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느와르와 일류(日流)의 추억, 그리고 한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류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세차다. 지난 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휩쓴 ‘기생충’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최고의 독립영화 영화제라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것에 이어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BTS(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다. 정규4집 ‘MAP OF THE SOUL’이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래미어워즈(The GRAMMYs)’만 받게 되면 ‘아메리칸 어워드(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 이어 미국의 3대 음악상을 모두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이처럼 올해도 한류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기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더군다나, 한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가 약 5조 6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내심 한류가 이대로 쭉 안정적으로 성장만 해 준다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도 크다. 문화유산이 많아 관광으로 먹고 사는 여느 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해 볼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한류는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한 때 역내에서 반짝이다가 세계화에 실패한 홍콩 느와르(noir 암흑가를 무대로 한 비정한 범죄물)나 세계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린 일류(日流 또는 J-Wave)처럼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주윤발이나 유덕화 등이 주연으로 열연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는 1980~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로 홍콩 영화계 전반이 몰락하는 가운데 어느 샌가 우리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홍콩 느와르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일류 또한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일류는 만화는 물론이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이웃집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등 게임, 키티나 도라에몽 등 캐릭터, J-pop(일본의 대중음악),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 부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고, 최근에는 한류에 밀려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 에즈라 보겔(Ezra Vogel)이 ‘Japan as No.1’이라 칭송할 정도로 막강했던 국가 경쟁력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자, 이제 우리의 한류를 생각해보자. 한류 이전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현대, 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조선 등의 산업에서 혁신적인 상품들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고, 이들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류도 한국산(Made in Korea) 상품에서 시작됐고, 탄탄한 경제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는 말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고, 개도국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경쟁력 또한 위협받고 있다. 만에 하나 우리 경제와 산업이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면 한류도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자랑에 마지 않는 한류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경제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돼야만 하는 것이다.

계명대 제이크 레빈 교수, 한국 문학작품 최초 전미번역상 수상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과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나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제이크 레빈 교수가 서소은, 최혜지씨와 공동으로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를 번역해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전미번역상은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번역 전문 문학상으로 1998년에 제정돼 매년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눠 뛰어난 번역으로 영문학에 탁월한 공헌을 한 번역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우리나라 문학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유명 작품이 아니라 비주류 작품을 번역해 수상까지 하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는 그동안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작품으로 페미니즘을 다룬 시다.레빈 교수는 “외국인 남자로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며 여성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그는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직역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며, 작품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학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양에서는 한국의 문학 작품이 진지하고 우울하다는 평이 강한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은데, 한국의 정서와 번역하는 언어에서 문화적 차이가 있어 그렇게 평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어 그는 “특히 시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더욱 까다로운 작업인데, 한국 시 역시 재미있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레빈 교수는 “최근 들어 한국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위상이 높아졌지만, 고전이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한국의 문학 작품이 한류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번역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지난 2017년에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임용돼 활발한 번역활동을 하고 있는 제이크 레빈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도 강의를 맡고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숙주역할에 지친 국민들, 그들도 기생충이 되고 싶다.

김시욱에녹 원장흔히들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엔진에 기생충을 쳐본다. 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단어가 10위권 이상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짜파구리 조리법도 동시적으로 뜨는걸 보면 아카데미상 4관왕의 위력은 어마어마한 듯하다. 반지하의 찌든 삶에서 상류층의 삶을 누리고자한 한 가정의 비극적 결말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내외와의 짜파구리 파티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혐오와 경멸의 대상인 기생충이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렸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후, ‘조국흑서’의 공동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 박사의 비유는 더더욱 흥미롭다. 문재인 대통령을 ‘편충’에 비유하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말라리아’로 비유하고 있음은 현재 대한민국이 기생충의 나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떤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형태는 ‘공생’과 ‘기생’의 두 가지로 나뉜다. 서로 다른 두 종이 관계 속에서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 것을 공생이라 한다면 기생은 한 쪽만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익 없이 손해만 보는 생물체를 숙주로 해서 최소한 일생의 어느 시기는 기생생활을 해야만 기생충이라 부를 수 있다. 성충이 기생하는 숙주를 ‘종’숙주, 유충이 기생하는 숙주를 ‘중간’숙주라 부르는 말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기생충의 삶은 자손 번식이 전부인 삶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숙주를 통해 주거지와 영양분을 공급 받기에 오직 자신과 자손의 번식에만 몰두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생충의 일종인 ‘회충’은 한번에 20여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생명체가 이렇듯 많은 알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쓰러질 숙주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한 기생의 삶에 대한 대비책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기생충들이 숙주에 대한 지나친 공격 없이 일생을 살아가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엄마찬스’와 ‘아빠찬스’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새삼 기생충의 삶이 오버랩된다. 본능적 삶을 사는 기생충조차 후대를 위한 번식력이 그러할진대 지적능력을 바탕으로 환경을 이용할 줄 아는 인간에겐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자유 경쟁의 자본주의의 병폐가 아니라 당원이 되고자 위험을 감수하는 공산주의의 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1세대의 권력 잡기와 자리보전은 2세대와 그 이후 세대의 번성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어느 정치체제에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인간이기에 갖는 본성적 생존욕구이며 번식을 통한 자기 영속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최근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통해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엄마찬스가 도마에 올랐다. 조국·정경심 부부의 부모찬스와 추미애 장관의 엄마찬스로 청년층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여당으로선 당연한 수순의 역공일 수밖에 없다. 흔히 ‘물타기 전략’으로 부르는 이러한 반격은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결집시키고 상대 세력에 대한 흠집 내기를 통해 프레임전을 형성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임에 분명하다. 미루어 짐작컨대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 힘의 입장에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 국회의원들이 밉겠지만 한편으론 서로가 찬스를 쓰고 있는 입장이라 ‘보여주기식 제스추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 설정을 정의해 온 한 해인 것 같다. 늘 ‘국민이 최우선’이라고 소리 높여 온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생충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국민의 공익을 위한다며 펼친 정책들이 어느새 정치 권력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그들이 의도하든 아니든 기생충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 기생충은 자신의 영양 공급원이자 생존의 터전인 숙주에 정착하기 위해 면역세포와 치열한 싸움을 한다고 한다. 싸움을 통해 두 세력의 타협이 이루어지고 기생충은 숙주를 괴롭히거나 크나큰 해를 입히지 않고 숙주 또한 면역을 억제 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한다. 이는 곧 국민과 정치권력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국민을 숙주로 한 정치권은 연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환심을 사고자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의 생존과 가족의 안위가 우선이다. 여야는 서로가 ‘적폐와 신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숙주인 국민을 차지하려고 피가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프레임 전쟁과 코로나 19의 고통 속에서 국민은 어느새 죽어가고 있다.자신과 가족을 우선시 하는 위정자라 하더라도 ‘기생충도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란 말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만나는 ‘비비안리’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상임이사 이태현) 어울아트센터에서는 고전영화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5~7일까지 3일간, 함지홀에서는 ‘비비안 리’의 대표영화를 만날 수 있는 ‘EAC 명화극장 : 비비안 리 회고전’을 진행한다. 첫째 날인 5일 오후 7시30분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상영된다. 비비안 리가 195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어 6일 오후 7시30분에는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안나 카레니나’가 상영된다.마지막 날인 7일 오후 3시에는 비비안 리의 데뷔작이면서 대표작이기도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한다. 아카데미상 10개의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4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극적인 스토리라인은 물론 비비안 리의 다채로운 패션을 살피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어울아트센터 고전영화 기획 두번째 시리즈는 ‘영화 더빙-쑈 자유결혼’이다.오는 14일 오후 4시에 열릴 ‘자유결혼’은 국립극장 제1회 창작희곡 공모 당선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최은희, 이미자, 조미령이 출연해 개봉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코미디 영화다. 이번 공연에선 60년 전 영화 ‘자유결혼’의 대사표현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해 배우들의 목소리연기로 극을 풀어낸다.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이태현 상임이사는 “오래토록 사랑받는 고전명화를 색다르게 공연장으로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문의: 053-320-512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의 아들 봉준호, 아카데미상 4관왕 쾌거…대구 찬사 물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영화감독이 고향인 대구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10일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등 4관왕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또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1969년 9월14일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년시절을 대구 대명9동에서 보내며 남구 남도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상경했다.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봉상균씨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와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는 등 대구와 인연이 깊다. 또 외할아버지인 박태원 씨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저명하다. 대구지역 영화칼럼리스트 겸 영화제작자 박길도(44)씨는 “영화관객이 많지만 유일하게 지역영상위원회 조차 없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세계적인 감독이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다”며 “봉 감독을 계기로 앞으로는 영화 업계에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세계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영화 ‘기생충’ 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소식에 대구 시민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는 ‘대구가 낳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대구 출신 봉 감독이 애국자다’ 등 감격적인 소감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또 기초지자체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쓴 대구출신 봉 감독님, 대구가 봉 잡은 것 같습니다!’ 등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남구 주민 김모(30·남구 대명동)씨는 “대구 남구가 낳은 아들 봉준호 감독이 전 세계적으로 영화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대구 중구에 김광석 거리처럼 남구에도 ‘봉준호 영화거리’를 추진해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면 좋겠다”고 환호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