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슈퍼전파자는 정부다

슈퍼전파자는 정부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가 봇물 터지듯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세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인데 충분히 관리가능하고 방역 대응이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이 화를 키워갔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문제라는 식으로 최근의 공황 상태를 가짜뉴스 탓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무증상감염’을 거론하고 ‘에어로졸 감염’을 보고하는 등 전문가단체가 높은 감염성을 경고하는데도 정부·여당은 근거 없는 안일한 낙관과 무능한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국내의료계에서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이라며 ‘세계 어떤 전문가도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 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내어놓았으나 정부·여당은 ‘우리 방역당국의 성공적 대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였다. 쇠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그러는 동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뻑 하면 들먹이던 골든타임을 어이없이 허비했다. 국내의료계는 초기부터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무슨 연유에선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했다. 초기 대응의 실패가 정치적 목적에서 중국 눈치를 본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략적 이유로 국민의 생명을 내놓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적 단죄가 두렵지 아니한가.코로나19가 우후죽순처럼 창궐하자 한국인에 대해 입국금지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등 '한국인 공포증'이 일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인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입국보류 조치를 취한 나라도 나타나고 일정기간 격리하거나 건강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향후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대상으로 지정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애써 쌓아올린 국가신인도가 한순간에 추락할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운항을 중단하는 항공사가 늘고 있고 중국마저 한국인 입국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너무 어이없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러시아도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취한 마당에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경유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지금까지도 취하지 않고 있는 우리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아직도 만절필동이고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인가. 마스크를 사려고 선 긴 줄을 보면서 그래도 중국에 마스크를 무상으로 보내줄 마음이 동하는가,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월호 사건에 비해 당혹감이 들 정도로 허술하다. 세월호 일곱 시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던 사람들은 우리국민을 지켜주지 않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곱 시간을 분단위로 밝히라던 서슬 퍼렀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갔는가. 골든타임 여섯 시간을 놓쳤다는 죄목으로 수많은 공직자들을 법정에 세웠던 일,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구조대원을 독려하던 일 등이 최근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이번 사태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태를 악화시킨 팩트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일벌백계로 응징하여야 마땅하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하고 정신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대충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이젠 국가를 믿고 안심할 수 없다. 국민이 적극 나서서 살 방법을 찾을 때다. 그렇다고 홀로 개별적으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다. 감염된 사람을 색출·격리하여 자신에게 옮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도 남을 먼저 배려함으로써 감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자기가 잠재보균자라는 가정 하에 남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철저히 단속하는 자세가 요체다. 내 탓이란 깨어있는 시민의식 말이다. 슈퍼전파자의 신상을 털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필요하진 않다. 슈퍼전파자도 어찌 보면 피해자다. 신천지교회가 이단인지 아닌지, 그게 주안점이 아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법이다. 현재 공인된 종교들도 초창기엔 이단으로 박해받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염병 창궐은 접어두고 종교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 조짐은 극히 불손하다.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책임전가를 노린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굳이 그 멍에를 써야할 자를 찾아야 한다면 정부가 다름 아닌 슈퍼전파자다.

세상읽기…재난의 시간을 견디는 지혜

재난의 시간을 견디는 지혜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코로나19’가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깥출입이 잦고 외부인을 많이 만나던 사람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한다. 일부 사람들은 평일과 휴일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종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TV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고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어진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처럼 독서를 통해 지적인 희열을 맛보게 되어 좋다고 말한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행불행은 결정된다. 밀폐와 폐쇄, 유배와 고립, 권태와 단조로움도 거기에 대응하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간의 용도와 가치는 달라진다.페트라르카와 함께 르네상스의 인문주의 토대를 마련한 조반니 보카치오는 속어인 이탈리아어로 쓴 문학 작품을 고대 고전문학의 반열에 들게 한 작가다. 그가 쓴 ‘데카메론’은 1348년 이탈리아를 강타한 페스트가 피렌체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교회 미사에 참석했던 7명의 귀부인이 3명의 신사를 초대하여 전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교외의 별장에 은둔하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0명의 남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한 가지씩 10일 동안 순번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지어내 도합 10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단테의 ‘신곡(神曲)’이 신의 도리를 보여준 작품이라면, ‘데카메론’은 인간의 본능과 악덕, 허위 등을 폭로하는 ‘인곡(人曲)’이라고 일컬어진다.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자발적인 격리와 단절의 환경 속에서 나왔다.보름 동안 일찍 집에 들어와 책 읽기에 몰두했다는 지인은 이 자발적 단절의 시간 동안 행복한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여성분은 KBS 클래식 FM과 몇 권의 책, 간단하게 먹을 것만 있으면 한 달 정도는 외출 없이도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에피큐리언(Epicurean)'이란 용어가 지금은 향락주의자 또는 쾌락주의자의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그 뜻이 아니다. 그 어원이 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추구하는 철학자였다. 그가 도달한 쾌락의 정점은 만족이라는 이름의 사치였다. 그 사치를 누리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담하고 소박한 정원, 거기에 심어진 무화과 몇 그루, 약간의 치즈와 서너 명의 친구로 충분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사치스럽게 살 수 있었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지 않고서 즐겁게 살 수는 없다. 반대로 즐겁게 살지 않으면서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 수는 없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기 위한 척도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즐겁게 살 수 없다.” 에피쿠로스의 이 말은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은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했던 퀴레네 학파와는 달리 에피쿠로스는 지속적이고 정적인 쾌락을 추구했다.‘아타락시아(ataraxia)’란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말한다.대구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동선이 공개되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개인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이 안전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현명한 행동 방침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이 폐쇄와 고립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삶을 마감할 때까지 앞으로도 여러 번 크고 작은 재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생활방식에 대해 다양한 성찰을 하게 된다. 개발독재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너무 외향적이고 떠들썩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 내 가정, 가까이 있는 이웃, 친지를 중심으로 소박하게 사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의 추구와 지적인 삶, 외양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깊이를 탐색해 본다면 이 움츠림과 위축의 시간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22일, 연극전용극장 ‘함세상’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 무대에 올려

연극전용극장 함세상(함께 사는 세상)이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를 무대에 올린다.연극 ‘새들에겐 아무도 안 알려줬어’는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극중 화자인 10세 소녀 ‘이반나’가 체르노빌 사고로 삶이 무너진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가상으로 설정된 ‘벨라마을’을 배경으로 ‘체르노빌 사고’라는 대재앙을 겪은 어린 소녀가 목격한 여러 가지 단면들을 이야기한다. 사고 이전의 삶은 어떠했는지, 인간은 왜 끊임없이 이 같이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또 묻는다.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사능오염과 그로 인해 병들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막은 내린다.한편 이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맡고 있다. 배우 자신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야기 속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배우들은 이 연극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비극적으로 전달하기를 원하지 않고, 마치 한편의 동화를 들려주듯 담담하고도 다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백운선씨가 연출을 맡고 배우 황인정, 문경빈, 탁정아, 강현경 등이 출연한다.2015년 개관한 함세상은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의 꿈과 열정을 담은 연극전용극장으로 대명공연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입장료: 어른 1만5천 원, 어린이·청소년 5천 원문의: 010-8396-7179.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세상읽기…인류의 재앙과 사랑의 마음

인류의 재앙과 사랑의 마음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미라가 된 형체들 사이를 조심조심 걸어갔다. 검은 피부는 불거진 뼈 위로 팽팽하게 당겨졌고, 두개골이 드러난 얼굴은 갈라지고 쭈그러들었다. 무시무시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것 같았다. 차갑게 굳은 도로에서 영원히 몸부림치는 그 형체들을 지나, 그 적막한 통로로 밀려와 쌓이는 재를 뚫고 그들은 말없이 걸어갔다./저녁에 또 다른 해안도시의 음산한 형체가 나타났다. 희미하게 기운 듯한 느낌을 주는 높은 건물들의 덩어리, 남자는 강철 보강제가 열 때문에 물렁해졌다가 다시 굳으면서 건물들이 현실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녹아내리다 응고된 유리가 케이크의 아이싱처럼 벽에 매달려 있었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THE ROAD)'에 나오는 두 장면이다. 매카시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소설 ‘로드’는 자연재해, 핵전쟁, 9·11 테러 같은 대재앙 이후의 메마른 잿더미의 세계가 보여주는 음울하고도 암울한 모습을 기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로드’만큼 멸망의 날을 강렬하고 절망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기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지옥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또 다른 단테의 ‘신곡’이라고도 말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대재앙 이후의 세계는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이 가득하고 사람의 피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는 희망이 솟아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불태워버린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이 겪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 절망적인 탐색을 하면서 묵시록적 두려움과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해묵은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이 우울하고 음산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지금 지구 상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자연재해와 인공적 재앙, 전염병은 우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한다. 호주 산불, 전 지구적인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아프리카 메뚜기 떼의 습격,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등은 매카시가 소설 ‘로드’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절망적인 장면들을 어쩌면 우리 생애에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백혈병을 앓는 딸의 부모가 후베이성을 봉쇄하는 다리로 와서 딸만이라도 나가게 해 달라고 절규하는 사진, 시신을 넣을 자루가 부족하다는 보도 등은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매카시는 소설 ‘로드’에서 독자로 하여금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면서 빛이 사라지며 죽어가는 세계를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의식, 행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앙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극우와 극좌의 대립, 우한 폐렴 초기 단계의 언론 통제와 진실 은폐, 권력을 잡기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포퓰리즘 등도 자연재해 이상의 대재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의 많은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정점에서 스스로 자초한 대재앙으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가는 데까지 갈 수밖에 없는가?”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빈부격차, 극단적인 이념 대결, 핵무장을 포함한 군비 경쟁 등으로 항상 위험을 등에 지고 있는 오늘의 세계가 판단을 잘못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소설 ‘로드’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 두 등장인물은 인류 전체를 대변한다. 두 인물은 선과 악의 개념조차 사라진 황폐하고 황량한 세계를 떠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의 파괴로부터 피난처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희망조차 제거된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사랑’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원을 제시한다.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재앙의 현장에 뛰어든 각국 의료진,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자원해서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 같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사랑의 마음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한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숭고한 인류애가 인류 구원의 등대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는 요즘이다.

세상읽기…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

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삼국지연의는 오랜 세월동안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이를 텍스트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연의의 인기는 좀처럼 숙질 것 같진 않다. 약 1,800년 전, 대략 백 년 동안의 중국 고대사를 토대로 약 500년 전에 정리 된 소설에 지나지 않지만, 연의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거의 대부분의 인생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사람으로 불편 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연의에 나오는 일화나 고사성어 정도는 통달해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연의를 인용하는 것이 생뚱맞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유비가 터를 잡지 못하고 유표에게 의탁하여 형주의 신야성에 있을 때, 원소를 격퇴한 조조가 부하장수 조인에게 정예병 일만 명을 주어 신야성을 치게 한다. 조인은 신야성 앞에서 팔문금쇄진을 펼치고 유비를 압박하였다. 팔문금쇄진은 전설적인 난공불락의 진법이다. 유비는 팔문금쇄진을 몰라 당황할밖에 없다. 다행히 유비는 군사 ‘서서’의 계책을 받아들여 팔문금쇄진을 깨뜨리고 조인의 공격을 물리친다. 난공불락이라던 팔문금쇄진도 사는 길이 있다. 생문으로 들고 경문으로 나며 중앙의 공략보다는 진형을 어그러뜨려 혼란을 일으키는 전술이 요체다. 팔문금쇄진에도 생문이 있듯이 유비에게도 ‘서서’라는 생문이 있었다. 유비의 위대함은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생문을 알아보는 안목에 있다.동오의 손권이 형주를 지키던 관우의 목을 잘라 조조에게 보낸다. 유비는 관우의 복수를 하고자 대군을 이끌고 동오를 공격하나 효정전투에서 대패하여 도주한다. 육손은 유비를 뒤쫓다가 제갈량의 팔진도에 걸려든다. 팔진도에도 생문은 있다. 진중에서 방황하던 오군에게 제갈량의 장인인 황승언이 나타나 사는 길로 안내한다. 황승언은 비록 제갈량의 장인이지만 위기에 빠진 동오군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에서 사위를 배반하고 육손과 동오군을 살려준다. 제갈량의 팔진도에도 생문이 있고, 위기에 처한 육손에게도 생문이라 할 황승언이 존재한다. 생문을 보고 기꺼이 따르는 육손의 지혜가 돋보인다.생문은 반드시 살아나온 경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우의 복수를 명분으로 동오를 공격한다. 연의의 3대 대전의 하나로 불리는 이릉대전이 그것이다. 유비는 초장의 작은 전투에서 연전연승하지만 효정산에서 결정적으로 대패한다. 유비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백제성에서 사망했다. 유비는 이릉대전의 무모함을 진언한 제갈량이란 생문을 보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 죽었다. 화공 가능성을 이유로 산중의 나무 아래 진을 쳐서는 안 된다는 책사의 진언이 있었으나 유비는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비록 보지 못할 뿐이지만 실패한 경우에도 생문은 항상 주위에 있다. 유비 사후, 제갈량은 여섯 차례 북벌을 단행한다. 그 중 첫 번째 북벌이 가장 아쉽고 안타깝다. 마속이 산 위에 진을 치지 않고 왕평의 말대로 길목에 진을 쳤다면 가정전투에서 대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낙양을 정벌했을 가능성이 크다. 왕평이란 생문이 엄연히 눈앞에 있었지만 마속은 결코 보지 못했다. 이릉대전의 패배와 북벌의 실패는 촉한을 멸망으로 이끈 사문이다. 생문은 항상 코앞에서 손짓하지만 아둔한 리더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는 법이다.연의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에서도 생문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라 하대의 혼란기에 최치원의 시무책이란 개혁적인 생문이 나오고, 최치원과 최승우 그리고 최언위 등 6두품 인재들이 생문으로 인도하려하지만 리더의 무능으로 사문으로 들고 만다. 고려 말엽이나 조선 말엽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왕의 주변에 생문으로 인도할 개혁적 인재들이 손을 내밀지만 기득권에 취해 사는 길을 외면한다. 생문을 도외시한 나라는 모두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다.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싸운다. 법과 원칙은 없고 편법과 변칙만 난무한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비난과 고집만 횡행한다. 국민은 없고 패거리와 진영만 판친다. 사문 주위는 시끌벅적하고 생문 주변은 썰렁하다. 전형적 망조다.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다. 사문으로 들기 전에 생문을 찾아야 한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할 뿐 생문은 여전히 눈앞에 있다. 예전에도 항상 그러했듯이. 살 길은 총선에 있다.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

그래도 밭은 갈아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는 1775년 2만여 명이 사망한 리스본 대지진을 보고 유명한 소설 ‘캉디드’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세계는 아름답고 조화로워야 하며, 예고 없는 재난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참혹한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아수라장의 와중에서도 교회는 종교 재판을 통해 사람을 화형에 처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만일 이러한 세상이 선하고 자비로우신 신의 섭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최선의 세상이라면, 도대체 무자비한 신이 만든 세상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세상일 것인가”라고 볼테르는 절규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사회와 정치, 부패한 성직자들, 대중의 어리석음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교와 정치의 공리공론 때문에 신음하는 일반인들의 분노를 표현하며 평생을 인간의 편협성과 광신에 맞서 싸웠다.소설 속 주인공 캉디드는 걱정 없이 살던 성에서 난데없이 쫓겨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최악의 상황과 수많은 재난, 부조리를 경험한다. 소설 속 대사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우리에게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신이 이 세상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을까요?”라고 질문하고는 “우리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죠”라고 답하게 한다. “선생, 당신은 물론 자연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에 있어 이 세상이 최선이며 다른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는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모르고 책임도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항상 무리한 언쟁만 일삼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볼테르가 ‘캉디드’에서 표현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극단적인 진보와 보수는 종교재판과 화형을 일삼던 시대의 타락한 성직자와 폭도들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자기 성찰과 반성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신념을 종교의 교리처럼 신봉한다. 그들은 파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종교재판과 화형, 인신 번제에 가까운 방법까지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곳에서는 건강한 논리와 비판적 이성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식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강한 담론과 토론도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빨간 사과를 두고 내가 지지하는 편의 누군가가 검은색이라고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불문곡직하고 검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바른말을 하면 집단 린치나 따돌림을 받아 그 무리들 속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가 없다. 어디엔가 속해 같은 구호를 외쳐야 불안하지 않는 무비판적인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젯거리다. 이들보다 더 나쁘고 악랄한 사람은 누구인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같은 패거리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거나, 대중들을 선동하여 잘못된 구호를 계속 외치도록 부추기는 사람들이다.어지러운 시국과 관계없이 국민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볼테르는 소설에서 검둥이 해적들한테 일백 번 겁탈당하는 것, 엉덩이 한쪽이 잘리는 것, 화형식에서 죽도록 매 맞은 다음 교수형 당하는 것, 교수형 당한 후 다시 해부당하는 것,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것 등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 중에 가장 나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는 “추론은 그만두고 일합시다. 일하는 것만이 삶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걱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권태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볼테르는 일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고 말한다. 그는 “그래도 우리는 밭을 갈아야 한다.”는 말로 소설을 끝맺고 있다.설 연휴가 시작된다. 낙관과 비관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이 혼란의 시대에 말없이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과 따뜻한 인정을 듬뿍 느끼는 시간을 가시길 기원한다.

의성군립도서관, ‘책보따리와 신나는 동화책 세상’ 운영

의성군립도서관은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책 보따리와 신나는 동화책 세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기존 읽기·글쓰기 위주의 수동적 독서교육에서 벗어나 놀이·소통을 통해 스스로 책의 재미를 깨우치도록 하는 책 놀이 강연이다.교육은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다룬 책을 함께 읽으며 다양한 게임으로 내용을 깊게 이해하고, 해결방안도 생각해보는 등 재미와 유익함을 고루 갖춘 방식으로 진행된다.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위연재(안계초 3년) 학생은 “선생님이랑 책도 같이 읽고 게임에서 이겨 재미있었다”고 말했다.의성군립도서관은 이와 함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수학을 이야기로 풀어본 ‘멘사창의 수학 보드게임’과 자신만의 스토리로 스피치를 진행하는 ‘초등스피치 반장선거대비반 수업’도 함께 진행한다.의성군립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수업이 아이들에게 책을 신나는 놀이로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호운 기자 kimhw@idaegu.com

학생은 선거판 졸이 아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패스트트랙 법안이 모두 처리됐다. 108석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제1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한건도 누락되지 않은 채 모두 통과된 점이 신기하다. 국회의원 정수의 절반도 안 되는 129석의 여당은 거대한 제1야당의 죽기살기식 저항을 뚫고 목표를 100% 달성한 셈이다.반면 제1야당은불법적인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막아보았지만 빈손이다. 일견 여당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정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다. 정치의 장을 ‘모여서 의논하는’ 곳 즉 의회라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그런 뜻에서 보면 의논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법은 국민이 합의한, 민주적 의미의 법이라 할 수 없다. 비록 다수결이 갈등의 최종해결수단으로 기능하긴 하지만 소수의 의견이 존중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결론을 빨리 내는 것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요체다. 정치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쟁터나 야바위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정치 실종 사태를 만든 여당이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개정된 선거법 중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가려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은 선거연령 만 18세 인하안은 재개정이 필요하다. 만 18세는 우리 학제로 고3이다. 초·중등학생은 생활권이 가정과 학교에 국한되는 비사회인이다. 학생은 성숙한 사회인을 교육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비록 아는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만큼 사회물정에 밝지 않다. 그런 까닭에 학생은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이런 학생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모의선거교육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선거는 교육을 해야 할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장선거를 통해 익숙한 일이다.그런데도 모의선거교육을 하겠다는 의도는 불순하다.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학생을 득표수단으로 이용하고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만 18세 선거연령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학제를 바꾸는 선행조치를 했어야 했다. 현 6·3·3·4 학제를 5·3·3·4 학제로 변경한 연후에 선거연령을 1년 인하하는 것이 순리다. 조숙한 학생이 많아진 상황에서 초등교육기간을 1년 단축해도 큰 무리가 없다.학제개편이란 선행조건은 건너뛰고 선거연령 인하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벼락치기로 밀어붙인 일은 여당의 정파적 의도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도외시한 표 욕심이 교육현장을 갈라놓고 있다.극심한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상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란 가설이 선거연령 인하의 추진 배경이겠지만 학부모 영향하의 학생들이 실제로 그럴 것인지는 미지수다. 학연에 좌우될 개연성이 높아 그 지역 소재 고교 출신 후보자에게 유리한 조건만 만들어 준다. 고교생은 대개 인근 지역에 사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선거연령 인하 논란을 고령자의 선거권과 연계하여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정신이 성치 않거나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도 선거권이 주어지는 판에 만 18세는 당연히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기본가정을 이탈한 궤변이다. 일인일표주의를 오해한 소이다.인간 능력의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차선책으로 채택한 것이 일인일표주의일진대 고령자의 능력만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인간능력의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여 각 개인의 가중치를 계산해낼 수 있다면 그 가중치가 곧 투표 가중치로 적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인일표제가 그나마 고육지책이다.교문 앞이 명함 돌리는 필수 코스가 되고 학교 교정이 선거유세장이 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학부모보다 더 연로한 후보자가 교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등·하교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절을 하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선거는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령이 아니라 고교 졸업이란 사건이다. 학생을 선거판 졸로 봐선 안 된다. 유권자의 심판이 두렵지 않는가.

교육기부공모전 우수작 경상중 김현숙 교사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16년. 자원봉사 활동이란 단어가 왠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만 같았는데 지금은 꽤나 잘 어울린다.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자원봉사활동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고, 2004년부터 대학교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장애우 나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해 우리마을 교육나눔 사업, 대구장애인복지관 인생은 아름다워, 남구복지한마당, 대구시자원봉사박람회 등 정기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활동에 참여해 봉사활동 참가 시간이 471시간 정도 된다. (중략)나의 첫 봉사활동은 우유먹이기, 놀아주기, 청소하기 등 단순한 노력 봉사활동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애망원 봉사활동에서 마음이 아파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픈 친구도 있었고 부모가 함께 생활을 할 수 없어 맡겨진 친구들도 있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아주 작은 나눔이었지만 뿌듯했다.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애망원 봉사활동은 기쁨보다는 가슴시림과 아픔이 더 많이 남아 있었고 그 아픔으로 인해 봉사활동에 다시 참여 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대학 동아리 동문 모임을 통해 발달장애우가 모여 사는 대동시온재활원을 알게 됐고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매월 대구 근교로 나들이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재활원 친구들은 불고기를 익혀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봉사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밥 먹기, 양치하기, 옷 입기 등 나들이 준비를 몸으로 익히기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더디게 변화를 보였지만 나들이를 통해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단순한 노력 봉사뿐 아니라 이론에 근거한 체계적인 나눔과 다양한 활동들을 실천하고 싶어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됐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학교에서 저소득, 정서 지원 등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고 있다.현재 교육복지사로 일하면서 자원봉사활동 동아리 ‘나누리’를 조직해 6년째 학생들과 함께 우리마을 교육나눔 사업, 대구시설관리공단 두류수영장, 대구시자원봉사센터, 남구자원봉사센터, 대구장애인복지관, 수성구자원봉사센터, 대구시설공단 신천관리사무소, 대구경북흥사단, 희망의 집 등 지역기관과 연계한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인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생들은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선행을 베푼 후 보상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복지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보상을 기대하지 않은 나눔 활동과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첫걸음이 저소득층 자녀들과 함께하는 나누리 봉사활동이었고 수성구복지한마당, 대구자원봉사박람회, 어르신 나들이 동행, 장애인업장 작업 보조, 신천정화운동, 무료급식봉사, 불법주정차금지 거리 홍보, 희망수성복지한마당 등 동아리 학생들과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특히 2019년은 경상중학교로 이동하면서 우리마을 교육나눔 사업과 연계해 남구 복지 한마당과 앞산 빨래터축제 체험부스운영, 지역 저소득 가정 어르신 생일 축하 가정방문, 장수(영정) 사진 찍기, 교육나눔 사업 체험 부스 운영 등 지역연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대구장애인복지관 ‘인생은 아름다워’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뇌출혈, 뇌경색으로 몸이 마비되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차를 오르내릴 때도 부축을 받아야 했다. 부축하는 팔이 아프고 저리기도 했다. 땀을 흘리면서 걷는 나를 보고 어르신들은 ‘많이 힘드시죠’라고 웃으며 물어 오신다. 그러면 ‘아니에요’라고 대답을 했지만 속으로는 ‘팔이 아파요’라고 답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뒤돌아보면서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르신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나의 아버지,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나들이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활동 초기에는 어떻게 어르신들께 다가가야 할지 몰라 눈만 깜빡이며 멈칫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몇 번의 나들이가 진행되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서 걷는 무리에서 웃음소리와 웅성웅성 소리들이 흘러 나왔다. 어르신들과 함께 한 시간이 6년이 지났고 지금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따뜻한 인사와 미소를 건넨다.모든 일에 있어 결정과 행동이 빠른 나에게 ‘천천히, 느리게’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혼자 20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을 어르신들과 1시간30분 이상 동행해야 하고 어르신들이 버스에 오르내리는 동안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다리를 잡아주기도 한다.걷기, 버스 타기, 물병 따기, 밥 먹기 등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쉬운 일들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을 하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이 어르신들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나에게 많게 느껴지지도, 소중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장애인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만원 한 장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1년에 2번은 작업장 봉사활동에 꼭 참여한다. 희망DRI작업장 봉사활동은 나를 반성하고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학생들에게는 부모님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는지, 일이 힘들고 지쳐도 가족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려 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봉사활동을 함으로서 ‘가진 것이 많아서’ 또는 ‘잘하는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비록 부족하고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필요한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한 달에 한두 번 봉사활동에 참여하지만 봉사활동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게 해 줬고 그로인해 공동체 의식과 사회 일원으로 나의 존재감을 갖게 했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존감을 높여줬다. 혼자서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큰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것부터, 네가 아니라 내가 먼저 실천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나의 작은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가은 기쁨을 나누며 동행할 것이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새해 소원지 이야기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2020년 새해를 맞은 지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다.새해가 되면 올 한 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생각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품은 소망을 깨끗한 종이에 써서 나무나 줄에 매달거나, 벽에 붙이거나, 불에 태우거나,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날렸다. 이 종이를 ‘소원지(所願紙)’라고 한다.종교와 관계없이 바라는 일을 정성껏 적은 뒤 치성을 드리면 소원이 이뤄지리란 기복(祈福)의 장치인 셈이다.소원지 쓰기는 새해를 앞둔 연말부터 해가 바뀐 연초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볼 수 있는 바닷가 또는 산 정상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장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 아이템이다.양력으로 진행되는 해맞이 행사뿐만 아니라, 음력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까지 소원지 쓰기는 이어진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변화의 움직임도 있었다. 소원지를 풍선에 매달아 날리는 행사가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 때문에 대폭 줄었다.용학도서관도 소원지 쓰기 대열에 동참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함께 기원하는 한편, 이용자들의 바람을 도서관 운영에 반영하는 데이터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지난해 말 지역주민들이 기증한 책으로 크리스마스 북트리(book tree)를 만들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새해 바람을 소원지에 써서 북트리에 매달도록 안내했다. 지난주까지 이어진 이 행사에는 그림으로 소망을 표현한 어린이들을 포함해 모두 664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지 유형별로 나눠봤다. 새해 소망을 글씨로 적은 소원지 586장 가운데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내용이 325장으로 가장 많았고,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내용이 98장으로 그 다음이었다.또 성적 향상과 취업을 포함한 시험 합격을 소망하는 내용이 53장, 이성교제 또는 우정을 바라는 내용이 52장으로 이어졌다. 소원지 중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도서관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소원지는 ‘독서’를 주제로 한 내용이다. 엄마 또는 아빠가 쓴 것으로 보이는 ‘아들,.책도 많이 읽어 주세요‘, ’책 좋아하는 가족으로 행복하길...‘, ’진짜 독서하는 2020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등이 있었다.또 어린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재미있는 책 많이 읽고 싶어요’, ‘책 많이 사주세요’ 등이 그것이다.가족이 주제인 새해 소망이 많았다. ‘우리 아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사춘기, 빨리 가라. 갱년기, 오고 있다’, 아빠가 담배를 끊게 해 주세요‘, ‘여동생 갖고 싶어요’, ‘둘째도 꼭 생기게 해 주세요’, ‘엄마, 마음은 집에서 모시고 싶어요’, ‘사촌형과 함께 살게 해 주세요’, ‘할머니가 우리 집에 살게 해 주세요’, ‘새해에는 좀 더 멋진 아빠가 되길!’.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망이 상당수였다. 특히 게임 또는 반려동물을 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브롤스타즈 보석 1000개를 받고 싶어요’, ‘휴대폰을 갖고 싶어요’, ‘강아지와 햄스터와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어요’ ‘레고 하고 싶다. 심심하다. 나는 정당하다’, ‘내 방에 컴퓨터 있게 해 주세요’, ‘빨리 키 크게 해 주세요’, ‘빨리 어른 되고 싶어요’, ‘102개월 동안 방학되게 해주세요’, ‘엄마가 잔소리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등.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자연스레 드러났다. ‘동화작가 되게 해 주세요’, ‘바이올린 천재가 되게 해 주세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이 되게 해 주세요’, ‘경찰 합격해서 자랑스러운 딸이 되자!’. 연예인을 선망하는 청소년들의 심정도 상당수 나타났다. ‘강다니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BTS, 트와이스, 연예인 만나게 해주세요’, ‘방탄 만나게 해 주세요’.개인의 소망을 넘어 사회를 생각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사회가 균형발전하게 해 주세요’, ‘우리 대구 안전하고, 전쟁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어르신의 담담한 소망도 있었다. ‘세상에서의 모든 아픔은 버리고, 조용하고 행복한 영원의 여행을 감사히 떠날 수 있기를...’.새해에 바라는 시민들의 모든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용학도서관도 이용자들의 소망이 이뤄지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각종 정보자료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할 각오를 다진다.

평범한 이들의 인내심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언젠가 읽은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지구반대편에 가족 행사가 있어 떠났다가 귀국하는 길이었다.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 일어났다. 보안검색대에서부터 화장실 표지판을 찾았다. 얼른 수속을 마치고 뛰어가니 벌써 여럿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안절부절. 기다려도 좀체 나오는 사람이 없다. 너무 급한 나머지 양해를 구하고 뒷줄에 서 있던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혹시라도 빈자리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열을 맞추어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안으로 발을 옮겨 하나하나 조심스레 점검해봤다. 평소 하던 대로 문을 당겨보니 열리지는 않지만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이번엔 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 그러자 쉽게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안에는 아무도 들어 있지 않은 빈자리였다. 차례차례 문을 열어보니 여러 곳이 텅 빈 상태가 아닌가. 잠시 한국을 떠나있던 이들이 그동안 어느 방향으로 당기고 밀어야 열리는지, 그것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일까. 철썩 같이 자신이 늦어서 줄을 선 것이라 생각하고 급해도 둘러보지 않고 있었다니. 모두 웃음으로 떠들썩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일을 보기 시작하는 이들을 보며 한 사람의 시를 다시 읊어본다.미국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팻 슈나이더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라고 읊었다.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중략…// 계단의 사랑스러운 반복/ 그리고 창문보다 너그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극작가이기도 한 그 시인은 어렸을 때 홀로 된 어머니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바람에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고아원에서 지냈다. 이러한 힘든 경험은 그녀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그러기에 가난과 불운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문학 활동을 평생 동안 해 오지 않았을까. 인간은 글을 쓰는 동물이라는 인식으로 고아원, 감옥, 말기 환자 병동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글로 써서 나타내 보이는 것을 그녀는 도왔다.우리는 평범한 것들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지지해주는 것들과, 입어 줄 때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기를 마다하지 않는 바지, 더러운 발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양말, 어떤 입술에도 아부하는 숟가락의 매끄러움, 밤새 앉아 울어도 품어주는 의자, 진짜 모습을 감추는 행위를 묵인하는 거울의 너그러움,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겠는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우리의 삶을 떠받쳐 주는 평범한 것들의 은총과 같은 도움 없이 우리가 어떻게 하루를 반짝이는 날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우리네 삶은 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것에서라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기쁘게 살거나 그 어떤 것에서도 아름다움 대신 그늘을 바라보며 살거나. 대개 이렇게 두 방향으로 나누어질 때 어찌하면 좋을까. 우리가 평범한 이들과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날이 찾아온다면 그 얼마나 세상은 아름다울까. 바로 사물과 사랑에 빠지는 날 말이다. 문득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번쩍 띄는 경우가 더러 있다.“어떻게 이것을 못 볼 수가 있었지?” 느끼는 순간 말이다. 평범한 것들에 대한 특별한 느낌,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밤하늘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 날,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웃이 있다면 이렇게 외쳐보자. “돈 워리 비 해피” 뜻은 모두 알다시피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주 만나는 친구는 이 문장을 이야기할 때면 늘 강조한다. 현실에 맞게 직역하자면 ‘돈 걱정하지 마~! 당신은 바로 행복해질 거야~!’라고 말이다. 애니를 좋아하는 이들은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할지도 모르겠다. 하쿠나 마타타! 스와힐리어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지 않은가. 불행한 생각을 하면 끝없이 우울해지고 그런 우울감에서 좀체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감정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문득 외쳐보자. 돈 워리 비 해피! 마음부터 기운을 내야 힘이 나지 않겠는가.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 힘든 일이 있었더라도 다 털어내고 활짝 웃는 하루가 되기를, 그리하여 웃음으로 시작하고 웃음으로 마감하기를, 2020 올 한해는 날마다 경축일이 되기를 바란다.

책판 - 과학으로 만나는 세상

‘호기심’은 과학의 시작이다. 단순 호기심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다보니 새로움을 찾았고 이는 결국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해 놀라운 발견과 업적 등으로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과학자부터 바이러스의 놀라운 능력까지 다루는 분야는 다르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배리 마셜 교수와 함께하는 노벨상으로의 시간 여행배리 마셜, 로나 헨드리 지음/라임/188쪽/1만2천800원해마다 10월이 되면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스웨덴에 시선을 집중한다. 노벨상 주인공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벨상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이자 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노벨상은 스웨덴 출신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한 것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부문에서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들’을 뽑아 해마다 상을 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노벨 사망일인 12월10일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약 10억9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메달과 증서가 주어진다.이 책에서는 2005년에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교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노벨상 수상자들을 직접 만난다.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들 한 명 한 명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더 눈부시게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인류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책에서 무엇보다 과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와 관점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프랜시스 크릭은 공동 작업을 하라고 권하고 마리 퀴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투유유는 환자들이 완치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하고,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결국 노벨상을 타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찾아서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인류를 위해서라도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 붙은 ‘노벨상 뒷이야기’를 통해 본문 내용과 연관된 주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을 별도로 묶어서 정리해 준다.◆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하이픈/352쪽/1만7천 원책은 창의적인 사고와 실재하는 과학을 통해 창조된 마블 히어로들의 힘과, 그들을 실제로 재현해낼 방법을 소개하며 히어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마블 유니버스에서 설정하고 있는 가상의 과학을 분석하고 현실에서 진행된 그와 닮은 연구를 소개한다. 43개의 주제롤 그자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을 살펴보고 마블의 과학 설정과 이에 대응하는 현실 기술을 자세히 설명한다.최근 마블 시리즈 내의 가장 큰 세계관 변화는 양자 역학을 응용한 ‘시간 여행’이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처음 등장한 양자 영역에 대한 설정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중심 서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몸의 크기를 원자만큼, 그보다 더 작은 양자만큼 줄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고스트와 행크 핌 박사의 수많은 그림자는 어떤 과학적 현상을 묘사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사실 또 다른 우주의 일부라면, 그러니까 다중 우주론이 실제라면 이를 이용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등이 질문들은 꽤 진짜 같아서 영화적 상상력을 떠나 현실에서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책의 저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마블의 각종 설정을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놓는다. 앤트맨의 양자 영역에 프랙털 우주론과 양자 중첩 상태를 연결하듯 말이다.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하며 오랫동안 꿈꾸던 미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과학을 알면 우리에게 오고 있는 어떤 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끽할 수 있다. 히어로가 된 블랙 팬서와 빌런이 된 킬몽거에게서 유전학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에게서 냉동 인간 기술을,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에서 광학을 찾을 수 있다. ◆바이러스메린린 루싱크 지음/더숲/260쪽/2만8천 원이 책은 ‘어떻게’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작용하며,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사하고 포장하며 숙주와 상호작용하고 면역체계에 대응하는지 등 바이러스의 놀라운 능력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사람·척추동물·식물·무척추동물·진균류 등 다양한 숙주에서 발견된 101가지 대표 바이러스를 특징을 살린 그림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들로 흥미롭게 풀어낸다.미국의 대표적인 바이러스학자이자, 현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허크생명과학연구소의 전염성질환역학센터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저자는 바이러스의 실상을 하나하나 밝혀낸다.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아직 대다수가 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두, 홍역, 두창, 우역, 광견병 등의 질병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무시무시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밝혀지고 바이러스학이 발전했다. 잘 알려진 예가 바로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바이러스 백신이다.18세기 말 영국의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라는 가벼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적용했다. 당시에는 천연두가 바이러스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때였다. ‘백신(vaccine)’은 소라는 뜻의 라틴어 ‘백시니아(vaccinia)’에서 유래했다.바이러스의 숙주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라 할 만하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부터 박테리아, 원생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모든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숙주가 살아야 자신들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바이러스들은 숙주는 물론, 지구에게 이로운 기능을 한다.바이러스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만큼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분야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바이러스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든 주역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세계’라고 할 법한 지구에서 많은 학자들이 바이러스에 적절히 대처하고, 또 바이러스를 알맞게 이용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흥미로운 바이러스의 세계로 빠져보기를 권하고 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AI와 함께하는 세상 (50·끝) AI로 지켜본 4차 산업혁명

지난 1년을 독자와 더불어 숨 쉬고 공감하느라 비록 조급했으나, 조급해하지 않으려 얼마나 많은 양의 숨을 몰아쉬었을지 모른다.세기말 어느 유명 개그맨의 책 ‘컴퓨터 며칠만 하면 누구만큼은 한다’를 모티브 삼아 4차 사업혁명의 시류에 쉬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와 그들이 한데 모여 활발해 마지않는 소통의 장을 열어보고자 연재를 시작했다.다양한 4차 산업과 거기에 파생된 개별의 네트워크를 소개하고자 갖은 열을 올렸건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2%를 놓쳤다는 자책과 아쉬움에 무던히도 성찰의 연속이었다.‘다음은 더 잘해야지’라는 알량한 다짐도 그다음, 또 그다음 연재에서 하릴없이 무너지곤 했다.하지만 이 와중에 송구스런 자찬을 하자면 4차 산업과 인공지능(AI)에 관한 최소한의 개념 정립은 일정 부분 거뒀을 것이라고 본다.내가 아는 정도를 나에게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 공유하고 인지해가며 최소한의 대비와 미래 청사진을 더불어 그려보자는 나름의 다짐이 어느 정도는 통했으리라 믿어본다.4차 산업혁명의 대두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이항 대립 정도로 치부치 않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우매함을 타파해보고자 노력해왔다.‘인간노동의 자동화’를 단순 ‘잉여 인간’ 양산으로 절망하지 않고, 또 다른 일자리 창출의 희망으로 거듭나보고자 여기까지 온 셈이다.4차 산업의 모멘텀을 상기해본다. 4차 산업의 근간과 거기에 파생된 개별의 네트워크 시스템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되짚으며 ‘어쩌면 마지막일 것 같지 않을 마지막’을 맞이해보려 한다. ◆태양에 관한 고찰너무 가까이 있어 마치 없는 듯하다. 인간 생존의 너무나 기본적 요소이기에 이렇게라도 되짚지 않으면 그저 그런 자연적 현상, 혹은 우주 저편에 떠있는 천체 정도로 여길 터다.이렇게 본다면 우리의 ‘태양’은 콤팩트하되 임팩트한 존재임이 분명하다.태양은 곧 ‘전체’다. 수성을 비롯한 태양계 모든 행성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태양이다.모든 천체는 개별의 특성과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뽐낸다지만, 종국엔 태양의 영향력 하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섭리일 뿐.태양은 태양 자체로 태양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우주에 속한 천체 가운데 그 어떠한 외부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빛을 발산해내는 유일의 천체다. ‘Sun is God’, 이 문장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될 듯하다.우리가 밟고 있는 지구에서의 태양 역시도 ‘만물 소생의 근원’이다. 태양으로 인해 숨을 쉬고 광합성을 하며 생존에 가능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이와 더불어 비를 뿌리고 우리로 하여금 눈을 맞이하게도 해준다.태양이 소멸될 때를 한번 상상해볼까. 생존의 문제는 말할 나위 없을 터고, 더 큰 문제는 태양이 그간 지구를 잡아왔던 힘, 다시 말해 중력이 일거에 소멸됨에 따라 지구는 검은 우주 속으로 하릴없는 유영을 벌여야 할 처지에 직면한다.유영만 하면 다행이다. 의도치 않은 우주여행 중 맞닥뜨릴 소행성과의 충돌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 사고일 게다. ◆4차 산업의 소프트웨어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데 ‘소프트웨어’의 개념 정립이라 함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리가 되짚어온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의 파생 요소들이 소프트웨어라는 근간에 의해 발현된다는 사실, 놓쳐선 안 될 팩트다.4차 산업의 정체성으로 자존감을 뽐낼 소프트웨어는 쉽게 설명해 ‘프로그램’으로 통칭된다. 이는 프로그램 구동 과정을 우선 살펴봐야 하는데, 프로그램 가동의 프로세스와 각종 색인, 규정 등의 총 집합체가 바로 소프트웨어다.소프트웨어는 다른 의미로 인공지능의 ‘논리적 측면’을 대변한다. 인공지능, 이는 곧 AI 이해의 선결 조건이 바로 소프트웨어의 속성이라는 것인데, AI의 자양분이 소프트웨어인 것으로 비춰볼 때 4차 산업의 청사진에 소프트웨어는 알찬 밀알이 된다는 주장, 결코 과하지 않다.여기서 잠깐, 소프트웨어의 모멘텀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AI와 사물인터넷의 올바른 정립이 전제돼 있어야 마땅한데 흔히들 ‘파괴적 기술’로 명시될 법한 AI는 초고도화된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인공의 지능을 의미한다.사물인터넷의 총체는 ‘연계성’이다. 명칭 그대로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이는 일방향이 아닌 전 방위를 아우른다. 이 같은 AI와 사물인터넷의 접점에 소프트웨어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도 똑똑해야 할 때사람 개별로 흐르는 기운이 있다. 그 기운을 ‘아우라’라고 하는데, 통상 아우라가 있다, 없다는 것은 단순 선입견과 특수한 어느 시점의 차이일 뿐, 아우라는 누구에게나 있다.만약 사람에게 기운이 없다면 더이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자체가 무의미해질 듯.이처럼 에너지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모여 부대끼며 살아 숨 쉬는 이 땅위 마치 공기처럼 흐르는 주요 자원이다. 이 같은 에너지도 4차 산업의 시류엔 스마트의 이름을 배제하긴 어려웠나 보다.‘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고전의 구호가 ‘그린’이라는 이미지와 중첩돼 ‘그린에너지’로의 변혁을 시도해가고 있다.정책적으로 ‘녹색 성장’과 그 궤를 함께한다. 스마트 에너지의 발발은 만물의 근원인 태양과 맞물려 ‘태양광 사업’으로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해간다.이를 통해 환경보호의 차원과 아울러 기존 대비 약 70%에 이르는 에너지 변환의 효율성 제고를 기대해봄직하다.이 밖에도 전기 소요가 많은 다중이용시설 등을 상대로 스마트 에너지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시점에 도래한다면, 경제성 제고 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간 손이 없는 ‘스마트 노동’ 시대‘공장의 기계화’는 산업혁명의 심벌이었다. 각 공정 간 인력과 기계의 적절한 콜라보를 꾀하면서,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빠르게, 이를 한데 모은 조금 더 효율적인 공장의 프로세스를 그간 발 빠르게 구축해 왔다.하지만 지금까지의 기계화는 어찌됐건 인간의 통제 하에서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될 조금 더 편한 노동력의 제고 수준이었다. 이제는 인간의 손을 놓고, 한발 더 나아가 기계 스스로 컨트롤 해가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팩토리’가 군웅할거 하고 있다.현재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 과정은 전체 5단계 중 3단계 정도에 이른다.3단계는 자동화의 손이 미처 범접하지 못할 최소한의 공정만을 인간이 처리해내는 수준이다.아직까진 주로 ‘제조업’으로 범주가 국한돼 있는데 스마트팩토리의 정점은 안전의 모토를 제반에 두되, 인건비와 생산성 제고 등의 경제적 산출 효과에 있다.적은 인력으로 많은 공정을 해소해간다는 스마트팩토리의 기조는 불량품을 줄여 재고 상품을 미연에 방지하고 도입 이전 대비 약 20%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하는 등의 경제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아직까진 ‘선택 사양’에 그치지만,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사양’으로 거듭남은 쉬 예상될 법한 미래다. ◆인문학이 더해진다면지난 1년 동안 작은 지식으로 방대한 4차 산업의 개념을 소개하느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바로 ‘인문학’에 관한 소양이다. 가열 찬 발전과 이를 위해 가일 층 박차를 가해가고 있는 AI의 극점엔 결국 ‘나’, ‘우리’, 그리고 ‘인간’이 상존한다. 결국엔 AI의 진일보한 기술력은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함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다.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프로세스를 공유해야 하는 근원적 동기부터 살펴야 한다.이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찰의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사실 잘 살아야 한다는 당위만 있을 뿐, 그에 따른 해법이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모호한 문제다.다만 4차 산업과 인문학의 연계점을 더욱 공고히 해보자는 것이다. ‘청출어람’이라 함은 반드시 이뤄야 할 실리적 요소로 응당 남겨두되, ‘온고지신’의 지혜를 결단코 품어야 할 명분으로 아로새겨보자.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위해선 인문학의 탐독이 절실히 요구된다.AI는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이끌어주는 선한 의미의 제반 사양임을 짐작으로 그치지 않고 오롯이 수용해보자. 글·사진 군월드 IT사업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습니다.”(요한 1,9)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추운 겨울 밤,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에 아기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교회는 이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마다 성탄절을 지내며 구세주의 오심을 기념하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일 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 가까이에 성탄을 지내는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빛은 더 밝게 빛나기 때문입니다.오늘날 지구촌에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테러와 범죄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음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 가는 어린 아이들도 아직 많습니다.우리나라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해지고, 서로 간의 혐오와 증오의 골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정치 상황은 불안하고, 경제 현실은 어렵기만 합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많은 노인들이 가난과 외로움에 처해 있습니다.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맞는 성탄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빛이 어두운 세상을 밝고 따스하게 해 주는 것처럼, 예수님의 성탄이 이 사회를,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기쁜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 마음 안에 빛을 밝힙시다. 그 빛으로 세상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밝혀 나가야 하겠습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AI와 함께하는 세상 (48) 전 세계를 주름잡는 IT 기업들

수만 번 들어와 마치 관용구처럼 변질돼 버린 말, “4차 산업혁명의 시류가 거세다.”발 빠른 곳에선 벌써 ‘5차 산업’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4차 산업이 인공지능(AI)과 정보의 총아라면 5차 산업은 경제적 산출의 극점을 찍어낼 4차 산업의 업그레이드판 정도로 이해해 보자.우리는 1, 2, 3차 산업을 떠나보내며 농업, 수산업, 산업, 서비스업 등 개별의 모멘텀을 형성해왔다. 언제나 그랬듯 처음은 항시 불안하고 초조했다.하지만 결국엔 그와 같은 불안요소가 켜켜이 쌓여 다음 차원의 산업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시금석이 됐다. 그런 가운데 지금의 ‘디지털 문명’과 마주하기에 이르렀다.이번 연재를 통해 어쩌면 과할지도 모를 ‘타산지석’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가깝지만 그렇다고 쉬 가깝기만도 힘들 법한 3국의 ‘정보통신’ 현황을 간략히 요약·열거하고자 한다.‘지피지기’까진 아닐지언정, 최소한의 ‘개념 정립’은 시도해보자는 의미다. ◆미국의 FAANG 기업들국내총생산(GDP) 약 21조 원, ‘단일성’을 포기하는 대신 ‘연합국’을 자처한 세계 최고 강국이다.미국의 경제상황을 단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는가. ‘FAANG’.이 신박한 단어 하나가 21조 원에 이르는 미국 내 전체 GDP 중 10% 이상을 차지한다.FAANG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앞글자를 딴 ‘약어’다. 바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그것.각 기업의 시그니처만 뽑아 간략히 소개하자면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애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력인 넷플릭스, 인터넷 광고와 검색, 클라우딩 컴퓨터를 제공하는 구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하지만 그간 미국경제를 좌지우지해온 이 기업들도 일몰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다. 미국 내 유력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시가총액 4천500조 원을 기록한 FAANG이 최근 1년 새 500조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다.여러 사유가 꼽히지만 가장 우선시 되는 건 그간 이들 기업을 모티브로 성장한 신생업체들이 이제는 ‘아류’가 아닌 ‘경쟁사’로써의 면모를 시나브로 갖춰간다는 데 있다.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공유’와 ‘사생활 침해’의 이중적 잣대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맹점이 상존, 일례로 최근 (페이스북)이용객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선)씻을 수 없는 멍에를 지게 됐다.이로 말미암아 새로워야 하는 혁신이 되레 ‘피로감’만 증폭해간다는 시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여기서 인간 본연의 ‘본능적 측면’이 드러난다. ‘대체’에 관한 갈구가 바로 그것인데 FAANG의 후속으로 ‘어도비’와 전통적 강호 ‘마이크로소프트’가 또 다른 ‘(미국 내)경제 모멘텀’으로의 군웅할거를 준비하고 있다.‘소프트웨어 산업’의 재등판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어도비는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포토샵’과 ‘글꼴’ 등을 생성해 낸 업체로 ‘새 기능’, ‘또 다른 제작’, ‘새로 탄생한 애플리케이션’의 캐치프레이즈로 말미암아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로 대변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지구상 최대 규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기업이다.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윈도우’의 원류다. 2019년 전 세계 3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참고로 1조 달러의 한화가치는 약 1천200조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듭나우선 중국은 대국임에 부정할 수 없다. 인구로 보나 땅덩어리로 봐도 크기는 확실히 크다.사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인식이 썩 좋지만은 않다. 워낙 많이 찍어내다 보니 ‘희소성’ 부분에서 지극히 ‘감점’ 요소다.그러다 보니 그간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정보통신기술은 평가 절하되기 바빴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칭과 더불어 애플의 아류라는 낙인이 찍혔고, ‘텐센트’는 서비스 차용에만 성패를 건, 또 ‘알리바바’는 중국 내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했다.하지만 중국의 아류화 작업, 다시 말해 ‘카피캣’이 세계시장으로의 부푼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그간의 카피캣은 그 자체로 비아냥의 함의를 품어왔다. 사전적 의미론 ‘시중에 잘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베껴 재생산에는 작업’을 의미한다.중국의 카피캣 기술은 이제 뱀을 용으로 재탄생시키는 신묘함을 장착하기에 이르렀다.다시 말해 중국의 카피 산업이 곧 세계 정보화통신 시장의 시류를 대변하는 것도 모자라 중국을 폄하하기 바빴던 유럽국가에서 되레 중국의 사업 프로세스를 ‘재카피’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어제의 아류가 오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탈바꿈한 셈이다.실제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를 넘어 ‘대륙의 실력’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로 성장했다. ‘박리다매’를 근간으로 제한된 홍보(신비주의), 월등한 가성비, ‘빅데이터’의 활용, 시쳇말로 고객을 조급하게 하는 ‘헝거 마케팅’ 전략이 성공의 주요요소로 꼽히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헝거 마케팅이란 한정된 물량만을 내놓음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극대화시키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쉬운 사례로 홈쇼핑에서 자주 사용하는 ‘마감임박’, ‘한정수량’ 등 홍보멘트 등이 헝거 마케팅의 시그니처 중 하나다. ◆과학 교육 탄탄한 ‘일본’일본 언론이 연일 뜨겁다. 이는 일본인 ‘요시노 아키라’의 노벨 화학상 수상에 기인한다.일본의 화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요시노 박사는 ‘리튬이온’의 발명(공동개발)으로 말미암아 일본 IT 혁명의 선구자로 등극했다.리튬이온은 우리에겐 휴대폰 배터리로 익숙하다. 그 밖에 용량, 전압, 각종 성능 면에서도 (여타 금속대비) 탁월함을 보인다.리튬이온의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분리 막, 전해액의 4가지 구성요건을 지닌다.일본의 이 같은 성과는 ‘교육’을 통한 ‘총체적 체질 개선’으로 설명된다.실제 정보통신 제고를 위한 일본의 교육열은 가히 고무적일 정도로 열성이다. IT를 위시한 각종 프로그래밍 기술이 일본 정규수업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은 진 이미 오래다.일본 내 최대 규모의 통신 기업으로 성장한 ‘소프트뱅크’. 시가총액 1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소프트뱅크의 역점사업으로는 통신과 투자, 야구단, 애플리케이션, 악세서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계 재일동포가 오너인 탓에 우리에게도 익숙하다.소프트뱅크에게 4차 산업으로 말미암아 파생될 직업의 감소, 이를 통해 발발 가능한 ‘잉여 인간 양산’의 디스토피아란 결코 도래하지 않을 기우일 뿐이다. 이 지점이 바로 ‘대체의 영역’이다.로봇 비서가 천편일률적 단순 업무를 영위할 적엔 사람 비서는 더욱 창의적 영역으로의 고찰을 시도해 볼 수 있다.여기에서 소프트뱅크의 주요 철학 중 하나가 드러난다. 인간과 AI의 관계론적 사고인데 이 둘의 연계를 괴리로 보지 않고, 적절한 연계를 통한 ‘융합’, 이를 통해 발산되는 전 방위적 산출 효과를 다름 아닌 선한 의미의 ‘시너지’로 보는 시각이다. ◆IT 걸음마 수준 ‘한국’대한민국은 전통의 ‘인터넷 강국’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전체인구의 90%에 육박하며,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약 130Mbps로 홍콩에 이어 4번째다.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도 세계 10위권 내 수준에까지 이른다.하지만 이 같은 환경이 무색 할 만큼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기술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과 비견해서다. 훌륭한 제반을 토대로 해 양질의 터닝포인트를 꾀해야 할 책무, 우리 모두의 몫이다.바야흐로 클라우드와 AI의 시대다. ‘지배’라는 말은 결코 배제하리라. 다만 인간으로 말미암아 제어될 ‘자동화’의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진 셈이다.AI의 발전은 곧 유망 벤처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벤처 캐피탈’을 굳건히 함과 동시, 실패를 기회로 보듬어 줄 ‘여유’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부드러운 융화’를 꿈꾼다.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적절한 뒤섞임’ 말이다. 글·사진 군월드 IT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