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노곡산방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카페는 시민들의 사랑방이었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와인을 마셨다. 볼테르와 루소 등 철학자들도 계몽주의 사상을 설파했다. 이런 자리에 생명력과 상상력을 키운 것은 와인이었다. 혹자들은 이것이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프랑스혁명은 와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과일로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역시 명품 와인은 포도를 가장 선호한다. 당도가 높고, 자체 효모를 갖고 있어 스스로 발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과일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이 중 경주에서 체리로 와인을 만드는 강소농이 있다. 경주시 감포읍에서 ‘노곡산방’을 운영하는 김영도(67)대표와 아내 노혜순(66)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와인제조기술과 경주 특산물인 체리를 결합해 체리와인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체리는 경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김대표는 1천여 ㎡의 조그마한 체리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체리와인을 만들고, 체험농장을 통해 연간 3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아직까지는 소득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체리와인의 독특한 맛과 희소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농가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곡산방의 잡학박사김대표는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소지한 고급기술 인력이다. 요르단의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도 참여할 정도로 국내외 대형 공사장의 시공과 감리를 주로 담당했다. 특히 비행장 건설에 많이 참여했다. 재주도 많다. 와인소믈리에 자격은 물론, 문화해설사와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 옻칠공예와 옹기제조, 한옥시공, 사진촬영, 천연염색, 스토리텔링 등 못하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잡학박사, 멀티 플레이어, 만능 엔터테이너다. 이같은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과 기술 습득은 1990년 귀농을 결심한 후, 경주에 터를 잡으면서 익힌 재주들이다. 귀농을 하면 이런 자잘한 기술이 많이 쓰여질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 둔 덕분이다. 김대표의 발을 경주에 묶은 것은 경주의 문화재다. 서울에서 답사 차 들린 감은사지의 동탑과 서탑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예 경주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탑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감포에 터를 잡았습니다.” 당장 동네다방에 들러 “살 땅을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노곡산방’의 주인이 됐다. 그게 벌써 귀농 19년차의 중견 농부가 됐다. 초창기에는 농사와 직장일을 함께 했으나 이제는 완전한 농부로 변신했다. 교사 출신인 아내는 커피 바리스타 자격을 가지고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체리재배 최적지 경주경주는 우리나라 체리의 최대 집산지다. 경주지역 100여 호의 농가에서 58ha의 체리를 재배한다. 전국 생산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체리 재배의 역사도 100여 년으로 길어 기술력도 높다. 일제 강점기 처음 보급된 체리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거슬러 신라시대까지 올라간다. 그동안 자치단체와 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체리의 품질향상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한 것이 전국 최고의 체리 집산지로 만들었다. 경주체리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도 마쳤다. ◆체리와인 제조체리로는 와인을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핵과류로 와인을 만들려면 씨(핵)를 제거해야 함으로 노동력이 많이 든다. 껍질이 너무 얇아 발효가 어렵고, 과즙이 40%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 생산량도 작다. 당연히 채산성이 떨어져 지역 특산상품으로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체리와인은 1주일 간의 저온발효를 거쳐서 거름작업으로 찌꺼기를 제거하고, 4~5회의 여과과정과 숙성, 2차 발효과정을 거쳐 일년 후에 병에 담아 상품화 한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다. 김대표는 씨 분리기를 도입해 노동력을 크게 줄였고,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체리와인 제조기술을 이전받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미해 와인제조 기술을 완전 정립했다. ◆사람을 키우는 농사김대표가 노곡산방에서 하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경주의 젊은농부들을 지도한다. 어느 날 젊은 농부 9명이 가르침을 받겠다고 찾아왔다. 청년들은 3년 동안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농사기술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쳤다. 처음 시작한 것이 자신을 소개하는 ‘3분 스피치’를 훈련 시켰다.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을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이다. 모두가 3분이 3시간 만큼 길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워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나의 농사’라는 제목으로 PPT를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교육이었다. 발표를 마치면 8명의 동료들이 반드시 10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고난도의 교육이었다. 발표는 고사하고 80개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농부로 성장해 갔다. 이들은 경북도에서 시행한 청년창업 오디션에서 ‘김교각 스님의 차’를 소재로 한 사업계획을 발표해 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성과도 올렸다. ◆열린공간 노곡산방노곡산방은 열린공간이다. 마을 주민은 물론 방문객의 사랑방이다. 농사에서부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 산방은 산촌의 작은 집이란 말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고 숙식을 제공한다. 또 하나 특별한 원칙은 ‘주인은 듣기만 한다’는 것이다. ‘경청’하는 의미와 함께 손님이 주인처럼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의논하고, 농사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운영돼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별한 축제노곡산방에서는 봄.가을에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도시 소비자를 초청하는 팜파티다.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호박을 주제로 한다. 두릅과 취나물, 고사리등 이슬을 먹고 자란 산나물과 호박, 그리고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팜파티 참석자들은 반드시 현금 3만 원을 가지고 오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돈으로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가지고 가라는 뜻이다. 집집마다 보자기 색깔을 정해서 판매한다. 2016년 4월에 열린 팜파티에서는 7분 만에 완판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3만 원이면 양손에 농산물이 가득하다. 팜파티에서는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마을이야기와 자기 농산물을 소개한다. 평생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은 자신이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장면은 사진으로 촬영해 액자로 제작해 집집마다 걸어준다. 평생 농사일만 해온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면서 즐거워한다. 이렇듯 노곡산방의 팜파티는 모두가 함께하는 특별한 축제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귀농귀농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지역 주민과의 융화’다. 도시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농촌의 공동체문화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김대표도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서로 일체감을 느낄 정도로 가깝고, 아끼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관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울산에서 선생님을 하다가 퇴직한 아내의 공이 크다. 아내 노혜순씨는 마을의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중간 연락책이다. 오랜 학교생활에서 맺은 동료와 제자, 교회 교우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농산물을 판매해 준다. 물론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다. 어떤 때는 소비자들이 주문하는 농산물을 집집마다 배정해서 모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쑥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주민들이 단체로 쑥을 뜯으러 나서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과는 월 1회 함께 식사를 하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방법이다. ◆ 앞으로의 계획최근 김대표가 고민하는 문제는 농촌의 고령화다. 대부분이 70대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다. 고령화에 따라 매년 영농규모도 축소된다. 이것은 곧 소득 감소와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김대표는 농산물 가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가공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주민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방책이다. 장아찌나 된장, 고추장, 산나물 등 1차적인 가공품은 대부분이 한번쯤은 만들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부드러운 식감의 시니어식품을 개발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이런 사업계획은 김대표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농산물가공과 발효에 대한 공부를 하고, 다시 주민들에게 전달교육을 하고 있다. ▲농장명: 노곡산방▲농장주: 김영도. 노혜순 (2016 강소농)▲구입문의: 010-5355-8802, 054-746-8803▲블로그: https://blog.naver.com/hunji22▲소재지: 경주시 감포읍 노동길 209-4▲이메일: hunji22@hanmail.net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농장의 특성을 살린 간판 만들었어요!

상주시 농업기술센터는 강소농 자율모임체로서 단체 활동과 전문교육을 받은 12명의 우수 강소농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부터 12일까지 총 3회에 걸쳐 농장 간판을 제작하는 교육을 했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는 강소농 자율모임체 역량강화를 위한 ‘강소농 농장 간판제작 교육’을 실시해 농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농업기술센터는 강소농 자율모임체로서 단체 활동과 전문교육을 받은 12명의 우수 강소농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부터 지난 12일까지 총 3회에 걸쳐 농장 간판을 제작하는 교육을 했다. 이번 교육은 나래M&D 대표 안두현 강사의 지도로 강소농 농가가 목재 간판을 직접 재단해 자신의 농장 이름과 디자인을 구상하고, 도색 및 조립 등 전 과정에 참여해 각 농장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완성된 간판을 직접 설치함으로써 강소농으로서 자긍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윤세진 미래농업과장은 “강소농 간판제작 교육을 통해 농가별 농장홍보 및 농장 브랜드화 제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김일기 기자 kimik@idaegu.com

강소농(37)-칠곡 한오백꿀 농장

조선의 영조임금은 ‘연월일시(年月日時)’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천간 중에서 모두가 갑(甲)인 특별한 사주(四柱)다. 흔히들 사갑(四甲)이라고도 하고, ‘봉황지격’이라고 하여 귀한 사주로 여겼다. 영조가 관상감(觀象監)의 관리를 불러 사주를 보게 하자, “제왕의 사주입니다”라고 답했다.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백성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명을 내렸다. 조선 팔도를 샅샅이 뒤져 강원도 산속에서 벌을 키우는 노인을 찾아 궁으로 데려왔다. 노인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너는 나와 같은 사주로 태어났는데 어찌 이렇게 궁색한 모습으로 사는가?”하고 묻자, 노인은 “전하께서는 조선팔도, 360 고을에 있는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시지만, 소인은 아들 8형제가 360통의 벌통에서 수많은 꿀벌을 키우고 있으니, 전하와 소인의 사주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영조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큰상을 내리고 돌려보냈다. 영조 임금은 자신과 같은 ‘제왕의 사주’를 가졌다면, 혹시 역모를 꾀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으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의심을 거두었다. 비록 ‘제왕의 사주’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300여 통의 벌을 키우면서 자신의 작은 왕국을 가꾸어 나가는 강소농이 있다.칠곡군에서 ‘한오백벌꿀농장’을 운영하는 한오현(60)·박인숙(53) 부부다. 한 대표는 벌꿀과 화분,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를 생산해 연간 6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스포츠맨의 변신한 대표는 귀농 8년 차의 양봉인이다. 귀농하기 전 30년간은 스포츠맨으로 살았다. 선수와 지도자를 겸하면서 헬스장도 운영했다. 한 대표의 운동 실력은 대단하다. 국궁을 비롯해 검도, 합기도, 헬스트레이너 자격까지 갖췄다. 그러나 2011년부터 불기 시작한 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실업팀 해체 바람은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업팀 해체는 비인기 종목에 집중됐다. 국궁 선수 겸 지도자로 활동하던 한 대표도 갈 곳을 잃었다. 평생 운동 외 다른 일은 해보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전직을 한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때 같이 운동을 하던 선배가 양봉을 권했다. 하지만 꿀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많은 망설임 끝에 꿀벌 10군(통)을 구입해 양봉을 시작했다. 이후 농민사관학교 양봉학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교육과 실습을 해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로 변했다. 현재 300여 군을 키우고 있지만, 많을 때는 500군이 넘을 때도 있다. 이제는 각지에서 초청을 받는 양봉 전문 강사로도 활동한다. ◆자연을 닮은 순수한 꿀한 대표가 양봉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장 순수한 꿀, 자연을 닮은 꿀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유별나다. 아카시아 꿀이 멈추지 않고 들어오는 5월에도 자주 채밀을 하지 않는다. 봉방(벌집의 6각형 방)에 꿀이 가득 차더라도 벌들이 날개짓으로 수분을 증발시키고 완전히 밀봉한 후에야 채밀한다. 밀봉하기 전에 채밀하고, 수분을 증발시키는 농축작업을 하면 훨씬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벌들이 스스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천연의 꿀을 얻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꿀이 좋은 꿀인지 알 수가 없다. 한오백벌꿀은 판매하기 전에 양봉협회 양봉부산물연구소의 품질검사를 거친다. 한 드럼당 30만 원의 검사비용이 들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믿고 좋은 꿀을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서도 MD들이 직접 검증을 거친 후에 등록시킨다는 ‘푸드 윈도’에 등록되어 있다. 한번 구입한 고객은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매실 먹여 질병 예방다른 가축이나 농작물처럼 꿀벌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병충해다. 믿기지 않지만, 벌들도 설사한다. 꿀벌들이 이동할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 꿀벌들이 설사하고 꿀벌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 설사하는 꿀벌들에게는 매실 진액을 공급한다. 항생제 대신에 매실 진액을 공급해 설사를 막는다. 사람들이 배탈이 났을 때 민간요법으로 매실 진액을 마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홍삼 원액을 공급할 때도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지금은 중단했다. ‘낭충봉아병’도 큰 피해를 준다. 한번 발병하면 애벌레들이 썩어버려 벌통 전체가 큰 피해를 입는다. 방제법은 항생제를 뿌리는 방법뿐이다. 어쩔 수 없이 최소량만 사용한다. 방제보다는 예방 위주로 적기에 사용해 사용량을 줄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아직 각종 검사에서 항생제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 한오백벌꿀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것은 이러한 한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친환경적인 사양관리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고품질의 꿀로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 양봉 성지 칠곡칠곡은 양봉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양봉업을 하는 농가에서는 칠곡 신동재에서 아카시아꿀 채취에 실패하면, 그해 양봉은 실패했다고 한다. 신동재 일원에 100만 평 규모의 아카시아 군락지가 있기 때문이다. 5월이 되면 신동재 일원에는 전국의 양봉 농가들이 몰려든다. 꽃보다 꿀벌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양봉하는 농가에서는 제주도에서 유채꿀을 채취하면서 벌을 증식하고, 신동재에서 아카시아 꿀을 채취한 후, 파주나 철원 등지로 이동해 2차로 아카시아 꿀을 채취하는 과정을 거친다. 칠곡의 신동재는 ‘양봉의 성지’라고 할 만큼 양봉 농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아카시아 벌꿀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5월4일과 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2008년에는 칠곡군 일원이 ‘양봉 특구’로 지정됐다. ◆ 양봉 종합체험농장으로 전환한 대표의 꿈은 양봉 종합체험장을 만들고 6차산업화로 나가는 것이다. 지난 8년간의 노력으로 양봉기술을 충분히 다졌다고 자부하지만, 자연 의존도가 너무 높은 1차산업형 양봉으로는 안정적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언제 어떤 예상치 못한 자연환경의 변화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꽃들이 위도와 고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개화하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6차산업으로 나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꿀과 밀랍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체험농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앞쪽에 있는 저수지와 논을 활용해 캠핑장을 만들고, 눈썰매장과 물놀이장도 구상 중이다. 이런 계획들이 마무리되면, 휴식과 체험을 겸한 종합체험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자연 의존형 양봉에서 6차산업형 농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농장명: 한오백벌꿀▲농장주: 한오현·박인숙 (2014 강소농)▲문의: 010-8592-9001, 054-977-9004▲블로그: https://blog.naver.com/500zotmf▲소재지: 칠곡군 지천면 신리 472▲이메일: 500zotmf@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강소농(36)-예천 육묘장 ‘ 될성부른 모종을 키우는 강소농’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적 모습을 보면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람은 물론 식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2012년에 제정된 종자산업법에는 ‘종자와 묘의 생산·보증 및 유통,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종자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농업 및 임업 생산의 안정에 이바지하기위해 5년마다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종자에 관해 정부에서 법까지 제정해 관리하는 것은, 그만큼 종자산업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귀농 후 육묘사업에 뛰어든 청년 강소농 부부가 있다. ‘예천육묘장’을 운영하는 조상전(39) 대표와 남편 성종규(39)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 대표는 예천읍 석정리에서 비닐하우스 6동 (3천300㎡)의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업주부의 ‘겁 없는 도전’조 대표는 전형적인 전업주부였다. 다만 남편이 농약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농사가 전혀 낯설지는 않았을 뿐이다. 전업주부의 농사에 대한 겁없는 도전은 우연히 시작됐다. 집에서 다육식물을 즐겨키우던 아내에게 남편 성씨가 “다육이를 잘 키우는데, 새싹도 한번 키워보는 것은 어때?” 라고 별뜻없이 슬쩍 던진 말 한마디가 전업주부를 육묘전문가로 변신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편 성씨는 채소 묘종을 키우는 ‘육묘’를 이야기했으나, 아내는 집에서 ‘새싹’을 화초처럼 키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부부는 ‘새싹’과 ‘육묘’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사업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마침내 조 대표는 2017년 문경에서 남편의 직장이 있는 예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곧장 귀농을 하고 육묘사업에 도전했다. 농사경험이 전무한 전업주부 조 대표가 겁 없이 육묘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남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다행히 꽃 키우던 취미와 비슷해 적성과도 맞았다. 귀농 첫해에 고추 8만 그루를 파종해 4만 그루만을 건지는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부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안도했다. 낙담하기 보다는 오히려 농사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6동의 하우스에서 고추를 비롯한 20여 종의 모종을 키우고 있다. 재배는 주로 조 대표가 맡고 있지만, 농약 전문가인 남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연중 쉴 틈 없는 순환 육묘장육묘사업은 다양한 종목의 순환 육묘를 하기 때문에 컨베이어벨트처럼 연중 돌아가 쉴 틈이 없다. 겨울에 시작해서 겨울에 마치는 농사다. 1월에서 5월까지는 고추와 호박, 쌈 채소, 땅콩 등 여름작물의 모종을 키운다. 4~6월에는 참깨 모종을 키우고, 8~9월에는 배추, 9~11월에는 양파 모종을 키운다. 혹서기인 7월에는 특별히 주문받은 모종이 없으면 쉰다. 겨울철 양파 모종이 끝나면, 이듬해 고추 모종을 파종할 때까지 약 보름간의 여유 기간이 생긴다. 연중 황금 같은 휴식기다. 이때는 주로 가족여행을 간다. 일 년간 열심히 일한 가족에게 주어지는 휴식이고, 방학 기간에 일손을 도운 자녀들에게 주는 보상이다. 육묘사업은 파종과 관리에 일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 가족이 힘을 모아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파종에서 판매까지의 기간이 짧아, 자금 회전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 월급처럼 매월 소득이 발생하는 농업이기도 하다. ◆청결과 소독이 생명‘한번 검으면 희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흰 천에 한 번 검은 물이 들면, 아무리 빨아도 다시 희어지기 힘들다는 뜻이다.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한번 나쁜 것이 물들면 깨끗이 고치기가 쉽지 않음을 교훈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육묘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가 병해충의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모종은 한번 병해충에 감염되면, 성장 과정은 물론 농작물의 수확기까지 큰 피해를 본다. 심하면 다음 해 농사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감염원의 사전 차단을 위해 병해충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래서 모든 하우스마다 입구에 소독조를 설치하고, 출입 시 신발에 대한 소독을 무조건 한다. 가족은 물론 견학오는 사람도 의무적으로 소독을 해야만 출입이 된다. 조 대표는 다른 농장을 다녀온 경우, 아무리 바빠도 집에서 옷을 완전히 갈아입고 농장으로 향한다. 건강하고 튼튼한 모종은 재배과정도 중요하지만, 병충해 감염이 없는 ‘무병 모’ 생산이 중요하고, 예방이 치료보다는 훨씬 쉽기 때문이다. ◆특별한 고객들육묘는 다른 농사와 달리, 한 해 농사의 시작부터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육묘는 대부분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고객을 많이 만나게 된다. 지난해에는 영양의 토종고추 씨 200알을 가져와 육묘를 주문한 고객이 있었다. “몹시 어렵게 구한 귀한 씨앗이라 전부 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어떤 농가에서는 청양고추보다 40배나 매운맛이 나는 멕시코 고추라면서 씨앗 10알을 가져오기도 했다. 워낙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잎도 만지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매운 고추는 근처에만 가도 매운맛을 느낄 정도였다. 매운맛이 너무 강해 장갑을 두 켤레나 끼고 모든 작업과정한 이색 경험도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자기 나라 식물의 낯선씨앗을 가져오기도 한다. “고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집에서 키우고 싶다”며 “혹시나 집에서 싹을 내다가 실패할까 봐 겁이 나서 가져왔다”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특별한 고객의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면, 한층 더 정성들여 키운다. 나름대로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찰을 단 모종판육묘는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부담이 큰 농사다. 주문받은 모종을 제때에 튼튼하게 키워서 보내주지 않으면, 남의 일 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묘기간 뿐만 아니라, 본 포(밭)에 정식을 하고 수확할 때지 긴장해야 한다. 해당 작물의 수확이 완료돼야 마음을 놓는다. 같은 작목이라도 수많은 품종이 있다.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하면, 주문한 종자가 아닌 엉뚱한 품종이 파종될 수도 있다. 파종 이후에는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조 대표는 6동의 하우스에 작목별, 품종별로 구획을 지어서 육묘한다. 특히 모든 모종판에는 파종 일자와 작목, 품종, 주문자, 생산자, 육묘업등록번호가 인쇄된 라벨을 부착한다. 일일이 라벨을 붙이는 작업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철저한 관리와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문 농가에서도 자기 이름이 부착된 모종판을 보면 훨씬 신뢰감을 가진다. ◆첫해 농사, 절반의 실패2017년 첫해 농사에서 고추씨 8만 알을 파종했으나 4만 알만 싹이 텄다. 비율적으로는 50%가 발아를 했으니 단순한 숫자만 보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보면 실패한 농사다. 발아율이 50%라고는 하지만, 많은 모종판이 듬성듬성 비어있어 상품 가치가 없는 상품이었다. 누가 모종 판에 듬성듬성하게 자란 묘종을 사겠는가. 발아율이 떨어진 모종판은 모두 폐기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일천만 원이 넘는다. 그러나 조 대표는 “첫해 농사로는 성공작”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실패를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예천군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실패 원인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좋은 공부를 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농가로부터 강한 항의도 받았다. 분명히 맵지 않은 고추를 주문했는데, 매운 고추가 달렸다는 것이었다. 원인을 파악하니 유례없는 폭염으로 매운맛이 나는 ‘캡사이신’ 농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후 비가 오면서 매운맛이 없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첨단시설의 육묘장과 체험농장육묘업은 기후와 하우스 시설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농사다. 지금의 단동하우스는 병해충의 확산을 막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손이 많이 가는 단점도 있다.앞으로 기술력이 축적되고 자금확보 여력이 생기면, 시설확장과 함께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팜 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날씨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기 위해 LED 조명을 활용하는 육묘법을 준비 중이다. 첨단자동화시설을 갖춘 연동 하우스 시설이 준비되면, 한층 더 건강한 묘종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장 홍보를 위해 유휴 농지를 활용하여 고구마와 감자 등의 수확체험과 가정에서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을 활용한 새싹 모종 체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장명: 예천육묘장▲농장주: 조상전. 성종규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4506-8910▲블로그: https://blog.naver.com/csjbhk▲소재지: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 305-1▲이메일: csjbhk@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35)-상주 명주이야기

색깔의 마술사 명주이야기가장 자연스러운 색을 담아내는 천연염색 ‘쪽’금의환향처럼 비단옷은 명예와 부의 상징하는 품격 있는 옷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부인은 명주한복을 만든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깔이 있다. 천연의 색도 있고 인공의 색도 있다. 광전식 분광 광도계라는 기계를 사용해 구분할 수 있는 색의 종류는 약 400만 가지 정도라고 한다. 색깔의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 많은 색 중에서 가장 자연과 닮은 색으로 ‘쪽빛’을 꼽는다. 하늘빛을 닮은 푸른색깔이다.‘쪽빛’은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로 염색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색이다. 산업화에 밀리고, 염색과정이 어려워 이제는 흔히 보기 힘든 색이다. 상주에서 ‘쪽’을 재배하고, ‘쪽염색’을 하는 강소농 부부가 있다. 전광채(57) 대표는 ‘명주이야기’를 운영하고, 부인인 김영미(53) 대표는 ‘함창명주’를 운영하는 비단전문 부부다. ‘명주이야기’ 농장에는 1천㎡의 밭에 ‘쪽’을 재배한다. 그 쪽물로 명주를 염색해 한복을 만들고, 규방공예와 한복자수, 스카프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연간 1억5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36세에 ‘명주’를 만나다.전 대표는 고령이 고향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줄곧 대구에서 살았다. 36살이던 1996년에 상주 함창에 들렀다가 운명처럼 명주(비단)로 만든 ‘수의’를 만났다. ‘명주 수의’는 옷감 중에서는 최고인 명주로 만든 마지막 옷이다. 이승에서 못다한 부귀영화를 저승에서나마 누리게 하는 후손의 마지막 예우로 명주 수의를 선호한다는 말에 공감했다.수의는 맨몸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비단옷을 입고 저세상으로 돌아가는 ‘금의환향’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자수를 전공한 부인과 뜻이 맞아 상주 함창에 눌러 앉았다. 그길로 함창에서 전통수의업을 하는 ‘영광의류제복사’라는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월급도 거의 없는 견습생이었다. IMF시절이라 수의업도 불황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불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던 중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방송에 사연을 보냈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좋다’는 사연과 함창명주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대박이 났다. 방송이 나간 후 전국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주문이 쏟아졌다. 한동안 호황세가 계속됐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사장이 전 대표에게 “사업을 물려받으라”고 권했다. 2000년에 ‘영광의류제복사’를 물려받았다. 20년 째 ‘함창명주와 명주이야기’이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 쪽염색을 하면서 한복과 생활한복, 규방공예품 등을 만들고 있다. ◆6남매 다둥이가족전 대표는 딸 다섯에 아들 하나를 둔 다둥이 아빠다. 여섯자녀를 키우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자녀가 많은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많은 식구가 살다보니, 항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옷은 한번 사면 아래로 물려가면서 입었다. 예쁜 옷은 임자가 없다. 먼저 입는 사람이 임자다. 사정이 이러니 아침마다 옷 쟁탈전이 벌어진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언니는 동생의 과외교사다.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힘은 들지만, 그만큼 가족의 정이 깊어지고 자녀들의 사회성도 늘어난다. 올해 29살의 큰딸은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 20살의 넷째는 올해 부산에 있는 유명대학에 진학했다. 딸 넷은 서울 대전 구미 부산 등 전국에 흩어져 산다. 집에는 부부와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이 함께 생활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이웃에서 저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고 걱정을 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자랐고, 제 몫의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 6남매가 한자리에 모이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를 하고 가족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조금 더 큰집을 지어야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요즘 전 대표는 “제가 이래뵈도 애국자 아닙니까?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으니까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최고의 명품 함창명주전국에서 유명한 명주 주산지는 진주와 공주, 상주 함창 등 3곳이다.‘진주명주’는 현대식 직조기를 이용해 생산하는 22인치 중폭명주다. ‘유구명주’로 알려진 공주명주도 44인치의 광폭명주로 주로 옷을 만들 때 안감으로 사용한다. 반면에 함창명주는 15인치의 소폭명주를 전통방식으로 생산한다. 고급 한복을 만들 때는 주로 함창명주를 이용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돋보인다는 것이 함창명주에 대한 세간의 평이다. 그래서 함창명주는 자수는 물론 금박이나 은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주는 너무나 귀하기 때문에 차광이 되는 장롱 속에다 보관한다. 명주는 세상에서 가장 긴 실이다.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명주실은 한 가닥에 대략 1천300m에 이른다. 1m 남짓한 삼베와 비교하면, 그 길이가 가늠이 된다. 목화로 만든 면은 7cm 정도다. 이렇다보니 명주실은 직조과정에 삼베나 목화처럼 실을 이어붙일 필요가 없다. 긴 섬유를 여러 가닥의 실로 꼬아서 만들기 때문에 이불이나 옷에서 먼지가 발생하지 않고, 민감한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토피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명주옷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주시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생애 최초의 선물로 ‘명주 배냇저고리’를 선물한다. 출산장려시책의 일환이면서 보드라운 아기피부를 생각하는 상주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 쉽고도 힘든 쪽 염색천연염색인 ‘쪽’염색은 쉽고도 어려운 이중성이 있다. 염색의 원료인 쪽은 재배가 쉽다. 3월에 파종을 하고, 4월에 밭에다 옮겨 심는다. 가장 더운 7월에 첫 수확을 하여 3번까지 수확한다. 수확한 쪽을 3일 동안 물에 넣고 불리면 염료성분이 녹아난다. 여기에 공기와 석회를 넣어서 흡착을 시키면 진흙처럼 된다. 이걸 ‘니람(앙금)’이라고 하는데 쪽면염의 원료다. 문제는 염색과정이다. 니람을 물로 희석하고 7일 정도의 환원과정을 거친다. 쪽물 속에 남아 있는 용존산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완전한 환원이 일어나면, 명주 천을 넣고 원하는 색깔이 나올 때까지 3~4회 정도 염색을 반복하고 다시 산화발색을 시킨다. 마지막으로 물로 세척해 알카리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견뢰도(염색물의 빛깔이 외부의 여러 조건에 대해 견디는 저항성)가 높아져 탈색이 되지 않는다. 쪽염색이 어렵다는 것은 니람의 환원과 산화발색 과정이 까다로워 원하는 색깔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 2월은 전화위복의 달요즘은 명주한복이 인기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5~60대가 주요 고객이다. 주로 자녀의 결혼과 관련한 상견례와 결혼예복으로 많이 입는다. 상견례에는 생활한복을, 결혼식에는 전통한복을 입는다. 결혼식이 많은 봄과 가을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윤달이 되면 수의를 장만해 두려는 가정이 늘어나 호황을 이룬다. 그러나 음력2월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월은 바람달이라고 한다. 2월에 결혼을 하면 그 바람 때문에 결혼생활에 파탄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2월 결혼은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5년 전쯤 어느 해 2월에는 보름 동안 손님이 단 한명도 없었던 적이 있었다. 전 대표는 그때 “이렇게 해서 먹고 살기나 하겠는가?” 하는 고민을 하다가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쪽 농사를 시작했다. 농촌기술센터와 기술원에서 많은 교육도 받았다. 그 교육이 사업에도 도움이 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원단과 수의 판매로 시작해 이제는 천염염색과 원단가공, 생활한복까지 사업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두 가지의 꿈전 대표의 꿈은 두 가지다. 쪽 염색에 전념해 천연염색의 명인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염색기술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6남매 중에서 어느 하나에게 전수시켜 쪽 염색의 명문가로 대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큰딸이 뒤를 잇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꿈은 조금 유별스럽다. 지역풍물단에서 상쇠를 하는 전 대표는 동부민요를 배워 상주지역의 문화유산과 연계시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동부민요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동쪽인 경상도와 강원도, 함경도 지방에서 부르는 민요를 말한다.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 선생으로부터 동부민요를 전수받은 김범영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전 대표를 비롯한 20명의 회원들이 매주 1회씩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김 범영 전수자는 2015년 대한민국 동부민요전국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소리꾼이다. 전 대표도 지금은 각종 지역문화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소리꾼이됐다. 고객들 앞에서도 민요를 자주 부른다. 염색이든 민요든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노력하는 전대표의 열정을 볼 때 그 꿈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장명: 명주이야기▲농장주: 전광채. 김영미 (2014 강소농)▲구입문의: 010-7245-4064, 054-541-7777▲홈페이지: http://www.silkro.co.kr/▲소재지: 상주시 함창읍 무운로 1633(명주테마파크 내)▲이메일: omegajun7@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34)-안동 태무지 농원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꾸러미사업으로 억대 강소농 꿈꿔농산물 꾸러미는 변화된 소비문화인 구독경제80세 이전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농부로컬푸드매장 운영으로 이웃과 수익을 나누고 싶어 -------------------------------------------------------------------------------------- 지금까지 시장경제 체제의 경제개념은 소유경제였다. 최근 들어 이러한 개념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넘어가고, 또다시 ‘구독경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 자리 잡기 시작한 구독경제는 어떤 것을 얼마나 소유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찾아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신청하면, 정기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산물 꾸러미사업이 대표 구독상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정기적으로 꾸러미 상품을 배송해 준다. 꾸러미가 바로 ‘농업의 구독경제’다. 농산물 꾸러미사업으로 억대 농부를 꿈꾸는 강소농이 있다. 안동시 서후면 ‘태무지농원’의 정영자(64) 대표와 남편 김광호(70)씨가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10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 1만2천 여㎡의 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7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억대 농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 생명의 땅 ‘태무지’‘태무지농원’이 있는 곳은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다. 이름이 특별하다. ‘태무지’는 태장리의 우리말이다. 예전부터 왕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태’를 정갈한 곳에 묻고 정성스럽게 관리했다.전국에 태봉과 태실이란 지명이 많이 있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생명의 신비함과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태무지’는 생명의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는 생명의 땅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장 이름을 ‘태무지 농장’으로 정했다. ◆ 왜 꾸러미 농사인가?정 대표 부부는 서울에서 30년 동안 광고업을 하다가 고향으로 귀농한 강소농이다.잘나가는 광고사업으로 한때 ‘서울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경쟁이 치열한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을 결정했다. 귀농 후 정 대표가 처음 꾸러미사업을 계획할 때, 남편과 함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일손만 많이 가고, 푼돈만 들어온다”며 말렸다. 그러나 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농촌의 수익구조는 봄부터 여름까지 농작물을 애써 가꾸고, 가을에 가서야 수확을 해 수입이 생기는 구조였다.그러다 보니 종자와 비료, 농약 등 각종 농자재를 외상으로 가져다 쓰고, 가을에 갚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을에 목돈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외상값을 갚고 나면 농민들의 주머니는 또다시 텅 비어버린다. 연중 부채를 안고 사는 구조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연중 소득이 발생하는 농업을 연구한 끝에 수시로 현금이 들어오는 ‘꾸러미 농업’을 선택했다. 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매월 꾸준하게 수입이 발생했다. ‘매달 월급처럼 수입이 생기는 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실현됐다. ‘꾸러미’는 유정란을 기본으로 계절별로 나오는 제철농산물로 구성한다. 봄에는 봄나물 중심, 여름에는 상추와 다양한 쌈 채소 및 과채류가 주를 이룬다. 가을에는 배추를 비롯한 풍성한 가을철 먹거리들과 겨울에는 저장 먹거리들로 꾸러미를 싼다. 된장과 간장을 보낼 때도 있다. ‘태무지 농장’에서는 50여 명의 정기회원을 비롯한 고객들에게 매월 2백여 개 이상의 꾸러미를 배송한다. 매주 수요일에 배송하는 꾸러미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0~12가지의 농산물로 구성한다. 가격은 3만3천 원을 받는다. ◆백화점 농장태무지농원은 백화점 같은 농장이다. 40㎡ 남짓한 비닐하우스에는 진한 녹색의 청경채와 치커리 같은 채소들이 12가지 종류나 자라고 있다. 소량다품종 재배를 하기 때문이다. 꾸러미의 특성상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보내다 보니 종류도 많고, 수시로 내용물이 바뀐다. 무와 배추는 기본이고, 들깨, 상추, 근대, 청경채, 대파, 오이, 양배추, 쑥갓, 아욱, 고추 등 무려 72가지나 된다. 이와 함께 스피아민트와, 로즈메리, 초콜릿 민트, 라벤더 같은 허브와 향신료도 키운다. 이렇다 보니 만물백화점이란 소리를 듣는다. ◆억척 농사꾼으로 변신남편 김광호(70)씨는 농촌 출신이지만, 10년 전 정 대표의 권유로 귀농을 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는 전혀 모르는 ‘농맹’이었다. 당초 ‘귀농’에 대해 논의할 때 김 씨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농사일의 어려움을 모르는 아내에 대한 못 미더운 마음과 서울에서 살다가 ‘금의환향’이 아니라, 실패자의 모습으로 귀향했다는 고향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남편 김 씨도 결국 수긍했다. 김씨가 먼저 내려와 귀농준비를 하고, 1년 후에 정 대표가 합류했다. 이제 귀농 10년 차가 되면서 부부는 억척 농사꾼으로 변했다. 1만2천 여㎡의 농지에 72종의 농작물을 조그마한 관리기 한 대로 해결한다. ◆친환경 농업 원칙태무지농원의 모든 농산물은 친환경 재배를 철저한 원칙으로 한다. 10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스스로 정한 원칙이다. 아직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생각은 좋지만,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물론 농약에 대한 유혹도 많이 받았다. 연한 새싹에 진딧물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이웃에서는 “농약 한 번만 치면 깨끗해진다”고 권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사에 대한 부부의 생각은 확고하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직접 제조한 친환경 제재를 사용한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부부가 의견대립을 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농사’, 남편은 ‘관행농법’을 주장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정 대표는 “생산량이 적고,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딱 5년만 친환경 재배를 해보고, 정 안 되면 관행농법으로 전환하자”고 했다. 팽팽한 의견대립의 결과는 정 대표의 승리였지만, 이제는 남편이 더 열렬한 ‘친환경 재배 주의자’로 변했다.농장에 사용할 퇴비나 영양제 친환경 약제는 모두 남편이 직접 만든다. 농장에서 나오는 작물의 부산물은 모두 땅으로 돌려주고, 퇴비는 완전히 발효시켜 땅에 뿌린다. 친환경 약제는 주로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을 활용해 만든다. 천연의 독성물질을 이용한 은행잎과 열매, 할미꽃, 자리공 등으로 친환경 약제를 만들고 마늘과 생강을 발효시켜 영양제로 활용한다. 농장 주변에 코스모스와 메리골드, 제충국 같은 꽃을 심는 것도 친환경농법 중의 하나다. 특유의 냄새를 활용한 일종의 기피제다. 농장의 경관도 조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무농약 인증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농산물을 생산·판매한다는 것에 대한 정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29가지 농산물에 대한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나머지도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무농약이다. 꾸러미를 이용하는 주 고객은 30~40대의 직장맘과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직장과 육아로 장보기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주부의 마음에서다. 그래서 항상 고객들에게 “안동 양반 정신과 농부의 정직함을 믿어 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꿈정 대표는 꿈이 있다. 70세까지 공부를 하고, 80세까지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다. 바쁜 중에도 짬을 내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재학 중이다. 농학과를 졸업하면 심리 상담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80세가 되기 전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의 삶과 농사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이다. 결코 쉬워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농장 앞마당에 설치된 로컬푸드 매장에서 안동의 농업인들과 마을 주민들의 농산물을 함께 판매해 이익을 주민들과 나눌 계획이다. 그래서 매장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것이 자신과 가족들을 감싸 안아준 이웃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안동시 강소농연구회 회장을 맡아서 활동 중이다. ▲농장명: 태무지농원▲농장주: 정영자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9289-2402▲블로그: https://blog.naver.com/semy2321▲소재지: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55-7▲이메일: semy2321@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