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또 다른 세상 속으로

어떤 세상으로 나를 데리고 갈까. 소설 책을 잡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우리 가까이에서 한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10대 시절과 직장, 가정 등을 주제로 저자들은 다양하게 풀어냈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 위선을 고발하기도 하고 빗나간 모정과 집착이 낳은 비극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6만 시간박현숙 지음/특별한서재/240쪽/1만2천300원‘6만 시간’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과 얽혀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마치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13살부터 19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 바로 ‘6만 시간’이다. 저자는 10대의 ‘6만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소설 곳곳에 보물찾기를 하듯 에피소드들을 이곳저곳에 숨겨 놓았다.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형성되고 자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10대 시절, 가족과 친구 관계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상히 보여준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영준’이에게도 치명적인 결핍이 존재했다. 그로 인해 영준이는 삐뚤어진 관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늘 왜 맞아야 하는지 따지지도 못하고 때리면 그냥 맞기만 하던 ‘서일’이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치킨집 아르바이트생 ‘짱구 형’. 등장인물들 간의 긴밀한 대화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6만 시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저자는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는 영어 선생님의 말을 기어코 믿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고 아프고 숨통을 조이는 시절을 절대 그리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살아 보니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문득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한 번 지나간 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움과 원망만을 끌어안고 사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후회로 남는다고 했다. ◆로메리고 주식회사최영 지음/광화문글방/312쪽/1만3천 원이 책은 오랜 사법시험 공부에서 실패하고 손해사정 법인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주인공이 잇달아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진실의 상대성과 인간의 동물적 이기심을 다룬다.제목은 주인공이 다니는 손해사정 법인 이름이다. 입사 초반 주인공은 공원 자전거 사고를 조사하다 목격자 중 한 명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이 목격자가 맞은편 오피스텔을 향해 기마 자세를 취하자 유리창이 깨지면서 사람이 다친 것이다.그러나 이 장면이 의도적인 ‘테러’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확신할 수 없다. 테러라면 초능력인 ‘장풍’을 사용한 것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공교롭게도 피해자는 신원을 숨기고 활동한 국가정보원 직원이다. 언론에서는 갖가지 추측과 억측이 나오고, 결국 북한 최신 무기에 의한 테러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사고가 난 오피스텔에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산다. 3년간 사귀었지만, 여자친구는 권태를 느끼는 듯 주인공에게 애정이나 관심을 거의 주지 않는다. 여자친구 집을 드나들다 '장풍'을 사용할지도 모르는 목격자와 자주 마주치게 된 주인공은 오피스텔 테러와 공원 자전거 사고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모두 이 목격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다.이런 증거들을 근거로 주인공은 목격자를 ‘장풍 테러범’으로 확신하고 다그친다. 목격자는 정체가 밝혀지자 여자친구를 해치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지난번 테러는 ‘미필적 고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작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 위선을 고발하고 진실의 상대성을 탐구한다. 순수문학이지만 작가는 '장풍'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등장시켜 고전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한다.이야기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다 하나의 출구에서 합쳐진다.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기이하고 해괴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작가는 이러한 초현실적인 요소에 집중시키면서 인간의 이기심뿐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문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져 온 ‘사적 제재’ 문제까지도 정면에서 다룬다. ◆너도 곧 쉬게 될 거야비프케 로렌츠 지음/고요한숨/472쪽/1만4천 원심리 묘사에 집중한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다. 독일에서 인기 작가로 부상한 여성 스릴러 저자는 빗나간 모정과 집착이 낳은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이 소설은 출산을 앞두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리던 레나와 다니엘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레나는 커다란 고통과 죄책감, 외로움 속에서 딸 엠마를 출산한다. 육아에 지친 레나가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누군가 집에 침입해 엠마를 납치한다. 납치범이 경고장에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말하면 네 딸은 죽어”라고 적혀있다.레나는 납치범이 딸을 해칠까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 혼자 엠마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납치범의 자취에 접근할 때마다 점점 더 강도가 거세어지는 경고와 함께 딸의 사진이 날아들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죽거나 혹은 사라진다. 마침내 레나가 찾아낸 단서는 모든 죽음들을 연결하는 섬뜩한 수수께끼로 이어진다.저자 비프케 로렌츠는 엇나간 모정과 집착이 낳은 비극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익숙한 일상 속의 균열을 잘 포착하고 있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공유한다.소설은 평범한 인물이 등장하기에 더욱 섬뜩하다.자기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레나에게만 전가하는 슈스터 부부, 재산에 대한 탐욕 때문에 딸을 방기하는 레베카, 레베카의 과오를 알면서도 마음이 약해 입을 다묾으로써 공모자가 되는 마르틴, 어른들의 사정 속에서 피폐해지는 다니엘의 딸 조시 등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철저한 악인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들고 ‘꼬인’ 사람들이다.저자는 “칼을 든 연쇄살인범보다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스릴러에서는 더 매력적인 소재다”며 “정말 무서운 것은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인 우리 내면의 꿈틀거림이다”고 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소설,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책의 큰 장점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이번에 소개하는 3권의 소설은 모두 미국, 중국, 일본인 저자의 생각과 세상 속으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베트남계 미국 이민자로 미국인이 되기 위해 처절했던 삶의 순간부터 주변에 있을 법한 도쿄의 작은 선술집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또 다른 감정이입을 자아낸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오션 브엉 지음/시공사/360쪽/1만4천800원이 책은 베트남계 이민자인 저자가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퀴어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폭력의 시대를 관통해온 가족사와 그 속에서 짧게 꽃피는 희망의 순간들을 먹먹하도록 아름다운 문장을 그려냈다.28세의 화자인 ‘나’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계 이민자인 ‘나’는 아직 살아 계신 엄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고 어머니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나는 가닿을 수 없는 편지를 썼다 지우면 혼잣말과 내밀한 고백 사이를 오간다.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잠깐 돌아오는 현명함으로 어린 손자에게만 열어 보인 특별한 삶의 단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던 어머니와의 거칠지만 애정 어린 유년기의 기억들, 그리고 어머니는 알지 못하는 소년 트레버와 함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등장한다.이름도 없이 ‘일곱째’라고만 불리던 할머니가 나이가 세 배나 많은 남자에게 시집갔다가 도망쳐 전쟁통의 베트남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성노동자로 일하며 딸아이를 키우고, 그 딸이 자라서 열일곱 무렵 ‘나’를 낳았다. 내가 두 살 때 가족은 미국으로 넘어오고,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가족의 통역사로 성장한다. 가난한 베트남계 이민자로 또래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 나는 열네 살에 담배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농장주의 손자 트레버와 친해진다.복잡한 삶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잊게 해주는 존재를 만난 나는 열일곱 살 때 엄마에게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가족을 떠날 각오를 하지만 엄마는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몇 년 뒤 맨해튼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트레버가 2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몇 달 뒤 할머니의 죽음을 겪는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트레버와 나, 모두가 감내해낸 이 고난스러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표현할 수 없던 생각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쓰기 시작한다. ◆은하식당의 밤사다 마사시 지음/토마토출판사/376쪽/1만3천800원동네 작은 술집 ‘은하식당’은 동네의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도쿄 변두리 요쓰기 일번가 한복판에 자리한 이곳은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이라서 식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술에 안주는 기본이고 가게의 분위기이며 예순 살 안팎으로 보이는 쥔장의 고상하고 품위 있는 언행까지 모든 게 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은하식당의 단골들은 저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은하식당에 모여든다.이 소설은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이다. 모두 은하식당을 찾은 단골손님들의 전해주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가쓰시카 경찰서 소속 경찰관 헤로시가 전하는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에서는 혼자 조용히 외롭게 살다 숨을 거둔 할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을 칠십 년 동안 기다리며 살아온 이야기다.우체국집 아들 후토시가 전하는 ‘매달 배달되는 돈 봉투’에서는 초등학교 근처 오래된 큰집에 살며 아이들에게 무서운 할머니 ‘가리바’라는 별명을 가진 시노 씨에게 7년 동안 매달 돈 봉투를 배달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담았다.경금속 가공 회사에 일하는 겐타로가 전하는 ‘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에서는 지독하게 운도 없고 재주도 없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가 파란만장하게 전해진다.보험회사 여직원 게이코가 전하는 ‘서투른 사랑’에서는 우연한 기회에 위기에서 구해준 어린 연인과 연이 닿아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고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그렸다.‘요괴 고양이 삐이’는 재즈 찻집을 하는 가스오에게 죽기 전에 꼭 듣고 싶은 재즈 음반이 있다며 치요 씨가 찾아온다. 이천 장이 넘는 SP판 중에서 치요 씨의 오빠가 생전에 들었던 곡을 찾을 수 있을까. 치요 씨의 집에 사는 고양이의 비밀은 무엇일까.‘첼로 켜는 술고래’에서는 ‘은하 식당’의 수수께끼 마스터의 사연이 소개된다. 더불어 안주인인 ‘어머니’라 불리는 여인에 대해서도 정체가 밝혀진다. ◆암시한사오궁 지음/책과이음/520쪽/1만8천 원“언어 따위가 일찍이 다다른 적 없는 곳에도 삶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같은 진짜 삶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언어 밖의 이미지에 관한 책이다.1부는 서로 다른 장면, 표정, 얼굴, 복장, 의식 및 기타 사물에 숨은 정보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꼬집는다. 그리고 난 후 저자는 독자와 함께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의 개인적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냉철하게 탐색한다.예를 들어 2부에서는 이미지가 우리 기억, 감정, 느낌, 개성, 그리고 우리의 운명에 어떻게 간섭하는지 고찰하고, 3부에서는 이미지가 사회와 경제, 정치, 교육, 문명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탐색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언어와 이미지가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과 함께 그 안에서 현대사회가 당면한 지적 위기를 희화적으로 짚어낸다.기억 속 이미지는 과거의 시간에 갇혀 아무 말 없이 움츠리고 있지만 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우리 삶에 특징적인 부호와 표지로서 자리매김한 채 우리의 기억과 감각, 감정과 성격, 그리고 운명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이다.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무수한 언어 밖 사물이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폭력과 도시화, 그리고 문명 발전에 끊임없이 개입해 힘을 발휘한다. 장면, 표정, 얼굴, 복장, 의식 등 갖가지 익숙한 사물과 개념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재평가는 어느 순간 우리를 이방인처럼 낯설게 만들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게 만들기도 한다.암시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미의 침투 현상이자, 감각기관의 사전 검증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대수롭지 않은 암시를 무시하고 만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이자 은폐다.낯섦에 익숙한 현대인은 온 힘을 다해 익숙했던 사물이 주는 암시를 외면한다. 이 책은 그렇게 지나가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연극, 옥상 위의 데미안,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 옥상에서

연극 ‘옥상 위의 데미안’이 17일부터 21일까지 오후 7시30분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 옥상에서 진행된다.이번 연극은 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인 이다솜이 헤르만 헤세의 고전소설 ‘데미안’을 재해석한 연극 ‘옥상 위의 데미안’을 건물 7층 옥상에서 새롭게 연출해 선보이는 것이다.소설 속 소년 ‘싱클레어’가 신비로운 전학생 ‘데미안’을 멘토로 삼아 펼쳐지는 험난하고 고독한 인생길을 살아내는 긴 일대기를 압축해 모험 길의 끝에서 감당할 수 없는 위대한 과제를 부여받고 도망치려는 순간 옥상 위의 데미안을 만난다는 새로운 설정을 부여해 원작을 재창작했다.이번 연극은 대구시, 커뮤니티와 경제에서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인 ‘소셜 드리머즈 스타트업’사업 선정작으로, 이다솜 연출가는 지역의 젊고 활력있는 청년 배우들과 함께 신선한 연출력과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또 무대디자이너 김선경이 소설 속 집과 악몽 속 세계를 옥상 공간으로 구성하고, 대구문화재단 4기 청년예술가(시각)로 선정된 신준민 작가와의 협업으로 연극 ‘옥상위의 데미안’ 작품의 중요한 상징인 ‘황금빛 매’, 주인공 ‘싱클레어’의 ‘새’ 상징의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구성했다.이 연출가는 올해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갤러리 건물 ‘옥상’을 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하늘이 탁 트인 옥상이 연극 ‘옥상 위의 데미안’의 중요한 상징인 ‘황금빛 매’가 알을 깨고 용맹하게 날아오를 것 같은 상상력을 자극해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또한 관객들은 사방에 펼쳐진 극의 세계들을 배우와 함께 거닐며, 관객이 함께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통해 옥상이라는 탁 트인 전경이 있는 무대에서 배우, 제작진, 관객이 어우러지는 연출을 준비했다.전석 1만 원. 문의: 010-7706-6602.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김진영 지음/메멘토/304쪽/1만6천500원이 책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철학자 김진영(1952~2018)의 세계문학 강의록이다. 2010년 10회에 걸쳐 ‘전복적 소설 읽기: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라는 제목으로 10회에 걸쳐 진행한 강의를 정리했다.저자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카뮈의 ‘이방인’,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 볼라뇨의 ‘칠레의 밤’ 여덟 작품을 통해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라는 키워드를 다룬다.김진영에게 소설 읽기는 ‘숨으려고 하는 글을 끝까지 세상의 제단 위에 올리려고 하는 동시에 그것을 세상으로부터 구원해 내는’ 작업이었다. 그는 독자에게 읽히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독자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작가들이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아 소설의 미로를 헤치고, 교훈과 전형에 갇힌 작품 설명을 뛰어넘어 전복적이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서설을 해방시키는 능동적 독서를 한다.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최근 문학 연구에서 활발한 역사와 철학 담론을 작품 해석에 폭넓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는 작품 해석의 풍요로움에 직결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문학관, 다음달 1일과 7일 ‘낭독공연, 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 진행

대구문학관은 다음달 1일과 7일 ‘낭독공연, 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를 3층 명예의 전당에서 개최한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정한 문학주간(8월31~9월7일)에는 지역 문학관 외 문학전문 책방, 도서관 등 문학관련 주관처가 참여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먼저 1일에는 황원순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각색해 배우 김은환, 김민선의 실연을 통해 잔잔한 여운을 전달할 예정이다.초가을 한적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나기’는 1953년 ‘신문학’에 발표된 후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소개됐다. 개울가, 논밭, 원두막 등 자연냄새 나는 공간에서의 순박한 시골소년과 도시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이번 공연에서는 소설 속 짧고 세련된 문체로 표현되었던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마음을 전문 배우의 따뜻한 낭독과 섬세한 연기로 펼쳐 소녀가 설렐 때 함께 설레고, 소년이 울 때 함께 슬퍼할 만큼 몰입도 높은 감동을 전한다.7일에는 소설가 하근찬이 역사적 상황의식을 결부해 민중의 삶을 그려낸 ‘흰 종이수염’을 극단 구리거울이 각색 및 실연을 통해 입체적인 공연으로 진행한다.1953년 사상계를 통해 발표된 ‘흰 종이수염’은 한국전쟁으로 일자리와 식량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강제징용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동길이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매우 사랑하는 동길이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비참한 삶과 가족애가 그려진 감동을 느끼기까지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이번 공연은 무료다. 문의: 053-430-1233.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소설 의열단

소설 의열단정만진 지음/국토/287쪽/1만5천 원이 장편소설은 192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 투쟁 단체 의열단의 창립 과정과 독립운동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이다.대한광복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광복회는 191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 결사체였다. 친일파를 처단하고, 군자금을 모아 중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던 광복회가 끝내 일제에 의해 해체된 뒤 김원봉, 이종암, 김대지, 황상규, 윤세주, 장건상 등 많은 애국청년들은 그 정신과 방략을 이어받아 의열단을 창립했다.1919년 11월10일 이래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종로경찰서, 부산경찰서, 밀양경찰서, 동경 일본왕궁 등 일제 기관에 폭탄을 던지고 일본군 육군대장 등 고관들과 친일파들을 살상했다. 이 소설은 의열단의 눈부신 활동을 세세히 소개한다.뿐만 아니라 의열단의 창단에 큰 영향을 미친 광복회의 활동과 1919년 독립만세운동도 독자들에게 해설해준다. 그 당시 독립운동의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의열단의 활동에 감동을 받아 일본 육군대장을 처단한 조명하 지사 등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도 소개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지난 15년 간 대구시민이 사랑한 책은

지난 15년 동안 대구시민이 가장 사랑한 책은 무엇일까.2004년부터 최근까지 대구대표도서관인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 목록을 살펴본 결과 최다 대출 도서는 2005년 출판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다.문학수첩에서 출판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영국 소설로 지금까지 총 1천377회 대출이 이뤄졌다. 2009년에는 국내에서도 영화로 개봉되면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두번째로 대출 횟수가 많은 책은 2008년 출판된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모두 729회 대출이 이뤄졌다.이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가 717회, 츠지 히토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Blu’ 716회, 로버트 치알디니의 자기계발서 ‘설득의 심리학’이 671회로 뒤를 이었다.상위 5위권 내 대출 도서로 ‘설득의 심리학’을 제외한 1~4위 책이 순수문학(소설)에 집중됐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입소문이 난 책에 대한 관심이 대출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는 순수문학보다 자기계발서나 힐링, 인문학 서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다만 지난 15년 간 상위 대출도서는 주로 베스트셀러로 입소문이 난 도서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했다.한편 중앙도서관은 오는 10일 개관 100년을 맞아 대구시민이 사랑한 책 도서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 김인자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김인자첫 결혼기념일이 이혼기념일이 된 후배의 변은/ 걷잡을 수 없는 남편의 바람기가 원인이었단다/ 30년을 한 남자와 살고 있는 나도/ 실은 한 남자와 사는 게 아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호시탐탐 친구의 애인을 넘보고/ 선후배에게 추파를 던지고 이웃사내에게 침을 삼켰다/ 단언하지만 이런 외식이 없었다면/ 나야말로 일찍이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 결혼제도란, 한 여자가 한 남자만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지어진/ 공소시효가 불분명한 합법을 가장한 희대의 불법 사기극/ 나는 달콤한 미끼에 걸려든 망둥어, 위장취업자, 아니 불법체류자,/ (중략)/자식에겐 만료가 없는 무보수 근로자/ 이런 근로조건에서 이 정도 바람 없기를 바란다면/ 인간이 아닌 건 내가 아니라 후배일 터/ 나는 삼류영화,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봤고/ 후배는 너무 오래 교과서만을 탐닉한 결과다- 계간⟪리토피아⟫2009년 봄호................................................9년 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잘 살고 있는 장동건 고소영 부부의 비공개 결혼식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주례를 섰다. 이어령 선생은 주례사를 통해 ‘황금잔' 전설을 소개했다. 로마시대 한 제사장이 집에 도둑이 들어 은수저를 도둑맞았다. 그 말을 들은 황제가 위로를 하자 제사장은 오히려 싱글벙글했다. 도둑이 딴 집에서 훔친 황금잔을 깜박하고 은수저가 있던 자리에 놓고 갔다는 것이다. 도둑이 들어 잃은 게 아니라 오히려 횡제를 한 형국이다. 그러면서 제사장은 “결혼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황제에게 말했다.남녀가 결혼을 하면 자유와 시간 등 잃는 것이 있지만 대신 평생의 반려자인 ‘황금잔'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조금 잃고 더 큰 것을 얻는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은 이 예화를 들었다. 그리고 ’살림‘이란 말 이상으로 아름다운 말이 없다면서 일상의 반복을 일깨워 ‘살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살림’이고, 결혼생활은 곧 ‘죽임’의 반대어인 ‘살림’이라며 주례사를 끝맺었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시작되는 살림살이에 그대가 함께 있어 감사하고 아름답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부부는 오래, 아주 오래 함께 가야하는 소중한 인연이고 황금잔 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경우 은수저가 사라진 그 자리에 황금잔이 놓이지는 않는다. 황금잔은커녕 나무젓가락이 나뒹굴기도 하고 똥을 싸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운명의 순간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값의 계산, 기회비용과 수익 계산이 잘 못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남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나폴레옹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란 말도 있다. 어떤 결과든 현재의 상태는 지금껏 행한 태도의 결과이자 총합이다.지난 시간을 촘촘히 재생해보면 누구나 허점투성이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결혼에서 살아남고, ‘너무 오래 교과서만을 탐닉한 결과’로 이혼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과 결혼, 이혼 문제는 선택의 영역이지 옳고 그름의 영역은 아니다.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오래 참지 못하고 덮어주지 못해 헤어질지라도 서로에게 무례하거나 원한을 품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2019 현진건 학술세미나 오는 21일 열려

현진건문학상운영위원회와 대구문인협회는 2019년 현진건 학술세미나를 오는 21일 대구문학관 4층 세미나실에서 연다.빙허 현진건은 소설 '운수좋은 날'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의 작가로 대구에서 출생하고 자란 한국현대소설의 개척자다. ‘다시 읽는 현진건’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현진건 문학과 대구지역의 관계를 고찰해 각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발표는 양진오(대구대교수), 오철환(소설가), 박상준(포스텍 교수) 남상권 문학박사가 맡는다.양진오 교수는 ‘식민지의 유령을 이야기하는 현진건 문학’ 제하의 논문을 통해 식민지 사회 바깥으로 추방된 이름없는 유령들을 소환하기 위해 현진건의 작품은 비선형적 구성과 분열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오철환 작가는 ‘현진건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비교 고찰’ 논문을 통해 현진건의 작품들이 개인과 역사를 문학적으로 수용한 면모를 살핀다. 박상준 교수는 ‘현진건 소설 다시 읽기’ 논문을 통해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1920년대 후반기 현진건 소설을 검토하면서 ‘문인-언론인’으로서 치열했던 그의 삶이 문학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분석한다.남상권 박사는 ‘현진건의 문학적 후견인과 개인적 재능’ 제하의 논문으로 작가의 문학적 성과가 그의 인척 혹은 당대 지식인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힌다.지정 토론자로 김가경(소설가), 권이항(소설가), 이화정(소설가), 김동혁(소설가) 등 작가들이 참여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소설 천로역정 영화로 개봉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소설이자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많이 읽힌 소설 ‘천로역정’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져 13일 주요 극장에서 개봉했다.영국 작가 존 번연의 작품으로 1678년 처음 발행된 천로역정은 영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지금까지 전세계 200개 언어로 번역돼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기독교 문학의 고전이다. 또 링컨이 가장 사랑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천로역정은 그동안 만화, 뮤지컬, 실사영화 등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죄악으로 점철된 멸망 도시가 불바다로 변한다는 것과 천국도시가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고 가족과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천국도시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여행 중에 ‘율법 언덕’ ‘세속의 숲’ ‘절망의 성’ ‘허영 시장’ ‘죽음의 골짜기’ 등 수많은 유혹과 고난을 겪게 되는데, 영화는 CGI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소설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선사한다.영화는 CBS가 단독 수입해 배급하며, 자막판과 더빙판 등 2개의 버전이 동시에 개봉한다. 더빙판의 경우 CBS 프로그램 ‘어른 성경학교’의 출연진 주영훈과 김효진 등이 참여했다.문의: 053-426-8001.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김세라 지음/보아스/328쪽/1만5천 원 많은 사람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한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다. 결핍, 집착, 열등감, 성장통, 실연의 고통, 상실감, 성공 뒤에 오는 허무함, 고독, 대중의 폭력, 이념의 덫, 애증, 욕망, 후회, 자존감 상실, 편견, 희망 없음 등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이 책은 28편의 외국 소설과 12편의 국내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어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임형빈은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좌절감으로 사랑하는 윤주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청소년으로 그의 눈에는 속물로 비치는 기성세대와 세상에 섞일 수 없어 방황한다. ‘레디메이드 인생’의 주인공 P는 학력은 높으나 일자리는 적고 배운 사람은 많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잉여인간이 되어 궁핍하게 살아간다.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유일한 친구의 자살로 평생을 상실감으로 고통받고, 그 친구의 연인인 나오코는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년 후 꽃다운 나이에 자살한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싱어는 주위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어주는 구원자이자 안식처이지만 자신이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병으로 죽자 외로움에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등대로’의 램지 부인은 남편과 지인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지만 그런 삶으로 인해 정작 자신의 소망은 이루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산다.이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상처는 나 또는 내 주변 사람들의 상처와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러나 소설은 한편으로 그 상처들을 어떻게 보듬으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며,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결국 그것을 치유하게 하는 것도 사람임을 알려준다. ‘도둑일기’의 삼형제 한수, 중수, 성수는 서로 매우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거울삼고 협심해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에 우뚝 선다. ‘사막을 건너는 법’의 주인공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현실에 복귀해 전쟁의 후유증을 겪지만 전쟁의 경험을 통해 베트남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노인의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한다.‘자기 앞의 생’의 비송거리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처지에 분노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으며 서로 나누고 배려함으로써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간다. ‘인간의 대지’의 주인공 그는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자신이 죽으면 슬퍼할 가족, 동료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걷고 또 걸어서 죽음의 사선에서 살아 나온다.우리가 받는 상처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존재 이유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비록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지만 그것을 치유하게 하는 것도 바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상처를 마주하고, 어떻게 치유해갈 수 있을지 그 방법들을 읽게 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김은상 지음/멘토프레스/115쪽/1만1천800원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델마는 저자와 함께 살았던 실재 고양이다. 이 책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양이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쓰인 작품이다.델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지금은 반려묘 루이스, 브래드, 두두, 삐삐 등 네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결국 ‘델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저자로 하여금 사랑과 욕망에 대한 본질을 탐구케 했으며 이처럼 실재를 뛰어넘는 문학작품을 낳게 했다. 작가에게 고양이는 사랑의 숙주였다.저자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한 편의 시 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글은 단편적으로는 사랑가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가 또 그것들을 병렬시키면 소설이 되는,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성을 발휘한다.이 소설은 ‘시로 쓴 시소설’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환상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판타지소설이다. 또 어디선가 잃어버린 상상의 세계를 다시 열어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로야

로야다이앤 리 지음/나무옆의자/288쪽/1만3천 원 ‘엄마와 딸’ 애증의 관계다. 이 소설에서도 서사의 상당 부분을 화자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 엄마와의 관계에 할애한다.저자는 엄마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말하지 못하는 자’이고 엄마는 늘 ‘듣지 못하는 자’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관계는 자주 실망과 염증을 낳고 지친 마음은 자발적 후퇴에서 관계의 철수까지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막힌 숨구멍을 틔우기 위해 엄마에 대한 미련을 보내는 듯싶다가 난데없이 도착한 엄마의 메시지로 인해 보낸 미련을 다시 주워 담는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곁에 끈질기게 존재한다.원 가족인 엄마 아빠는 신체적 질환 속에서 더 생생히 떠오르는 상처의 근원지다, 특히 엄마는 현재 시점에서 화자가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존재다. 이 소설은 화자 겸 주인공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으면서 해묵은 마음의 상처와 대면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사고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외상이 없으니 회복도 신속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 않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나’는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은 것이 자신의 취약 부분, 바로 부모와의 관계임을 더딘 회복 과정에서 깨닫는다.중년에 접어든 ‘나’와 남편은 각자의 고국을 떠나온 지 스무 해가 넘었으며 이들의 나고 자란 가족은 모두 고국에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성인이 된 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 왔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밑바닥에 떨어지자 위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아직도 질기게 연결된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를 경험한다. 교통사고가 ‘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한 동시에 의식적으로 지워온 겁에 질린 어린아이를 만나게 해준 셈이다. ‘나’의 회복은 이 아이와의 대면에서부터 시작된다.지난 세월 동안 ‘나’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를 이해하는 것에 온 힘을 써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안 했다. 심지어 자신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고 자신이 자라는 방식이었다. 폭력 가해자였던 아빠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나’의 원 가족 삶 속에 있고, 엄마는 죽은 아빠를 거듭 끄집어내며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나’는 폭력 피해자인 엄마는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었지만, 자신이 밑바닥에 있을 때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퍼붓는 엄마를 보며 지금껏 믿어왔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1부와 2부로 나눠 13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화자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며 그 내적, 외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린다.한편 이 책은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대구에서 태어난 리는 경북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대학교, 서울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20대 후반 캐나다로 이주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최초의 한글소설=허균 홍길동전 아니다… ‘국문과’ 멘붕상태

한글 홍길동전은 허균이 아닌 18세기 후반에 알 수 없는 어떤 작가가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400년 전쯤 조선시대 중기 문신이 남긴 문집에서 한문 홍길동전을 발견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이 전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한문 홍길동전의 이름은 '노혁전(盧革傳)'으로 노혁전의 작자는 지소(芝所) 황일호(1588∼1641)로, 이 작품은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 수록돼있다. 지소선생문집은 황일호의 후손이 1937년 간행했다.노혁전은 황일호가 전주 판관으로 일하던 1626년에 전라감사 종사관 임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전 교수는 한글 홍길동전에 대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한글 홍길동전은 세상에 전하는 홍길동 이야기를 바탕으로 1800년 무렵 알 수 없는 어떤 작가가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통념을 반박했다.또한 "한글소설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사상이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다"며 허균이 썼다는 홍길동전과 현대인이 읽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online@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