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정태옥 등 전·현직 의원 모여 ‘더 좋은 세상’ 창립총회 개최

미래통합당 강석호·정태옥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17일 ‘더 좋은 세상’ 포럼 창립 세미나를 개최하며 차기 보수진영 정권 창출 작업에 들어갔다.이들과 함께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이미 보수 재집권을 위해 후보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이 모임이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선후보를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공동대표인 강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 창립총회에서 “전직 의원들의 연구모임으로, 지난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현 국정 현안의 핫이슈를 주제로 토론과 세미나 개최를 통해 국민을 위한 더 좋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밀알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특히 “처음 우리가 출범 시엔 많은 분들의 의사를 타진해본 결과 50여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우리의 마지막 목표인 차기 보수정권 재창출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역설했다.현역인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이 모임이 좀 더 영향력을 가지고 우리 대한민국을 정말 더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가는 좋은 모임이 되길 바라고 저도 말석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한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J노믹스’의 설계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이날 첫 세미나 강사로 참석해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김 원장은 문 정부가 포퓰리즘 성격의 단기적 정책으로 정치적으로는 성공을 거뒀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또 ‘소득주도성장’ 등을 통한 문 정부의 양극화 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했다.그는 “문 정부는 약자 보호와 양극화 완화를 정책의 큰 기조로 삼고 있지만 성과 면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일자리의 질은 나빠졌으며 소득 계층 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고 비판했다.김 원장은 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역시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재정이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동안의 실적을 보면 문 정부의 재정지출은 성장촉진과 양극화 완화의 두 측면에서 모두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독을 차고

독을 차고 김영랑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문장] 10호(1939)....................................................................................................................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험한 정도를 넘어 자신의 소신을 꺾으려고 겁박하거나 목숨마저 위협할 정도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극히 조심하는 정도로는 턱도 없고 독을 차야 한다. 독은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는 살인도구인 동시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최후수단이다. 그래서 독을 차고 있다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자신을 해코지하면 독으로 공격하고 그마저 힘에 부쳐서 불가능해진다면 독을 먹고 자진하겠다는 뜻이다. 더 이상 불의를 강요하면 죽음으로써 저항하겠다는 결의다. 참혹한 상황에서 독을 차고 산 지 오래지만 최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당한 일들을 당하여 전대미문의 신독을 품고 있다. 맹독을 찬 위태로운 모습이 안쓰럽다며 벗은 시인을 설득한다. 참기 힘든 엄혹한 세상이지만 극단적 대응은 자제하세. 세상을 잘못 만난 탓인 걸 어쩌겠나. 그냥 운명이라 여기고 순응하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고생을 각오해야 할 걸세. 이리 살아도 한세상, 저리 살아도 한세상, 너무 강직하면 부러지는 법.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바람 따라 떠다니는 구름처럼 이렁저렁 한세상 살아가세. 세월이 흐르면 우리 모두 다 사라지고 땅덩이도 부서져 모래알이 될 텐데, 독을 품고 산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엄혹한 시기에 이 땅에 태어났다. 어느 하루 불우한 신세를 원망하지 않은 날이 있었나,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날이 하루라도 있었나. 세상이 아무리 허무하다지만, 이건 아니지. 섣불리 의지를 꺾으려다간 자칫하면 벗 자네도 다칠 수 있네. 앞뒤로 온통 마음을 노리는 이리와 승냥이가 시시각각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있지. 마음을 내놓지 않으면 할퀴고 찢겨 산 채로 짐승들의 밥이 될 신세야. 비록 마음을 빼앗으려고 협박한다 하더라도 독한 마음으로 힘껏 대항하리다. 세상이 허망하다지만 죽는 날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리라. 마음을 빼앗긴 채 외로운 혼으로 떠나갈 순 없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독을 잔뜩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시인을 보고 벗이 독을 놓고 세상과 타협하면서 유들유들하게 살아가자고 충고한다. 시인은 소신을 지키기 위해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과 결코 타협하지 않고 독을 차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불의에 머리 숙이면서 간 쓸개 다 내놓고 편하고 부끄럽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독약을 마시겠다는 매서운 결의를 보인다. 벗은 시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마음의 은유이며, 현실에 갈등하는 자신을 다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독을 차고」를 발표한 시기가 일제 말기인 점을 감안하면, ‘독’은 일제식민지에 대한 대항의지 또는 죽음의 각오, ‘이리와 승냥이’는 일제와 친일파를 상징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오철환(문인)

나에게 투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하는 발걸음

(편집자주)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2002년 4월16일 이전 출생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첫 투표를 하는 이들은 전체 유권자에 1%대에 불과하다. 대구의 경우 총 유권자 207만171명 중 만 18세 유권자 수는 2만6천312명으로 1.27%다. 하지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특히 선거를 코앞에 두고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곳이 수두룩해 만 18세 유권자 표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빙의 선거구에서는 이들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내기 유권자들에게 생애 첫 투표에 대한 의미와 정치인들에 대한 바람을 들어봤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에게 투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하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애 첫 투표를 앞둔 김윤희(대구정화여고 3학년)양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첫 투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양은 “이번 투표가 나 역시 스스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선거법 개정으로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 만큼,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 교육을 해줘서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윤희양의 장래희망은 기상청 예보관이다. 자신의 직업관이 또렷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한 만큼 환경을 아끼고 환경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후보자에게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또 “환경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사는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에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김양은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정규 수업 과정을 마치고도 취업 전선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다. 젊은 세대가 취업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와 관련한 국회 입법과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부탁했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세상읽기…잊지 못할 일과 행복

코로나에 행복한 사람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꽃잎이 봄바람에 흩날린다. 비에 젖은 길가에 보라색 자목련 꽃잎이 살포시 내려와 앉아 있다. 모처럼 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이라 길바닥에 나붓이 엎드린 꽃 이파리가 한 마리 살아있는 새 같은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문득 선배님의 말씀이 떠올라 저것을 사진으로 담을까 생각한다. “이번 봄에는 목련꽃이 피지 않네. 모두 슬픔에 잠겨 있어서 그런지.” 해마다 하얀 나비가 잔뜩 앉은 것 같이 벙글던 병원 마당의 목련꽃이 며칠도 안 되어 다 떨어져 버린 모양이다. 그 꽃자리를 푸르름을 더해가는 잎 새가 채우기 시작한 것을 보셨나 보다. 활짝 핀 꽃을 보았더라면 봄이 온 줄 알았을 터이고 아름다운 목련꽃이 피어나 아픈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을 감사하셨을 터인데. 코로나19에 모두가 갇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그 꽃의 한창 시절을 그냥 보내 버린 것이다.봄이 짙어가건만, 아직도 격리된 이들의 마음에는 아직 봄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통 없으리라.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어두운 시간이 얼른 끝이 나서 햇살 가득하고 화창한 봄을 맞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지난 일을 추억할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4월 10일을 잊지 못할 듯하다. 대구에서 확진자 0이었으니. 그 0의 행진이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건만, 다음 날인 11일 바로 7명 확진, 부활절인 12일 0시 기준으로 대구 발생이 2명이라고 한다.날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식을 맨 먼저 접한다.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17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10만 8,827명을 기록했고. 특히 미국의 사망자는 이탈리아를 넘어서 1위다.12일 오전 11시 7분 기준 전 세계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수는 178만 312명, 사망자는 10만 8천827명이고, 회복된 인원은 40만 4천29명이다. 미국이 53만 2천879명으로 가장 많았다. 스페인 16만 3천27명, 이탈리아 15만 2천271명, 프랑스 12만 9천654명, 독일 12만 5천452명, 중국 8만 2천52명, 영국 7만 8천991명, 이란 7만 29명, 터키 5만 2천167명, 벨기에 2만 8천18명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조금 숨을 고르는 시기인지 순위로는 18위에서도 한 단계 낮아져 19위, 그 순위는 뒤로 밀리고 밀려 마지막이 되면 얼마나 좋으랴.부활절, 중앙방역 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총 1만 512명, 사망자는 214명이다. 신규 확진자가 32명 증가했다. 신규확진자 중의 75%인 24명이 해외 유입으로 공항 검역 과정에서 18명이 확진됐다.그밖에 8명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에서 3명, 경기에서 4명, 인천에서 1명이 확진되어 이제는 대구 경북이 아닌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에서는 2명, 경북에서는 3명이 추가됐다. 충남에서도 1명이 확진됐다. 지역별 누적 확진자 수는 대구 6천816명, 경북 1천335명, 경기 628명, 서울 602명이다. 이 밖에 충남 139명, 부산 126명, 경남 115명, 인천 86명, 강원 49명, 세종 46명, 충북 45명, 울산 41명, 대전 39명, 광주 27명, 전북 17명, 전남 15명, 제주 12명 등의 순이다. 검역에서 확인된 사례는 376명이다.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전날 같은 시각보다 3명 늘어 총 214명으로 평균 치명률은 2.04%이다. 완치해 격리 해제된 확진자는 전날 125명이 늘어 총 7천368명으로 파악돼 완치율이 70.1%로 높아졌다. 격리 중인 환자는 96명 감소해 2천930명이다.날마다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봄꽃은 화사하게 피어나 들과 산을 장식하고 있다. 병실에 격리되어 지루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하루빨리 나아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당하지 않으면 가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해외 조기 유학 중, 그 나라 사정이 악화 일로에 있어 부랴부랴 귀국을 결정하였던 아이가 확진되어 입원하였다. 긴 비행 끝에 밤차로 내려와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와 짐 가방도 풀지 못하고 바로 입원실로 직행하였던 아이, 시차적응도 안되고 가족도 보고 싶어 날마다 울던 아이였다. 그가 드디어 24시간 간격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이 나왔다. 결과를 알리러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서니 같이 있던 환자들의 눈이 일제히 나에게 쏠린다.두 번째 음성이라고 결과를 알리자 세상 부러운 얼굴로 모두 환호성을 울리며 손뼉을 쳐댄다. 그러다가 이내 시무룩한 얼굴이 되더니 한마디씩 한다. “넌, 좋겠다.”, “나는 50일째 아직 양성이 나오는데….” 벚꽃이 날리는 4월이 깊어간다. 이 계절에 행운아는 누구일까. 어쩌면 코로나19 음성인 이들이 아닐까. 모두 그런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천영애의 영화산책…'리큐에게 물어라'

“내가 머리를 숙이는 것은 오직 아름다움 앞에서 뿐입니다.”자신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리큐가 한 말이다. 리큐는 궁극의 미를 차를 통해 구현해 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죽음이다. 그가 할복을 하던 날, 집 앞에는 3천의 군사가 지키는 가운데 리큐는 자신에게 칼을 꽂는다.휘날리며 떨어지는 붉은 매화처럼 흰옷에 낭자하게 퍼져가던 피는 그가 추구했던 궁극의 아름다움이었을까.그가 도요토미에게 복종을 하지 않은 것은 속임수와 배신을 일삼던 그의 인간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아름다움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주군으로 모시던 오다 노부나가는 결국 도요토미에게 희생되었지만 그는 아름다움을 알고 존중하던 사람이었다.일본에서 흔하디 흔한 차로 궁극의 미를 구현하고자 했던 리큐는 찻잔 위에 휘날리는 매화를 담아 내거나 창으로 비치는 대나무의 그림자를 담아낼 줄 알던 사람이었다.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손에 넣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하던 리큐를 통해 소설 ‘금각사’를 떠올렸다. ‘금각사’의 학승은 금각사를 소유하기 위해 절에 불을 지른다. 아름다움은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리큐 역시 나눌 수 없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 조선 여자를 자살하도록 만들었고, 그녀가 품고 있던 녹유 향합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극단의 미를 추구하는 극단의 인간형이지만 극단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요즘의 우리가 한 번쯤은 돌아보고 싶은 인간이기도 하다.리큐(利休)는 날카로운 날(刀)의 휴식을 의미한다. 쉬고 있는 날이다. 그러나 날이 쉬고 있다고 해서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날카로운 날을 사용함에 있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니 날카로움은 여전히 유지된다. 다도의 매력은 바로 이 리큐(利休)에 있으며, 차가운 날(刀)의 휴식이 다도의 궁극의 아름다움인 것이다.쉼이 없는 삶은 여백이 없어서 늘 숨이 막힌다. 삶에서 이 여백을 찾는다는 것은 마음의 내려놓음이며 차는 바로 마음 내려놓음에 가장 적당한 사물이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은 찻잔위로 매화 꽃잎이 날아든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내려놓음이겠는가.이 영화는 일본의 다성이라 불리는 센노 리큐(1522∼1591)를 통해 일본의 다도, 특히 다도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미에 대해서 보여준다.“소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끝에는 썩고 무궁화 꽃은 하루를 피어도 스스로 영화로 여긴다.” 백거이의 방언이라는 시에 나오는 글로 조선 여인이 죽기 전에 남겼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잊고 사는 궁극의 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제140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었던 작가 야마모토 겐이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37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 미술상, 37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최우수 예술공로상을 수상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의료칼럼…공짜 없는 세상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코로나19로 조용했던 어느 오후 진료시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선생님, 우리 딸애가 큰일이 났어요, 어쩌면 좋아요”얼마 전 우리 병원에서 눈 주름살 제거 수술을 했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아, 글쎄 우리 딸이 나도 모르게 이마와 눈가에 주사를 맞았다고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고 난리가 났어요”라고 하는 것이다.대학생이 된 딸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부모 몰래 필러 시술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눈을 뜨지 못하게 되어 울고불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부리나케 시술한 병원을 어머니와 함께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원하는 대로 이마를 동그랗게 만들어주지 않았느냐? 우리 병원에서는 해 줄 것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낙담하고 돌아왔다고 한다.모르는 척할 수 없어서, 일단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다음날 어머니와 딸이 함께 찾아왔다. 어머니의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는 딸의 모습이었다. 듣던 대로 이마와 눈썹 사이가 많이 어색하게 보였다.이마는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고 이마에 눌린 눈썹은 아래로 축 처져 내려와 있었다. 흔히 말하는 강남 스타일의 이마와 눈썹의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눈이 잘 떠지지 않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졸려 보이는 지경이 되었으니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소위 필러 전문 클리닉이라는 곳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어 친구와 함께 찾아가 시술했다고 한다. 방학이라 특가 할인에 몇 가지 무료 혜택을 함께 받는 패키지 상품으로 싼 가격으로 시술한다는 소문이 난 곳이었다.코디로부터 강남 스타일의 동그랗게 튀어나온 이마가 요즘 유행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 부작용이 없이 금방 끝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생각 없이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처음에는 이마가 동그랗게 튀어나온 것이 보기에 좋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시술 후 시간이 흐를수록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부기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작아진 눈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앞으로 튀어나온 이마를 자세히 만져보니 아직 필러가 뭉쳐져서 덩어리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좋아질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 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았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 봐야죠.”환자를 통해 필러의 성분을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분해가 가능한 것이었다. 필러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부위 주변으로 작은 절개를 해서 최대한 제거하고 분해시킬 수 있는 주사제를 사용했다.제거작업을 통해 눈썹을 짓누르는 필러의 무게를 덜어주었고 며칠 뒤, 눈썹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이제는 눈썹을 올려주어야 할 차례다.일반적으로 미간이나 이마에 사용하는 보톡스는 근육의 힘을 약화시켜 아래로 처져 내려가도록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마와 눈썹을 아래로 당겨 내리는 근육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눈썹이 다시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보톡스를 살짝 주사해 주었다.“일주일 정도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2~3일쯤 지나고 나자 이마가 위로 당겨져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일주일째 되는 날 마침내 예전처럼 눈이 잘 뜰 수 있게 되었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는 모녀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그나마 결과가 좋아서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가격이 싸다고 공짜라고 무턱대고 얼굴에 손대지 말고, 자신의 얼굴에 잘 어울리도록 적당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눈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공짜가 하나 더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코로나로 피폐해진 우리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 소득이나 재정적인 지원에 대한 수많은 공약들이 바로 그것이다.그러나 이것 역시 결국 우리 세금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 아무튼 공짜 점심은 없을 테니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사용되어 위의 환자처럼 부작용이 생기는 일 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에 없던 닭 모듬 초밥 ‘닭초’, 롯데백화점에서 맛보세요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식품관 김스타 치킨에서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닭 모듬초밥’을 출시해 판매에 나선다. 닭갈비 유부초밥, 토마토 치킨 초밥, 닭 목살, 불 닭발 초밥 등 다양한 닭 모듬 초밥을 10PCS 9천900원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세상읽기…오십보 백보, 거대 정당과 군소 정당

김구철경기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5공 정권의 철권 통치가 서슬 퍼렇던 1980년대, 우리는 이 노래를 강요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이 노래가 정치권에서 실현되었음을 볼 수 있다. 정치권은 드디어 감격에 겨워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이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칠 수 있게 되었다.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정당은 위성정당을 급조해도 욕할 상대가 없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군소 정당 몫의 비례 의석을 도둑질해도 아무런 법적 제지를 받지 않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명색이 집권 여당이 위성 정당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만들어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집권당의 위장 위성정당이 다른 당의 정당 정강정책을 그대로 베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가 적발되어도 아무런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명색 정권을 놓고 겨룬다는 양대 정당이 정당 연설이나 정당 정책을 선거 방송을 통해 홍보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양대 정당은 ‘이렇게 이 강산을 노래부르네.’군소 정당들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비례 의석 늘려준다는 꾀임에 빠져 집권당의 선거법 개악에 가담했지만 욕하는 언론 없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떼놓은 당상으로 알았던 비례 의석을 집권당의 배신으로 도둑질 당하지만, 놀리는 언론 없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선거 후면 없어질 한 포말정당(泡沫政黨)이 여성 후보 30% 공천의 대가로 8억 이상을 가로채도 ‘합법’이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국민 입장에서도 모처럼 선거를 앞두고 양대 정당이 서로 욕지꺼리 별로 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정치가 점잖아졌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그러니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아아 우리 조국,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이건 1라운드에 불과하다. 2라운드, 선거가 끝나면 더욱 많은 일이 뜻하는대로 될 것이다. 선거 전엔 모(母) 정당의 말을 듣는 척 하던 위성정당 정확하게는 서자(庶子) 정당들이 안면을 몰수할 것이다. 눈칫밥 먹으며 서러워하던 서자 정당들이 득세할 날이 멀지 않았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직 배정을 놓고 모당이 오히려 서자 정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수십 억 또는 수백 억의 국고보조금을 챙긴 서자들이 여차 하면 딴주머니 차고 나설 것이다. 지역구 사업이나 지역구 예산도 서자들이 더 챙겨갈 것이다. 가깝게는 2017년 가을의 국민의당, 멀게는 1998년 자민련의 갑질을 기억하라! 그게 2라운드. 다시 한번 서자 정당들은 노래부른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2019년 가을 정국, 자유한국당은 (4+1)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또 더불어민주당도 버르장머리 없는 2중대, 3소대, 4분대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이제 미래통합당은 외로운 싸움 할 필요 없고, 더불어민주당은 군소정당 눈치 볼 필요 없다. 국회직과 국고보조금 배정이 끝나면 양대 정당은 당을 쪼개 교섭단체를 여럿 만들면 된다. 의원 꿔주기 한두 번 해 봤나? 20명씩 보내 원내 교섭 단체를 서너 개 만들어 실제로는 양대 정당이 협상하면 된다. 새로 만들어진 정당들은 외견상 적자(嫡子) 정당이나, 국고보조금 한 푼 없으니 서자보다 못한 모당의 완전한 꼭두각시 정당이다. 그러니 양대 정당은 교섭 단체 채울 까 말까한 국민의당, 정의당, 민생당 따위 군소 정당은 철저히 무시해도 그만이다. ‘아 대한민국’ 3라운드다. 일이 이렇게 되도,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일까? ‘우리의 마음 속에 이상이 끝없이 펼쳐질까?’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못한 집단의 노래에 장단을 맞춰야 하니 역대 가장 우울한 선거다.

세상읽기…희망의 4월이 되기를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벚꽃이 진 자리에 초록의 순이 돋아나고 있다. 투명하고 밝은 햇살이 참으로 우리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아름다운 봄날임을 상기시킨다. 살랑대는 바람에 모처럼 머리를 식히는데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울린다. 화면을 열어보니 부고였다. ‘동기의 본인 상’이라니. 갑자기 쩌릿한 아픔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안 좋다는 소식에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망 개원의, 진료 과정서 감염” 결국 그가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로 먼저 간 것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그때에도 일반적인 외래 환자를 정성을 다해 오래도록 진료하였다고 한다. 그의 진료실을 방문했던 당시 환자 중에서 확진자로 밝혀진 이가 두 차례나 있었다니 환자 진료 과정에서 감염되어 결국 이기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다.의과대학 6년을 함께한 동기, 울고 웃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체격이 좋아서 체육대회 씨름 경기가 있으면 꼭 이름이 오르내렸던 친구, 복사꽃 색깔의 티셔츠를 즐겨 입고 자리에 앉아 더운 여름날에 땀을 흘리면서도 묵묵히 공부하던 듬직한 그의 실루엣을 잊을 수 없으리라. 말없이 공부하고 조용히 자기 일을 챙기던 이,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이리라 여겼던 사람,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같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하고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30여 년을 보냈다. 그동안 어쩐 연유에서인지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어찌 그렇게 얼굴을 안 보고 살 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새삼 후회가 밀려온다. 옷깃만 스쳐도 수억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같은 대학을 나오고 같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같은 의사의 길을 걸어가면서 그의 이야기가 나오면 핑크빛 티셔츠와 듬직한 덩치를 떠올리며 그의 선하게 웃는 얼굴을 떠올렸지만, 만나지 못했음을 의아해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그를 이 세상에서는 더는 마주 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온다. 더구나 마지막 인사를 하는 빈소를 만들지도 못하고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 밀봉하여 바로 화장을 하였을 것을 생각하니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온몸에 불기운이 닿는 듯 화끈함이 전해지는 것 같다.동기가 저세상으로 가버린 날 나의 처지를 돌아본다. 언제 어느 때든 절대자가 부르면 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오늘이 나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정말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할까. 남아있을 사람에게는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떤 당부를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숨을 내쉬면서 사랑하는 이에게 남기는 심중에 든 한마디는 무엇일까.코로나19가 오랜 날이 지속하다 보니 점차 우울 모드로 접어든다. ‘코로나 블루’라고 하지 않던가. 색색의 향기로운 꽃들은 유난히도 아름답게 피어나서 일찍 봄이 왔음을 만방에 알리지만, 온통 마스크 쓴 얼굴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하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모임도 나가지 않고 집회도 멀리하는 사회적 거리 지키자는 운동의 마지막 날도 지났다. 다시 생활 방역이라는 말로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지키기를 연장한다는 소식으로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 참 답답하고 지겹게 자가에서 나와서 봄을 즐기는 해방을 기다리는 이들도 이즈음에는 정말 많지 않겠는가.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정말 쉽사리 물러가지 않을 것 같다. 정부도 이달 5일까지 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연장해 생활 방역으로 전환,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로 하는 것 같다. 끝도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행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너무나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사회생활도 경제활동도 많은 지장을 받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바이러스의 침범으로부터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으려면 방역과 생활이 조화되는 생활방역을 잘 계획하여 철저히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도 드물지 않고 특별한 치료제도 없고 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언제 종식될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바로 사회적 격리를 잘 지키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치하고 삼시 세끼 밥을 먹듯이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방역을 생활화해 하루빨리 코로나19 종식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코로나19를 위해 애를 쓴 이들의 노고와 고생하다가 먼저 떠난 이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지 않으랴 싶다.잔인한 4월이지만 다시 일어서라고 친구가 손짓한다.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하면서도 마음만은 늘 함께하는 희망의 4월이 되기를.

세상읽기…코로나19가 남기고 가고 싶은 것

코로나19가 남기고 가고 싶은 것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벚꽃 송이가 미풍에 살랑댄다. 싸락눈처럼 내려앉아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꽃잎들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다 차창을 내린다. 고개를 내밀어 봄볕으로 충전이라도 하고 싶다. 바람을 코로 한껏 들이켜 텅빈 머리를 채운다. 푸르름이 더한 나무를 올려다보니 변함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변화가 참으로 고맙다. 소리 없이 내리는 봄의 향기가 더없이 소중하다.눈만 뜨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코로나19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삶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코로나19,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빌 게이츠의 아름다운 명상처럼 가르침이 분명 있으리라.작고 보잘 것 없는 이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심지어 갓난아이까지 가리지 않고 침범한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이 코로나19는 모든 이들이 바이러스라는 미생물 앞에 기회는 균등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동료의사도, 늘 운동하면서 건강을 챙겨 정정하던 선배도 감기 몸살이 난 것 같다고 하더니 입원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심한 상태로 종교, 나이, 직업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가 얼마나 호인인지, 얼마나 유능한지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찾아와 쓰러뜨린다. 영국 총리도 코로나19 확진이라니, 정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오는 불청객이다.또한 이 바이러스는 우리는 서로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확진자의 동선을 체크해보면 정말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양성 판정을 받은 이가 지나간 곳의 상점은 줄줄이 문을 닫고 심지어 병원 응급실도 폐쇄하여야 한다. 그러기에 정말이지 요즈음엔 몸이 아프고 열이 나면 먼저 내가 병원을 가도 되는지 안가고 약 먹고 집에서 쉬어보다가 연락해봐야 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혹시라도 나의 행동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서다.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벌써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나간다. 그사이에 한 번도 바깥나들이를 못해 보고 집에만 머무르고 있어 우울한 생각이 든다는 이가 많다. 모두가 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남에게 해가 될까봐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누군들 아름다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 들로 산으로 나가서 바람 쐬고 싶지 않으랴. 해마다 찾아가던 의상 산수유 마을에는 산수유 꽃이 노란 구름처럼 피어나 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딛을 틈 없이 즐거운 축제를 하고 있을 것인데. 올 봄에는 코로나19의 위험으로 그 축제를 취소하였다. 그곳에 사는 이는 단골들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잠잠하면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하면서. 아무리 그리운 풍경이더라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을 찾아가는 그날까지 확진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고 병원에 입원한 이들이 무사히 퇴원하여 걸어서 집으로 가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나의 건강이 바로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소중한 가치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숱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중국에서 발생한 이 바이러스는 정말 국경도 여권도 비자도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5대양 6대주를 아무런 제약 없이 넘나들어 저 먼 대륙까지 날아가 단기간에 인류를 제압하다니 말이다.코로나19는 또한 평소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걸려도 무증상자에서부터 심한 폐렴에 의식저하까지 동반되어 생사를 넘나드는 위중 환자까지 정말 다양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찾아오는 환자들을 맞이하던 원로 선생님이 누군가로부터 바이러스를 전해 받았는지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입원해 계시다가 자꾸 상태가 나빠져서 그만 며칠 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모두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않았겠는가. 정말 강건하던 어른이 황망히, 그것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나시다니. 임종도 못하고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였으니. 그렇게 이 세상을 하직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몸, 그 속에 든 면역이다. 늘 건강하게 단순하게 살아야 하리라. 건강한 먹거리와 부지런한 운동으로 몸을 튼튼하게 해야 병과 싸울 힘이라도 생기지 않겠는가.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기고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진정 잊고 살아온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서 코로나19가 이렇게 기습적으로 찾아온 것은 아닐까. 그가 남긴 교훈을 배울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을 터이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코로나19는 의료적 재앙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위대한 교정자는 아닐까.

세상읽기…슈퍼전파자는 정부다

슈퍼전파자는 정부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가 봇물 터지듯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세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인데 충분히 관리가능하고 방역 대응이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이 화를 키워갔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문제라는 식으로 최근의 공황 상태를 가짜뉴스 탓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무증상감염’을 거론하고 ‘에어로졸 감염’을 보고하는 등 전문가단체가 높은 감염성을 경고하는데도 정부·여당은 근거 없는 안일한 낙관과 무능한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국내의료계에서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이라며 ‘세계 어떤 전문가도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 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내어놓았으나 정부·여당은 ‘우리 방역당국의 성공적 대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였다. 쇠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그러는 동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뻑 하면 들먹이던 골든타임을 어이없이 허비했다. 국내의료계는 초기부터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무슨 연유에선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했다. 초기 대응의 실패가 정치적 목적에서 중국 눈치를 본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략적 이유로 국민의 생명을 내놓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적 단죄가 두렵지 아니한가.코로나19가 우후죽순처럼 창궐하자 한국인에 대해 입국금지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등 '한국인 공포증'이 일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인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입국보류 조치를 취한 나라도 나타나고 일정기간 격리하거나 건강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향후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대상으로 지정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애써 쌓아올린 국가신인도가 한순간에 추락할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운항을 중단하는 항공사가 늘고 있고 중국마저 한국인 입국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너무 어이없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러시아도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취한 마당에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경유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지금까지도 취하지 않고 있는 우리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아직도 만절필동이고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인가. 마스크를 사려고 선 긴 줄을 보면서 그래도 중국에 마스크를 무상으로 보내줄 마음이 동하는가,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월호 사건에 비해 당혹감이 들 정도로 허술하다. 세월호 일곱 시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던 사람들은 우리국민을 지켜주지 않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곱 시간을 분단위로 밝히라던 서슬 퍼렀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갔는가. 골든타임 여섯 시간을 놓쳤다는 죄목으로 수많은 공직자들을 법정에 세웠던 일,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구조대원을 독려하던 일 등이 최근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이번 사태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태를 악화시킨 팩트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일벌백계로 응징하여야 마땅하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하고 정신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대충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이젠 국가를 믿고 안심할 수 없다. 국민이 적극 나서서 살 방법을 찾을 때다. 그렇다고 홀로 개별적으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다. 감염된 사람을 색출·격리하여 자신에게 옮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도 남을 먼저 배려함으로써 감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자기가 잠재보균자라는 가정 하에 남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철저히 단속하는 자세가 요체다. 내 탓이란 깨어있는 시민의식 말이다. 슈퍼전파자의 신상을 털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필요하진 않다. 슈퍼전파자도 어찌 보면 피해자다. 신천지교회가 이단인지 아닌지, 그게 주안점이 아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법이다. 현재 공인된 종교들도 초창기엔 이단으로 박해받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염병 창궐은 접어두고 종교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 조짐은 극히 불손하다.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책임전가를 노린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굳이 그 멍에를 써야할 자를 찾아야 한다면 정부가 다름 아닌 슈퍼전파자다.

세상읽기…재난의 시간을 견디는 지혜

재난의 시간을 견디는 지혜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코로나19’가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깥출입이 잦고 외부인을 많이 만나던 사람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한다. 일부 사람들은 평일과 휴일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종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TV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고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어진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처럼 독서를 통해 지적인 희열을 맛보게 되어 좋다고 말한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행불행은 결정된다. 밀폐와 폐쇄, 유배와 고립, 권태와 단조로움도 거기에 대응하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간의 용도와 가치는 달라진다.페트라르카와 함께 르네상스의 인문주의 토대를 마련한 조반니 보카치오는 속어인 이탈리아어로 쓴 문학 작품을 고대 고전문학의 반열에 들게 한 작가다. 그가 쓴 ‘데카메론’은 1348년 이탈리아를 강타한 페스트가 피렌체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교회 미사에 참석했던 7명의 귀부인이 3명의 신사를 초대하여 전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교외의 별장에 은둔하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0명의 남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한 가지씩 10일 동안 순번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지어내 도합 10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단테의 ‘신곡(神曲)’이 신의 도리를 보여준 작품이라면, ‘데카메론’은 인간의 본능과 악덕, 허위 등을 폭로하는 ‘인곡(人曲)’이라고 일컬어진다.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자발적인 격리와 단절의 환경 속에서 나왔다.보름 동안 일찍 집에 들어와 책 읽기에 몰두했다는 지인은 이 자발적 단절의 시간 동안 행복한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여성분은 KBS 클래식 FM과 몇 권의 책, 간단하게 먹을 것만 있으면 한 달 정도는 외출 없이도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에피큐리언(Epicurean)'이란 용어가 지금은 향락주의자 또는 쾌락주의자의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그 뜻이 아니다. 그 어원이 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추구하는 철학자였다. 그가 도달한 쾌락의 정점은 만족이라는 이름의 사치였다. 그 사치를 누리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담하고 소박한 정원, 거기에 심어진 무화과 몇 그루, 약간의 치즈와 서너 명의 친구로 충분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사치스럽게 살 수 있었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지 않고서 즐겁게 살 수는 없다. 반대로 즐겁게 살지 않으면서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 수는 없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기 위한 척도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즐겁게 살 수 없다.” 에피쿠로스의 이 말은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은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했던 퀴레네 학파와는 달리 에피쿠로스는 지속적이고 정적인 쾌락을 추구했다.‘아타락시아(ataraxia)’란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말한다.대구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동선이 공개되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개인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이 안전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현명한 행동 방침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이 폐쇄와 고립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삶을 마감할 때까지 앞으로도 여러 번 크고 작은 재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생활방식에 대해 다양한 성찰을 하게 된다. 개발독재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너무 외향적이고 떠들썩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 내 가정, 가까이 있는 이웃, 친지를 중심으로 소박하게 사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의 추구와 지적인 삶, 외양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깊이를 탐색해 본다면 이 움츠림과 위축의 시간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22일, 연극전용극장 ‘함세상’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 무대에 올려

연극전용극장 함세상(함께 사는 세상)이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를 무대에 올린다.연극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는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극중 화자인 10세 소녀 ‘이반나’가 체르노빌 사고로 삶이 무너진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가상으로 설정된 ‘벨라마을’을 배경으로 ‘체르노빌 사고’라는 대재앙을 겪은 어린 소녀가 목격한 여러 가지 단면들을 이야기한다. 사고 이전의 삶은 어떠했는지, 인간은 왜 끊임없이 이 같이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또 묻는다.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사능오염과 그로 인해 병들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막은 내린다.한편 이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맡고 있다. 배우 자신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야기 속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배우들은 이 연극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비극적으로 전달하기를 원하지 않고, 마치 한편의 동화를 들려주듯 담담하고도 다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백운선씨가 연출을 맡고 배우 황인정, 문경빈, 탁정아, 강현경 등이 출연한다.2015년 개관한 함세상은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의 꿈과 열정을 담은 연극전용극장으로 대명공연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입장료: 어른 1만5천 원, 어린이·청소년 5천 원문의: 010-8396-7179.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세상읽기…인류의 재앙과 사랑의 마음

인류의 재앙과 사랑의 마음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미라가 된 형체들 사이를 조심조심 걸어갔다. 검은 피부는 불거진 뼈 위로 팽팽하게 당겨졌고, 두개골이 드러난 얼굴은 갈라지고 쭈그러들었다. 무시무시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것 같았다. 차갑게 굳은 도로에서 영원히 몸부림치는 그 형체들을 지나, 그 적막한 통로로 밀려와 쌓이는 재를 뚫고 그들은 말없이 걸어갔다./저녁에 또 다른 해안도시의 음산한 형체가 나타났다. 희미하게 기운 듯한 느낌을 주는 높은 건물들의 덩어리, 남자는 강철 보강제가 열 때문에 물렁해졌다가 다시 굳으면서 건물들이 현실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녹아내리다 응고된 유리가 케이크의 아이싱처럼 벽에 매달려 있었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THE ROAD)'에 나오는 두 장면이다. 매카시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소설 ‘로드’는 자연재해, 핵전쟁, 9·11 테러 같은 대재앙 이후의 메마른 잿더미의 세계가 보여주는 음울하고도 암울한 모습을 기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로드’만큼 멸망의 날을 강렬하고 절망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기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지옥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또 다른 단테의 ‘신곡’이라고도 말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대재앙 이후의 세계는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이 가득하고 사람의 피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는 희망이 솟아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불태워버린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이 겪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 절망적인 탐색을 하면서 묵시록적 두려움과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해묵은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이 우울하고 음산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지금 지구 상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자연재해와 인공적 재앙, 전염병은 우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한다. 호주 산불, 전 지구적인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아프리카 메뚜기 떼의 습격,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등은 매카시가 소설 ‘로드’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절망적인 장면들을 어쩌면 우리 생애에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백혈병을 앓는 딸의 부모가 후베이성을 봉쇄하는 다리로 와서 딸만이라도 나가게 해 달라고 절규하는 사진, 시신을 넣을 자루가 부족하다는 보도 등은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매카시는 소설 ‘로드’에서 독자로 하여금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면서 빛이 사라지며 죽어가는 세계를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의식, 행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앙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극우와 극좌의 대립, 우한 폐렴 초기 단계의 언론 통제와 진실 은폐, 권력을 잡기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포퓰리즘 등도 자연재해 이상의 대재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의 많은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정점에서 스스로 자초한 대재앙으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가는 데까지 갈 수밖에 없는가?”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빈부격차, 극단적인 이념 대결, 핵무장을 포함한 군비 경쟁 등으로 항상 위험을 등에 지고 있는 오늘의 세계가 판단을 잘못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소설 ‘로드’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 두 등장인물은 인류 전체를 대변한다. 두 인물은 선과 악의 개념조차 사라진 황폐하고 황량한 세계를 떠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의 파괴로부터 피난처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희망조차 제거된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사랑’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원을 제시한다.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재앙의 현장에 뛰어든 각국 의료진,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자원해서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 같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사랑의 마음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한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숭고한 인류애가 인류 구원의 등대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는 요즘이다.

세상읽기…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

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삼국지연의는 오랜 세월동안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이를 텍스트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연의의 인기는 좀처럼 숙질 것 같진 않다. 약 1,800년 전, 대략 백 년 동안의 중국 고대사를 토대로 약 500년 전에 정리 된 소설에 지나지 않지만, 연의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거의 대부분의 인생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사람으로 불편 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연의에 나오는 일화나 고사성어 정도는 통달해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연의를 인용하는 것이 생뚱맞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유비가 터를 잡지 못하고 유표에게 의탁하여 형주의 신야성에 있을 때, 원소를 격퇴한 조조가 부하장수 조인에게 정예병 일만 명을 주어 신야성을 치게 한다. 조인은 신야성 앞에서 팔문금쇄진을 펼치고 유비를 압박하였다. 팔문금쇄진은 전설적인 난공불락의 진법이다. 유비는 팔문금쇄진을 몰라 당황할밖에 없다. 다행히 유비는 군사 ‘서서’의 계책을 받아들여 팔문금쇄진을 깨뜨리고 조인의 공격을 물리친다. 난공불락이라던 팔문금쇄진도 사는 길이 있다. 생문으로 들고 경문으로 나며 중앙의 공략보다는 진형을 어그러뜨려 혼란을 일으키는 전술이 요체다. 팔문금쇄진에도 생문이 있듯이 유비에게도 ‘서서’라는 생문이 있었다. 유비의 위대함은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생문을 알아보는 안목에 있다.동오의 손권이 형주를 지키던 관우의 목을 잘라 조조에게 보낸다. 유비는 관우의 복수를 하고자 대군을 이끌고 동오를 공격하나 효정전투에서 대패하여 도주한다. 육손은 유비를 뒤쫓다가 제갈량의 팔진도에 걸려든다. 팔진도에도 생문은 있다. 진중에서 방황하던 오군에게 제갈량의 장인인 황승언이 나타나 사는 길로 안내한다. 황승언은 비록 제갈량의 장인이지만 위기에 빠진 동오군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에서 사위를 배반하고 육손과 동오군을 살려준다. 제갈량의 팔진도에도 생문이 있고, 위기에 처한 육손에게도 생문이라 할 황승언이 존재한다. 생문을 보고 기꺼이 따르는 육손의 지혜가 돋보인다.생문은 반드시 살아나온 경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우의 복수를 명분으로 동오를 공격한다. 연의의 3대 대전의 하나로 불리는 이릉대전이 그것이다. 유비는 초장의 작은 전투에서 연전연승하지만 효정산에서 결정적으로 대패한다. 유비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백제성에서 사망했다. 유비는 이릉대전의 무모함을 진언한 제갈량이란 생문을 보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 죽었다. 화공 가능성을 이유로 산중의 나무 아래 진을 쳐서는 안 된다는 책사의 진언이 있었으나 유비는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비록 보지 못할 뿐이지만 실패한 경우에도 생문은 항상 주위에 있다. 유비 사후, 제갈량은 여섯 차례 북벌을 단행한다. 그 중 첫 번째 북벌이 가장 아쉽고 안타깝다. 마속이 산 위에 진을 치지 않고 왕평의 말대로 길목에 진을 쳤다면 가정전투에서 대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낙양을 정벌했을 가능성이 크다. 왕평이란 생문이 엄연히 눈앞에 있었지만 마속은 결코 보지 못했다. 이릉대전의 패배와 북벌의 실패는 촉한을 멸망으로 이끈 사문이다. 생문은 항상 코앞에서 손짓하지만 아둔한 리더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는 법이다.연의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에서도 생문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라 하대의 혼란기에 최치원의 시무책이란 개혁적인 생문이 나오고, 최치원과 최승우 그리고 최언위 등 6두품 인재들이 생문으로 인도하려하지만 리더의 무능으로 사문으로 들고 만다. 고려 말엽이나 조선 말엽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왕의 주변에 생문으로 인도할 개혁적 인재들이 손을 내밀지만 기득권에 취해 사는 길을 외면한다. 생문을 도외시한 나라는 모두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다.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싸운다. 법과 원칙은 없고 편법과 변칙만 난무한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비난과 고집만 횡행한다. 국민은 없고 패거리와 진영만 판친다. 사문 주위는 시끌벅적하고 생문 주변은 썰렁하다. 전형적 망조다.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다. 사문으로 들기 전에 생문을 찾아야 한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할 뿐 생문은 여전히 눈앞에 있다. 예전에도 항상 그러했듯이. 살 길은 총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