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의 군대 이야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군 복무 시절 휴가미귀 연장 특혜 의혹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현직 법무부장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의심이 분노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의 딸 문제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군대다. 대권 문 앞에서 두 번이나 주저앉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그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해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의 처지도 그렇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걸었고 더러는 감옥을 대신 택하기도 했다. 멀쩡한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고 희한한 병을 만들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젊음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짜낸 비책들이었다. 어떤 연예인은 현역 입대를 대단한 이벤트로 만들기도 했다. 군대 문제는 그렇게 민감하다.추 장관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군대란 것이 카투사다. 현역 보직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은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카투사란. 아무나 갈 수 있는 부대가 아니다. 이미 그 부대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특혜라고 보통 군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대에 갔다. 이건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사과했지만 편한 부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의 카투사 현역들이나 제대병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들이 일반 병과의 보병이나 포병 또는 기갑 같은 전투부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군대에서 휴가를 갔다가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했고 외래 진료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은 궁금증을 넘어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10일간 병가 뒤 부대 복귀 않고 다시 9일간 병가를 연장한 휴가병은 이번에는 본인 복귀 대신에 상급 부대 대위가 와서 휴가처리 하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하루 뒤에. 그것은 당시 추 장관 아들의 부대 생활이 얼마나 황제 특권을 누렸으며 동료 병사들에게는 또 얼마나 위화감을 주었던가를 가늠하게 만드는 것이다.검찰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뒤 9개월 넘게 수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불거졌던 추 장관에 대한 이미지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아들 휴가 연장 전화에 대해 여전히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하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했는지는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남편이 했는지는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예전의 ‘소설 쓰시네’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질문에는 ‘증거를 대라’ ‘검찰 수사냐, 국회 대정부질문이냐’고 응수했다.추 장관은 억울해 한다. 판사 출신으로 5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였던 그에게 아들의 군 문제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에 받는 공인의 상대적 불이익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황제 휴가 처리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활용한 특혜다. 공익제보한 당직사병과 당시 지원단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그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그의 자세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 법률적 잘못이야 법에서 가릴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는 형사법적 죄만이 아니다. 국민 정서법은 공인에 대한 자질에 품위까지 요구한다.남편을 등판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야 하겠다는 추 장관의 모정은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수준에 미쳤는지는 여전히 의문표다.

세상읽기…그날이 오면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금방이라도 비가 쏟아부을듯 어둑한 하늘이다. 서울 총회가 있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차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택시를 잡으려니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할 수없이 차를 몰고 가서 주차장에 넣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운전하면서 주차할 공간을 걱정하며 나섰는데, 아~코로나 덕에 좋아진 것들이 많구나 싶을 정도다. 거리는 한적하고 그렇게도 밀리던 주말 동대구역 주차장에는 아슬아슬 도착해도 자리를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미루고 미루어졌던 모임이 조심스레 재개하였고 코로나19 덕분에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으니, 세상에 모두 나쁘기만 한 것도 모두 좋기만 한 것도 없다는 말이 진리임을 떠올린다.대구가 온통 혼란에 빠졌을 즈음, 안타까운 마음으로 모금해서 보내주고 마스크를 구해주면서 걱정스러워하던 한국 여자의사회, 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대구경북지회 임원들이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대구경북에서 서울 모임에 참석을 해도 되겠는가 내심 망설이고 있으려니 집행부에서 코로나19 대구경북에서 물러가라고 했다는 우스개를 하면서 위축되지 말고 꼭 참석해달라고 여러 차례 연락이 왔다. 챙겨주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출발하는 날까지 망설였다. 어쩌겠는가. 코로나19로 고생했다면서 표창도 하고 모범지회상을 받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지근에 사는 임원들과도 오랜만에 역에서 만나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빛을 교환하며 주먹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차창 너머 들판에는 곱게 다듬어진 못자리가 너무도 평화로운 정경이다. 간간이 스치고 지나가는 빗방울이 고속에 흩날리는 풍경에도 위안을 얻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창가로 모두 띄어 앉아 마스크를 쓰고서 일체 말이 없어 기차에 몸만 실려 간다.이번 총회는 회장 이·취임식이 있는 행사라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드문드문 자리를 만들어둔 테이블에서 각 지회 참석자들이 오랜만에 만나 말없이 눈인사를 교환하며 반가움을 표시하였다. 어둑하던 날씨도 창을 여니 그야말로 분위기 있는 저녁을 연출한다. 두려움 속에 맞이한 모임이지만 코로나19가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잊게 할 정도로 정이 넘치고 감동적이다. 진심 어린 축사와 시상식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9세 나이로 전쟁 통에 내려와서 남쪽에 남겨진 아이, 지금은 원로가 되신 분께서 사재를 다 털어서 빛나는 여의사 상을 제정하여 시상하는 코너도 있었다. 그분의 어머니는 9살 난 딸을 피난지에 혼자 두고서 “여기 있으면 엄마가 북에 두고 온 다른 가족들을 데리고 곧 너를 찾아서 오마”하고 북으로 돌아가셨다. 그 길로 헤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하니 어린 여자 아이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엄마가 꼭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의사가 되었고 평생 의술을 의지 삼고 여자 의사회를 위해서 정말 헌신하셨다. 후원금 모금에는 언제나 그분의 성함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원로가 되어서도 언제나 모임에 참석하여 좋은 말씀을 해 주시던 그분께서 후배 여의사들이 더욱 빛나는 활동을 하기를 바라면서 ‘빛나는 여의사 상’을 제정하였다고 한다.매일같이 일하여 아끼고 모았던 전 재산을 후배 여자 의사들을 위해 선뜻 내놓으신 그분의 통 큰 헌사에 정말 감사한 마음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여자 의사회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었음에 참석자 모두 가슴 뭉클하였으리라.대구경북이 코로나19로 고생 많았다면서 여러 차례 언급해주신 분들 덕분에 가슴이 따스해왔다. 모범지회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테이블로 돌아와서 지회 임원들에게 보여주며 자축하는 의미로 건배를 하였다. 그간의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지만 차 시간에 맞추어서 조용히 빠져나와 빗길을 걸었다.밤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생각한다. 반갑게 손잡고 얼굴 마주하며 웃고 웃을 날이 언제 다시 찾아오려나. 옛날처럼 그렇게 지낼 수 있는 날이 과연 다시 오기나 할 것인가. 몽롱하게 감회에 젖어드는데 다른 모임의 일원인 남자 교수님께서 전화하셨다. 궁금하여 통화하니 ‘혹시 상이 바뀐 것 아니냐?’고 하신다. 그분의 아내가 받아온 상이 내가 받아가야 할 상패와 상장이라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19가 수상자도 서로 바꾸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누군가의 실수가 만들어주는 의외의 인연, 어쩌면 그것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가 물러가는 그날이 오면, 언젠가는 새로 이어진 인연을 찾아서 옛이야기 나누면서 웃을 수 있기를.

입실 1분 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학생도

마지막 입실자에게도 힘찬 응원의 박수를○…시험장 입실 5분을 남겨놓고는 교통통제로 교문 앞까지 진입이 어려웠던 차량들의 진입이 이어졌다.차에서 내려 헐레벌떡 교문에 들어선 한 수험생은 예비소집일인 시험 전날 미리 와서 확인을 하지 못했는지, 고사장 안내 배치표가 적인 칠판을 몇 번이고 살폈다. 학생의 뒷모습이 초조한 듯 분주해지자 교문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덩달아 발을 동동 굴리며 가슴을 졸였다.교문이 닫히기 1분 전에는 멀리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대구여고 교문 앞에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경찰차가 등장했다. 수험생 한 명이 경찰차에서 내려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해 시험장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과 후배들, 자원봉사자들은 마지막으로 입실하는 수험생에게도 응원의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며 열띤 응원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냈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