 확대된다. 규제와 통제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과 저출산으로 인한 정원 감소로 많은 대학들이 엄청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부실대학의 퇴출은 목전에 닥친 분명한 현실이다. 대책없는 지원으로 경쟁력 없는 대학을 연명시키기보다는 부실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경우 설립자에게 출연금의 일부를 돌려줄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살아남으려는 대학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며 학생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땀을 많이 흘리는 원인은 신체에 이상이 있거나 외부 기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땀구멍을 막아 땀을 흘리는 환자를 치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땀구멍을 다 막을 수도 없지만 인위적으로 막으면 몸 자체를 망가뜨리게 된다.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부실이 장기화되면 국가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이념 논쟁과 정치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교육계와 정치권은 정파와 정견, 이념을 초월하여 범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의 교육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제인과 티타임-맞춤패션디자이너 안가영

안가영 맞춤 패션디자이너는 스타일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디자인으로 옷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맞춤 패션디자이너’라고 칭했다. 사진은 안 디자이너가 완성된 맞춤복을 마네킹에 진열하는 모습.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입을 수 있게 해주는 기쁨이 가장 큰 것 같아요.”맞춤 패션디자이너 안가영(36)씨는 “아무리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사이즈나 원단이 다르면 느낌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옷이 된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옷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맞춤복의 특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 형성과 자신만의 것을 추구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맞춤복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맞춤복에 대한 수요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어요. 최근 들어서는 브랜드마다 특색이 사라지면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 식상함을 느낀 고객들이 맞춤복을 찾고 있죠.”맞춤복은 주로 1970~1980년대 옷을 한 번이라도 맞춰본 50~60대 중장년층이 많지만 20~30대 젊은 층 수요도 부쩍 늘었다.안 디자이너는 “표준 사이즈가 있지만 사람마다 체형이 달라 키는 크지만 허리가 길거나 하면 사이즈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기성복을 입으면 태가 나지 않는다며 일부러 수소문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디자인으로 옷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맞춤 패션디자이너’라고 명명했다. 모든 과정은 고객과의 상담을 거쳐 진행된다.안 디자이너는 “맞춤복 제작의 첫 단계는 디자인 상담이다. 체형, 피부색, 머리 길이 등에 맞춰 디자인을 추천하고 그에 맞는 원단을 정한다. 사이즈 측정 후에는 패턴 작업을 하고 원단 재단 후 가봉을 거쳐 마무리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이 나온다”고 설명했다.한 벌의 맞춤복이 완성되기까지는 2주가량 소요된다. 비용은 맞춤 예복만큼 비싸지는 않다. 원피스 한 벌당 30만 원 중후반대로, 100% 수제작인데다 1대1 맞춤 전문이라는 점에서 고가는 아닌 셈이다.그는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춰 예복뿐 아니라 원피스 등 일상에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맞춤복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디자이너로 패션 일을 시작했다.안 디자이너는 “부푼 꿈을 안고 일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배우고 싶어 유학 행을 결심, 뉴욕에서 역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우리나라와는 다른 패션구조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고 말했다.귀국 후 패션 기업이 못하는 걸 해보겠다는 취지로 창업에 도전, 2018년 11월에 작업실 겸 쇼룸 ‘Be:Ann’(대구 수성구 지산로 3길 86)을 오픈했다.그는 맞춤복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맞춤복이라는 정체성을 끝까지 고수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제 목표에요. 이름을 걸고 임하는 만큼 정성들여 맞춤복을 제작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세상읽기…신공항 재검토는 자살골이다

신공항 재검토는 자살골이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국토교통부장관과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은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총리실로 넘겨 재검토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해당사자인 대구·경북을 소외시킨 상식 밖의 일방적 결정이다. ‘김해공항확장’은 중립적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관리공단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2016년에 최종 확정된 정책이다. 그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연구결과에 승복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던 터라, 관련 광역지자체들은 나름대로 각기 불만을 토로하긴 했지만 전문연구기관의 결론과 사전약속을 존중하여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근근이 봉합했다. 그랬던 부·울·경 단체장들과 정부가 국민 앞에서 한 서약을 보란 듯이 깨어버렸다. 정부는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에 굴복하여 기존 결정을 뒤집어엎기 위한 재검 절차에 착수하였다. 기가 차고 황당한 일이다. 정부의 신공항 정책결정은 일종의 행정계획 내지 국민에 대한 확언·확약이라고 볼 수 있다.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불가변력이 존재한다. 물론 원시적 흠결을 이유로 취소 또는 변경하거나 후발적 사정을 이유로 철회할 수 있다. 이는 원시적 흠결을 치유하거나 후발적 사정 변경에 적응하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법률적합성과 공익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경우에도 원시적 흠결과 후발적 사정 변경이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 신공항 정책결정은 흠결이나 사정 변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당사자를 배제한 채 합의를 깨고 기존 결정을 변경하려는 책동은 위법·부당하다. 객관적 절차를 거쳐서 확정·공표된 정책을 합당한 사유 없이 변경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위법한 행위다. 법치국가에서 구체적 타당성 못지않게 법적 안정성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식량, 군대 그리고 신뢰라 했다. 그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군대이고, 둘을 버려야 한다면 군대와 식량이라고 했다. 무신불립, 신뢰가 없으면 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상앙의 이목지신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사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신뢰를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가치로 꼽아왔다. 미국에서도 신뢰를 깨는 거짓말은 정치인에게 금기다. 정치든 행정이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결코 바로 설 수 없다. 기존의 확언·확약을 뚜렷한 이유 없이 변경하는 일은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을 저버리는 어리석은 작태다.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장래를 향하여 신공항에 관한 자기구속을 확언하고서 특별한 이유 없이 정략적인 계산에서 대국민 약속을 깨는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가위해행위다. 이런 행태를 그냥 방치한다면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사회질서가 파괴된다. 비록 상급기관이라 하더라도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서 판단한 전문적 의사결정을 비전문가인 행정청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책임하게 재검토하는 상황은 비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위법적이다. 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점에서 위헌소지마저 존재한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행정이 중심을 잡고 제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그 본질과 무관하게 국론을 분열시키고 지역갈등을 조장한다. 부·울·경과 대구·경북을 갈라 칠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을 갈라 치는 분열조장 사안이다. 수도권은 동남권신공항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관문공항은 인천공항 하나로 족하다. 인천공항을 세계 일등 공항으로 계속 키워가기도 힘에 부친다. 전국 어디에서라도 신속히 접근 가능한 교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세계 주요 공항을 연결하는 다양한 노선을 확보하고 항공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동남권의 관문공항은 불필요하다. 공항만 크게 지어놓는다고 관문공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거대 공항을 지어놓으면 활주로에서 고추말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지방공항은 근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인천공항은 세계 일등 관문공항을 지향함으로써 상호 윈·윈 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수도권 사람들의 ‘선택과 집중’ 논리다. 기득권 항공계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갈등을 재점화시키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의 꼼수는 그 의도와 달리 자살골일 수 있다. 부·울·경의 표를 얻어 보려고 얄팍한 수작을 부리려다가 대구·경북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뜻하지 않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