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열단

소설 의열단정만진 지음/국토/287쪽/1만5천 원이 장편소설은 192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 투쟁 단체 의열단의 창립 과정과 독립운동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이다.대한광복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광복회는 191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 결사체였다. 친일파를 처단하고, 군자금을 모아 중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던 광복회가 끝내 일제에 의해 해체된 뒤 김원봉, 이종암, 김대지, 황상규, 윤세주, 장건상 등 많은 애국청년들은 그 정신과 방략을 이어받아 의열단을 창립했다.1919년 11월10일 이래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종로경찰서, 부산경찰서, 밀양경찰서, 동경 일본왕궁 등 일제 기관에 폭탄을 던지고 일본군 육군대장 등 고관들과 친일파들을 살상했다. 이 소설은 의열단의 눈부신 활동을 세세히 소개한다.뿐만 아니라 의열단의 창단에 큰 영향을 미친 광복회의 활동과 1919년 독립만세운동도 독자들에게 해설해준다. 그 당시 독립운동의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의열단의 활동에 감동을 받아 일본 육군대장을 처단한 조명하 지사 등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도 소개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지난 15년 간 대구시민이 사랑한 책은

대구중앙도서관 전경. 중앙도서관은 8월10일 개관 100년을 맞는다.지난 15년 동안 대구시민이 가장 사랑한 책은 무엇일까.2004년부터 최근까지 대구대표도서관인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 목록을 살펴본 결과 최다 대출 도서는 2005년 출판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다.문학수첩에서 출판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영국 소설로 지금까지 총 1천377회 대출이 이뤄졌다. 2009년에는 국내에서도 영화로 개봉되면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두번째로 대출 횟수가 많은 책은 2008년 출판된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모두 729회 대출이 이뤄졌다.이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가 717회, 츠지 히토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Blu’ 716회, 로버트 치알디니의 자기계발서 ‘설득의 심리학’이 671회로 뒤를 이었다.상위 5위권 내 대출 도서로 ‘설득의 심리학’을 제외한 1~4위 책이 순수문학(소설)에 집중됐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입소문이 난 책에 대한 관심이 대출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는 순수문학보다 자기계발서나 힐링, 인문학 서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다만 지난 15년 간 상위 대출도서는 주로 베스트셀러로 입소문이 난 도서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했다.한편 중앙도서관은 오는 10일 개관 100년을 맞아 대구시민이 사랑한 책 도서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2019 현진건 학술세미나 오는 21일 열려

현진건문학상운영위원회와 대구문인협회는 2019년 현진건 학술세미나를 오는 21일 대구문학관 4층 세미나실에서 연다.빙허 현진건은 소설 '운수좋은 날'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의 작가로 대구에서 출생하고 자란 한국현대소설의 개척자다. ‘다시 읽는 현진건’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현진건 문학과 대구지역의 관계를 고찰해 각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발표는 양진오(대구대교수), 오철환(소설가), 박상준(포스텍 교수) 남상권 문학박사가 맡는다.박상준양진오양진오 교수는 ‘식민지의 유령을 이야기하는 현진건 문학’ 제하의 논문을 통해 식민지 사회 바깥으로 추방된 이름없는 유령들을 소환하기 위해 현진건의 작품은 비선형적 구성과 분열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오철환 작가는 ‘현진건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비교 고찰’ 논문을 통해 현진건의 작품들이 개인과 역사를 문학적으로 수용한 면모를 살핀다. 박상준 교수는 ‘현진건 소설 다시 읽기’ 논문을 통해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1920년대 후반기 현진건 소설을 검토하면서 ‘문인-언론인’으로서 치열했던 그의 삶이 문학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분석한다.오철환남상권남상권 박사는 ‘현진건의 문학적 후견인과 개인적 재능’ 제하의 논문으로 작가의 문학적 성과가 그의 인척 혹은 당대 지식인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힌다.지정 토론자로 김가경(소설가), 권이항(소설가), 이화정(소설가), 김동혁(소설가) 등 작가들이 참여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소설 천로역정 영화로 개봉

천로역정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소설이자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많이 읽힌 소설 ‘천로역정’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져 13일 주요 극장에서 개봉했다.영국 작가 존 번연의 작품으로 1678년 처음 발행된 천로역정은 영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지금까지 전세계 200개 언어로 번역돼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기독교 문학의 고전이다. 또 링컨이 가장 사랑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천로역정은 그동안 만화, 뮤지컬, 실사영화 등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죄악으로 점철된 멸망 도시가 불바다로 변한다는 것과 천국도시가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고 가족과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천국도시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여행 중에 ‘율법 언덕’ ‘세속의 숲’ ‘절망의 성’ ‘허영 시장’ ‘죽음의 골짜기’ 등 수많은 유혹과 고난을 겪게 되는데, 영화는 CGI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소설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선사한다.영화는 CBS가 단독 수입해 배급하며, 자막판과 더빙판 등 2개의 버전이 동시에 개봉한다. 더빙판의 경우 CBS 프로그램 ‘어른 성경학교’의 출연진 주영훈과 김효진 등이 참여했다.문의: 053-426-8001.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김세라 지음/보아스/328쪽/1만5천 원 많은 사람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한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다. 결핍, 집착, 열등감, 성장통, 실연의 고통, 상실감, 성공 뒤에 오는 허무함, 고독, 대중의 폭력, 이념의 덫, 애증, 욕망, 후회, 자존감 상실, 편견, 희망 없음 등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이 책은 28편의 외국 소설과 12편의 국내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어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임형빈은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좌절감으로 사랑하는 윤주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청소년으로 그의 눈에는 속물로 비치는 기성세대와 세상에 섞일 수 없어 방황한다. ‘레디메이드 인생’의 주인공 P는 학력은 높으나 일자리는 적고 배운 사람은 많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잉여인간이 되어 궁핍하게 살아간다.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유일한 친구의 자살로 평생을 상실감으로 고통받고, 그 친구의 연인인 나오코는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년 후 꽃다운 나이에 자살한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싱어는 주위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어주는 구원자이자 안식처이지만 자신이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병으로 죽자 외로움에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등대로’의 램지 부인은 남편과 지인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지만 그런 삶으로 인해 정작 자신의 소망은 이루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산다.이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상처는 나 또는 내 주변 사람들의 상처와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러나 소설은 한편으로 그 상처들을 어떻게 보듬으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며,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결국 그것을 치유하게 하는 것도 사람임을 알려준다. ‘도둑일기’의 삼형제 한수, 중수, 성수는 서로 매우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거울삼고 협심해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에 우뚝 선다. ‘사막을 건너는 법’의 주인공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현실에 복귀해 전쟁의 후유증을 겪지만 전쟁의 경험을 통해 베트남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노인의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한다.‘자기 앞의 생’의 비송거리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처지에 분노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으며 서로 나누고 배려함으로써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간다. ‘인간의 대지’의 주인공 그는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자신이 죽으면 슬퍼할 가족, 동료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걷고 또 걸어서 죽음의 사선에서 살아 나온다.우리가 받는 상처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존재 이유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비록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지만 그것을 치유하게 하는 것도 바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상처를 마주하고, 어떻게 치유해갈 수 있을지 그 방법들을 읽게 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김은상 지음/멘토프레스/115쪽/1만1천800원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델마는 저자와 함께 살았던 실재 고양이다. 이 책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양이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쓰인 작품이다.델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지금은 반려묘 루이스, 브래드, 두두, 삐삐 등 네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결국 ‘델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저자로 하여금 사랑과 욕망에 대한 본질을 탐구케 했으며 이처럼 실재를 뛰어넘는 문학작품을 낳게 했다. 작가에게 고양이는 사랑의 숙주였다.저자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한 편의 시 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글은 단편적으로는 사랑가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가 또 그것들을 병렬시키면 소설이 되는,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성을 발휘한다.이 소설은 ‘시로 쓴 시소설’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환상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판타지소설이다. 또 어디선가 잃어버린 상상의 세계를 다시 열어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로야

로야다이앤 리 지음/나무옆의자/288쪽/1만3천 원 ‘엄마와 딸’ 애증의 관계다. 이 소설에서도 서사의 상당 부분을 화자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 엄마와의 관계에 할애한다.저자는 엄마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말하지 못하는 자’이고 엄마는 늘 ‘듣지 못하는 자’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관계는 자주 실망과 염증을 낳고 지친 마음은 자발적 후퇴에서 관계의 철수까지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막힌 숨구멍을 틔우기 위해 엄마에 대한 미련을 보내는 듯싶다가 난데없이 도착한 엄마의 메시지로 인해 보낸 미련을 다시 주워 담는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곁에 끈질기게 존재한다.원 가족인 엄마 아빠는 신체적 질환 속에서 더 생생히 떠오르는 상처의 근원지다, 특히 엄마는 현재 시점에서 화자가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존재다. 이 소설은 화자 겸 주인공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으면서 해묵은 마음의 상처와 대면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사고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외상이 없으니 회복도 신속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 않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나’는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은 것이 자신의 취약 부분, 바로 부모와의 관계임을 더딘 회복 과정에서 깨닫는다.중년에 접어든 ‘나’와 남편은 각자의 고국을 떠나온 지 스무 해가 넘었으며 이들의 나고 자란 가족은 모두 고국에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성인이 된 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 왔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밑바닥에 떨어지자 위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아직도 질기게 연결된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를 경험한다. 교통사고가 ‘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한 동시에 의식적으로 지워온 겁에 질린 어린아이를 만나게 해준 셈이다. ‘나’의 회복은 이 아이와의 대면에서부터 시작된다.지난 세월 동안 ‘나’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를 이해하는 것에 온 힘을 써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안 했다. 심지어 자신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고 자신이 자라는 방식이었다. 폭력 가해자였던 아빠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나’의 원 가족 삶 속에 있고, 엄마는 죽은 아빠를 거듭 끄집어내며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나’는 폭력 피해자인 엄마는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었지만, 자신이 밑바닥에 있을 때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퍼붓는 엄마를 보며 지금껏 믿어왔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1부와 2부로 나눠 13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화자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며 그 내적, 외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린다.한편 이 책은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대구에서 태어난 리는 경북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대학교, 서울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20대 후반 캐나다로 이주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최초의 한글소설=허균 홍길동전 아니다… ‘국문과’ 멘붕상태

사진=네이버 지식백과 한글 홍길동전은 허균이 아닌 18세기 후반에 알 수 없는 어떤 작가가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400년 전쯤 조선시대 중기 문신이 남긴 문집에서 한문 홍길동전을 발견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이 전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한문 홍길동전의 이름은 '노혁전(盧革傳)'으로 노혁전의 작자는 지소(芝所) 황일호(1588∼1641)로, 이 작품은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 수록돼있다. 지소선생문집은 황일호의 후손이 1937년 간행했다.노혁전은 황일호가 전주 판관으로 일하던 1626년에 전라감사 종사관 임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전 교수는 한글 홍길동전에 대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한글 홍길동전은 세상에 전하는 홍길동 이야기를 바탕으로 1800년 무렵 알 수 없는 어떤 작가가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통념을 반박했다.또한 "한글소설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사상이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다"며 허균이 썼다는 홍길동전과 현대인이 읽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online@idaegu.com

미주통신

마가렛 미첼을 만나다 이현숙재미수필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가렛 미첼이 쓴 소설로 미국의 남북 전쟁과 전·후의 재건 시대를 그려낸 대작이다. 스칼렛과 래트, 멜라니와 애슐리가 표현하는 각기 다른 사랑을 전쟁과 연결해 절묘하게 풀어냈다.책에는 남부 특유의 전통에 반발하는 한 여성이 독립된 존재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절망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불굴의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필자는 중학생시절 이 책을 감명있게 읽었다.최근 미국의 동부지역인 조지아 주 존스보로의 ‘타라로 가는 길(Road to Tara) 박물관’에 다녀왔다. 박물관에는 가장 먼저 마가렛 미첼의 초상화가 눈길을 끌었다. 강렬한 눈빛과 단정한 자태가 작품 속의 두 여주인공, 스칼렛과 멜라니를 합친 분위기이다. 그녀의 젊은 시절 미모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책상 위에는 명작을 탄생시킨 타자기도 전시돼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한다. 만지고 싶지만, 손을 댈 수가 없다.그녀의 남편은 다리를 다친 아내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다가 나중에 타자기를 내밀었다. 따분한 과학 서적을 빼고는 더 읽을 책이 없으니 차라리 당신이 책을 쓰라며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미첼 여사는 어릴 적부터 메모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전했다. 평소 문학뿐 아니라 당시 인물의 전기 등 많은 양의 책을 읽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들은 옛 남부의 역사와 남북전쟁을 기초해 소설을 쓰기로 했다. 10년 동안의 조사와 집필 끝에 1천 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완성된다. 책 속에는 당시 시대와 인물들, 옷에서부터 예의범절에 이르기까지 남부 사람들의 전통이 배경이 됐다.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당시 무명 작가의 소설이라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자 맥밀런 출판사 편집장에게 한 번만 읽어 달라며 세 번의 전보를 연이어 보낸 집념의 여인이다. 마차를 끌고 남군과 북군 사이를 헤치며 타라로 돌아가는 소설 속의 여주인공, 스칼렛이 바로 그녀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진열된 세계 각국의 번역본 중에 한국어로 된 것이 자석처럼 눈을 잡아끌었다. 나라에 따라 표지의 디자인과 스칼렛의 모습이 다르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1939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빅터 플레밍이 감독하고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주연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칼렛 오하라는 예쁜 편은 아니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에 비해 영화 속의 비비안 리는 초록색 눈을 반짝이며 아름답다.야만스러울 만큼 붉은 땅이라고 했던 타라의 집 모형이 있다. 각국의 영화 포스터가 진열돼 있고, 출연진들의 사진과 인형들이 실제 크기부터 미니어처까지 박물관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개미허리를 돋보이게 할 때 입었던 판탈렛과 커튼을 뜯어 만든 녹색 벨벳 드레스를 비롯해 많은 의상이 전시됐다. 인종차별을 한다며 미첼 여사를 구설에 오르게 한 흑인 노예 매미(번역본에서는 할멈이나 유모로 나옴)에 관한 스토리가 한 코너를 장식했다.미첼 여사는 자신의 재산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2차 대전에 적십자 간호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그녀가 낸 돈으로 군함 두 척을 만들었다. 진수식 때 찍은 사진을 보니 남자들 사이에 파묻힌 작은 여인, 그러나 활짝 편 어깨가 그들을 당당히 누르고 있다. 무명으로 흑인 의대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했다. 초상화에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보면 적십자 핀이 꽂혀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말 없는 메시지를 아직도 전하고 있다.그녀는 박물관 인근 오클랜드 묘지에 남편과 함께 잠들어 있다.아쉬움을 남기며 박물관을 나왔다. 눈에 담은 것이 많아서 잠시 그 앞에 놓인 작은 벤치에 앉았다. 꽃가지를 흔드는 봄바람에 마음을 식히는데 바로 옆에 기차역이 보인다. 여기에서 기차를 타면 타라까지 갈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그녀의 표현대로 붉은 들과 싹트는 푸른 목화 그리고 상쾌한 황혼을 만날 수 있을까.‘모든 것은 내일 타라에서 생각하기로 하자.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뜰 테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마가렛 미첼. 시련이 밀려와도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강인한 여성을 만났다. 내일, 소중한 내일을 이곳에서 얻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